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나베랄 블루스
연명지
까나베랄 작은 마을 입구
연두색 의자가 잠시 순례자들을 쉬어가게 한다. 신발끈을 조이고 일어설 때 눈길을 끄는 글귀가 있다.
“오래된 나무는 불사르기 좋고, 오래된 포도주는 마시기에 좋고, 오래된 친구는 믿기에 좋고, 오래된 작가의 글은 읽기에 좋다. 노인들은 죽지 않는다. 다만 그들은 보이지 않게 될 뿐이다.”
슈베르트의 외모를 닮은 아버지는 음주가무를 좋아했다.
술을 좋아한 아버지 때문에 엄마의 저녁은 고단한 날이 많았다.
하나뿐인 딸에게는 관대하면서도 공부에 대해서는 엄격한 아버지
시험공부를 열심히 했던 단발머리 여학생이 팔랑팔랑 걸어간다.
지킬만한 것 중에 마음을 지키지 못한 아버지는 마흔에 목포행 완행열차를 타고 서쪽으로 가셨다. 이제 막 다섯 살이 된 동생은 죽음이 무엇인지 잘 몰랐다.
수령 깊은 아카시 나무 근처에 아버지 집이 있다. 이제 잠잠한 아버지텔레비전에서 대전 블루스가 나오면 불쑥 들이닥친다.
오월이 되면, 아카시 꽃숭어리 어딘가에 앉아 대전 블루스를 하얗게 날려 보낸다.
아침 노을이 울컥 내려 앉은 시간, 까나베랄을 떠나며 대전 블루스를 흥얼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