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왈 위 선자, 천보지 이복(子曰 爲 善者 天報之以福)하고,
위불선자 천보지 이화( 爲不善者 天報之以禍)니라.
/공자왈 착한 일을 하는 사람은 하늘이 복을 주고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하늘이 재앙을 내린다.>
명심보감 계선편에 나오는 공자님의 말씀이다. 우리말에는 '하루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는 속담도 있다. 하루강아지는 세상 경험이 없기에 범이나 어미 개나 구분을 못하니 범이 무서운 줄을 모른다는 말이다. 그러니 나이가 많고 적고가 아니라 생각의 깊이나 지적 (知的)수준의 정도가 배움과 삶의 기간에 따라 천차 만별일진데 어린 시절에는 사람이나 동물이나 배가 고프면 겁도 없이 소리내어 울기만 한다. 작금 우리나라 여러 이익 집단의 막무가네식 시위도 이런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왜 우리는 착하게 살아야 하는가? 부당한 이익을 취하거나 대가를 받고 나쁜 일을 많이 하여 날마다 신문지상에 오르내리는 많은 사람들이 국회의원들이다. 우리나라에서 국회의원을 하다가 하늘나라로 가면 그들은 특권이 너무 많아서 옥황상제도 부러워한다는데 일반 사람들처럼 특권도 없는 사람들에게 이런 말을 하면 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는 묻지 않아도 뻔하다.
“ 착하게 살지 않고 나쁜 짓만 골라서 하고 사는 사람들이 오히려 출세를 하고 특권이 너무 많아서 줄여야 할 만큼 떵떵 거리며 살고 있는데 우리는 왜 그렇게 착하게만 살아야 한다고 하는가?” 라고 반문을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젊어 한때 욕망에 눈이 어두워 때로는 비 양심적인 유혹을 받지않고 살아오기가 결코 쉽지 않았다고 해도 연광 이 반정도 넘긴 이순의 나이나 희수, 미수의 나이가 되면 명심 보감의 이 말이 옳다는 것을 차츰 깨닫게 될 것이다.
『명심보감』은 ‘마음을 밝히는 보배로운 거울’이란 뜻으로 중국의 경전과 사서史書, 제자백가, 문집 등에서 가려 뽑은 주옥같은 200여 개의 문장들의 모음이다. 작지만 작지 않은 이 책엔 동양적 수양과 명상, 의미 있는 삶의 실천을 위한 금언으로 가득하다.
『명심보감』의 국내 전래는 추적秋適이 『명심보감』을 지은 것으로 알려지게 된 동기는 구한말에 나온 대구 인흥사재본(大丘仁興舍齋本)이 유포되기 시작하면서 그렇게 되었다는 게 일치된 시각이다. 드문 경우이지만, 어떤 사람은 『명심보감』에 율곡栗谷의 서발序跋이 실린 것을 두고 율곡이 지었다고 보기도 하는데, 그런 견해는 하나의 설에 불과할 뿐 논리적 타당성이 없다. 그 이유는 서발 자체에 율곡이 지은이가 아님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서문 첫머리에는 “옛사람이 훗날의 배우는 자들이 이익(利益)만을 따르고 의로움을 잊어버릴까 걱정하여 지었다”는 언급이 있고 발문에서는 “지난해(1549)겨울, 아버지께서 영남에서 돌아오실 때 『명심보감』 한 권을 손수 가져오셨다. 그 속에 실려 있는 수 많은 구절들은 모두 권선징악에 관한 글이다. 나는 재삼 펼치고 읽으면서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언급이 나온다. 발문의 내용으로 볼 때 이미 율곡 생존 당시 일부에 『명심보감』이 유포되어 있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전국적으로 유행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어느 정도 감안하더라도, 이 책은 적어도 400여 년 동안 이 땅의 백성들에게 정신적 양식을 공급해 왔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명심보감』에는 공자와 맹자 등 유가 인물들의 어록이 상당히 많지만, 장자莊子나, 열자列子, 현제玄帝, 동악성제東嶽聖帝 등 도교 관련 인물도 적지 않으며, 소열제昭烈帝, 유비劉備, 당唐 태종太宗이나 송宋 휘종徽宗 등의 제왕들, 태공太公이나 마원馬援, 사마온공司馬溫公(사마광), 소강절邵康節(소옹)과 같은 인물들, 도연명과 소동파와 같은 문인들, 주돈이, 주희 등 성리학자의 금언과 격언들이 두루 실려 있다. 그리고 이 책에서 가려 뽑은 중국의 고전들은 『시경』 『경행록』 『설원說苑』 『익지서益智書』 『성리서性理書』 등 다양하다.
다양한 고전들과 널리 알려진 인물들의 언행을 중심으로 엮었기에 이 한 권을 통해 많은 고전들과 선현들의 주옥같은 문장을 접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준다는 점이 『명심보감』의 미덕이다. 유가와 도가와 잡가의 말이 함께 들어 있어 제가백가의 서로 다른 사고의 편린도 엿볼 수 있다. 물론 그 표현은 다소 다르지만 우리들이 모두 가슴 깊이 새겨야할 말씀들이라는 점에서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우리는 태어나면서 가족과 이웃, 친구, 스승, 윗사람, 아랫사람 등 수많은 인간관계를 맺게 된다. 그런 인간관계를 규정하는 것이 삼강오륜三綱五倫으로 대변되는 동양적 가치관이다. 그 가치관은 기본적으로 가정과 사회의 질서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그런 질서는 개인과 개인 사이에서는 예절로 나타나고, 사회적으로 보면 선善을 추구하고 과도함을 경계하는 세계관으로 나타난다. 모든 고전이 그렇듯이 오늘의 시각에서 보자면 다소 걸맞지 않은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고, 혹자는 『명심보감』의 내용이 시대착오적이지 않느냐고 비판하기도 한다. 봉건사회의 윤리도덕과 가부장적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데 긴요한 내용들로 되어 있기에 시의적절하지 않거나 꼭 들어맞지 않는 부분도 적지 않다. 이런 시대적 차이를 염두에 두고 보면 『명심보감』의 가르침은 세상을 좀 더 너그러운 태도로 바라보는 소중한 삶의 지혜가 될 수 있다.
400여 년의 세월을 묵묵히 지탱해 온 뚝심 있는 책 『명심보감』은 분명 시대를 뛰어 넘는 보편적 가치를 획득하고 있다. 이 책에 나오는 금언들은 개인의 수양에서부터 가정과 국가를 원만하게 이끌어가고 건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원칙들이다. 학문에 뜻을 두건 그렇지 않건 간에 아이들 교육에 있어서 이 책만큼 참사람으로 키워내기 위한 훌륭한 지침서는 없으리라고 본다.
어떤 사회를 막론하고 그 사회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삶의 지침서 같은 책의 영향은 절대로 과소평가할 수 없다. 많이 알려져 있지만 제대로 읽어보지 않았을 법한 책이 바로 『명심보감』이기도 하다. 과연 이 책이 왜 오늘날에도 인성교육의 필독서요 삶의 지혜서로 주목을 받는 지 이유를 각자 한번 생각해보기를 권해본다.
날마다 신문지상이나 유투브등 각종 언론메체를 장식하는 착하지 않고도 우쭐거리는 군상들이 범람하드라도 오늘을 사는 우리 세대가 다시 한번 마음을 가다듬고 착하게 살아서 하늘로부터 복을 많이 받게되기를 기원해 본다. 선행을 많이 베푼 집안에는 좋은 일이 생긴다고도 했으니까 말이다. 積善之家 必有餘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