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세계여행을 떠날 때 정년 10년을 채우고 폐차되는 마을버스를 여행의 동반자로 삼은 것은
자신의 모습과 동일시 했기 때문이다ㆍ
50대 중반,아직은 할 일이 남아 있는데 일터에서 자의 반,타의 반 떠나야하는 현실이
황혼기에 접어든 중년의 모습과 닮았다고 생각했다ㆍ
세계여행의 동반자로 선택한 '은수'는 12번 마을버스 '은수교통'에서 따왔다ㆍ
혜화역,서울대병원장례식장,종로5가역,세운상가,종로3가역을 쳇바퀴 돌듯 9년 10개월을 보냈다ㆍ충분히 더 달릴 수 있는데 은퇴 위기에 놓인 마을버스 '은수'를 타고 여행을 떠난다고 했을 때,
무모한 도전이라고 고개를 젓는 사람들이 많았다ㆍ
하지만 무사히 다녀와 많은 사람들에게 꿈과 도전이라는 희망을 심어 주었다ㆍ
이번 21회차 마을버스여행은 삼척부남리를 중심으로 2박3일간 진행되었다ㆍ
임택 대장님이 이번에는 주제가 '남미여행'이라고 나까지 초대해 주셔서 무척이나 설렜다ㆍ
숙소는 리모델링 공사 중인 삼척의 조용한 어촌 마을 부남미술관 2층 마룻방이다ㆍ
하태성ㆍ서민정님이 자신의 공간을 제공해 주었다ㆍ
창문도 없고 공사 장비가 어지럽게 흩어진 곳에서 세면대도 주방시설 조차 없는 곳에서
텐트를 치고 자연 속에서 점의 여행이 아닌 선의 여행을 했다ㆍ
의도하지 않은 상황이 벌어지는 것을 아무도 불평하지 않고 기쁜 마음으로 즐겼다ㆍ
전깃불도 없는 어둠 속에서 함께한 13명은 서민정 소프라노가 부르는 오페라 아리아를 듣고,
정경석 님의 노래와 기타연주에 잔잔해졌고,
김병목 님의 서정적인 하모니카 연주에 가슴이 애잔하면서도 포근해졌다ㆍ
열악한 상황에서 즐겁게 음식을 만드는데 앞장서 주신 하태성,이인태 님께 감사하고,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뒷일을 마무리하는 도보여행가 이헌준 님의 모습도 아름다웠다ㆍ
새벽 6시 새 소리와 맑은 바람이 잠을 깨웠기에 일어나 시골길을 걸으며 살구도 따 먹고,
새벽 시장에 가서 활기도 느꼈다ㆍ
오전 내내 비가 내렸을 때는 음악을 들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ㆍ
쉼없이 이어지는 이야기는 공감대와 새로운 지식을 얻게 했다ㆍ
묵호등대마을의 논골담길벽화를 보고,
맹방해변의 파도를 즐기고,
저녁에는 '남미여행'을 주제로 북콘서트를 열었다ㆍ
임택 작가가 찍어온 동영상과 남미 대륙에서 체험한 경험,
삶의 길이기도한 여행자로서의 태도에 대하여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었다ㆍ
나에게도 발표기회가 주어져 <느려도 괜찮아,남미잖아>가 나오기까지 이야기와
남미에서 일어난 계획하지 않았던 일들이 일어나 당황했지만 이제는 추억이 된 일들을
풀어 놓았다ㆍ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이고
여행은 서서하는 독서''라고 말하는 이번 여행의 동반자 이인태 님의 말에도 고개를 끄덕였다 ㆍ
''여행은 학교다ㆍ끊임없이 질문하고 답해야 하기 때문이다''
라고 하는 임택 작가 님의 의견에도 절대 공감한다ㆍ
이번 여행은 낯선 사람들과 낯선 여행을 했지만 색다른 경험이라 비운만큼 채워진 느낌이다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