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열거한 베르세유궁전 등의 건축물들은 왕조의 멸망, 종교개혁, 그리고 암살 등을 겪게 되는 직간접적인 이유가 되었지만 오늘 날 세기의 건축물로서 후세들에게 물러 준 소중한 선물이 된다. 정말 아이러니하다. 몇 몇 미친 사람들이 당대의 시민들을 착취하여 얻어 낸 부귀영화가 오늘 날의 로토 잭팟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따라서 필자가 생각한 결론은 시간적인 측면을 적절히 조절하는 가운데 효율적인 방법을 통해 도시 프로젝트가 진행된다면 매우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 면에서는 스페인의 바르셀로나가 대표적인 도시이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1882년 시공을 하였지만 아직도 건립 중인 유럽을 대표하는 성당이며 (적절한 시간 조절), 스페인 대표 예술가 가우디의 손길은 호화스럽지는 않지만 그의 예술적 영혼이 온 도시를 풍요롭게 만들었다 (효율적인 방법).
오늘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비단 유럽의 건축물, 역사, 그리고 부작용이 아니라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오늘날의 일들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기 위함이다.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 개의 도시 관련한 주요 프로젝트들이 있다. 과거에도 마찬가지다. 최근에 제주도에서는 올레길 21코스가 완공되어 총 26개의 다양한 산책로가 420여 km나 된다니 꼭 가서 직접 체험하고 싶다. 서울에서는 2005년도에 청계천이 복원되었고, 서울시청 신청사 개관이 얼마 전에 있었으며, 동대문운동장에 짓고 있는 동대문 World Design Park는 계속 늘어나는 재정부담으로 인해 난항을 겪고 있다. 그리고 많은 돈을 투자하여 문화적 공간을 조성하려 했다가 한강변에 방치되어 흉물이 되어 가고 있는 세빛둥둥섬과 경인운하-한강을 연계한 유람선 사업은 서울시장이 바뀌어 원점에서 다시 살펴 보고 있다. 그리고 4대강 정비작업과 병행되어 추진된 전국 자전거 도로 연결작업 역시 마무리 된 것으로 알고 있다. 이와는 별개로 각 시도에서는 지역 특산품과 연계하여 도시브랜딩의 일환으로 각종 행사를 주관하고 있다. 보령머드축제, 인제빙어축제, 청도 소싸움 등은 그 나마 자리매김 한 것들로 여겨지나 여타 지역에서 행해지는 단일상품 위주의 축제들이 너무 난무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 밖에, 도시 빈민가에 벽화를 그려 마을에 활력을 넣어 주는 프로젝트를 하는 경우도 있다.
우선 느림의 미학을 슬로건으로 시작한 제주 올레길을 살펴 보자. 2007년 7,000여명의 방문객을 필두로 금년에 처음으로 100만 명이 넘어선다니 대단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원래 추구하는 철학과는 전혀 다르게 장장 420km에 달하는 길을 불과 수년 만에 신속 개통하였다. 아직 가 보진 못해 구체적으로 얘기할 바는 못되나 공사기간과 길이를 감안하면 토목공사 하듯 진행하지 않았나 싶다. 21개 구간은 모두 해안선을 따라 연결되어 있는데 구간 별로 어떠한 테마가 설정되어 있는지 자못 궁금하다.
일본의 4개 주요 섬 중 제일 작은 시코쿠 (四國)에는 올레길과 비슷한 순례길이 있다. 매우 오랜 역사를 갖고 있으며 사색을 하고 철학을 곱씹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모두 88개의 사찰을 방문하는 루트로 형성되어 있고 길 마다 흔치 않는 경관과 생각할 바가 있다고 한다. 와중에 시민들은 방문객을 위한 봉양과 음식제공도 한다. 요즘은 이런 전통을 더 해 미각과 시각을 즐기는 곳으로 변신하여 곳곳에서 맛있는 음식 (사누키 우동 등 우동 류로 유명함)과 예술 (노변 전시기획)을 즐길 수 있다고 하니 꼭 가보고 싶다.
제주 올레길은 아직 평가하기엔 이르고 시코쿠와 비교하기 곤란하겠으나, 제주도 26개의 구간에서 방문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사색의 시간은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 그리고 주변 환경을 고려한 보다 독특하고 다양한 소재가 무엇인지 좀 더 고민했어야 하지 않았나 싶다. 우리나라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소질은 있지만 컨텐츠가 신통치 않아 멋과 뜻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부가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은 일면이 있고 빨리 퇴색되는 경향이 있다. 올레길의 취지와 현재까지의 결과는 누가 뭐라 해도 대단하다. 제주도의 재정수입과 도민들의 소득증대에 기여 하는 바 크다니 최소한 이전에 소개한 유럽의 호화 건축물과는 달리 처음부터 성공적인 프로젝트라 할 수 있다. 지속적인 보완과 시민들의 의식 고취를 통해 제주도의 주요 자산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