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때 그 사랑 -
느림보 거북이/글
그 애가 살았을까
아니면 죽었을까
그 애는 내 초등학생 시절에
옆자리에 앉았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꽤나 정말 예쁜 애였다
물론 성질도 있어서
남자 애들에게 절대로 지는 일이
없었던 아이다
뭐든지 한 폼하면서도
공부까지 잘해서
어깨에 뽕이 든 애였었다.
내가 옆자리에 앉은 터라
조금만 부스럭거려도
눈꼬리가 그 앤 올라가고
젠장 그 일에 대해
반듯이 휴식 시간에
내게 경고를 보냈다.
어떤 날은 하루종일
그 애로부터 고문을 당하는
기분이 들기도 했었다
어느 겨울
교실 한가운데에 난로가
놓여 있었는데 모두가
차가운 점심밥을
먹는 게 싫어서 인지
모두가 난로 위에
도시락을 올려놓게 되었다
어쩌다가 내가
선착순이다 보니
내 도시락이 제일 아래에
올려져 있었던 날이 있었다.
노란 직사각의
도시락 속
반찬이라고 해 봤자
고작 단무지에 콩자반에
고추장등. 그때는 그 정도였고
계란만 챙겨와도
부티가 나던 시절이었다
어느덧 점심시간
젤 아래 있어야 할 내 도시락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옮겨져 있었다.
분명 그날
이상한 것은 나의 도시락과
경희의 도시락이
자리가 바뀌어져 있었다.
젤 아래 있어야 할
내 도시락이 위로
올려져 있었던것이다
그리고 각자의 도시락을
먹기 위해 노란
뚜껑을 열었을 때는
나와 경희의 도시락은
완전 천당과
지옥으로 변해있었다
그 애의 도시락은
숯덩이처럼 새까맣게 탔고
나의 도시락은
정말 먹음직스럽게
김이 모락모락 나고 있었다.
왠지 모르게
경희의 도시락 본 나는
마음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리고 통쾌해했다
내 도시락 타는 걸
미리 예방해 준 그 애의 맘도
몰라주고 왜 그렇게
심통스럽고
좋아했는지
그때는 무조건 기분이 그랬다
그 애는 분명
점심을 먹었는지 아니면
굶었는지 그 기억은 없다.
그리고 무수한 세월이 흘러
내가 서울 생활을 할 때였다
소위 청년 시절이었다
한진 고속버스 터미널이
서울역 인근에 있었을 때
난 차표를 끊고서
귀향을 위해 대합실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쭈뼛쭈뼛 나를 바라보던
정말 예쁜
아가씨가 다가오더니
''너 누구 아니냐..? 고 묻더라.
아뿔싸.. 아뿔싸
그 아가씨를 자세히 보니
그때 내 짝 경희였다.
맙소사.
하느님 그때 그 경희가
이케 예쁜 아가씨로
변했다니요..!!
그녀가 여신이 되어
내 앞에서 서있다니.
그 후로 그녀를 본 일이 없다
서로 귀향하는
고속버스 출발 시간이 달라서
같은 버스를 타진 못했다
휴대폰도 전화도
없던 그 시절 구정을 앞두고
쫓기 듯 고속버스에
올라야 했던 운명의 동창.
그게 마지막 본 경희.
영영 이별의 동창생이었다
김경희 그녀는
영원히 볼 수었어도
이름만은 지금도
기억하고
간직하고 살아가고 있다
김경희가 보고 싶다
그때 경황 없어 차 한잔도
못 나누고 각각
돌아선 동창생
두고두고 아쉬움이 컸다.
오늘 그 예뻤던 경희에게
어떻게 변했는지 모르지만
또 어디에
살고 있는지 모르지만
차 한잔 사주고 싶다.
꼬마야 꼬마야 뒤로 돌아라~
꼬마야 꼬마야 한발을 들어라~
꼬마야 꼬마야 땅을 짚어라~
꼬마야 꼬마야 만세를 불러라~
꼬마야 꼬마야 잘 가거라~
도도 하면서도
우렁차게 이 노래를 부르며
고무줄 놀이를 하던
어릴적 그 애 모습이
무척이나 생각나는 아침이다.
친구야
너는 나를 잊었을지 모르지만
나는 너를 못 잊는다.
비록 어렴풋 흐려진
너의 모습이지만.
내 인생의 기억인 너지.
친구야~
너도 늙고 나도 늙어
옛 모습은 없겠지만
그래도 너와
차 한잔 마시고 싶다. 친구야.
- 거북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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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귀한 발자취
감사합니다.
샬롬 !! 주님 은혜와 축복에 삶되시고...
새로운 한주 즐거운 시간 행복 하시고...
항상 건강 조심 하시며 늘 편안하시고 보람 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