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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백산 라이딩 후기 [고한에서 태백 당일] 분당 야탑에서 아침 6:40 출발 하여 사북 고한 공영 터미널에 09: 30분 도착. 만항재와 함백산 정상을 오르고 오후 4시 40분 태백 터미널 도착. 귀경하였다. 총 라이딩 거리는 33.5km이며, 고도 860m를 오르는 박진감 넘치는 코스다. 태백의 장엄한 풍경을 손바닥만 한 핸드폰 카메라에 담으며 어린아이처럼 가슴이 뛰었다. 다섯 시간 가까이 온 힘을 다해 자전거 페달을 돌린 피로가 일순간에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산은 이래서 오른다. 가끔은 이 무슨 짓인가! 자책감이 들기도 하지만 자연은 언제나 우리가 애쓴 만큼 보람도 안겨주었다. 멀리 산 아래로 보이는 곳이 사북과 고한. 그곳에서 이곳 함백산 정상 까지는 자전거 길로 17.3km 거리다. 해발 고도는 사북이 700m 남짓 되고 이곳 함백산(1573m) 과의 표고차이는 900m 가까이 된다. 만항재 정상(1330m)까지는 자전거를 타고 올랐으나 나머지 함백산 정상까지 오르는 고도 240m 구간은 도로 사정이 나빠서 절반정도는 끌 바를 했다. [사북.고한 공영 터미널 ~ 상갈래 교차로, 5km] 장거리 라이딩에서 항상 느끼는 일이지만 낫선 도시에서 방향감각을 제대로 찾지 못하는 습성은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사북. 고한 공영 터미널을 나와서 한참을 어리둥절하다가 도로변에서 순번을 기다리는 택시 기사님께 여러 번 묻고 또 물어서 ‘상갈래교차로’ 로 향하는 길을 들어섰다. 터미널에서 상갈래 교차로까지 5km 구간은 차량 왕래가 많은 대로의 갓길과 고한 터널(500m)을 통과함으로 주의를 요한다. 터미널에서 약 700m 가량 내려가다가 부처소교차로에서 우측 길로 우회하면 대로(강원 남로)와 만나게 되며, 상갈래 교차로까지 직진이다.
[상갈래 교차로 ~ 정암사, 2.7km] 상갈래 교차로는 사북. 고한에서 태백으로 가는 구 도로와 신 도로의 갈림길이다. 이곳에서 정암사 방향 안내표시를 따라 만항재로 오르는 구 도로(오른쪽)로 들어서면, 차량 왕래가 거의 없고, 정암사까지 2.7km 거리를 약 100m 정도 오르는 가벼운 길이다. 정암사는 645년 신라 때 자장율사가 세운 고찰이다. 세속의 티끌이 끊어져 정결하기 짝이 없음으로 정암사(淨巖寺)라 이름 하였다는데, 산사는 고요하고 스님의 독경 소리만 들린다. 입구에서 약 50m 경사진 길을 따라 들어가면 본당과 적멸보궁이 있고, 안쪽으로 현재 건축 중인 문수전이 보인다. 적멸보궁 앞 뜰 마당 한 가운데 서 있는 주목은 자장율사가 이 사찰을 세우고 평소 사용하던 주장자를 꽃아 신표로 남긴 것이 싹을 틔우고 자라 오늘에 이르렀다고 한다. 1300년이 넘는 세월 사찰을 바라보았을 이 주목나무는 이제 몸통이 거의 말라버렸고 근육처럼 붙어있는 수피를 따라 가지들이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이곳에는 10시 30분 도착하였고 약 30분간 쉬다가 11:00에 출발했다. [정암사 ~ 만항마을, 3.2km] 정암사에서 만항마을까지 오르는 길은 3.2km 거리, 약 290m 오르막이다. 다행히 차량 왕래는 거의 없고 도로사정은 좋은 편이지만, 군데군데 급경사가 나타나는 힘든 길이다. 사력을 다해 페달을 밟아 30분 만인 11시 30분 만항마을에 도착하였다. [만항 마을] 만항 마을은 만항재 아래 첫 동내로 2000년도 이전 석탄 산업이 호황을 누릴 때는 인구 1000여명이 북적 대던 곳이었는데, 경기가 침체되면서 모두 떠나고 지금은 소수의 사람들만 남아 있다. 도로변에 식당이 몇 군데 있지만 제철이 아닌 탓인지 인적은 없어 보였다. 최근에는 함백산 정상에서 열리는 야생화 축제가 성공을 거두면서 찾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만항마을 ~ 만항재 정상, 2.4km] 만항 마을에서 만항재 정상까지 2.4km 구간은 해발 1100m에서 1330m 까지 오르막이다. 고도가 높아서인지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숨이 차올라 페달을 돌리기가 어렵다. 정상은 눈앞에 보이는데 끌바의 유혹을 이기며 힘들게 올랐다.
[만항재. 해발 1330m] 12:30분 만항재 정상에 올랐다. 고한에서 이곳까지 총 13.3km 짧은 거리지만 610m를 오르는 힘든 코스를 3시간 만에 올랐다. 이곳에서 한 시간 가까이 쉬며 간단한 식사를 하였다. 만항재는 우리나라에서 자동차로 오르는 가장 높은 고개라고 한다. 이 고갯길은 고한에서 태백으로 통하는 국도였으나 지금은 새로운 두문동재 터널로 직통함으로 차랑 왕래가 거의 없게 되었다. 정상에 조성해놓은 야생화 공원에서는 매년 여름 야생화 축제가 열린다고 한다. [만항재 ~ 함백산 정상, 4km] 13:20분 만항재를 출발해서 14:40분 함백산 정상에 도착했다. 만항재에서 태백선수촌과 오투리조트 방향으로 향하는 약간 오르막길을 따라 약 1.8km쯤 가다 보면 함백산으로 오르는 길목이 나타난다. 이 길은 시멘트 포장으로 정상에 있는 KBS 송신소에서 이용하기 위한 도로. 일반 차량 통행금지다. 이곳에서 함백산 정상까지는 2.2km 이며, 약 240m를 오르는 시멘트 포장도로다. 위로 올라갈수록 도로의 훼손이 심하고 사이사이로 철근이 드러나 있어서 자전거 펑크의 위험이 있다. 우리는 중반 이후로 끌바를 했다. [함백산 정상 1573m]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물을 본다는 것은 꿸 사슬이 없는 상태에서 구슬만 가지고 있는 것과 같다. 해발 1573m 바위틈에서 외롭게 피어나는 들꽃을 보며 나는 살짝 부끄러웠다. 모진 풍상을 안다면 이 들꽃만 하겠는가! 드러내지 않는 겸손, 만족해하는 꽃의 자유로움 을 내가 다 알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우리는 늘 여기가 아닌 곳에서는 더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산다. 가끔은 자전거를 타고 가까운 탄천을 오를락 거리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렇게 먼 곳까지 내가 오는 이유는 욕망의 바람 때문이다. 자전거를 타고 새로운 도시, 낮선 사람과 길 위에서 나는 내 욕망의 바람을 채운다. 우리는 한 장소에서 지속적인 만족을 기대하지만 사실 어떤 장소에서 느끼는 행복은 짧다. 그러므로 자전거를 타던 걸어서 가든 우리의 진짜 욕망은 어딘가로 떠나는 것이다. 그래야만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것과 머릿속에서 떠오른 것들의 미묘한 차이를 알게 된다. 우리의 삶에는 시간의 점이 있다 이 선명하게 두드러지는 점에는 재생의 힘이 있어.... 이 힘으로 우리를 파고들어 우리가 높이 있을 땐 더 높이 오를 수 있게 하며 떨어졌을 때는 다시 일으켜 세운다. -워즈워스- 어떤 장소에서 느끼는 감정이 같은 한 단어로 표현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름다움을 보면 그것을 붙들고 소유하려는 강한 욕구를 느끼며, 뜨거운 정을 느끼기도 한다. 휴게소에는 중년의 여자 여행객 둘이 앉아 있었다. 우리를 보고 멋있다는 인사를 건냈다. 짧은 말 한마디에 금세 어린아이처럼 가슴이 뛰고, 그 설렘이 아직도 마음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태백에 내려 허기진 배를 채우러 들어간 콩국수집 사장님의 따스한 배려와 덤으로 내어준 참나물 부칭개 맛도 그런 것이다. [함백산 정산 ~ 태백, 16.2km] 하산 길은 정말 신나는 길이다. 한편 위험도 따른다. 산 정상에서 국도까지는 20분 정도 짧은 시간이지만 길이 위험하여 부분구간은 반드시 끌 바를 하여야 한다. 예상했던대로 국도에서 태백까지는 무동력이며 태백 시내에서 공영 터미널 까지는 도심을 한참 통과해야한다. 정상에서 터미널까지 1시간 20분으로 16:40분에 도착했다. 안타깝게도 야탑으로 향하는 버스가 10분전에 출발했고, 두 시간을 그곳에서 지체하였다. 덕분에 외할머니 콩국수 사장님의 따듯한 배려로 좋은 시간을 보냈다. 태백 가시는 분들께서는 터미널 근처에 있는 이곳 꼭 들려보세요! ☞ 더 많은 정보와 사진은 이곳으로 G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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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언제나 감칠맛 나는 후기는 다시 읽고 또 읽게 만드네요.ㅎㅎ
다음 여행이 기대되고 기다려 집니다^^
애고! 다녀가셨군요.
감사합니다.
여독은 다 풀리셨겠지요?
며칠 지나고 나니 또 생각이 납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