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적 의미의 “부담[負擔]”은 “어떤 일이나 의무, 책임 따위를 떠맡음. 또는 감수(甘受)해야 할 일이나 의무, 책임 따위.”이다. 일정 정도의 부담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가족들의 안락한 공간인 집을 마련하기 위해 빚을 낸 뒤, 그것을 갚아나간다. 어느 조직의 리더가 되었을 때, 여러 가지 책임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부담을 지는 경우가 많다. 아마도 이러한 부담을 즐기거나 좋아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여기에 그런 부담을 자처하여 지고자하는 사람들이 있다. 지금부터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2019년 첫 눈 오는날 달그락달그락에서 “달그락지기를 찾아서” 방송이 한창 진행 중이다. 방송 게스트인 달그락미디어위원회의 이진우 위원장은 이렇게 말한다. “달그락에 와서 누구를 돕는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이곳에서 그저 좋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즐겁게 소통하는 게 너무 좋습니다. 제안하면서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이 의미도 참으로 의미 있고요.”
함께 게스트로 출연한 청소년위원회의 이강휴 위원장은 달그락에는 자신처럼 무거운 사람도 있지만 가볍고 경쾌한 사람들도 함께 있는 곳이라며, 정말 다양한 지역의 시민들이 모여서 함께 하는 곳이라고 말한다. 그는 최근 [아름다운 세상] 이라는 드라마에서 우연히 보게된 『호밀밭의 파수꾼』과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문 일부를 예시로 들며 "지키는 사람"의 의미와 중요성을 함께 역설하며, 달그락지기로의 참여를 요청했다. 달그락 청소년자치기구연합회의 김태빈 회장은 달그락지기님들을 통해 청소년들이 행복하게 활동을 할 수 있었음에 감사하며, 본인도 꼭 달그락지기가 되겠다고 한다. 미래의 달그락지기로 본인을 표현하면서.
청소년자치연구소와 달그락달그락이 2015년 3월 임시 개소한지 약 1년이 되던 2016년 2월 청소년위원회 회의 중, 이강휴 위원장은 “거룩한 부담(거.담)”이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하며, 지역과 청소년을 위해 함께 거룩한 부담을 지자고 말했다. 2015년 말부터 연구소와 달그락의 자립 및 청소년활동 지원을 위해 정기적인 후원자의 필요성이 이야기 되고 있었으며, 청소년운동 후원의 밤 “제1회 청소년희망이야기”도 함께 준비되고 있던 시점이었다. 위원회와 지역 내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청소년희망이야기는 성공적으로 마쳤고, 이후 이강휴 위원장과 청소년위원회 전인수, 이진우, 한 훈, 이백만, 서춘수 등을 중심으로 거담TF가 조직되었다.
거담TF는 매월 또는 격월 모임을 가지며, 달그락지기(달그락을 지켜주는 사람들이라는 뜻, 후원자를 가르킴) 모집에 박차를 가했다. 위원들을 하루가 멀다하고 담당 실무자에게 후원자가 되실 분들을 추천해주셨다. 담당 간사와 함께 달그락지기가 되실 분들을 만나러 가기도 했다. 청소년 활동 후원금 마련을 위한 새로운 시도들도 있었다. 지역 빵집(홍윤 베이커리)이나 횟집(새만금횟집)과 연계하여 일일 또는 한 달간 판매 수익금의 전부 또는 일부가 달그락 청소년 활동 지원금으로 기부되었다. 거담TF의 위원들은 부담스러운 일들을 하면서도 이를 즐겁게 자처하고 행복해했다. 서로를 지지하며 격려했다. 일반적인 사회에서는 보기 어려운 모습들이었다. 아니 다소 이상한 모습이었다.
2019년 10월15일 향후 5년 청소년자치연구소와 달그락달그락 비전 전략 수립 워크숍이 있었다. 어느덧 연구소와 달그락도 내년 3월이면 5년이 된다. 이전 5년 활동을 돌아보고, 차후 5년 활동 전략을 달그락 청소년, 위원회, 자원활동가, 실무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내용을 소통하는 자리가 워크숍이었다. 그 과정에서 이강휴 위원장은 달그락지기 릴레이 모집을 제안했다. “천 명의 어른이 만원으로 청소년들을 지지하고 지켜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로부터 약 2주 후, 거룩한 부담 TF (달그락지기 1000) 회의가 점심 시간을 활용해 진행된다. 청소년자치연구소의 5개 위원회 위원장, 부위원장, 자원활동가 꿈청지기의 회장과 선생님 등이 함께 했다. 이강휴 위원장의 귀한 손길로 맛있는 식사를 먹고, 본격적으로 여러 가지 의견을 나누었다. 달그락지기 확대 방법에 대한 논의 뿐 아니라, 기존 달그락지기와 예비 달그락지기에 대한 유지 방안까지 다양하고 깊이 있는 논의들이 오고갔다. 달그락지기 확대를 위한 후원 방송을 하자는 의견, 문자 또는 이메일 등을 통해 달그락지기들에게 정기적으로 청소년자치연구소에 대해 알리면 좋겠다는 의견과 같은 구체적인 이야기들에 함께 모인 모든 분들이 동의했다. 후원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에 대한 의미와 구체적인 내용이 담긴 포스터, 뉴스카드, 영상 등을 제작하여 후원자들에게 전달하면 좋겠다는 제안도 있었다. 최근 군산의 경제도 어렵다고 하고, 후원자들을 찾는 게 어렵다고도 하지만 이 회의를 진행하면서 위원님들의 진정성과 열정 담긴 의견을 듣다보니 군산에서 청소년들을 위한 1000명의 달그락지기를 찾는 게 가능할 것 같다는 희망을 본다.
‘달그락지기를 찾아서’ 방송 사회 및 진행은 11월부터 달그락미디어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하게 되신 유선주 위원님이다. 오늘 첫 방송이지만 이전에 방송 리포터로서 왕성하게 활동하신 분이기에 그 누구보다도 전문가였다. 덕분에 함께 진행을 맡게 된 실무자는 마음이 더욱 편했다. 게스트로는 이강휴 위원장과 이진우 위원장 그리고 달그락 청소년과 청소년자치연구소를 대표하여 김태빈 회장과 이경민 간사가 함께 했다. 진행자들의 간단한 근황 토크 이후, 본격적인 방송이 시작되었다. 두 분의 위원장이 달그락과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셨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달그락지기의 뜻, 역할 등에 대해 토크콘서트 방식으로 진행이 이어졌다. 약 50분에 걸쳐 달그락지기에 대한 여러 가지 내용을 시청자들과 소통했다. 한 번으로 모든 것을 할 수 없기에 방송을 통해 몇 번 더 많은 분들과 소통을 할 것 같았다. 중요한 건 함께 하시는 위원님, 자원활동가님, 청소년들이 있기에 든든하고 행복했다는 것이다. 사실 일반 SNS 방송에서 동시 접속자가 약 30여명에 쉽지 않은 일인데, 이날 방송에서 많은 분들이 함께 해주셨다. 방송이 마쳐진 후에도 약 2천여건 이상의 조회수를 보여주기도 했다.
약 한 달 후, 거룩한 부담 TF (달그락지기 1000) 회의가 다시 진행되었다. 한 달 전 첫 모임에서는 후원 안내를 위한 웹포스터 제작, 설명 내용 정리, 후원 방송 진행 등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왔고, 그 내용을 하나씩 실행 중에 있었다. 오늘 회의에서도 지난 달 못지 않게 신선하고 의미있는 내용들이 많이 나온다. 이래서 모이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모여서 같이 이야기 나누고, 소통하다보면 어느새 좋은 방법과 내용들로 다듬어지게 된다. 후원의 방식과 컨셉이 기존과 다른 하나의 놀이로 인식될 수 있게 하면 좋겠다는 아이디어에서부터 각 위원에게 후원 관련 명함을 제작해주어 많은 사람들에게 안내하자는 의견, 후원 포스터에 후원 계좌를 넣으면 더욱 좋겠다는 내용 등 좋은 이야기들이 회의 내내 지속되었다. 오늘 식사도 이강휴 위원장께서 대접해주었다. 늘 솔선수범하여 부담을 자처하는 분이다. 항상 감사드린다. 또한 바쁜 시간을 쪼개어 함께 해주신 TF 위원들 한 분 한 분 역시 대단하고 감사하다
역설적이게도 약 5년 동안 거룩한 부담을 지는 사람들과 함께 했던 식사는 언제나 맛있었고, 즐겁고 행복했다. 왜 그랬는지 그 이유가 궁금하다면 지금 당장 함께 해보는 것은 어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