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정상, 놀람, 원인
이제까지 시스템1과 시스템2의 핵심 특징과 기능을 소개헸다.
ㅌㄱ히 시스템1을 좀 더 상세히 다루었다.
여러 은유를 자유롭게 섞어 말하면, 우리는 머릿속에 놀라운 성능의 컴퓨터를 가지고 있는데,
일반적인 하드웨어 기준으로 보면 빠르지 않지만,
다양한 생각이 얽힌 거대한 망에 나타나는
여러 형태의 연상적 연결 고리로 이 세상을 표현하는 능력을 가진 컴퓨터다.
영상 작용은 저절로 활성화되어 퍼져나가지만,
우리(시스템2)에게는 기억 검색을 조절해, 주변에서 어떤 사건을 감지했을 때
주의가 집중되도록 프로그램을 짜는 능력이 있다.
지금부터는 시스템1의 경이로운 능력과 한계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정상 판단한기
시스템1의 주된 기능은 나만의 세계에서의 본보기,
그러니까 내 세계에서 정상의 기준이 되는 본보기를 유지하고 갱신하는 것이다.
이 본보기는 동시에 또는 비교적 짧은 시차를 두고 어느 정도 규칙적으로 함께 나타나는
환경, 사건, 행동, 결과에 대한 생각들을 연결하는 연관성으로 구성된다.
이 연결고리가 형성되고 굳건해지면서,
연관된 생각들이 만들어내는 일정한 유형이 삶에서 일어나는 사건의 구조를 나타내고,
미래를 어떻게 예상할지, 나아가 현재를 어떻게 해석할지 결정한다.
놀라는 능력은 정신적 삶에서 본질적인 부분이며, 놀람 그 자체는
우리가 세계를 어떻게 이해하고 세게에서 무엇을 예상하는지를 암시하는 가장 민감한 지표다
놀람에는 크게 두 종류가 있다.
놀람은 예상을 벗어난 일이 발생할 때 나타나기 때문에 예상의 종류에 따라 놀람도 다르다.
어떤 예상은 능동적이고 의식적이어서, 예상하는 사건이 일어나기를 기다린다는 것을 본인도 잘 안다.
시간이 되며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가 문소리를 낼 테고, 문이 열리면 익숙한 목소리가 들릴 것이다.
그러다가 확신을 가지고 예상한 일이 일어나지 않으면 놀란다.
반면에 수동으로 예상하는 일은 이보다 훨씬 범주가 넓다.
그런 일은 기대하지도 않고, 일어났을 때 놀라지도 않는다..
능동적으로 예상하기는 어렵지만 일상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들이다.
어떤 일이 한 번만 더 반복되어도 놀람이 줄어들 수 있다.
여러 해 전에 아내와 함께 그레이트베리어리프에 있는 작은 섬 휴양지에서 휴가를 보낸적이 있다.
섬에는 객실이 40개뿐이었다. 한번은 저녁을 먹으로 나갔다가 아는 사람을 만나 깜짝 놀랐다.
심리학자 존이었다. 우리는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대단한 우연이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존은 다음 날 휴양지를 떠났다. 그리고 두어 주가 지나 아내와 런던에 있는 극장에 갔다.
불이 다 꺼진 뒤에 어떤 사람이 뒤늦게 들어와 내 옆자리에 앉았다.
중간 휴식 시간에 불이 켜저셔 보니 , 옆자리에 존이 앉아 있었다.
나중에 아내와 나는 그때 우리 둘이 동시에 두 가지 사실을 의식했다고 이야기했다.
그 만남은 첫 번째 만남보다 훨씬 더 놀라운 우연이라는 점,
그러나 존을 첫 번째로 만났을 때보다 두 번째로 만났을 때 눈에 띄게 '덜' 놀랐다는 점이다.
첫 번째 만남은 우리 머릿속에 있던 존의 이미지를 어느 정도 바꿔놓았다.
존은 이제 '해외여행 중에 나타난 심리학자'였다.
우리(시스템2)는 그 이미지가 말도 안 된다는 걸 알지만,
시스템1은 낯선 곳에서 존을 만나는 것을 거의 평범한 일로 만들어 버렸다.
런던 극장 옆자리에서 존이 아닌 다른 사람을 만났다면 우리는 훨씬 더 놀랐을 것이다.
확률로 치면, 그장에서 존을 다시 만날 확률이 우리가 아는 수백 명의 지인 중 어느 한 사람을 만날 확률보다 훌씬 낮지만,
존을 만난 게 더 평범해 보였다.
114-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