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공항 집결이 11:30분이라 아침 시간이 조금 여유롭다.
어젯밤에 겨우 갈무리를 마친 카고백과 백팩의 무게가 만만치 않다.
25kg이 넘을 거 같아 무게를 측정했더니 29kg이다.
이번 여행은 가볍게 하려고 개인 짐을 많이 줄였는데
네팔 측에서 부탁한 짐 무게가 만만치 않다.
공항에서 일행에게 나누어 담는 수밖에.
오랜만에 나서는 여행길.
길을 나서기 전에 가만히 앉아 마음을 비운다.
새로 문을 연 인천국제공항 제2청사 "T2"
제1청사에 모든 감각이 맞춰져 있는 상태에서 T2에 도착하자 모든 신경이 예민하게 움직인다.
"뭐야, 제1청사하고 똑같네. 아차 하면 헷갈리겠는데."
기둥 색이라도 다르게 하지.
모이는 시간보다 한 시간여를 일찍 도착해서 흡연 구역에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전화가 울린다.
설마 벌써 온 분이 계실까 했는데.
있다.
제주에서 오신 "서관장"님이 도착했다고 하신다.
역시 먼 곳에서 오는 사람이 제일 먼저 도착한다는 진리.
낯익은 "한문환"님도 오시고 제주에 부부도 오시고 하나둘 모여
마지막 이번 팀의 여성 막내인 "슈크레"님의 도착으로 팀이 완성된다.
이제 일행들과의 15일간의 동고동락이 시작된다.
간단하게 인사말과 주의사항을 하고 발권에 들어가는데 대부분이 자동시스템이다.
이런 오락가락 발권과 수화물 접수을 마쳤는데 몇 분은 이미 보안 구역 안으로 사라지셨다.
"오호. 이 팀 만만치 않겠다."
보안 구역을 지나는데 내 짐에서 비프음이 계속 울린다.
백팩을 열어보니 맥가이버 멀티툴이 파우치 안에 얌전히 들어 있다.
수화물로 보낼 파우치에 충전기, 케이블 등과 함께 넣었는데
마지막에 보조베터리를 생각 없이 위에 올리고 백팩에 넣었던 것.
"이런 초짜도 하지 않는 짓을"
뭐 어쩌겠는가?
속은 무지하게 아프지만 아주 담대하게 이 물건은 이제 나와 인연을 다했구나.
"버리세요"
어차피 이런 상황에서는 내 물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게 정신건강에 좋다.
만료 기간이 임박해 새로 발급받은 새 여권은 자동심사 신청을 하지 않아도
그냥 자동심사창구를 이용할 수 있다.
좋아졌네.
탑승시간도 넉넉하여 면세점 방황을 시작한다.
당장에 필요한 맥가이버 멀티툴을 사기 위해 빅토리녹스 매장을 어렵게 찾았으나
공항 면세점에서는 칼 종류를 팔지 않는다는 걸 알았을 뿐.
목타게 찾으시는 한문환님을 만나 공항 "별다방"커피와 마카롱을 얻어 먹고 게이트로 이동.
KE695.
우리 팀을 카트만두까지 데려다줄 비행기.
비행기는 정확한 시간에 이륙하여 5시 40분에 트리뷰만 공항에 내렸다.
7시간의 비행
3시간 15분의 시차
오늘 하루는 24시간이 아닌 27시간 15분이다.
한국 날씨가 워낙 더워 카트만두 날씨는 그리 덥지 않게 느껴진다.
몬순 기간이라 하늘은 먹장구름이 잔뜩.
저녁나절 햇살은 좋은데 곧 비라도 내릴듯하다.
변함없이 정신 사나운 트리뷰만 공항의 입국 수속, 수화물 찾고 공항을 나선다.
입국 수속장이 좀 더 정비되고 깨끗해졌고 비수기라 이용객이 적기는 했지만, 예전보다 수속이 빨라졌다.
25불이던 비자발급비가 30불로 올랐고.
공항을 나서니 "히말라야동호회" 손피켓을 든 "비루"가 반가이 맞는다.
오~~ 잘생겼는데.
왔으니 출석부부터.
왼쪽부터 한문환님. 무늬님. 슈크레님. 모비도님. 송사장님, 어른아이님. 서관장님. 이쁜이님, 양사장님, 그리고....
이전에 공항청사 앞에 좁고 복잡한 주차장이었는데 아래쪽에 엄청나게 큰 주차장을 만들어 놓았다.
여전히 복잡한 도로를 이리저리 돌고 돌아 "서울집'에 도착.
이곳은 히여동과 협력관계로 네팔 현지에서 여행사를 운영하는 리마 부부가 박탄에서 이사를 와서 만든 식당 겸 커피집.
준비된 제육볶음으로 저녁을 먹고 간단하게 이번 무스탕트래킹에 대한 전체적인 사항을 전달하는 미팅을 마치고
타멜에 있는 "에코리조트"로 이동.
내일 일정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하고 방배정 후 휴식.
타멜 에코브릿지호텔.
몇 번 온 곳이라 편한 느낌이다.
자연 친화적이고 종업원들이 친절하다.
옆에 건물 몇 채를 헐고 확장 중이다.
일행이 방으로 흩어지고 이번 여행을 현지 주관하는 여행사 사장 "리마", 가이드인 "비루"와 여행 전반적인 사항을 꼼꼼히 점검한다.
돌발사항인 "로만탕" 지프트래킹 문제도 해결하고
개인포터 사용에 대한 문제도 처리하고
트래킹 운영에 대한 사항과 숙박사항도 확인하고
그 동안 있었던 이런 저런 얘기를 하는데 비가 쏟아진다.
가이드 "비루"는 처음 만나는 사이.
누구한테 뭔 얘기를 들었는지 상당히 긴장하고 있어 우으개 소리도 해가며 전반적인 사항을 점검.
<아마도 어떤 사람이 성질 더러운 놈이라고 했나보다. 나 착하고 부드러운 사람인데.>
이런 트래킹여행에서 가이드의 역활은 가장 중요하다.
다행이 한국 생활도 꽤 오래 했고 한국인의 정서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었다.
네팔 스텝은 가이드. 보조 가이드. 주방장과 주방팀.
이번 트래킹은 포터 팀이 아니고 마부 2명이 말 10필을 운영한다.
가이드를 뺀 나머지 네팔 스텝은 이미 좀솜에 가 있단다.
내일은 포카라로 이동.
비행편만 이상이 없으면 가벼운 일정이다.
날씨로 인해 결항이 되면 버스로 이동. 이리되면 시작부터 고난의 행군이 되는데.
한국에서 준비해간 네팔 요청 물품을 빼고 나니 카고백이 반으로 줄었다.
여행 첫날은 매우 부산하다.
내 것 챙기랴 팀 챙기랴.
비루를 보내고 커피를 한 잔 들고 밤하늘은 보며 도래할 일들을 상상한다.
여행 중에는 이런 시간이 제일 좋다.
이미 진행된 일 들을 정리하고 도래할 일들에 대한 기대감에 충만 하는 일.
마실정회동
첫댓글 사진도 글도 탁월하십니다.!!
후기는 이렇게 쓰는 거야 하고 보여주시는 것 같아요 ㅎ ㅎ
잘 배우겠습니다. ^^
ㅋㅋ
배우는 것은 맨입으로 하면 효과 없어요.^^
맛깔나는 무스탕 후기 기대만땅~~~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