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석 국제문화재전략센터 이사장
국가유산과 40년 동행, ‘먼저 보고 멀리 보자’
그의 인생 북극성은 국가유산이었요. 국가유산청 재직 시절 불도저형의 돈키호테 같은 공무원 소리 들으며 없던 길 새로 내는데 앞장섰습니다. 문화재보호법의 기틀을 만들고 대한민국 국가유산 정책과 행정이 ‘보존’ 중심에서 ‘활용’까지 아우르도록 변화를 이끈 1등 공신입니다.
현재 전국에서 인기리에 열리는 ‘국가유산야행’을 탄생시킨 주인공이기도 하죠. 36년 공무원 생활을 마감한 후에는 국가유산을 매개로 세계와 교류하는 민간공공외교를 펼치는데 온 힘을 쏟고 있습니다. 박동석 국제문화재전략센터 이사장의 이야기입니다.
대한민국 밖에 흩어져있는 국외유산을 발굴해 널리 알리고 이를 매개로 여러 나라와 교류하며 문화외교를 펼치는 일입니다.
태권도는 우리나라가 종주국이죠. 한류의 원조이기도 해요. 하지만 태권도가 전 세계에 퍼져나가기까지 과정, 현지에 남아있는 태권도 관련 유산 등이 꼼꼼히 정리돼 있지 않아요. 중국, 유럽, 미국 등지에 흩여져 있는 국외 독립운동과 관련된 유산, 파독 광부 ˙ 간호사 유산, 국외 문화예술사, 이민사 유산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유산도 대한민국의 귀중한 뿌리이며 앞으로 활용할 문화 콘텐츠입니다. 영국 대영박물관의 자그마한 한국관에만 목매지 말고 이제는 전세계 곳곳에 한류 기념관, 박물관을 만들어 문화영토를 넓히는 큰 그림을 그려야 해요.
국외유산들은 해당 국가들과 긴밀한 협조가 필요해요. 아직까지 정부도, 민간 단체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지만 꼭 필요한 분야라 늘 생각했죠. 2018년 국가유산청을 퇴임하고 곧바로 국제문화재전략센터를 설립해 민간공공외교의 큰 틀을 만들어 하나씩 실천에 옮기고 있습니다.
Q. 국제문화재전략센터에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국내외 네트워크를 촘촘하게 만드는 일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글로벌한 시각에서 한류 유산의 미래가치를 찾고 알리기 위해 ‘한류유산 미래포럼’을 만들었어요. 지금까지 한류유산 미래가치, 한중문화 비교로 본 한류, 중남미 고대 문화재 탐색, K-윷게임의 문화영토 등 다양한 주제로 포럼을 열어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115개국의 주한 외교관이 있어요. 문화유산으로 각 나라와 긴밀하게 교류할 교두보가 주한 외교관이라 생각해요. 주한 외교관들과 활발히 접촉하며 센터의 미션을 소개하고 각국의 문화유산 NGO 단체들과 연대해 공동 사업을 펼쳐나갈 수 있는 인적 네트워크를 만들며 해외 파트너를 찾는 중입니다.
예부터 전해 내려오는 연날리기는 파키스탄, 인도, 방글라데시에도 있어요. 신라시대의 금관과 유사한 형태가 카자흐스탄에서도 발견됐지요. 이 같은 문화적 친연성으로 NGO단체들끼리 국경을 초월해 함께 연대하며 문화유산의 가치를 전 세계에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습니다.
현재 윷놀이 세계화를 추진중입니다. 윷, 윷판에 담긴 의미, 지구촌 유사한 놀이 등 윷 문화 전반을 체계화하고 윷 게임 국제표준화 작업과 심판 양성 교육, 경기 대회 개최를 단계별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역사는 권력자, 가진 자들의 기록이었죠. 보통사람들의 시선에서 취재한 기사를 차곡차곡 쌓은 기록물이 ‘21세기형 사초’를 만들어 보고 싶었습니다.
K-헤리티지뉴스(https://icpsc.news)는 문화유산을 종합적으로 다루는 온라인 미디어입니다. 140여 명의 시민기자들이 활동중인데 서울, 경기, 충청, 경상 등 권역별로 고르게 분포돼 있습니다. 지역의 문화유산에 대해 시민기자의 관점에서 기록합니다. 온라인 신문사로 자리가 잡혀 한 달에 200여 건의 기사가 업로드되고 있습니다.
Q. 1982년, 국가유산청 9급 공무원으로 시작해
36년 동안 근무했는데 담당했던 업무마다 또렷한 족적을 남겼습니다.
전남 장성농고 졸업 후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1982년 남양주 홍유릉 관리 직원으로 첫 발령받으며 국가유산청과 인연을 맺었습니다. 문화재에 대한 지식이 얕았기 때문에 공부하며 파고들었어요. 사무실에 책이 가장 많은 곳이 제 자리였죠. 방통대에 입학 후 20년 만에 역사경관학 이학박사 학위를 받기까지 쉼 없이 전문성을 쌓으며 현장에 배운 지식을 접목했습니다. 필요한 정책은 악착같이 파고들어 실현시켰고 이런 우직함 덕분에 대통령 표창도 받았습니다.
Q. 국제문화재전략센터를 만들어
국가유산과 동행하는 두 번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어떤 꿈을 꾸고 있나요?
공무원 시절 문화유산이 지닌 소프트 파워를 확신했기 때문에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라 ‘찾아서 하는 일’에 매진했어요. 외롭고 어려운 힘든 여정이었지만 보람은 컸습니다. 덕분에 ‘먼저 보고 멀리 봐야 한다’는 소명의식을 갖게 됐죠. 국외 유산 민간공공외교에 매진하는 것도 이 때문이지요. 멀리 보면 꼭 필요한 일이니까요. 저는 국내 국가유산지킴이단체, 활용단체와 연합해 국제문화재전략센터를 UN NGO단체로 키우고 싶습니다.
전국의 국가유산지킴이 단체들은 오랜 세월 문화유산 보존과 활용을 위해 애를 많이 썼습니다. 하지만 단체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안정적인 재원 마련은 늘 풀기 어려운 난제이죠. 저 역시 센터를 운영하면서 같은 숙제를 안고 있습니다. 후원금 자동이체, 아카데미 운영 등 가능한 모든 걸 시도하며 해법을 모색중입니다. 열심히 하다 보면 길을 찾겠죠.
글 _ 오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