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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고 메디치 가에서 소장한 예술 작품을 전시하는 우피치 미술관을 관람해야 하기에.......노란 벽돌로 만들어진 베키오 궁전 주변에서 점심을 먹었다.
점심을 빨리 먹고.......나는 심카드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급했다. 피렌체 중심가를 속보로 걸으며 보다폰 매장을 찾았다........우리 나라에서는 한 가게 건너 스마트폰 매장인데.....여기에서 보다폰 매장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심카드 문제로 인터넷도 안되니 지도 검색도 못하고.........기념품 가게 주인에게 물어보니 매장 위치를 알려주는데........처음에 티켓을 샀던 곳 근처에 있다. 매장에 가서 심카드의 문제 상황을 설명하니.......스마트폰에서 언어를 영어로 바꿔달라고 한다.........스마트폰에서 언어 설정을 영어로 바꿔 전달하니.........얼마 걸리지 않는다......이제 되었다고 한다.
노파심에서 이탈리아에서 독일로 갈 것인데.........독일에서도 사용가능하냐? 물어보니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이 말을 믿어야 하는데......왜 이리 신뢰할 수 없는지......이번 여행에서는 유독 심카드와 인연이 없나보다.......
심카드 문제를 해결하고 우피치 미술관으로 속보로 이동하였다. 이제 와이프와 아이들을 만나서 우피치 미술관의 작품들을 살펴보면 피렌체에서의 일정이 마무리된다.
다행히 가족들도 아직 미술관 관람을 시작하기 전이였다.
우피치 미술관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미술관 중 하나로 르네상스 시대의 걸작들을 충실하게 전시하고 있다. 그런데 이 모든 작품들이 메디치 가에서 소장한 작품들을 피렌체 시에 기증하면서 전 세계의 사람들이 르네상스 시대의 위대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우피치 미술관의 건물은 시의 관공서로 사용하기 위해 메디치 가에서 건립한 것이라서...........아무리 메디치 가의 부가 막대하더라도 한 가문에서 소장한 작품들인데..........솔직히 넉넉잡아서 한 두시간 정도 둘러보면 충분할 것이라 생각했다.......예상은 예상일뿐.......두시간 정도가 아니라 하루 종일 봐도 다 보지 못할 막대한 양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었다.
메디치 가~! 정말 대단한 가문이다........자신의 전문 지식으로 축적한 막대한 부를 이용해서 인류 문화사의 큰 흐름을 바꿔 놓고 인류의 역사를 바꿔 놓은 정말로 위대한 가문이다. 이 가문의 높은 식견 덕분에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다빈치, 보티첼리 등의 위대한 예술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게 되었고, 갈릴레오의 위대한 지동설을 만나게 되었으며, 많은 사람들이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읽을 수 있게 되었으니......
이런 모든 위대한 예술가들의 작품을 한 장소에서 만날 수 있다는 흥분된 마음으로 미술관의 계단을 올라갔다. 기대했던 것과는 다르게 건물의 내부는 그렇게 화려한 치장을 하지 않고 소박할 따름이며.......정말 관공서 같은 느낌을 주고 있다......
하기사 처음부터 피렌체 시의 관공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만들어진 건물이니....
복도에 전시된 조각상 하나 하나도 훌륭해 보이는데........정말 아무런 설명도 없이 아무런 조명도 없이 그냥 세워져 있다. 뭐야 이정도의 작품은 주요 작품으로 취급도 못 받을 정도로 훌륭한 작품들이 많다는 것인가.........다른 미술관에 있었다면 이 작품들도 매우 중요시되며 전시되었을 듯 싶은데.......인간이나 작품이나 그 팔자가 비슷한 가 보다......어디에 어떻게 있느냐에 따라 달리 보이니 말이다.......
중세 종교의 시대에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로 시작하여 종교의 시대와는 전혀 다른 르네상스 시대를 화려하게 펼친 메디치 가이기에 르네상스 시대의 특징들을 가득 담은 작품들로 가득할 것이라 생각했는데........그렇지 않았다.
우리 가족을 처음 맞이한 작품들은 대부분 종교화였다. 당시 전통적 회화와 조각......예술 활동의 주요 테마였던 종교에 대한 수많은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솔직히 조금은 의외였다. 중세 종교의 시대와 너무나 대치된 르네상스의 문화사조이기에........여기에서 종교예술을 만나게 될 줄이야.........
한참 종교예술을 보고 있으니.........메디치 가는 결코 당시 전통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고 주류 문화예술 사조라고 말할 수 있는 종교예술을 부정하지 않았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하기사 메디치 가에서 배출한 교황이 몇 명인가........종교예술의 주류를 흡수하고 향유하면서 르네상스라는 새로운 사조를 만들어 냈다는 말인가......
우피치 미술관에서 봐야할 주요 작품으로 미켈란젤로의 성 가족, 라파엘로의 검은 방울새의 성모, 다빈치의 수태고지, 티치아노의 우르비노의 비너스, 치마부에의 성 삼위일체의 성모, 보티첼리의 봄과 비너스의 탄생, 젠탈레스키의 유디트와 홀로페르네스 등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우피치 미술관의 주요 작품만을 가이드하는 전문 사설 가이드가 있을 정도니........한국인 전문 사설 가이드도 있었다. 여기에 와서 알았으니.......미리 예약을 하고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을.....아쉽다~!
하기사 우리에게는 그럴 시간도 없는 상황이니........그림에 떡이다......
예전에 아는 선배가.......아니 이제 수녀가 되셨으니.........수녀 분께서 군대 다녀와서 처음 차를 샀을 때.........안전 운전하라며.......수녀원으로 들어가시기 전에 주셨던 것이 치마부에의 성 삼위일체의 성모를 모사한 것이었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진정 나를 위해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기도해주시겠다고 했는데......아직도 그 약속을 지키고 계실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생각했던 것보다 그 규모가 매우 켰다. 그리고, 눈부시게 아름다웠고 왠지 모르게 낯설지 않고 친근하게 느껴졌다.
다른 종교 작품들도 정말 대단하였다. 아기 예수가 자신이 태어난 마굿간에서 동방박사의 머리를 어루만지는 모습 그리고 아기 예수를 보기 위해 아기 예수를 보기 위해 끝없는 마차의 행렬.........물론 성경의 내용과는 전혀 다른 작가의 재해석이다.......그래도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진 작품이 재미있기도 하고 신성스럽게 보이기도 하다.
일반인은 접근할 수 없도록 출입이 통제된 특별실에 전시된 회화와 조각상들의 아름다움이 실로 대단하다..........들어가서 직접 볼 수 없어 정말로 아쉽지만 그래도 멀리서라도 감상할 수 있어 조금은 다행이였다......그런데 사진을 찍었는데......흐릿하다.......스마트폰을 떨어뜨려서 액정이 깨져서 화질 상태가 그리 좋지는 않다......
여기까지 봤는데도 시간이 정말 빨리 지나가 버렸다. 이제 마음이 급해진다.......그래도 우피치 미술관의 주요 작품이라도 보고 가야하는데.........이러다가는 몇 개 보지 못하고 피렌체를 떠나야할 상황이니........아무리 찾아도 보티첼리의 작품을 발견할 수 없다........거의 포기한 상태였는데.......혹시하는 마음으로 안쪽의 전시실로 들어갔는데........와우~! 여기였다......이렇게 안쪽에 작품을 숨겨 놓고 있으니.......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과 봄이 전시되어 있었다. 와이프, 건우와 민서를 찾아서 빨리 데려와야 한다. 그래도 이 작품은 꼭 봐야하지 않는가........
우피치 미술관을 찾는 많은 사람들은 보티첼리의 그림을 보기 위해서라고 말할 만큼 보티첼리는 우피치 미술관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메디치 가를 위해 일하면서 그의 예술을 꽃 피울 수 있었다고 하니........
먼저 우리 가족은 그 유명한 비너스의 탄생을 감상하였다.
맑고 경쾌한 느낌을 주는 누드화인 비너스의 탄생. 누드화임에도 불구하고 결코 야하지 않으며 여성의 신체의 아름다움과 성스러움을 너무나 잘 표현하였으며, 회화 사상 최초의 누드화이고 보티첼리 작품의 백미라고 평가받고 있는 작품이다. 조개에서 갓 태어난 비너스를 향해 서풍의 신 제피로스와 미풍 아우라가 불어주는 입김.......바람에 나풀거리는 비너스의 머리카락과 옷의 흩날림.......땅위에서는 계절의 여신이 비너스에게 막 옷을 걸쳐주려고 하는 모습까지.......이 위대한 작품을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있다니........믿어지지가 않는다. 생각했던 것보다 작품은 크지 않았다.
그러나 위대한 걸작은 크지 않지만 크게 보이고, 크지만 결코 크게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해주니 교수님의 말씀이 생각났다. 생각했던 것보다 크지 않았지만 작품을 보면서 꽉 찬 느낌을 충분히 받았다. 결코 비너스의 신체 비율이 황금비율이 아니며, 비너스가 몸을 비틀고 서 있는 모습이 균형 잡힌 신체의 구조를 표현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오히려 이런 것들이 어울려 더 신비롭고 성스러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는 것 같다. 완벽한 비율과 균형 잡힌 포즈를 취하는 비너스였다면 이런 분위기를 결코 만들어 주지 못할 것 같다.
당시에는 금기시 하던 여체를 이렇게 자유롭게 그리고 우아하고 성스러우며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었다는 것이 정말 대단하다.
중세 종교의 시대에 금기시 되던 것을 이야기하고 표현하는 것은 죽음이라는 혹독한 댓가를 동반하였는데........메디치 가의 배경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은 아닐까.......
비너스의 탄생과 봄을 그린 보티첼리, 지동설을 주장한 갈릴레오가 죽음을 당하지 않고 목숨을 건 걸작을 생산해 낼 수 있었으니.......
바로 옆으로 가면 멘델스존 <봄>의 모티브가 된 작품으로도 유명한 보티첼리의 또 다른 위대한 작품인 봄이 전시되어 있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주제로 메디치 가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제작된 그림이고, 실제로 신혼방에 걸려 있었다고 한다. 신혼방에 이렇게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 놓으면 웬만큼 신부가 미인이 아니라면 신랑의 관심을 받기 어려울 것 같은데......봄에서는 비너스가 단정하게 옷을 입고 있고, 꽃의 여신 플로라가 축복의 꽃을 한 움큼 쥐고 있는 것 같다......세명의 여신이 속이 비치는 하늘하늘한 옷을 입고 관능적인 포즈로 서 있다......비너스 머리 위에는 작은 큐피드가 사랑의 화살을 쏘고 있다. 이제 갖 결혼한 신혼부부가 사랑이 가득한 삶을 함께 해나가길 기원하는 마음일까......포근하면서도 따뜻한 분위기......그러면서도 사랑스러운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다. 정말 대단한 작품이다~!
이래서 보티첼리 보티첼리 하는가 보다......이 두 작품을 본 것만으로도 우피치 미술관에 온 것을 정말로 잘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건우와 민서가 피렌체에서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과 봄을 본 것을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기억하기를 기대한다~!
정말로 많은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중간에 휴게실이 있어 밖으로 나가 바람을 쐬며 휴식을 조금 취하였다. 파란 하늘......뭉개 구름........햇빛을 받아 금빛으로 빛나는 베키오 궁전.......이곳이 피렌체구나~!
아빠~! 점프샷~!
건우와 민서는 베키오 궁전을 배경으로 멋진 점프샷을 찍었다.
우리가족은 계속해서 미켈란젤로의 성 가족이라는 작품을 감상했다.
그 어떤 작품보다 풍성한 마리아와 아기 예수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르네상스 시대의 마리아와 아기 예수의 전형적인 모습을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시대에 따라 마리아와 아기 예수의 모습이 각기 다르게 표현된다. 그 시대의 미적 관점을 반영하기도 하고, 그 시대 종교의 의미와 위상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표현되었다고 하니.......
르네상스 시대의 마리아와 아기 예수의 모습을 통해 당대의 사람들이 그들의 시대를 어떻게 평가하고 어떤 의미를 담고 싶어 했는지 말해주는 것 같다. 그들의 당당함과 자신감.......그리고 프라이드가 느껴져서 너무 좋았다.
1층으로 내려와 다빈치의 수태고지와 티치아노의 우르비노의 비너스 작품을 보았다.
보티첼리의 비너스 모습과 비교해서 긴 쇼파에 앉아 있는 우르비노의 비너스는 왠지 모르게........더 여성의 풍만함을 표현하면서도 조금은 더 야한 느낌을 주는 것 같다.....
우리 가족은 마지막으로 아르테미시아 젠탈레스키의 유디트와 홀로페르네스라는 작품을 보았다. 처음 이 작품을 볼 때는 별 생각 없이 용맹한 장수를 참하는 과부 유디트의 모습을 봤을 뿐인데.......칼로 목을 베는 순간에 솟구쳐 오르는 피를 너무나 사실적으로 그려 조금은 잔인하게 봤을 뿐인데........야간에 이동하며 와이프가 설명해준 이야기를 들어보니 작가의 재해석을 넘어 위대한 심판의 내용이 들어 있다는 것을 보고 미술 작품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이 여성 작가는 자신의 스승에게 성폭행을 당한 후 오히려 그를 유혹했다는 누명을 쓰게 되었지만 오랜 시간 고통스러운 재판을 통해 결백이 밝혀지게 된다. 그러나 이런 과정을 통해서도 용서될 수 없었던 이 여성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자신의 스승을 영원히 복수해버린 것이다. 그녀는 그녀의 스승을 잔인하게 목이 잘리는 장군의 모습으로 그려 넣었고, 목을 자르는 자신은 유디트의 모습을 통해 그려 넣었던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여성이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리는 모양이다.
거의 마지막에는 걷듯이 하면서 미술관을 나왔다. 와~! 정말 방대한 작품 전시였다.
너무나 아쉽다. 조금 더 시간이 허용하는 최대의 한도까지 미술관을 관람했는데도 너무나 아쉽고 아쉬울 뿐이다. 더 많은 작품을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한 것이 너무나 아쉽게만 남는다.......이 아쉬움은 건우와 민서가 더 커서 이 다음 언젠가 이곳에 다시와서 채우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이제 우리 가족은 피렌체를 떠나 다음 도시로 가야할 시간이 되었다.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예술을 느끼고 배우기에 이보다 더 좋은 교육관이 또 어디 있겠는가.........이 모든 작품들을 천천히 둘러보면서 보다 충분히 교감하지 못하는 것이 너무나 아쉽고 아쉽다~!
내가 나의 인생을 살면서 롤모델로 삼는 사람들 중 한 명이 메디치 가이고, 건우와 민서가 자신의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레오나르도 다 빈치처럼 창의적으로 표현하며 살아가기를 바라고 있었는데........유연히 이들의 주요 활동지가 피렌체이니........이 피렌체를 보다 더 자세히 보고 느끼고 싶었던 것 같다. 그래도 나 다운 모습으로 피렌체를 보고 느끼며 탐험한 것 같다~! 조금은 아쉽지만 그래도 후회하지는 않는다.
나의 이런 마음을 알고나 있다는 듯 해질 무렵의 아르노 강에 비친 피렌체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게 물들어간다. 너무나 아름답다~!
이런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피렌체가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이제 우리 가족은 오스트리아의 산악 지대를 건너 독일의 퓌센을 향해 올라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