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라이즌이 예고대로 11일(현지시간) 기자간담회를 열고 CDMA용 아이폰4를 선보였다. 가격은 기존 아이폰4와 동일한 2년 약정에 16GB 모델 199달러, 32GB 모델 299달러에 출시되며, 오는 2월 10일부터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11일 공개된 일명 ‘버라이즌 아이폰4′는 CDMA 전용으로 선보였다는 것 말고도, AT&T, KT 등을 통해 출시된 기존 아이폰4와 크고 작은 차이가 있었다. 버라이즌 아이폰4는 과연 내 아이폰과 무엇이 다를까? 간담회 현장에서 공개된 내용을 바탕으로 버라이즌 아이폰4의 특징을 정리해봤다.
버라이즌이 2월 10일 아이폰4를 출시한다(버라이즌 홈페이지 캡쳐)
1. CDMA 전용
버라이즌 아이폰은 일부 루머의 내용과 달리 4세대 통신망인 LTE 버전으로 출시되지 않았다. 기존 아이폰이 UMTS/HSPA(850, 900, 1900, 2100MHz)와 GSM/EDGE(850, 900, 1800, 1900MHz)를 지원한 반면, 버라이즌 아이폰은 CDMA EV-DO Rev. A의 800MHz와 1900MHz대 주파수 만을 지원한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팀 쿡(Tim Cook) 애플 COO는 왜 LTE 버전으로 개발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1세대 LTE 칩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아이폰의 설계를 대거 변경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GSM과 CDMA 듀얼 모드로 설계된 것이 아니라 CDMA만 단독으로 지원하기 때문에, 유럽 등 GSM 방식만 지원하는 일부 국가에서는 글로벌 로밍을 사용할 수 없다. 다만, 미국에서 CDMA 아이폰을 구입해 사용하다가 한국을 방문하는 경우, 국내에서는 버라이즌의 로밍 파트너인 SK텔레콤의 CDMA망을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버라이즌 아이폰에서는 기존 아이폰에 있는 SIM카드 슬롯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도 차이점이다. CDMA 방식은 SIM카드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GSM/UMTS와 다르게 CDMA방식은 음성과 데이터 전송을 동시에 할 수 없다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 CDMA 개발 그룹(CDMA Development Group)은 올 여름 정도에나 음성과 데이터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도록 표준을 업데이트 할 예정이다.
2. 아이폰 공급 사업자 확대 예상, LG U+는 들여올 수 없어
쿡 COO는 버라이즌의 CDMA 아이폰4 출시가 “독점 계약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앞으로 공급 물량에 따라 CDMA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른 사업자에게 순차적으로 아이폰 공급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국내에서 CDMA Rev A.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LG 유플러스의 경우에는 주파수의 차이로 인해 CDMA 아이폰을 들여올 수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버라이즌을 포함한 대부분의 CDMA 사업자가 1900MHz대 주파수를 사용하는 것과 달리 LG 유플러스는 1800MHz대의 주파수 대역을 사용한다.
3. 안테나 디자인 개선
버라이즌 아이폰4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아이폰4의 안테나 디자인을 소폭 개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IT전문지 아스 테크니카(Ars Technica)는 버라이즌 아이폰에서는 귀퉁이를 손으로 직접 잡아도 안테나 신호가 감소하는 현상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4. ‘퍼스널 핫스팟’ 기능 추가
퍼스널 핫스팟 기능은 아이폰을 개인 인터넷 공유기로 변신시켜주는 기능이다. 아이폰의 3G 무선 데이터를 최대 5개의 디바이스에서 공유할 수 있다. 구글이 안드로이드 2.2(프로요) 버전부터 제공하고 있는 ‘모바일 AP’와 유사한 기능이다.
기존 아이폰에서도 테더링 기능이 있기는 했지만 블루투스나 유선으로 연결해야만 사용할 수 있었다. 또한, 아이폰에서 테더링을 지원하지 않는 아이패드 등의 기기에서는 아이폰의 무선데이터를 공유해서 사용할 수 없었다.
5. iOS 4.2.5 버전 탑재 예상
애플과 버라이즌이 다음달 공식 출시될 제품에서 어떤 버전의 운영체제를 탑재할 지 구체적으로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시연에 사용된 버라이즌 아이폰4에서는 iOS 4.2.5버전이 탑재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존 아이폰용으로 배포된 최신 버전은 iOS 4.2.1이다.
버라이즌 아이폰4에서 퍼스널 핫스팟 등 몇 가지 새로운 기능이 추가됐다는 점으로 미루어볼 때, 기존 아이폰 사용자들도 다음 업데이트에서 이러한 기능을 기대해볼 만하다.
6. 기존 아이폰과 케이스 호환 어려워
애플 전문지 TUAW의 보도에 따르면 버라이즌 아이폰4에서는 새로운 안테나 디자인으로 인해 음소거 버튼의 위치가 소폭 이동했다. 기존 아이폰4 케이스 가운데 버튼 위치까지 정교하게 맞춘 제품의 경우에는 버라이즌 아이폰에 맞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다음달 버라이즌 아이폰의 출시에 맞춰 미국 케이스 업체들도 발빠르게 움직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7. 여전히 베일에 쌓인 내용은…
버라이즌은 이날 행사에서 아이폰4의 가격을 공개했지만, 요금제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사실을 발표하지 않았다. 다만, 주요 외신은 버라이즌이 아이폰4에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적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폐지한 AT&T와 달리 버라이즌은 지금까지 무제한 요금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다음달로 예고된 버라이즌의 아이폰 출시를 앞두고, AT&T가 어떠한 대응책을 내놓을 것인가도 관심거리로 떠올랐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흰색 아이폰4에 대한 소식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발표 직후 버라이즌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아이폰4 사진에 화이트 모델이 포함돼 있어, 다음달에 흰색 아이폰도 함께 선보이는 것 아니냐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지만, 보도 직후 버라이즌이 사진을 변경하며 오류를 인정하는 태도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