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정 : 거창 출발(오후 1:40) - 고견사 입구 주차장 도착(2:00) - 마장재 코스 왼쪽 계곡 - 샘 - 별유산 정상 - 의상봉 - 고견사 - 주차장 도착 하산 완료(5:00) - 거창에서 저녁식사 후 집으로
“ 의상봉-아기자기 바위산 ”
설악산 대장정(?) 이후여서인지 정기 산행 회원모집이 잘 안 된다. 오늘의 회원은 4명, 가뿐하게 의상봉을 다녀오기로 했다. 날씨가 서늘하면서도 구름이 몰려다니는 게 비가 올 듯도 했지만, 다행히 비를 뿌리지는 않았다. 든든한 대장님이 안 계시니, 말은 안 했지만 다들 약간의 불안감을 갖고 출발한 모양이다. 마장재로 오르는 갈림길에서 왼쪽 계곡을 따라 안전한 코스로 올랐다.
찬바람 불기 시작하면 버섯이 제철이라더니, 곳곳에 버섯이 솟아있다. 어여쁜 주황색의 꽃버섯도 눈에 띄고, 회보라, 흰색, 갈색 등 처음 보는 빛깔과 모양의 버섯들을 실컷 감상했다.
우리가 접어든 코스는 여지껏 잘 다니지 않던 길이란다. 길은 거의 산책길이라 할만큼 편안했는데, 익숙지 않아서 제대로 가고 있는지 의심이 나기도 한다. 바위를 오르는 밧줄도 있는 걸 보면 등산객들이 많이 다니는 코스이기도 한가보다. 큰 바위 하나를 올라 능선을 따라 조금 가니까 샘 근처에 세워진 이정표가 나타났다. 얼마나 반갑던지... 맞게 가는 건지 긴가민가 갸우뚱거릴 때마다 대장님과 강재성님이 생각났다. 그동안 두 분 덕분에 길 잃어버릴 걱정은 안 하고 다녔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이정표를 발견하고부터 우리는 자신감을 완전히 회복해서 씩씩하게 별유산 정상을 찍고, 우두산 정상 의상봉으로 향했다. 정상의 계단은 몹시 가팔라서 사량도의 수직 계단이 생각났다. 작년 여름, 빗길에 90도로 내리꽂는 철계단을 내려가면서 얼마나 아찔했던지. 중간 게단 쯤에서 산중턱을 휘감은 구름을 보면서 간식을 먹고 충분히 쉬었다. 아기자기 이어지는 바위들을 보니, 설악산의 애기봉우리들 같다. 설악산의 산그림자가 아직 눈에 남아있는 모양이다.
고견사 아래 계곡에 물이 굉장히 많았다. 물이 거의 말라있던 계곡이 지난 비에 충실해졌다.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폭포까지 시원스레 펼쳐져 우리의 하산길을 가뿐하게 마무리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