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어구이>
박정우
노릇노릇하고 구수한 냄새
까칠한 아빠 입에도 착착 감길까
행여나 누가 먹을까 옆도 안 보고
동생은 연신 입을 오물거리지만
어쩌다 어부 아저씨 그물에 걸려
밥상 위의 온 너를 보니
두 눈 그렁그렁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것 같아
살점으로 가던 젓가락
김치를 덥석 집네.
<공부를 하다 보면>
파란 하늘이
둥둥 눈앞에 떠다니고
넓은 운동장에서
뻥뻥 공차는 소리도 들리고
맛난 빵들이
쏘옥 입 안으로 들어오고
시끄런 공장에서
쾅쾅 망치질하시는 아빠도 떠오르고
놀 때보다
그려지는 게 참 많다.
<몽당연필>
키가 작아 볼품없다고
쓰레기통에 버려진 날
서러운 마음 가라앉히고
몸 깎여 지나온 날 더듬어 보네
코흘리개 1학년 삐뚤삐뚤 받아쓰기
100점 맞으면 덩달아 어깨가 으쓱
목수 아저씨 귀에 꽂혀
긋는 줄이 똑 바르면 감탄사가 펑펑
잘못은 짝꿍 지우개가 얼른 지워주니
실수도 가려지고
작아도 작은 게 아니고
버려져도 버려진 게 아니네.
카페 게시글
25년 출판을 앞둔 작품 공부방
<고등어구이> <공부를 하다 보면> <몽당연필> 박정우-동시
박경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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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2.19 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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