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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 산골 마을회관
전화하던 할머니1이 할머니2를 쏘아본다.
할머니1
그지?봐라, 이 할망구야.
할머니2
전화 이리 내라.
여보세요?
막판 쓸이 없다고?
스튜디오, 최곤이 박민수에게 들어오라고 손짓하자 박민수가 급히 들어간다.
최곤
잠깐만요.
여기 고스톱 전문가가 있거든요.
박민수
할머니, 팔팔 올림픽 아시죠?
팔팔 올림픽 이후로 막판 쓸 완전히 없어졌거든요.
피 한 장씩 안 받으면 3점 안되시는 거죠?
나가리니까 다음 판 따블로 하고 얼른 패 돌리세요.
첫 뻑은 인정하고 계시죠?
INS. 노을이 지고... 다시 해가 뜨는 동강의 아름다운 모습.(저속촬영-시간경과)
‘넌 내게 반했어’ 계속 이어진다.
스튜디오, 최곤이 또 다른 청취자와 전화를 하고 있다.
최곤
집 나간 애가 어떻게 생겼어요?
누렁이 할아버지(E)
자알 생겼지.
최곤
인상착의를 정확히 말씀해 보세요.
누렁이 할아버지(E)
그러니까...
눈이 크~고... 어깨가 떡 벌어지고...
때깔이 누~래.
그건 그렇고... 서울에 있는 아들아.
애빈데... 누렁이가 집 나가서 방송국에 전화 한 김에
한마디 하것다.
최곤
할아버지 이거 서울에 방송 안돼요.
누렁이 할아버지(E)
어... 내가 크게 하께.
(목청껏)
아들아~! 들리지?너 집에 안 온지 삼년 됐지?
나는 괜찮다.
너 서울 가서 성공 안 해도... 나는 괜찮다.
너 밥 잘 먹고 잠 잘 자면... 나는 괜찮다.
근데 요번 추석에는 오냐?
INS. 영월 시내 베스킨라빈스
벽에 달린 스피커에서 최곤의 방송이 나오고 있다.
누렁이 할아버지(E)
누렁이 찾으면 다시 전화하께.
아르바이트하는 여학생이 뭔가에 기겁을 한 표정으로 전화기를 집어 든다.
여학생의 시선으로 보면, 누런 송아지가 길고 큰 혀로 투명한 아이스크림 박스를 핥고 있다.
최곤이 다른 청취자와 전화 연결을 하고 있다.
최곤
(어이없어)
아니, 꽃집 하는 사람이 꽃 주는 걸 왜 못해?
INS. 영월 시내 꽃집
꽃집 주인인 총각이 최곤과 전화를 하다 놀란다.
보면 농협 유니폼을 입은 아가씨가 꽃집 입구에서 꽃을 고르고 있다.
꽃집 총각
(작은 소리로)
부끄러워서...
최곤
(잘 안 들리자)
여보세요? 뭐라구요?
농협 아가씨 꽃향기를 맡다 사라진다.
꽃집 총각
너무 떨려서...
스튜디오.
최곤
참... 나...
이 불쌍한 영혼아... 전화 끊고...
(갑자기 뭔가 생각나서)
영월 주민 여러분께 알립니다.
한심한 청춘 하나가 짝사랑하는 여자에게 장미 한 송이를
전하지 못해 영혼이 시들어가고 있습니다...
시내 농협 근처를 지나실 일이 있는 분들은
농협 맞은편 꽃집에서 장미를 한 송이씩 가져다가,
농협에 근무하는 ‘신혜영’이라는 아가씨에게
전해주시기 바랍니다. 아셨죠?
안 그럼, 불쌍한 꽃집 총각 자살할지도 모릅니다.
꽃집 총각, 듣고 있지?
가게 앞에 장미꽃 내 놔. 알았지?
INS. 꽃집
‘넌 내게 반했어’ 계속 이어지는 가운데..
-꽃집 총각이 빨간 장미가 가득 담긴 통 옆에 <제 마음을 전해 주세요>라고 쓴 푯말을 세운다.
-꽃집 앞을 지나던 세탁소 사장이 <저의 마음을 전해 주세요> 푯말 앞의 장미꽃을 뽑아들고 간다.
-꽃집 총각이 모른 척 꽃을 집어가는 행인들의 모습을 바라본다.
-중국집 배달부 장씨가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다 멈춰 장미꽃 한 송이를 뽑아 들고 간다.
-터미널 다방 김양이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다 멈춰 장미꽃 한 송이를 뽑아 들고 간다.
-농협 안, 장미꽃을 든 카센터 사장이 ‘신혜영’ 이라는 이름표를 가슴에 달고 창구에 앉아 있는 아가씨에게 장미꽃을 전해주며 씨익 웃는다. 아가씨, 무슨 영문인지 몰라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다 입구를 바라보면 장씨가 손에 장미 한 송이를 들고 들어선다.
-신혜영양 앞에 장미꽃이 수북이 쌓여있다. 농협의 모든 직원들이 신혜영 양에게 눈길을 모으고 있는 가운데 이번엔 순댓국집 호영이가 장미꽃 한 송이를 들고 와 신혜영 양 앞에 놓는다.
스튜디오, 최곤이 다른 청취자와 전화 연결을 하고 있다.
최곤
여보세요?
호영(E)
안녕하세요? 아저씨.
최곤
너... 누구세요?
INS. 순댓국 집
호영이 최곤과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할머니가 라디오로 호영과 최곤의 통화를 듣고 있다.
호영
여기 순댓국집이에요.
최곤(E)
어, 그래.
호영
아저씨, 할머니가 그러시는데요...
우리 아빠가 가수 중에 아저씨를 젤 좋아했데요.
그래서 저도 아저씨 팬 하기로 했어요.
저 방송 매일 들어요.
최곤(E)
그것 땜에 전화했니?
호영
아뇨.
아저씨, 북극에 사는 동물 다섯 가지만 가르쳐 주세요.
최곤, 부스 밖을 바라보면 박민수와 박기사는 모르겠다는 표정.
석영은 고개를 돌려 외면하고 있다.
최곤
(짐짓 친절한 말투로)
꼬마야, 그런 건 인터넷 찾아보면 되겠지?
호영(E)
인터넷 없는데요.
최곤
꼬마야, 적어...
북극곰하고... 펭귄하고...
야, 그냥 북극곰 두 마리, 펭귄 세 마리.
됐지?
하고 만족스러워하는데,
호영(E)
펭귄은 남극에만 사는데요.
벙찌는 최곤...
이스트 리버의 ‘넌 내게 반했어’ 끝난다.
1. 순댓국 집(N)
최곤 박민수 석영 박기사 지국장이 들어와 자리에 앉는다.
박민수
자, 자... 앉아.
최곤이 들어오자 순댓국집 안의 사람들이 최곤을 바라보며 쑥덕거린다.
호영이 다가온다.
박민수
여기 술국하고... 막걸리로 할까? 오케이?
막걸리 좀 줄래?
호영, 사라지고 손님1이 다가온다.
손님1
저... 사인 좀.
최곤이 손님1을 올려다본다.
순댓국 손님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최곤의 사인을 받기 위해 모여 든다.
박민수
다 해 드릴 테니까 차례, 차례.
하고 손님들을 정리한다.
손님들 사인을 받는 족족 환한 표정으로 흡족해하고 최곤에게 악수를 청하기도 한다.
(jump)
손님들 모두 사라지고 다섯 명만 남았다.
석영
(취한 목소리)
선배, 방송에서 반말 좀 하지 마요, 좀.
최곤
내가 언제 반말 했어?
석영
툭하면 반말이잖아.
최곤
너 지금 나한테 반말 하는 거야?
석영
거봐요. 기분 나쁘죠?
박민수
어허, 그만하고 한잔 하자고.
하며 술 따르려 보면 술 없다.
박기사
(웃으며)
형님, 막걸리 반말 더 시킬까요?
박민수
반말로 되겠어?
시키는 김에 존댓말 시키지?
지국장
(끼어들며)
존댓말로 되겠어?
모두 지국장을 주시하는데 지국장 아이디어가 없다.
지국장
(당황하다)
막말로 시키지.
어이! 할멈, 여기 막걸리 좀 줘봐.
싸늘해진다.
2. 영월 거리(N)
다섯 모두 취해 비척거리며 시장 통에서 나온다.
지국장이 지나던 택시를 세워 올라탄다.
지국장
자, 조심해서들 가고 낼 보자고.
박기사와 석영이 완전히 취해 자꾸만 주저앉는다.
박민수가 박기사를 추스르다 들쳐 업는다.
최곤도 엉망으로 취한 석영을 들쳐 업는다.
최곤과 박민수 각각 박기사와 석영을 업고 낑낑 대며 나란히 걷는다.
석영
선배, 나 잘 나갔었거든.
나 낙하산 아니거든.
나 낙하산에서 총 맞고 떨어졌거든.
최곤
야, 시끄러.
아이, 씨... 무거워 죽겠네.
석영
선배... 나 와신상담, 절치부심, 권토중래... 해서
원주로 금의환향해서 승승장구 할 거거든.
최곤
아이, 씨...
형은 애를 봐가면서 술을 먹여야지.
박민수
내가 안 먹였어, 임마.
걔가 나 먹였어, 자식아.
석영
야, 최곤!
나 초등학교 때 선배 가수왕 타는 거 봤거든.
그때 졸라 멋있었는데...
최곤, 자꾸 쳐지는 석영을 추스른다.
석영, 몸이 출렁일 때 마다 “욱~ 욱~”하고 토하려고 한다.
3. 여관 앞/방송국 진입로(D)
최곤 박민수 석영 박기사가 여관에서 나온다.
석영, 어색함을 애써 감추는 모습 역력하다.
네 사람, 방송국으로 가기 위해 길을 건넌다.
어디선가 박동후와 이스트 리버들이 나타나 따라 건넌다.
넷 모두 양복을 맞춰 입은 모습이 딱 애비로드 횡단보도를 건너는 비틀즈의 모습이다.
눈치 채고도 모른 척 계속 가는 최곤과 박민수.
석영과 박기사는 힐끔힐끔 쳐다보며 경계한다.
이스트 리버, 아무 말 없이 발 맞춰 따라 걷는다.
4. 방송국 입구(D)
이스트 리버가 최곤 일행과 거리를 두고 걸어온다.
경비실 앞을 지나던 최곤이 김씨에게 이스트 리버 애들을 막으라고 눈치를 준다.
김씨가 경비실에서 나와 경계의 눈빛으로 이스트 리버 멤버들을 막아서려는 순간,
박동후가 표정과 손짓으로 최곤의 관계자임을 주지시킨다.
김씨가 ‘최곤이 눈치 준 게 그 뜻인가?’하는 표정으로 통과시킨다.
5. 방송국 마당(D)
건물 현관으로 걸어가던 최곤이 획 돌아본다.
박동후를 선두로 일렬로 걸어오던 나머지 멤버들이 얼른 박동후 뒤로 몸을 감춘다.
박동후가 의외의 여유 있는 미소를 지으며 최곤에게 다가온다.
석영과 박기사 의아하게 바라본다.
박동후
선배님, 저희가 마침내
생애 첫 콘서트를 하기로 했습니다.
이스트 리버 멤버 일동
우~
하고 소리 내며 고무된다.
박동후
그리고 그 콘서트는 선배님께 바치기로 했습니다.
헌정 공연이라고 할 수 있죠.
(초대장 건네며)
꼭 참석해 주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최곤이 초대장을 들여다본다.
이스트 리버 멤버 일동
우~
하며 또 한 번 고무된다.
석영
니들이 이스트 리버니?
이스트 리버 멤버 네 명 모두 여유 있는 모습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6. 라디오 스튜디오(D)
석영이 손에 이스트 리버의 초대장을 들고 있다.
박기사
공개방송?
그거 장비 없어서 안 돼.
석영
그건 원주에 얘기해서 내가 책임질게요.
안 해주면 다 죽었어.
100일인데 그냥 보내는 거 보다
공개방송 하면 좋잖아요?
안 그래요, 선배?
최곤
뭐 거기서 거긴데...
그게 좀 낫지.
박민수
오케이.
박기사, 필요한 장비 목록 꼼꼼하게 작성해서
강피디한테 넘기고
강피디는 원주에 전화...
아니 직접 가서 협조 확실하게 하고,
곤이, 너는... 하여간 잘 하고...
알았지?
하고 보면 어느새 지국장이 들어와 어이없는 표정으로 박민수를 바라보고 있다.
박민수
(지국장을 발견하고)
지국장님은...
커피 오케이?
하고 얼른 커피 타러 간다.
7. 별마로 천문대 앞 공터(D)
사람들이 속속 모여들고 공개방송 준비가 한창이다.
무대 위에선 이스트 리버 멤버들이 악기를 세팅하고 있고,
무대 밑에선 박기사와 원주에서 지원 나온 엔지니어들이 라인을 점검하는데
괜히 왔다 갔다 하던 박민수가 참견하자 핀잔을 준다.
최곤과 석영은 메인 콘솔 앞에서 큐시트를 보며 뭔가 상의하고 있다.
어느새, 이번에는 무대 위에서 이스트 리버를 참견하던 박민수의 눈에
주차장으로 들어오는 고급 승용차가 들어온다.
승용차 멈추더니 서울의 김국장이 내리고,
한눈에 보기에도 비싼 정장을 입은 ‘스타 팩토리’ 사장 최영도가 내린다.
박민수, 김국장을 향해 달려간다.
박민수
연락도 없이...?
김국장
공개 방송 한다 그래서 왔지.
인사하지.
스타 팩토리... 알지? 최영도 사장.
내가 간다니까 같이 와보고 싶다고 해서.
사장, 정중하게 악수를 청하고 명함을 건넨다.
박민수, 악수하고 명함을 주려 뒤척이는데 명함이 없자 당황한다.
(jump)
헤드폰을 낀 석영이 박기사에게 큐 사인을 보낸다.
공터 곳곳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정오의 희망곡 시그널’이 나온다.
최곤이 무대에 오른다.
사람들이 환호한다.
최곤
최곤의 정오의 희망곡,
100회 특집 공개방송!
사람들, “와~”하는 함성.
시그널 음악 이어지는 가운데, 최곤이 사람들 속에서 손을 흔드는 김양을 발견한다.
최곤
어! 김양.
나 커피 안 시켰는데,
누가 시키셨나?
사람들이 모두 김양을 찾아 쳐다본다.
최곤
병원 망할까봐 걱정하던 간호사도 오셨나?
간호사, 사람들 속에서 손 흔든다.
최곤
뱀은 잘 커요?
사람들 와~ 하고 웃는다.
최곤
넷째 아이 임신한 주부님도 오셨어요?
한 주부가 함께 온 주부들 여럿과 함께 손을 흔든다.
최곤
남편, 병원 데려가서 묶었어요?
사람들 또 와~ 하고 웃는다.
최곤
할머니들은 고스톱 치시느라 바빠서
못 오셨을 테고...
사람들 또 한 번 웃고...
최곤
(뒤돌아 이스트 리버를 보며)
여러분, 이 친구들 아세요?
사람들, “예”하고 대답한다.
최곤
참... 영월 좁네.
니들 스타다, 스타.
이스트 리버의 퍼스트 기타가 “찌잉~”하고 울려 화답한다.
최곤
이 친구들 여기까지 악기 메고 올라오느라고
고생했거든요.
노래 들어봐야죠?
무슨 노래 준비했는지 한번 들어볼까요?
소개합니다.
영월의 자랑, 영월 유일의 락 밴드.
이스트... 리버!
사람들의 박수와 함께 최곤이 무대에서 내려오고,
이스트 리버가 연주를 시작한다.
박동후
...하늘은 파랗게, 구름은 하얗게.
실바람도 불어 와 부푸는 내 마음...
하고 ‘신중현의 아름다운 강산’부른다.
노래 선율과 함께 카메라 높이 떠서 이동하면 동강이 굽이도는 영월 전경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최곤이 망연한 눈빛으로 연주하는 이스트 리버를 바라보고 있다.
박민수, 문득 최곤을 보면 최곤에게서 무대에 대한 그리움이 묻어난다.
김국장
니들 좀 슬슬해라.
박민수
무슨 소리야?
김국장
니들 땜에 서울 방송국까지 난리야.
니들 방송 인터넷으로 듣는 청취자들이
생방송으로 듣게 해달라고 맨날 전화하고...
안 그래도 서울 정오프로 청취율 안 나와서
죽겠는데 청취자 다 뺏어 가냐?
박민수
그래봐야 라디오 디제이 그 까짓 거.
김국장
(최사장 의식하며)
곤이 사고치지 않게 단속 잘해서
지금처럼 조금만 더 해봐.
곤이 방송, 서울로 이관하자는 얘기가
나오고 있어.
박민수
정말이야?
김국장
너 곤이한텐 얘기하지 마라.
걔 알면 또 까불다가 사고 친다.
그리고 너 서울 한번 와라.
박민수
(은밀하게)
곤이한테는 비밀로?
김국장, 슬쩍 최사장을 의식하며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마침 이스트 리버의 연주가 끝난다.
사람들의 박수 속에 최곤이 무대에 오른다.
나란히 서서 최곤을 바라보는 박민수, 왠지 최사장이 신경 쓰인다.
박동후와 이스트 리버 멤버들 펄쩍펄쩍 뛰고 탄성을 지르며 사람들의 환호에 답한다.
박동후
다음 곡은 저희가 전 우주를 통틀어
가장 좋아하는 곡입니다.
그 곡은 바로 저기 계신 최곤 선배님의
불후의 명곡...
퍼스트 기타 “찌잉~”하고 분위기 잡는다.
박동후
비와 당신!!!
사람들 환호한다.
최곤, 예기치 못한 상황에 석영을 바라보면 석영이 씨익 웃어 보이고 박동후에게 오케이 사인한다.
최곤이 손을 흔들어 사양하자 사람들이 박수와 환호로 최곤의 노래를 청한다.
하지만 끝내 무대에 오르지 않는 최곤.
박동후
선배님이 저희보고 하랍니다.
미친 듯이 한번 놀아볼까요!!
하고 광분하며 전주를 시작한다.
‘노브레인의 미친 듯 놀자’에 흥겨워하는 사람들.
최사장
최곤씨가 이렇게 초라한 무대에서 노래를 하실 순 없죠.
안 그렇습니까?
박민수
...
최사장
재기해서 큰 무대에서
노래하시는 모습, 기대하겠습니다. 그럼...
하고 사라진다.
박민수 걸어가는 최사장의 뒷모습이 눈에 밟힌다.
이스트 리버가 부르는 ‘미친 듯 놀자’ 이어진다.
사람들 모두 흥겹게 이스트 리버의 노래에 흠뻑 빠져든다.
최곤, 무대 위 박동후의 노래하는 모습을 바라보다 박민수와 눈이 마주치자 어색한 미소를 짓는다.
8. 영월 거리(N)
최곤과 박민수가 모텔을 향해 걸어간다.
박민수
야, 어떻게 벌써 100일이냐?
니가 또 한 번 큰 사고 칠 때가 됐는데.
최곤
이번에 사고 치면 어디로 데려갈려구?
박민수
자식...
너 아까 왜 노래 안 했냐?
한 곡 하지.
최곤
노래하고 싶어 질까봐.
박민수, 최곤의 의외의 대답에 표정이 굳는다.
박민수
(애써 태연한 척)
자식...
잠시 말없이 걷는 두 사람.
최곤
(불쑥)
아까 김국장이랑 같이 온 친구, 누구야?
박민수
어?... 어... 스타 팩토리 사장.
최곤
그 친구가 왜?
박민수
어... 그냥 왔데.
최곤
자식... 젊데.
9. 영월 방송국 입구(D)
최곤의 차가 방송국 입구에 닿는다.
최곤만 내린다.
최곤
형수한테 뭔 일 있어?
언제 올 건데?
박민수
(운전석에 앉아)
어두워지기 전에 올게.
사고치지 말고 방송 잘해.
박민수, 차를 돌려 숲길로 내려간다.
최곤, 언덕길을 내려가는 차를 바라본다.
10. 서울 방송국 휴게실(D)
박민수가 임백천과 마주 앉아 있다.
임백천
그래봤자지, 뭐.
형 몰라?
요샌 한창 잘나가는 애들은 디제이 안 해.
디제이로 먹고 살려면 나처럼 몇 개를 뛰던지.
박민수
자식이, 곤이 방송 지금 난리 났다니까.
얘가 모르네.
너 김국장이 니 걱정 하더라, 자식아.
니 프로 광고 다 떨어지게 생겼데.
임백천
그래서?
영월에서 디제이로 떴다고 치고,
그게 돈 돼?
박민수
아니... 뭐...
(역정 내며)
돈이야 임마...
그게 있다가도 없는 거고,
없다가도...
곤이가 음반하나 내면 젤 먼저
돈 세는 기계부터 사야 돼.
임백천
형, 곤이 더 맛 가기 전에 업소 열라 뺑뺑이 돌려서
형 노후대책 해요.
음반? 요새 용필이 형이 내도 안 돼.
박민수
아... 이 자식이...
(뭐라 말하려다)
정오프로... 그런 게 있어, 임마.
나 바빠서 간다.
하고 일어난다.
11. 서울 방송국 사무실(D)
박민수가 김국장과 앉아 있다.
김국장
야, 백천이 말이 맞어.
요즘 노래해서 먹고 사는 가수 없다, 너.
박민수
가수가 노래 안하면 뭐해 먹고 살어?
그럼 곤이 서울 와서도 디제이만 하라고?
김국장
(당황하며 눈치주고)
너 지금 시간 있으면...
(하고 망설이다)
민수야, 스타 팩토리 최사장 한번 만나라.
박민수
걘 왜?
김국장
(잠시 말없이 박민수 바라보다)
지금 간다고 전화해 놓을 테니까 가서 만나봐.
좋은 일이야.
박민수
(반색하며)
좋은 일? 무슨 일?
돈 되는 일이야?
12. 스타 팩토리 사무실 입구/로비(D)
박민수가 자동문을 통과해 들어와 세련된 분위기에 다소 주눅 든다.
데스크에 앉아 있는 미녀가 박민수를 바라본다.
박민수 어색하게 웃는다.
13. 라디오 스튜디오(D)
최곤이 청취자와 전화 연결 중이다.
부산 청취자-여(E)
여기 부산인데예.
어제 공개방송 잘 들었어예.
최곤
어제 영월 왔었어요?
부산 청취자-여(E)
언제예? 인터넷으로 매일 듣거든요.
저희 엄마도 아저씨 팬이거든요.
(소리 다소 멀어지며)
좀 가만있어 봐라.
최곤
여보세요?
부산 청취자-여(E)
엄마가 옆에서 바꿔 달라고 난리거든요.
(전화기 뺏는 소리 들린다)
여보세요?
부스 밖, 석영이 흐뭇한 표정으로 최곤을 바라본다.
최곤
여보세요? 엄마...?
부산 청취자-엄마(E)
오빠...
저 88년도에 최곤씨 부산 시민 체육관에서
공연할 때 봤거든요.
오빠 방송 부산에서도 생방송으로 들을 수 있으면
억수로 좋을 낀데.
그나저나 한동안 안보이시더니 영월에서 디제이 하시고...
이제 갈 때까지 가셨네예.
최곤, 기분이 팍 상한다.
부산 청취자-엄마(E)
오빠, 신청곡 해도 됩니꺼?
최곤
신청곡은 영월 사람들한테만 받거든요.
하고 전화를 끊어 버린다.
14. 스타 팩토리 사장실(D)
박민수 너머 넒은 통유리를 통해 서울 강남의 전경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박민수, 상기된 표정으로 최사장을 바라보고 있다.
박민수
(정색하며)
뭐? 나 빼고 곤이랑 계약하겠다고?
이 자식이 이게... 너 나랑 곤이가 어떤 관곈지 알어?
최사장
가수와 매니저 관계 아닙니까?
박민수
니가 매니저가 뭔지 알어?
니가 돈으로 가수 키운다고...
곤이한테도 그게 먹힐 거 같애?
너 이 바닥 몇 년 됐어?
예전에도 너 같은 새끼들 많았어.
88년도에 곤이가 가수왕 먹을 때 너처럼
돈 좀 있는 매니저들이 얼마나 로비했는지 알어?
나 불알 두 쪽 밖에 가진 거 없었지만...
내가 곤이 가수왕 만든 매니저야.
알어? 이 자식아?!
최사장
(실소를 감추며 냉정하게)
그런 날이 다시 올 것 같습니까?
박민수
와, 이 자식아.
내가 그렇게 만들어.
곤이... 음반도 내고, 콘서트도 하고...
시에프도 뛰고... 두고 봐, 이 자식아.
하고 돌아서 입구 쪽으로 향한다.
최사장
음반은 누가 내주고,
콘서트는 무슨 돈으로... 누가 기획합니까?
박민수, 멈춘다.
최사장
시장에 7080에 대한 수요가 있습니다.
최곤씨는 상품성이 있죠.
최곤씨를 팔 수 있는 마지막 기횝니다.
박민수씨... 최곤씨에게 걸림돌이 되시겠습니까?
박민수씨께도 섭섭지 않게 해드리겠습니다.
박민수, 멈춘 채 돌아보지 않는다.
최사장
비즈니스는 타이밍이죠.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 제안입니다.
박민수, 끝내 돌아보지 않고 문을 열고 나간다.
15. 스타 팩토리 사장실 앞(D)
박민수가 나와 문을 닫고 기대서서 깊은 한숨을 쉰다.
비서와 눈이 마주치자 무안해 억지웃음을 짓는다.
16. 김밥 집 앞(N)
박민수가 걸어간다.
핸드폰 울린다. 보면 발신자‘가수왕’이라고 뜬다.
잠시 바라보다 전화 받는다.
박민수
응. 곤아.
최곤(E)
어디야?
박민수
왜? 뭔 일 있어?
박민수가 아내 순영이 하는 김밥집 앞에 닿는다.
박민수가 몸을 숨기고 가게 안을 본다.
탁자와 의자 등 집기들이 한쪽으로 모아져 쌓여 있다.
최곤(E)
담배가 없잖아, 담배가.
담배 가게 어디야?
박민수
고... 길 건너에 있어.
최곤(E)
언제 오는데?
박민수가 가게 밖으로 나오는 순영을 발견하고 얼른 몸을 숨긴다.
최곤(E)
여보세요? 형. 민수형.
박민수 살며시 전화를 끊는다.
가게에서 나온 순영이 셔터를 내리고 박민수가 있는 반대 방향으로 간다.
박민수, 순영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17. 라디오 스튜디오(D)
노래가 나가고 있다.
박민수가 스튜디오에 들어선다.
부스 안의 최곤이 박민수를 발견한다.
최곤
(밖으로 통하는 마이크 누르고)
에이, 씨... 어제 온다더니.
순영이랑 회포 풀고 왔지?
내 그럴 줄 알았어.
좋겠다. 마누라 있어서.
석영과 박기사가 최곤의 농담에 웃는다.
박민수
(부스로 다가가 문을 열고)
이 자식...
맨날 순영이, 순영이...
순영이가 니 친구냐?
하고는 부스 문을 닫고 스튜디오 밖으로 나간다.
최곤, 그런 박민수를 의아하게 바라본다.
박민수가 스튜디오를 빠져 나가고 노래 끝난다.
최곤
88년이니까... 벌써 근 20년 됐죠?
최곤의 멘트 이어지는 가운데,
스튜디오를 빠져나온 박민수가 방송국 복도를 지나 방송국 마당으로 나와
동강이 내려다보이는 벤치에 앉는다.
박민수의 모습과 멘트하는 최곤의 모습 교차 편집으로 보여진다.
최곤
"부활" 에서 탈퇴 한 이승철의 "안녕이라고 말하지 마"
자식 말이야, 그냥 있지... 탈퇴를 해 가지고.
그리고 박남정의 "아 바람이여"... 이거 난리 났었습니다.
게다가 대학가요제에선 생각지도 않았던 신해철이 떴고,
사랑과 평화에서 베이스 치던 이남이 선배는
"울고 싶어라"로 아주 뽕을 빼고,
이상은은 "담다디" 로 데뷔해서 영화까지 찍고...
이선희는 "나 항상 그대를"로 소녀들의 심금을 울렸죠.
그 해에 가수왕이 얼마나 치열했겠습니까?
매니저들... 자기가 데리고 있는 가수, 가수왕 만들려고
아주 전쟁이었습니다. 전쟁.
하지만 가수왕, 그게 로비로 됩니까?
결국은 실력으로! 누가 됐느냐?!
제 입으로 말하긴 쑥스럽지만 제가 먹었습니다.
그 때, 내 노래! 비와... 당신!!
멘트를 마친 최곤 ‘비와 당신’을 내보내고 보면,
스튜디오 부스 창 너머 벤치에 앉아 동강을 바라보고 있는 박민수의 뒷모습 보인다.
18. 방송국 마당(D)
방송국 건물에 달린 스피커에서 '비와 당신‘ 이 흐른다.
최곤이 건물을 빠져 나와 박민수가 앉아 있는 벤치로 온다.
최곤
(박민수 옆에 앉으며)
담배.
...
뭔 일 있지?
박민수, 담배 주며...
박민수
어제 담배 안 샀냐?
(불 붙여 준다)
최곤
내가 담배도 못살까봐?
박민수
(담배 한 대 깊게 빨고)
곤아, 저 동강이 말이야...
최곤
동강이 뭐?
박민수
저게 동쪽으로 흘러서 동강이냐?
동쪽에서 시작 되서 동강이냐?
최곤
전문대 나왔다는 거 거짓말이지?
동쪽에 있어서 동강이야.
박민수
곤아... 영월 좋지 않냐?
서울 가봐야 뭐 있어?
여기서 평생 니 노래나 틀면서 살자.
박민수, 고개 돌려 최곤 본다.
최곤
(일어나 담배 버리고 비벼 끄며)
순영이 데려다가 형이나 평생 살어.
최곤, 현관 쪽으로 간다.
박민수, 최곤이 건물 안으로 사라질 때까지... 최곤의 뒷모습 바라본다.
19. 별마로 천문대 관측실(N)
최곤이 박민수에 이끌려 들어온다. 다른 사람 아무도 없다.
최곤
여긴 왜 오자고 한 거야?
박민수
좋잖아. 별보고.
최곤
하여간 촌스러워요.
박민수, 망원경에 얼굴을 박고, 별을 본다. 한참동안...
최곤
좀 나와 봐.
박민수, 비키지 않는다.
최곤
비켜 봐. 나도 좀 보게.
박민수
(안 비키고)
별 진짜 많다.
최곤
나도 좀 봐.
최곤, 박민수가 계속 보자 같이 보려고 얼굴을 들이민다.
최곤이 망원경으로 별을 본다.
최곤
우와, 죽이네.
이거 볼 만하구만.
박민수
(잠시 최곤을 바라보다)
곤아, 너 아냐?
최곤
뭘?
박민수
별이 말이지...
지가 혼자 빛나는 별은 거의 없다.
최곤
(망원경 계속 보며)
그럼?
박민수
다 빛을 받아서 반사하는 거야.
최곤
태양은?
박민수
...
최곤
(말 없는 박민수를 힐끔 보며)
고졸이 확실해.
하고는 다시 망원경에 얼굴을 처박고 별을 본다.
최곤
별이... 동그랗네.
별 모양이 아니네.
박민수, 말없이 최곤을 한동안 바라본다.
박민수
곤아.
최곤
또 뭐?
박민수, 불러 놓고 말이 없다.
최곤 망원경에서 눈을 떼고 박민수를 바라본다.
박민수
나 서울... 갈려고.
최곤
순영이한테 정말 무슨 일 있어?
박민수
이 자식이 또 순영이...
순영이 김밥집이 너무 잘 되서
가게를 넓히는데...
최곤
그래? 잘됐네.
하여간 음식 솜씨는 타고 났어요. 근데?
박민수
늙어서 따신 밥 얻어먹으려면 지금이라도
기어 들어가서 카운터라도 봐야지.
최곤
형, 카운터 안보는 게 순영이...
(얼른)
아니, 형수 도와주는 거야.
하고 무시하고 다시 별을 본다.
박민수, 별을 보는 최곤의 옆모습을 바라보다 위를 본다.
관측실의 열린 천정 사이로 무수히 많은 별들이 반짝인다.
20. 라디오 스튜디오(D)
시그널이 나가고 있다.
최곤, 박민수에게 뭔가를 종용하고 있는데 박민수가 빼는 모습이다.
석영이 큐사인을 보낸다.
박민수가 진지한 표정으로 마이크에 다가 앉는다.
시그널에 물려 ‘George Baker의 I've been away to long’의 전주 흐른다.
박민수
How can I say to you I love somebody now
(내가 누군가를 지금 사랑하고 있다는 걸 어떻게 당신께 말할 수 있겠어요?)
You were so good to me always
(당신은 언제나 나에게 좋은 사람이었어요.)
And when I see your eyes I can't go on with lie.
(내가 당신의 눈을 볼 때면 나는 계속 거짓말을 할 수가 없어요.)
It breaks your heart but I just can't hide it, oh no
(그것은 당신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만 나는 그것을 숨길수가 없네요. 오노~)
최곤, 심각하기 그지없는 박민수를 바라보며 피식 웃는다.
박민수, 그런 최곤을 망연한 눈으로 바라보다 다시 진지하게 가사를 읊는다.
(jump)
박민수
Don't look that way to me.
(그렇게 나를 보지 마세요.)
It hurts you so I see. But I just can't go on with lie
(그것은 당신에게 상처를 주리라는 것을 나는 알아요.. 그러나 나는 거짓말을 할 수가 없어요.)
I gave you all I had. So there is nothing left
(나는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당신한테 주었어요.. 그래서 남은 것이 아무것도 없어요..)
I may be wrong. But I'd better go now. oh no
(내가 틀렸을지도 몰라요. 그러나 나는 지금 가는 게 좋을 거 같네요.. 오노~)
I,I've been away too long. Now I just can't go on
(너무 오랫동안 떨어져 있었어요, 나는 지금 갈수가 없어요.)
I've been away too. I,I've been away too long
(너무 멀리~~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어요~~~)
No, I can't feel so strong. I've been away long
(나는 그렇게 강하게 느낄 수가 없어요.. 멀리 떨어져 있었기에...)
박민수, 부스 밖 석영과 박기사를 바라보면
석영과 박기사가 재밌어 하는 밝은 표정으로 박민수를 보고 있다.
최곤, 지나치다 싶게 심각한 박민수의 표정에 다소 의아해 한다.
박민수
최곤의 정오의 희망곡,
스페어 디제이 박민수였습니다.
조지베이커의 ‘I've been away to long’ 들으셨습니다.
최곤
안녕하세요? 최곤입니다.
한 때 음악다방 디제이로 한 가닥 하던
스페어 디제이 박민수씨의 오프닝...
분위기 확 다운되는 게 죽이지 않습니까?
제대로 다운된 분위기,
신중현의 미인으로 살려보겠습니다.
미인 전주 나간다.
박민수, 일어나 말없이 부스 밖으로 나간다.
최곤, 부스를 빠져 나가 무거운 표정으로 스튜디오를 빠져 나가는 박민수를 바라본다.
신중현의 노래, ‘미인’... 이어진다.
21. 모텔 방(N)
박민수가 미인을 부르고 있다.
최곤
시끄러, 좀.
박민수, 아랑곳 않고 부른다.
최곤, 보다 못해 기타를 빼앗아 버린다.
박민수
(불쑥)
곤아, 나 서울 간다.
최곤, 박민수를 보면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jump)
최곤, 상기되어 있다.
최곤
농담이 아니었단 말야?
그럼 나는?
마누라도 뭐도 없는 나는?
박민수
...
최곤
난 여기서 이렇게 그냥 썩으라고?
박민수
이제 니 앞길 니가 알아서 해.
최곤
(어이없어 헛웃음 지으며)
언젠 형이 내 앞길 터 줬어?
박민수, 바라보면...
최곤
내 말이 틀렸어? 맞잖아.
형 나 잘 나갈 때 가오 잡은 거 말고 한 거 없잖아.
박민수
(굳은 표정으로)
그래, 이 자식아.
근데 이제 가오가 안서잖아.
그래서 갈려고.
뭐 잘못됐어?
최곤
도대체 이유가 뭐야?
여기까지 끌고 온 게 누군데.
시골 방송국 디제이, 가오 안 설 줄 알면서도
끌고 온 게 누군데.
박민수
안 왔으면? 영창에 있으면 가오 서고?
가오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내 인생 누구 땜에 조졌는데.
너 이 자식, 키워줬더니 그게 나한테 할 소리야?
최곤
막판에 배신하겠다 이거지? 엉?
나쁜 자식...
박민수
뭐? 자식?
최곤
그래.
가서 마누라한테 따신 밥 얻어먹으면서
잘 먹고 잘 살아라.
나 최곤이야. 알어?
나 최곤이라고!
박민수
...
최곤
가.
(방안의 박민수 물건 집어 던지며)
대신 갈려면 지금 당장 가.
박민수, 대충 짐 챙겨 진짜 간다.
최곤, 멍하게 서 있다.
문 닫히는 소리 들린다.
멍 하게 서있던 최곤이 달려가 창문을 열어 재낀다.
내려다보면 박민수가 여관을 나가고 있다.
최곤
야, 박민수.
한 가지만 알고 가!
박민수, 멈추지 않고 걸어간다.
최곤
나 다신 형 얼굴 안 봐.
알어?
박민수의 모습 멀어진다.
멀리... 창가에 서 있는 최곤의 모습 보인다.
22. 김밥집 앞(N)
박민수가 순영의 김밥집 앞에 서있다.
셔터가 내려져 있다.
23. 박민수의 집 (N)
지하 집 문 앞에 서있던 박민수 벨을 누른다.
문이 열리며 나오는 순영, 문 앞에선 박민수를 보고도 별로 놀라지 않고 거실로 들어가...
다듬던 김밥 재료들을 계속 만진다.
박민수
미정이는?
순영
(돌아앉은 채로)
자.
박민수 방 문 열어보면 딸이 곤히 자고 있다.
박민수
김밥집은 어떻게 된 거야?
순영
망해서 문 닫았지, 뭐가 어떻게 돼.
박민수
근데 김밥은 왜?
순영
아침 출근길에 지하철역에서 팔면 곧잘 팔려.
박민수, 말없이 순영의 등을 내려다본다.
24. 라디오 스튜디오(D)
최곤, 전화 연결 중.
할머니1(E)
저번의 그 할망구가 멍박이 있다고
우겨서 그러는데 그 전문가 양반 좀 바꿔줘.
최곤
(짜증내며)
그냥 대충치세요.
거, 점 10원짜리 치시면서...
제가 내 드려요?
하고 전화 끊고 노래(선곡 미정) 틀어 버린다.
석영
(부스 안으로 들어 와)
정말, 왜 그래요?
최곤
뭘?
석영
그럴 거면 아저씰 찾아요.
최곤
내가 그 자식을 왜 찾어?!
돌아 앉아 외면한다.
25. 지국장실(D)
최곤 석영 지국장 박기사가 소파에 앉아 있다.
지국장
강피디, 너 원주로 금의환향 못하게 생겼다.
석영, 의아해 바라본다.
지국장
‘최곤의 정오의 희망곡’ 서울로 옮긴단다.
너 서울로 발령 낸데.
최곤도 놀란다.
석영
정말이요?
선배...
하고 감격한 표정으로 최곤을 보면 최곤 멍한 표정이다.
박기사
여기는요?
지국장
원주랑 통폐합 하고...
넌 나랑 원주 가야지.
최곤씨, 축하합니다.
청취자들한텐 내일 바로 알리죠.
26. 라디오 스튜디오(D)
시그널 흐른다.
최곤
(복잡한 심기를 감추고)
여러분, 제가 방송하는 모습 궁금하지 않으세요?
전 예전에 라디오 들을 때 디제이의 모습이
궁금하곤 했는데... 아님 말구요.
전, 제 방송을 듣는 여러분들의 모습이 궁금합니다.
김양... 지금 다방에 있어요?
김양은 인기가 좋으니까 배달 나갈 준비하나?
INS. 터미널 다방
막 배달을 나가려던 김양이 멈춰 서서 스피커를 바라본다.
최곤
중국집 장씨는 라디오에 정신 팔려 있다가
주방장한테 뒤통수 얻어맞는 건 아닌가 모르겠네.
INS. 중국집
“너 빨리 안 해!”하고 장씨를 때리려던 주방장이 방송을 듣고 팔을 멈춘다.
최곤
고스톱 매니아 할머니,
제가 알아봤는데요, 멍박은 정하기 나름이랍니다.
싸우지 마시고... 미리 정하고 치세요.
INS. 마을 회관
패를 돌리던 고스톱 할머니, “멍박은 없는겨”하고... 마저 패를 돌린다.
최곤
야, 동강...
니들 오늘은 누구 코스프레냐?
설마 키스는 아니겠지?
INS. 이스트 리버 연습실
키스를 흉내 내느라 화장품으로 얼굴에 떡칠을 하던 이스트 리버 멤버들 “우~” 환호한다.
최곤
저보고 서울 가래요.
첫 곡 나갑니다.
노래(선곡 미정) 나간다.
석영, 부스 안의 최곤을 보며 어색한 미소를 짓는다.
최곤이 일어나 부스 밖으로 나온다.
석영
왜요?
최곤
커피 한잔 하려고.
석영
들어가 계세요.
제가 타드릴게요.
석영,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김씨가 김장훈을 데리고 들어온다.
모두 놀란다.
김씨
서울에서 온 인기 가수라는데.
김장훈이 부스 안의 최곤을 보며 씨익 웃는다.
최영도 사장 뒤따라 들어온다.
27. 방송국 앞 팔각정(D)
김장훈이 최사장의 차에 기대 서있다.
김장훈의 시선으로 보면 저만치 떨어진 곳에 최곤과 최사장이 나란히 서있다.
최사장
서울로 오시면, 바빠지셔야죠.
최곤
나 지금도 바빠요.
최사장
재기하셔야죠.
최곤
내가 언제 쓰러졌었나?
최사장
저희 회사와 계약하시죠.
최곤
그런 얘긴 제 매니저랑 하쇼.
최사장
박민수씨하고 결별했다는 소식 들었습니다.
최곤, 고개 돌려 최사장을 본다.
최곤
당신 민수형 만났어?
최사장
...
최곤
언제 만났어?
최사장
의외로 비즈니스 마인드가 있으시더군요.
짧게 말씀드렸는데 별 망설임 없이
최곤씨를 위한 결정을 하신 것 같습니다.
최곤
(복잡한 감정을 추스르고)
너... 민수형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최사장
민수씨와 함께 최곤씨의 미래에 대해 논의 했습니다.
민수씨에게도 섭섭지 않게 해드리려 했습니다마는...
최곤
입 닥치고...
너 이 자식, 니가 지금 무슨 짓을 한 건지 알어?
최곤의 말에 놀라는 김장훈, 둘 사이를 끼어들며 말린다.
김장훈
형 뭐하는 거야?
최곤
넌 입 닥치고 가만있어!!!
최사장
(당황함을 숨기며)
말씀을 좀 가려 하시죠.
최곤
너 내가 지금 너 치면...
그래서 깜방 가면... 꺼내줄 사람이 없거든.
민수형 있었으면 넌 죽었어, 자식아.
최사장, 주춤거리다 사라진다.
최곤, 홀로 남겨진다.
28. 서울 방송국 사무실(D)
전화기를 붙들고 있는 김국장이 곤란한 표정이다.
김국장
이 미친놈아, 뭔 소리하는 거야? 지금.
하여간 이 꼴통 때문에 내가 미쳐.
방송 이관이 낼 모렌데...
니가 나 옷 벗길라고 작정을 했구나.
29. 방송국 앞 팔각정(D)
노을이 지는 어라연 강가에 선... 김국장과 전화하는 최곤의 뒷모습.
최곤
하여간 난 서울 안 가.
나 여기서 그냥 이렇게 살 거야.
김국장(E)
너 재기하기 싫어?
최곤
응, 싫어.
한동안 침묵이 흐른다.
30. 라디오 스튜디오(D)
석영이 최곤을 노려본다.
석영
이유가 뭐예요?
최곤
나 여기가 좋아.
석영
난 여기가 싫어요.
최곤
그럼 넌 가.
석영, 최곤을 노려본다.
석영
아저씨 때문이죠?
최곤
그 자식 얘기 꺼내지 마.
민수형, 내 옆에서 가오 잡은 거
말고 한 거 아무 것도 없어.
석영
아니요.
선배 이날 이때까지 스타로 살았잖아.
망가져서 아무도 알아주는 사람 없어도
스타로 살게 해줬잖아.
그게 매니저잖아.
최곤, 석영을 노려본다.
31. 지국장 실(D)
벽 한쪽에 걸려 있는 역대 지국장들의 사진.
사진들 꽤 앞쪽에 젊은 김국장의 사진... 그리고 맨 끝에 (현재의)지국장 사진 걸려있다.
김국장(off-sound)
그럼 어쩌냐고?
기사 다 나가서 청취자들 최곤 방송
들을 날만 기다리고 있고...
내가 임백천이하고 의절해 가면서
겨우 방송 시간 비워 놨는데...
지국장
(즐기듯)
그러게 최곤을 왜 보냈냐고요?
김국장(off-sound)
하여간 예정대로 곤이 방송 전국으로
쏘는 거니까 하던 대로만 하면 돼.
지국장
여기서 방송하는 걸 전국으로 쏘는 게
기술적으로 가능합니까?
아... 역시 국민의 방송 KBS 대단합니다.
아니... 저야 원주에서 하라는 대로
하는 거니까... 뭐.
32. 영월 방송국 입구(D)
김씨가 플랭카드를 걸고 있다.
<축! 영월 KBS‘최곤의 정오의 희망곡’ 전국 송출>
33. 서울의 어느 지하철역 입구(D)
박민수가 순영과 함께 출근길의 직장인들에게 김밥을 팔고 있다.
그 옆 신문 가판대의 신문에 최곤 얼굴이 대문짝만하게 나와 있다.
박민수가 보면,‘최곤의 정오의 희망곡, 라디오 방송 사상 최초로 지방에서 전국으로 송출...’
기사가 눈에 들어온다.
34. 방송국 스튜디오(D)
시그널이 나가고 있다.
스튜디오에 서울의 김국장 모습도 보인다.
석영, 부스 안으로 큐 사인을 준다.
최곤
(느끼하게)
처음이라는 말처럼 설레는 단어가 있을까요?
첫 울음, 첫 눈, 첫 만남...
석영, 피식 웃으며 부스 안의 최곤을 흘긴다.
최곤
첫 데이트, 첫 키스... 첫 방송...
제가 영월에 와서 첫 방송 할 때
피디가 써준 오프닝 멘트였습니다.
그 때 읽다가 토하는 줄 알았는데
다시 읽으니까 유치한 게 참~ 좋네요.
전국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최곤의 정오의 희망곡... 최곤입니다.
Buggles 의 video killed the radiostar 전주 나간다.
최곤
첫 곡이 뭘까~요?
다 같이 듣고 맞춰 봅시다.
INS. ‘video killed the radiostar’흐르는 가운데...(항공 촬영)
영월 방송국의 송전탑에서 동강 줄기를 따라 영월의 전경을 보여주며 떠가는 카메라.
서울, 인천, 대전, 광주, 대구, 부산... KBS의 송전탑을 시작으로 각 도시의 전경 펼쳐진다.
35. 순댓국 집(N)
손님 없는 가운데 최곤이 술을 마시고 있다.
술이 떨어진다.
(jump)
호영이 최곤의 잔에 술을 따른다.
최곤은 마주 앉은 호영의 소주잔에 콜라를 따른다.
호영
(잔을 들어)
건배.
최곤
(잔 마주치며)
원 샷.
호영
(빈 잔을 머리 위에서 뒤집으며)
확인.
주방에 있던 할머니가 최곤과 호영의 모습을 바라본다.
36. 방송국 스튜디오(D)
광고 나오고 있다.
호영, 헤드폰을 끼고 최곤 옆에 앉아 있는 모습이 똘망똘망하다.
최곤
요거 끝나면 하는 거다.
호영이 고개를 끄덕인다.
최곤
편지 가져왔지?
호영
다 외웠어요.
광고 끝난다.
최곤
자, 시~작.
호영이 마이크 앞으로 다가간다.
37. 서울 어느 버스 안(D)
박민수, 순영과 버스 좌석에 나란히 앉는다.
버스 스피커에서 최곤의 방송이 나오고 있다.
호영(E)
아빠... 아빠, 저 호영인데요...
아빠, 이제 집에 오면 안돼요?
38. 라디오 스튜디오(D)
호영의 말 이어진다.
호영
아빠 나가고 할머니가 식당 하시는데
할머니 밤마다 울어.
아빠, 아빠가 와서 옛날처럼 식당하면 안돼요?
최곤, 딱한 표정으로 호영을 바라본다.
INS. 호영의 말 이어지는 가운데... 서울-서울역, 인천-연안부두 대합실, 부산-광안리, 대구-달성 공원, 광주-무등산 공원 등... 전국에서 최곤의 방송을 듣는 사람들의 모습 스케치된다.
호영
아빠, 아빠 나 땜에 나간거지?
그지?
(울먹이며)
나 이제 우영이하고 안 싸우고
할머니 말 잘 들으니까 이제 돌아오세요.
꼭 돌아오세요.
최곤
(보다 못해)
누가 그래?
호영
예?
최곤
아빠가 너 땜에 집 나갔다고 누가 그래?
호영
아빠가 술만 먹으면 그랬었거든요.
내가 자꾸 동생이랑 싸우고
할머니 말 안 들어서 못 살겠다고.
최곤
니 아빠 이름 뭐야?
호영
정상철이요.
최곤
야, 정상철.
너, 나 알지?
내가 당신 식당에서 사인해 줬잖아.
너 당장 돌아와.
야, 이 나쁜 자식아.
마누라 찾으러 집 나간 건 좋다 이거야.
근데 애가...
(분을 못 이겨 말을 잇지 못하다)
너 이 자식, 일단 돌아와.
와서, 호영이한테 그게 아니라고...
너 땜에 나간 거 아니라고 말하고 다시 나가.
최곤이 화내는 모습에 호영이 겁을 먹는다.
호영
아저씨...
그게 아니구요.
최곤
(버럭)
넌 가만있어!
호영의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최곤
너, 지금 어딨어?
당장 돌아와.
알았어? 이 나쁜... 박민수 같은 자식.
호영
아저씨...
최곤
울지 마.
니가 뭘 잘못했다고 울어.
울지 말라니까!
이 자식아, 니가 애비냐?
당장 돌아와.
호영, 결국 “으앙~”하고 울음보를 터뜨린다.
최곤이 서둘러 노래를 내보낸다.
최곤
노래 들으시겠습니다.
뭐더라?
(흥분해서)
그냥 들으십시오.
‘조용필의 그대 발길이 머무는 곳에’ 나간다.
최곤이 호영을 덥석 안는다.
최곤
울지 마.
넌 잘못한 거 없다니까 왜 울어?
울지 마.
최곤이 호영을 더욱 꼬옥 안는다.
호영, 최곤에게 안겨 울음을 참아보려 하지만 계속 어깨가 들썩인다.
바라보던 석영의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최곤
(갑자기 음악을 끊으며)
저도 사람 한 명 찾겠습니다.
석영이 유리 너머 최곤을 바라본다.
최곤
이름 박민수.
나이 마흔 여섯.
형!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돌아와, 씨...
장난치는 거지?
죽어.
나 그냥 친구들하고 언더그라운드에서
밴드한다 그러는데 형이 꼬드겼잖아.
키워 준다며?
조용필이 저리 가라로 만들어 준다며?
39. 서울 어느 버스 안(D)
방송을 듣다 놀라 할 말을 잃는 순영.
박민수는 순영을 의식하며 괜히 창밖으로 시선을 돌린다.
최곤(E)
형, 나랑 천문대 가서 별 볼 때 그랬지?
40. 라디오 스튜디오(D)
최곤
형, 듣고 있어? 형이 그랬지?
지 혼자 빛나는 별이 없다며.
와서 좀 비쳐주라. 쫌.
나, 빤딱빤딱 광내고 제대로 빛 한번 내보자...
최곤, 고개를 떨군다.
보던 호영이 최곤을 다독거린다.
41. 서울 어느 버스 안(D)
박민수가 창밖을 바라보며 애써 최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다.
순영, 박민수의 옆구리를 찌른다.
박민수 찌르지 말라고 순영을 밀친다.
순영
가라.
박민수
어딜 가?
순영
가.
박민수
안 가.
순영
나 최곤 팬클럽 회장이야.
안 가면 애들 풀어서 가만 안 둬.
박민수, 순영을 바라보다 외면한다.
순영
가, 이 화상아.
난 너 없어도 살아.
곤이 오빤 너 없이 못 살아.
당신도 최곤 없이 못 살잖아.
가.
박민수, 순영을 바라본다.
42. 라디오 스튜디오(D)
INS 비가 내린다.
광고 방송이 나가고 있다.
석영
노래 끝나고 전화 연결 할게요.
최곤
오늘은 그냥 차분히 음악 좀 듣지.
석영
해야 돼요.
노래 잦아든다.
최곤
(힘없이)
여보세요.
호영(E)
아저씨.
최곤
호영이?
호영(E)
예. 아저씨, 아빠 왔어요.
최곤
뭐? 정말?
호영(E)
예. 어젯밤에 오셨어요.
최곤
아빠 바꿔봐.
호영(E)
아빠, 아저씨가 바꿔 달래.
(하고 외친다)
싫대요. 아저씨 무섭대요.
아저씨, 노래 신청해도 돼요?
아빠가 신청해 달라고 한 건데.
최곤
뭔데?
호영(E)
비와 당신이요.
(jump)
최곤 기타를 퉁기며 ‘비와 당신’을 부르기 시작한다.
최곤의 마음이 가득 담긴 ‘비와 당신’
석영이 최곤과 최곤의 노래에 젖어 든다.
43. 영월 방송국 전경/영월 전경(D)
빗속의 영월 방송국.
비에 젖은 송전탑 너머 영월 시내 전경이 보인다.
최곤이 부르는 ‘비와 당신’이 영월 시내를 촉촉이 적신다.
44. 방송국 건물 현관(D)
최곤이 쪼그리고 앉아 내리는 비를 바라보고 있다.
최곤 너머, 복도를 지나던 석영이 잠시 최곤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사라진다.
최곤, 발 앞에 고인 물에 떨어져 튕기는 빗방울을 바라본다.
문득 고개를 들면 우산을 쓴 한 사내가 방송국 입구를 지나 걸어오고 있다.
우산 밑 담배를 피우고 있는 얼굴, 박민수다.
최곤, 슬쩍 고개를 돌려 시선을 피한다.
박민수가 다가와 최곤 앞에 선다.
박민수
(아무렇지도 않게)
뭐하냐?
최곤
담배 사러 갈려고 했는데...
에이, 씨... 비가 오냐...
박민수, 피우던 담배를 내민다.
최곤, 잠깐 망설이다 받아 한 모금 피운다.
최곤
침을 묻히냐?
하고 짜증내며 담배를 빗물에 버리고 일어나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박민수
아이, 자식... 장초를 버리냐?
그거 침 아냐.
비야, 임마.
하며 최곤을 따라 건물 안으로 사라진다.
45. 방송국 전경(D)
맑게 갠 날씨.
중국집 오토바이가 방송국 정문을 지난다.
46. 라디오 스튜디오(D)
‘유앤미블루의 언제나 내 곁에’, 나가고 있다.
부스 안에서 최곤이 박민수와 짬뽕을 먹으며 뭐가 재밌는지 키득거린다.
석영이 맘에 들지 않는 표정으로 바라보다 일어나 부스로 들어간다.
석영
(들어서며)
왜 부스 안에서 밥을 먹어요?
최곤
그럼 어뜩하냐?
방송 시간이 딱 밥 땐데.
아침도 안 먹고 나오고.
석영
왜 아저씨까지 이래요?
박민수
단무지가 하나라.
석영, 뭐라 한마디 더 하려다 관두고 짜증내며 나간다.
최곤과 박민수, 맛있게 짬뽕을 먹는다.
노래 끝나가자 최곤이 멘트 할 준비를 한다.
그사이 박민수가 하나 남은 단무지를 날름 가져다 먹는다.
최곤
장씨, 여기 단무지 하나만 더 갖다 줘.
다음 곡 들으시겠습니다.
이스트 리버의 ‘비와 당신’
이스트 리버가 리메이크 한 ‘비와 당신’힘차게 나온다.
에필로그...
홍대의 인디 밴드 클럽, ‘비와 당신’ 이어진다.
서울로 입성한 이스트 리버가 열정적으로 ‘비와 당신’을 연주한다.
정열적으로 환호하는 사람들... 영화 ‘라디오 스타’의 출연진과 스탭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