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장산 → 2. 아홉산 → 3. 철마산 → 4. 금정산 → 5. 백양산 | |
# 부산 5산 종주 트레일런 D-8
- 별빛 달빛 가을바람 벗삼아 고독한 밤의 레이스
- 장산~아홉산~철마산~금정산~백양산 65㎞
- 적막한 산길 그러나 야경·유적지가 반겨
- 체감거리 훨씬 멀어 체력 안배 등 중요
화려한 해운대 빌딩숲과 광안대로를 배경으로 장산으로 오르는 부산 5산종주 참가자들. 지난해 대회는 10월말에 열려 차림새가 다소 두툼하다. 국제신문 자료사진. | |
장삼이사들에겐 부침(浮沈)이 없으면 되레 이상하게 여겨질 정도로 불가사의한 우리네 삶, 인생.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산행도 예외가 아니지요. 인생은 끝없는 산행길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산을 하나 넘으면 또 다른 산이 기다리고. 오르막이 있으면 반드시 내리막이 있고. 누군 애오라지 아슬아슬한 암벽만 오르고 있고, 어떤 사람은 양탄자처럼 부드러운 오솔길만 걷고 또 걷지요. 하지만 지나고 보면 결국 인생은 끝도 시작도 없는 고행길인 점은 마찬가지 아닌가요.
근래에 들어 산 하나로는 성에 안 차는 산꾼들이 늘고 있습니다. 보통 산꾼들의 잣대로 보면 독특한 괴물과도 같은 존재이지요. 이들은 산줄기가 이어져 있는 봉우리를 넘고 또 넘습니다. 이른바 종주 산행이지요. 물론 지형도를 보며 산길을 개척하는 정통 산꾼들과 달리 이들은 별 고민없이 내달릴 수 있는 반듯한 산길을 선호하는 것이 차이라면 차이겠죠.
해가 있을 때 봉우리를 오르내리던 이들은 차츰 초저녁으로 시간대를 옮겨 밤샘 뜀박질로 그 형태를 바꾸기도 하더군요. 그들은 대개 도심을 감싸고 있는 산줄기의 외곽을 이어 달립니다. 네온사인 불빛을 발산하며 웅웅거리는 도시를 산속에서 바라보며 모든 것을 비우고 새로운 자기 자신을 찾는 작업이지요.
고통의 산행을 통해 자신을 극한 상황으로 몰고 가는 이 작업은 수년 동안 붙잡고 있는 화두를 풀기 위해 깊은 산속 토굴에서 면벽좌선을 하는 수도승의 고행의 몸부림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이런 의미에서 도심 산줄기의 밤샘 뜀박질은 명상에 비견될 만한 고귀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봐도 무난할 듯 싶습니다.
지난해 10월말 출발지인 해운대 동백섬 누리마루 옆 등대광장에서 부산 5산 종주 참가자들이 힘찬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 |
지리나 한라처럼 웅장하지도 않고 월악이나 설악처럼 험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해발 600m 남짓한 고만고만한 산들로 이어져 아기자기한 맛이 느껴집니다.
국제신문과 마라톤포럼은 이 코스에서 오는 12일 '성우하이텍배 2009 부산 5산종주 트레일런'을 개최합니다. '트레일런'이란 말은 50㎞ 이상 의 비포장길에서 걷다 뛰다를 반복하는 행위로, 이번 대회의 경우 산악마라톤 정도로 이해하시면 될 듯합니다.
웬만한 산꾼이라면 산발적으로 한번쯤은 다녀봤겠지만 일부 구간을 제외하곤 해운대 광안리 등 부산의 명소 등을 파노라마처럼 바라볼 수 있는 구간입니다.
자신의 한계 극복 등 무슨 거창한 구호가 필요치 않습니다. 한번의 참가로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세계를 봤다면, 혹은 이 5산 종주를 끝낸 후 무엇을 새롭게 해야할지를 어렴푸시 떠올렸다면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신 겁니다. 석양에 물든 산봉우리를 바라보며 출발하는 '부산 5산 종주'. 자, 이제 미리 한번 떠나볼까요.
■부산 5산종주, 산성 잇는 역사 코스
그럼 부산의 5개 산은 어디일까. 장산 아홉산 철마산 금정산 백양산을 의미한다. 참고로 아홉산이라는 이름은 부산에 두 개 있다. 회동저수지를 감싸고 있는 아홉산과 철마면과 일광면의 경계에 위치한 아홉산이 바로 그것. 5산 종주의 아홉산은 후자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해운대 동백섬 등대광장~지하철 2호선 동백역 4번 출구~간비오산 봉수대~옥녀봉~중봉(420m)~장산(634m)~헬기장~안적사 갈림길~산성산(수령산·성산)~쌍다리재(14번 국도)~일광산 테마임도(정자)~연합목장~아홉산(360m)~함박산~곰내재(함박생태터널)~문래봉(511m)~철마산(605m)~기장군 철마면 입석마을~대우정밀~철마교(식사)~동면우체국~이하봉~지경고개(녹동육교)~계명봉(599m)~범어사 뒤 임도~금정산 고당봉(802m)~북문~원효봉~의상봉~제4망루~무명안부~나비안부~동문~산성고개~대륙봉~만덕고개~만남의 숲~산불초소(돌탑봉)~불태령(611m)~백양산(642m)~성지곡수원지 신설 접속임도~어린이대공원 학생문화회관 광장 순. 총 65㎞에 달하는 대장정이다. 하프코스에 해당하는 35㎞경기의 종점은 철마교(CP3)다.
부산 5산 종주 코스 | |
장산 정상에서 철조망을 보고 좌측으로 한 굽이 돌면 백양산과 금정산, 수영강과 온천천, 그리고 향후 나아갈 철마산 문래봉 곰내재 함박산 천마산 달음산 일광산 산성산 등 5산종주 코스의 검은 능선이 확인된다. 이 또한 장관이다.
산성산에선 광활한 동해바다의 수평선과 고깃배의 불빛을 볼 수 있고, 운이 좋으면 계명봉에선 계명암과 범어사의 새벽 목탁소리와 종소리를 들을 수 있다. 금정산 고당봉이나 금정산성에선 일출을 볼 수 있다. 특히 고당봉에선 북으로 장군봉과 천성산, 동으로 계명봉, 남으로 원효봉 의상봉, 서쪽으로 신어산 동신어산 오봉산 등의 거칠 것 없는 조망은 숨통을 틔워주고 1300리를 흘러온 영남의 젖줄 낙동강은 지친 몸을 편안하게 해준다.
우선 코스 내내 길안내를 하는 꽃등이 어둠을 밝혀주고 있는 데다 5개 봉우리의 정상에는 대한산악연맹 부산시연맹 구조대원들이 길안내를 하고 있다. 여기에 구간 곳곳에는 임도와 탈출로가 있어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산성산 가기 전 안적사 갈림길, 산성산 입구 남나기 농장, 쌍다리재, 곰내재, 철마교, 지경고개, 산성고개, 만덕고개, 만남의 숲 등이 바로 그것으로 최악의 경우 차량 진입도 가능하다.
마라톤포럼 신영우 사무국장은 "서울과 대구에도 이와 유사한 종주 코스가 있지만 도심의 일부 밖에 볼 수 없는데다 부산처럼 빼어난 조망을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불암~수락~사패~도봉~북한산을 잇는 코스는 바위가 많아 위험한 데다 등산객들이 붐벼 맘 놓고 속도 내기가 힘들고, 가산~팔공~환성~초례봉 코스는 경관이 좋지만 길찾기가 힘들고 코스 기복이 심하다는 것.
무엇보다 부산 5산 종주 코스는 산성 등 역사 유적지가 널려 있다. 통일신라시대 최치원이 동백섬 남단 바위에 새겼다는 '海雲臺(해운대)'석각, 고려 말부터 갑오경장까지 왜구의 침입을 감시한 간비오산 봉수대, 고려시대 혹은 그 이전에 축조된 것으로 보이는 산성산 정상 바로 아래의 기장산성, 한국전쟁의 흔적인 장산 정상의 군부대와 지뢰밭, 쌍다리재 직전에 통과하는 재부 함북도민 공동묘지인 영락동산, 17.337㎞로 국내 산성 중 가장 긴 금정산성, 도착지인 어린이대공원의 부산항일학생의거기념탑 등을 종주 도중에 만난다. 결국 이 코스는 과거에서 현대에 이르는, 시대를 관통하는 역사탐방 코스라 불러도 무난할 듯 싶다.
■어떻게 5산종주를, 자신을 발견해 보세요
이번 대회에서 참가자들은 총 65㎞ 거리를 20시간 안에 통과해야 한다. 이는 전구간을 시속 3.1㎞로 꾸준히 달려야 됨을 의미한다. 완전군장을 한 군인들의 행군속도가 시속 4㎞ 정도임을 감안하면 만만하게 볼 속도는 아니다. 철마교까지의 35㎞ 구간은 10시간이 제한시간이다.
체력 또한 문제다. 마라톤포럼 신 사무국장은 "65㎞는 도상거리일 뿐 실제론 산길을 오르내리기 때문에 165㎞를 내달릴 때의 체력안배를 감안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럼 5산종주 참가자들은 과연 빼어난 체력을 타고나야 할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뭘 준비해야 하나
중도 포기자는 회수차량을 이용하면 된다. 회수차량은 쌍다리재, 곰내재, 철마교, 만덕고개에서 운영한다. 회수차량을 이용하지 않고 포기할 때는 반드시 CP(지원 및 점검 지점)에 이 사실을 알려야 한다. 식사는 35㎞ 지점인 철마교 인근 길목식당에서 제공한다. 탈의실은 운영하며 물품보관소는 운영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