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의 봄>
푸른 강물은 철철 넘치고
강 둘레 산과 들은
매화꽃 흰 바다가 됐다.
강물은 지리산 기슭
산수유꽃 향을 담아 내려오는데
매화꽃 향이 어울리니
재첩들이 살이 올라
봄을 알린다.
강 끝
남해 보리암
끝자락에서
갓 건진 바다 음식으로
점심을 먹고 나니
나도 모르게 봄이 몸속에
꽉 찼다.
<베고니아 통꽃>
위층 난간에 가꾸던
베고니아 통꽃이
아래층 흰 담장 위에 내려와
좁은 공기창 사이로 빼꼼히 들여다본다
그 새빨간 놈 둘이.
아 가을에 접어드니
일찍 떨어져 여름내 미안하던
아래층에 한참 놀다 갈 거라고.
준이는 좋아라 손뼉을 친다.
아버지도 그놈 참 별나게도 곱네
그대로 두고 보기로 하잔다.
베고니아 통꽃 둘이
산에서 귀 기울이면.
물소리는 쫄쫄 쫄쫄
콸콸, 콜콜
가는 길 따라 제멋으로 다르다.
새도 서로가 잘 아는 사이는
좋아라 소리치고
낯선 놈에게 조심하란 소리
그때마다 다 다르다
우리는 잘 모르겠지만.
나무도 종류에 따라 다르고
서로 통화를 하고
때론 노래로 변한다
오동나무가 꽃향기를 풍기며
꿀 따러 오라는 노래
이팝나무, 아카시아도……
<말하는 산>
풀도 서로 이야기로
재미있는 하루를 보낸다.
비라도 오는 날엔
온 산이 노래로 가득 찬다.
마치 잔칫집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