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엔 꽃이 피네, 봄 여름 가을 없이 꽃이 피네 인천의 생태계, 세계를 지키다 ③ 인천의 야생화 태초부터 있었던, 인류의 대선배. 식물은 인간이 살아갈 수 있는 에너지를 공급하는 생명의 근원이다. 우리는 식물에게서 받아들이는 에너지로 몸과 마음의 균형을 맞추며 살아간다. 생명체의 호흡과 영양이 식물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이다. 식물은 중요한 먹거리이자 병을 치유하는 약재가 되기도 한다. 후각을 현란하게 매혹하는 향기와 그윽한 눈맛을 주는 것은 물론이다. 식물이 없는 지구 생명체의 생존은 한마디로 불가능하다.
▲ 2~3월에 꽃잎을 여는 복수초. 봄에 가장 먼저 피는 꽃이다. 인천대공원에 먼저 찾아온 봄의 전령, 복수초와 풍년화 겨우내 얼었던 땅이 녹으며 푹신푹신해진 황갈색 대지. 그 위로 움터 올라오는 연둣빛 풀잎새들. 지난 2월 중순, 인천대공원에 봄이 먼저 찾아왔다. 행복과 장수를 상징하는 ‘복수초福壽草’는 봄에 가장 빨리 피어나는 꽃답게 샛노란 꽃잎을 열고 있었다. 나뭇가지 사이로 겨울과 봄 사이에 피는 꽃나무인 ‘풍년화’도 서둘러 꽃잎을 피워낸 모습이다. 가지에 매달린 노란 꽃잎새의 무리가 이름만큼이나 풍성해 보인다. 복수초는 우리나라 숲속에서 발견되는 다년생초본이다. 햇볕이 잘 드는 양지와 약간의 습기가 있는 곳에서 자란다. 키는 10cm~15cm 정도이고, 노란색을 띤다. 6·7월엔 별사탕 같은 열매도 달리는데 여름이 깊어지면 모습을 감춘다. 풍년화는 잎보다 꽃이 먼저 피어나는 꽃나무다. 2cm 크기 4개의 꽃잎은 쭈글쭈글한 모양을 하고 있다. 10월이면 달걀 모양의 열매를 맺는데 짧은 솜털이 빽빽이 나오며 2개로 갈라진다. 박현규(35) 인천대공원사업소 연구사는 “인천수목원이 섬과 내륙의 식물 1,450종, 23만 8,428본을 수집, 증식, 보존하고 있다”며 “3월이면 많은 꽃이 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 지난 2월 중순, 인천대공원에 피어난 풍년화 멸종위기 대청부채, 정향풀, 강화도매화마름을 비롯해 인천에 600여 종의 희귀식물 서식 대청부채, 정향풀, 강화도매화마름 등 인천엔 멸종위기종 2급 식물을 비롯해 609종의 야생화가 서식한다. 현재 한반도의 자생식물은 3,600여 종, 희귀식물은 600여 종이다. 지난해 여름 대청도 미아동해변에서 본 대청부채는 잎이 부챗살처럼 퍼진 모양으로 피어나 있었다. 대청도에서 처음 발견돼 대청부채란 이름이 붙었으며, 인근 백령도 암벽에서도 볼 수 있다. 윗부분에서 가지가 갈라지며 50cm∼90cm 정도의 키로 자라는 대청부채의 꽃은 분홍빛이 감도는 보라색을 띤다. 7·8월에 피는데 오후 서너 시에 만개했다가 저녁부터 다음 날 아침까지 꽃잎을 접는다.
▲ 매화마름(개화 시기 5월, 강화도 선원면)
▲ 대청부채(7~8월, 대청도)
▲ 정향풀(6월 중순, 대청도) 정향풀은 바닷가 풀밭에서 자란다. 40cm~80cm의 키에 뿌리줄기가 옆으로 뻗으며 위쪽에서 가지가 갈라진다. 하늘색 꽃은 5월에 볼 수 있다. 만개했을 때 옆에서 보면 ‘丁’ 자처럼 보여 정향풀이라고 이름 붙였다. 대청도를 비롯한 서해안 바닷가에서 주로 서식한다. 매화마름은 람사르 논습지인 강화도 길상면 초지리 매화마름 군락지에 가면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강화매화마름이라고도 한다. 수생식물로 논에서 서식하는데, 겨울에 담수를 유지한 친환경 논에서 싹을 틔워 4·5월에 꽃을 피워낸다. 논에서 벼와 함께 시간 차를 두고 피고 지는데 유기질소 순환이 이루어져 비료를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강화매화마름 군락지엔 저어새 검은머리물떼새, 붉은배새매, 황조롱이를 비롯한 48종의 조류가 찾아온다. 무척추동물, 야생식물도 수십에서 수백 종에 이른다.
▲ 노루귀(3~4월, 대부도 구봉산)
▲ 할미꽃(4월, 연평도)
▲ 변산바람꽃(3월, 풍도)
▲ 너도바람꽃(3~4월, 안양 수리산) 맑은 공기·식량·약을 주는 식물과 더불어 사는 길 ‘탄소중립’, ‘온실가스 감축’ 식물은 사람의 호흡을 가능하게 하는 산소를 생산하고 음식과 열을 제공한다. 대신 인간을 비롯한 동물들이 내뱉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햇빛에서 얻은 에너지, 흙에서 빨아들인 물과 무기물을 결합해 양분을 만든다. 식물은 인류에게 가장 중요한 식량원이다. 식물의 열매는 과일이라는 이름으로 인간의 건강을 지켜준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약의 재료가 되기도 한다. 꽃은 또 어떠한가. 호르몬의 불균형을 완화하고 신경계의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식물의 뿌리는 인간의 신경계를, 잎과 줄기는 호흡과 순환계를 관장한다. 우리가 식물을 아끼고 사랑해야 하는 이유다. 정수경(56) 인천대공원사업소 녹지연구관은 “식물이 잘 자라려면 기후와 토양, 습도가 잘 맞아야 한다”며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 감축과 탄소중립이 중요한 것은 기후 위기 시 많은 식물이 사라지며 생태계가 교란돼 결국 모든 생명체가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깽깽이풀(4~5월, 장봉도 국사봉)
▲ 산자고(4~5월, 영흥도 국사봉)
▲ 순비기나무(8월, 대청도)
▲ 백령풀(7~8월, 대청도) 환경 칼럼 식물 개화 시기가 변하면 노형래 환경 칼럼니스트 인천을 비롯한 한반도 봄꽃 개화 시기가 급속히 빨라지고 있다. 추운 겨울을 보내고 만난 봄꽃을 보면 반가울 텐데, 일찍 핀 꽃들을 보며 마냥 즐겁지만은 않은 이유가 있다. 생태계가 비정상적으로 변한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기상청은 지난해 3월 보도 자료를 통해 온실가스를 감축하지 않을 경우, 3월에 필 봄꽃들이 21세기 후반이면 2월에 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 식물과 더불어 살아가는 벌꿀과 나비 같은 곤충이 사라지고 새들의 산란, 이동 시기도 달라져 생태계는 재앙 수준으로 무너질 수 있다. 산림자원과 농업 생산성에도 변화가 생겨 인간에게 큰 피해를 줄 것은 자명하다.
▲ 순비기나무(8월, 대청도) 인천 섬을 탐사하다 보면 아열대식물인 늘푸른나무를 자주 만난다. 한반도 이남에 있어야 할 나무가 인천에 서식하고 있는 것이다. 동백나무(백령도, 대청도, 소청도 등), 후박나무(덕적면 각흘도), 붉가시나무(덕적면 납섬), 보리밥나무, 송악, 계요등, 큰천남성까지 인천 섬에서 환경부 국가기후변화지표종이 계속 발견되고 있다. 인천에서 남방계식물이 발견되는 것은 기후변화 요인보다 서해 난류의 영향이 더 크기 때문에 그리 걱정할 일이 아니긴 하다. 북방계식물과 남방계식물 등 다양한 식물군을 관찰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인천이 우리나라 국가 기후변화 생물지표종 연구 최적지로 떠오르는 어부지리를 얻은 측면도 있기는 하다. 이미 대청도 동백나무 군락지는 천연기념물 제66호로 지정돼 보호를 받으며 남방계식물의 북한계지 연구에 활용되고 있다. 그런데도 서해 난류 현상으로 인한 남방계식물의 생육지 확산과 기후변화로 인한 식물 생태계 교란이 인천 식생을 어떻게 바꿀지는 아무도 모르기에 우려스럽다. 벚꽃이 지난해보다 5일이나 빨리 핀다는 오는 4월 3일 그날, 활짝 핀 벚꽃을 보며 웃을 수 있을까.
원고출처 : 굿모닝인천 웹진 https://www.incheon.go.kr/goodmorning/index 글 김진국 굿모닝인천 편집장│사진 홍승훈 포토그래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