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에서 신망이 두터웠던 법정 스님이 얼마 전 세상을 떠났습니다. 언론은 좌우를 막론하고 이를 대서특필했습니다.
방송 3사의 뉴스 중 가장 시청률이 높은 KBS 9시 뉴스는 스님이 사망한 3월 11일에 법정스님 관련 기사를 2개 편성했고, 이튿날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다비식이 열린 13일에는 헤드라인 뉴스부터 시작해서 5개 연속으로 고인에 대한 기사가 나왔습니다.
공영방송인 MBC의 '뉴스데스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11일 2개, 12일 2개의 기사를 편성한 후 13일에는 탑뉴스를 비롯해 4개의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불교신자가 아닌 대다수 국민들에겐 다소 의아했을 수도 있는 편성이었습니다.
작년 4월, 천주교계의 정신적 지주였던 김수환 추기경이 사망했을 때도 KBS와 MBC의 보도 행태는 비슷했습니다. 공영방송은 고인에 대한 추모를 사실상 강요했습니다.
그렇다면 기독교계의 큰 어른인 김준곤 목사와 정진경 목사가 별세했을 때 공 영방송은 어떻게 보도를 했을까요?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총회장과 한기총 대표회장, 한국기독교 100주년기념사업협의회장, 한국세계선교협의회 대표회장, 월드비전 이사장 등을 지낸 정진경 목사님이 별세한 2009년 9월 3일. MBC 뉴스데스크는 이 사실을 단 한꼭지도 다루지 않았습니다. 같은 날 KBS 9시 뉴스 역시 고인의 별세 소식을 외면했습니다.
한국대학생선교회(CCC)를 설립하고 국가조찬기도회를 시작한 김준곤 목사님의 별세 소식 또한 KBS 9시 뉴스와 MBC 뉴스데스크에 의해 외면받았습니다. 법정 스님과 김수환 추기경의 죽음에 대해 일주일 가까이 대대적으로 보도했던 이들 공영방송이 두 기독교계 원로들의 별세에 대해서는 짤막한 단신 조차 할애하지 않은 것입니다.
몇년 전부터 불교계는 '종교편향'을 줄기차게 문제 삼아 왔습니다. 공영방송의 보도 행태를 보면 대한민국엔 종교 편향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 실체는 기독교에 대한 일방적인 무시와 편견입니다. 종교 편향의 피해자는 과연 누구이고, 가해자는 누구인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씁쓸한 현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