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나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한 사람만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인간을 위해서 운다는 것 말이야
한강 다리 아래서 흘러가는 물을 물끄러미 보고 있는 그 사람 말이야
은행에서 대기번호 뽑고 앉아서 기다리는 그 사람 말이야
출근 시간 지하철에서 출입문에 기대어 조는 그 사람 말이야
눈이 온 산을 덮고 집을 덮고 길을 덮는데
고양이가 발자국을 내며 걸어오다 자꾸 뒤돌아보는 때 말이야
아이가 손을 짚고 일어서서 아장아장 걷는데,
코스모스는 피고 하늘은 너무 파란데
넘어질 듯 넘어질 듯 엄마 품에 안길 때 말이야
비가 지붕에 떨어지는 소리와
나뭇잎에 떨어지는 소리와 장독대에 떨어지는 소리가
습기 찬 방 안 선풍기와 함께 돌아갈 때 말이야
혼자 어둠 속에서 깨었다가 어둠이 어둠으로 번지고 번져
희미한 빛이 파도처럼 밀려올 때 새벽이구나 혼잣말 하는
목소리에 복숭아 꽃잎이 스르르 질 때 말이야
눈물이 나는 것 말이야
오가는 사람 없는 성당 한 귀퉁이에서 성모마리아가 우는 것 말이야.
****
나이 들어서인지, 까딱하면 눈물이 납니다.
푸른하늘을 봐도 눈물나고,
지는 해를 봐도 눈물나고
요새는 나무가 품고 있는 연두빛을 봐도 눈물이 납니다.
오늘은 형들하고 밥을 같이 먹는데, 밥먹으면서 식은 땀을 흘리는 형들의 모습이 눈물나더군요.
늙어가는 모습, 그것은 자연스러운 거지요.
그런데 왜 눈물이 나는 건지,
아마도 먼 훗날의 이별을 미리 짐작하기 때문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