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시절 리틀엔젤스 단원으로 네 차례 세계 순회공연
色·光·舞 조화로 판타지 총합한 '호두까기인형' 대히트
예술적 분위기·수려한 풍광·인간과 음식문화에 취한 몰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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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숲향 | [그린경제=장석용 문화비평가] 안무가 홍경희(洪敬姬·Hong Kyung Hee)는 1956년 1월 30일 서울 청파동에서 태어났다. 신실한 마음과 팀워크를 중시하는 탓에 친구들이 많은 편이다. 노란 유채 꽃이 그려지는 그녀는 강인한 인내력과 촘촘히 하나씩 구들을 놓듯 세상을 살아왔다. 타인의 행복이 나의 기쁨이라는 신조는 ‘몸’의 기호학을 연구하는 그녀의 좋은 품성으로 꼽힌다.
그녀는 숙명여대 무용과와 한양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부산시립무용단 예술감독으로 봉직하고 있다. 열 살 때부터 리틀엔젤스 창단 멤버로 네 차례의 세계 순회공연과 올림픽 문화사절 등 어린 소녀시절부터 세계무대에서 자신의 역할을 터득했다. 바람에 흔들리는 보릿대들과 나비의 부드러움이 세상을 지배할 수 있는 이치를 깨달은 것이다.
대학 졸업 뒤, 1978년부터 1999년 12월까지 서울시립무용단(현 서울시 무용단)에서 그녀는 무용수로서 엄격한 도제 수업을 거쳐, 수석단원과 지도위원을 거치게 된다. 그녀는 83년 『무희』로 안무가로서의 족적을 남긴다. ‘춤의 길’을 가는 자신의 모습을 반추한 이 작품으로 춤꾼으로서의 각오를 다지면서 ‘오고야 말 행복’을 위해 전력투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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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풍경과 우화 | 그녀는 한국 전통 기본 춤사위를 바탕으로 다양한 창작 춤 언어를 구사하며 창작춤 무대를 만들면서 솔로와 군무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정확한 감각적 능력을 익히게 된다. 새 밀레니엄의 시작부터 삼년을 꼬박 전북도립국악원 무용단장 및 안무자를 역임하게 된다. 예술적 분위기와 수려한 풍광, 인간과 음식, 그 문화에 취해 완전 춤 몰입의 경지에 이르게 된다.
틈틈이 서울예술대, 대진대, 숙명여대, 한양대 등에서 후학을 양성하면서 2007년 9월부터 2011년 12월까지 인천시립무용단 예술감독 겸 상임안무자로 활동했다. 거치고 들뜬 분위기를 가라앉히고, 기본기와 정석을 통해 예술가의 기본을 중시하며 예술성과 오락성을 가미한 인천에서의 그녀의 작업과 안무는 가시적 성과물로 곧 나타나게 되었다.
86아시안게임, 88서울올림픽, 88장애인올림픽의 개·폐막식과 2002 세계소리축제, 2002FIFA전주대회 안무,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 인천지역 홍보대사를 역임하였고, 국내 주요 행사의 안무 외에도 국내·외 개인공연 및 초청공연, 해외공연, 한국무용연구회 이사, 춤전용 M극장 운영위원, 한국무용사학회 상임이사 등으로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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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지인화 | 그녀는 『New 인천환타지-물의 성, 물의 노래』로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로부터 ‘올해의 최우수 예술가상’을 수상했으며, PAF춤공헌상을 수상했다. 대기만성형인 그녀는 ‘자신의 진가는 늘 나중에야 빛을 발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지역을 옮겨 다니며 자신의 빛나는 광채를 보이고 있는 그녀는 역마살을 즐기는 진정한 자유인인 것 같다.
그녀의 최근 주요 안무작으로는 『흰 바람 소리, 08』,『봄-풍경과 우화, 08』,『우리 춤의 문과 길-천지인화, 09』,『호두까기인형, 09』, 『New인천환타지-물의 성, 물의 노래, 09』,『풍속화첩-춤, 사랑가, 10』,『그날의 정원, 11』,『풍속화첩-춘향, 11』등 다수가 있다. 하나같이 기본기가 탄탄한 작품들로 브랜드 상품으로 존재가치가 있다.
특히 인천시립무용단 제65회 정기공연 홍경희 예술감독, 정현주 연출의 춤 『호두까기 인형』은 ‘호두까기 인형’의 코리안 버전으로, 남녀노소 관객 모두를 홀린 엔터테인먼트물이다. 고정레퍼토리로 자리 잡을 수 있는 작품이다. 전통 춤과 발레, 클래식과 현대, 색, 광, 무(色, 光, 舞)의 조화로 모든 판타지를 총합한 ‘있음직한’ 유쾌한 동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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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속화첩 춤사랑가 | 응축되고 축적된 연기가 용해되면서 춤 향을 품는 미세 춤사위와 역동성을 갖춘 이 작품의 장점은 가정과 나눔, 소통과 희망, 화합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점이다. 발레와 교향곡, 어떠한 장르와의 크로스오버도 가능하게 한 작품이다. 한국 정서에 맞는 동화로 유년의 추억을 반추하는 마법으로 작은 아이디어가 큰 행복을 가져다 준 작품이었다.
인천시립무용단 제67회 정기공연 ‘NEW 인천 판타지’는 물오른 춤사위로 촉촉해진 무대였다. 인천의 과거와 현재·미래에 대한 비전을 보여주는 장편 춤극으로 프롤로그를 제외한 다섯 개의 장으로 나눠진 이 작품은 ‘물의 성(城), 물의 노래’란 부제가 붙은 것처럼 메인 이미지는 물을 감싸고 있는 인천이었다. 하늘을 나는 물고기를 연상케 하는 작품이다.
세월의 흐름과 인천의 과거를 회상하는 수신녀가 무대 중앙에 위치한 펌프에 물을 넣으면서 인천의 서사는 펼쳐진다. 옛 우물에서 건져낸 미추홀의 동화는 도깨비불의 유희처럼 멀리서 판타지로 비쳐지지만 모든 것이 현실로 급 치환되고, 시원(始原)과 개항, 인천상륙작전과 같은 큼직한 역사의 사건에서 물꼬를 트는 인천의 모습이 물의 이미지 속에 부각되었다.
‘NEW 인천 판타지’는 물과 여성, 미추홀 판타지를 수채화처럼 표현한 세미다큐멘터리이다. 군무(群舞)는 인천 창작무용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한 안무가 홍경희의 각고의 노력이 돋보인 작품이다. 넓은 무대에서 기량이 농익은 춤꾼들이 발산해 내는 에너지, 춤을 통해 인천의 색깔을 찾아가는 홍경희의 기량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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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두까기인형 | 2006년 춤 전용 M극장이 기획 공연한 한국 전통춤의 변주는 40대 한국 중견 무용수들의 전통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이동안 선생의 신칼대신무를 변주한 홍경희의 『가고, 또 가고』에서 홍경희는 진행형인 무용가의 삶을 동화적이면서 고뇌에 찬 심도있는 격정적 연기로 깔끔하게 처리하면서 전통적 한국무용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서정적 춤 선의 변화는 달밤의 서정과 맞닿아 있고, 긴 기다림과 동경은 간절한 기도로 이어진다. 신목(神木)에 대한 정성은 다양한 담론으로 이어진다. 흑백의 절묘한 복식의 조화는 한국 서정에 걸맞은 조명과 더불어 종이꽃이 소생할 신명을 토해낸다. 그녀는 바람을 불러오고 현대성을 획득한 샤먼 댄스는 축약된 기원의 깊은 묘미를 느끼게 한다.
백현순 안무의 태양새를 위한 제(祭), 『태양새 고원을 다시날다, 07』에서, 백제 역으로 출연한 홍경희는 도움이 필요할 때 우리를 늘 도와주었던 민족의 대표적 상징물 ‘태양새는 전쟁, 국론분열과 사리사욕에 빠진 탐관오리를 보면 사라진다. 전쟁과 아픔을 스쳐가고 백성들의 울음이 하늘에 닿는다.’는 분위기 창출에 의미적 춤을 춘 춤꾼으로 기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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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환타지 | 인천시립무용단 제69회 정기공연 『풍속화첩(風俗畵帖)-춤, 사랑가』는 창단 30년을 기념한 작품으로 우리 고유의 전통춤을 ‘춘향의 서사’에 담는다. ‘춘향전’의 전개방식을 따라가며 익숙한 전통춤과 신선한 창작 춤을 통해 사랑의 춤을 보여준 작품이다. 이 창작 춤은 집약된 감정을 신감각에 담아 객석과 무대의 감정이입을 이끌어 낸다.
‘춘향전’의 기존 서사에 대한 새로운 해석, 무용과 판소리, 국악, 농악까지 하나 되기, 이미 완결성을 가진 작품들을 새로이 엮는 노력 끝에 춤과 춤이 모여 흥미진진한 작품이 된 이작품은 기존 전통춤의 공연 방식을 깨는 신선한 시도였다. 동래학춤, 부채춤, 나나니 춤, 한량무, 장고춤, 검무, 북춤, 교방 굿거리 춤이 캐릭터와 어우러져 흥미를 배가시킨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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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속화첩 춘향 | 홍경희, 그녀의 탐미적 춤 미학은 지정학적 위치와 어떤 관계가 있을까? 서울, 전주, 인천, 부산을 오가며, 춤만을 생각했을 그의 원죄는 우리시대의 우화(寓話)일까? 그녀의 춤의 서사구조는 낱말 없는 경전은 아닐까? 부산은 항구다. 그녀의 ‘무희(舞姬)’적 상상이 아직도 꿈틀됨을 느낀다. 아름다운 선택이 부산에서 만개하기를 기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