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령리(月令里)에 들어와 안내 간판을 본다.
"무명천 할머니"?
어디서 듣던 말인데 생각이 잘 나지 않는다.
안내문에는 맥시코에서 해류를 타고 흘러 왔을 것이라고 하나
내 생각에는 일단 일본 남쪽지방을 거쳐서 흘러 왔을것으로 추측된다.
"선인장 군락지"
제주에 가면 선인장(仙人掌)이 어디가나 볼 수있는 식물이다.
특별하게 기르는 것도 아니다.
그냥 아무데서나 자라고 꽃을 피운다.
그런데 이곳이 "선인장 자생지"란다.
하긴 이렇게 많은 선인장이 군락을 이룬 곳이 많지는 않겠다.
이렇게 많은 열매가 달린것으로 보아 꽃이 폈을 때는 정말 볼 만 했을 것이다.
꽤나 넓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서 이것만으로도 구경거리가 되고도 남겠다.
올레길 스템프.
"무명천 할머니"의 집터.
이곳을 보니 갑자기 생각이 난다.
언제쯤인가 TV에서 방영됐던 4.3사태의 피해자중의 한분이였다.
그리고 당신의 몸으로 피해사실을 증언하신 분이다.
당시에 아래턱에 총을 맞아 아래턱이 없어진 채 음식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혼자 외로이 사신 분이다.
진아영 할머니는 무고한 희생자가 수없이 났던 제주 4.3사건을 상징하는 분이다.
진아영 할머니는 4.3 당시 고향인 판포리에서 농사를 지으며 생계를 이어오던 서른 다섯의 아낙이었다.
하지만 할머니의 평범한 일상은 한 순간에 돌이킬 수 없는 순간이 되고 말았다.
1948년 10월 이승만 정부 하에서 실시된 토벌 정책은 무차별 학살로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할머니는 울담 안에 있다가 경찰 토벌대가 발사한 총에 아래턱을 맞고 말았다.
천만다행으로 목숨은 건졌으나 아래턱이 없어지는 피해를 입었고,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평생 하얀 무명천으로 턱을 두르고 지내 왔다.
그래서 할머니는 이름보다 "무명천 할머니"라는 별명으로 더 많이 세상에 알려졌다.
https://youtu.be/_OZUe4BxUGk
무명천 할머니의 진상을 알리는 영상.
월령리 설촌의 유래를 보며 큰길로 나왔다.
여기서부터 올레길 14코스는 바다와 반대편인 산길로 올라가야 한다.
우리는 일단 "일주서로"를 따라서 식사를 할 수 있는 곳까지 가기로 했다.
한참을 걸어 "판포 포구"(板浦 浦口)입구까지 오니 음식점이 하나 있다.
해물라면집이다.
각가지 해물에 라면을 끓인것인데 내게는 조금 매웠지만 맛이 있다.
점심을 먹고 버스를 기다렸다가 "용수포구"까지 버스를 타고 가서 울레길 12코스의 해안가를 걷기로 했다.
그런데 버스기사가 우리의 말을 잘못 알아들었는지 한 정거장을 더 가서 내려준다.
물론 여기서 가도 용수리로 가는 건 맞지만 우리가 원하던 올레길 코스는 아니다.
결국 용수포구(龍水 浦口)는 빼먹고 그냥 해안길로 가기로 한다.
좌측의 섬은 "와도"라고 하고, 중간의 작은 섬은 "죽도", 우측의 섬이 "차귀도"(遮歸島)다.
모두 무인도(無人島)라고 한다.
"차귀도"(遮歸島) 앞의 섬. "와도"라고 한단다.
여러개의 섬같아 보이는데 한개의 섬이다.
길은 해안을 따라 잘 닦여져 있다.
가끔 빗방울이 떨어지지만 많이 올것같지 않아 그대로 직진.
"용수포구"를 돌아 봤다.
"용수 성지 성당"이 작게 보인다.
우리가 지나야 할 특이한 저 바위가 "생이기정"이라는 곳이다.
"생이기정"과 "차귀도".
"생이기정"으로 오르는 길은 완만한 언덕길이다.
높은 곳으로 올라가면서 보는 "와도"
아래에서 보던 것과는 아주 다른 모습이다.
어느 정도 "생이기정"까지 올라왔지만 절벽 아래는 볼 수가 없다.
세 섬의 특이한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섬사이에는 파도가 덜한지 고기잡는 배가 두 세척 보인다.
"생이기정" 정상에서 보는 "차귀도", "죽도", 그리고 "와도".
왼쪽 아래로 "고산포구"가 일부 보인다.
특히 "와도"의 생김이 아주 특이하다.
차귀도에는 또 다른 "오백장군"의 전설이 있다.
오백장군 전설에서는 한라산을 만들었다는 "설문대 할망"이 아들을 500명 데리고 살았다.
어느 해에 흉년이 들자 "설문대 할망"은 아들들에게 양식을 구해 오도록 했다.
아들들을 보내놓고 죽을 끓이기 시작했는데, 그만 발을 헛디디어 솥에 빠져 죽고 말았다고 한다.
늦게 돌아 온 아들들은 집으로 돌아오자 마자 솥단지에서 죽을 퍼먹었다.
그러다가 죽에서 사람 뼈를 발견한 막내가 어머니의 뼈인것을 알고 형들한테 말하였단다.
형들은 자책하여 영실기암오백장군바위가 되었고, 막내는 형들과 같이 있기 싫다고
차귀도로 떠나 그 앞의 바위가 되었단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올레길은 "당산봉"으로 계속 올라간다.
"당산봉수대"(堂山烽燧臺)터.
당산봉(堂山峰)은 특이한 화산지형이라고 한다.
"당산봉"내에 "알봉"이라는 화산지형이 들어 있다고 한다.
"당산봉"과 "알봉", 그리고 주변 해안가를 관찰하며 돌아보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당산봉"에서 내려가는 길은 계단길로 급하게 내려간다.
이곳 해안가에 특별한 지형의 볼거리가 있다고 하는데 이미 많이 늦었다.
이제 서귀포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큰 길까지 걸어야 한다.
처음 비양도를 보며 걷는 돌길에서 발을 약간 삐었지만 계속 걷다보니 어느새 회복이 된듯하다.
저녁은 숙소 근처에 있는 "목로식당"으로 정했다.
이곳은 제주 특유의 음식을 한다고 하는데 그 이름을 기억하지 못한다.
게다가 나는 처음 보는 음식은 되도록 안 먹는 체질이라 "굴 순두부"를 시켰다.
의외로 굴이 가득 든 순두부는 무척 맛있고 양도 많았다.
일행이 먹는 탕은 얼핏 "뼈해장국"같은데 제주의 특색음식이라고 한다.
원래 이집은 오리와 홍어를 전문으로 하는 집인듯 한데 장사가 잘 되지는 않는듯하다.
식사를 하면서 우리 회장님이 내일은 각자 일정으로 움직이자고 제안을 한다.
오늘 "용수포구"를 지나치는 바람에 내가 가 보고자 했던 성당을 못간 것에 대한 배려인 것이다.
첫댓글 제주 특유음식의 이름은 " 복도록"이라 하오.
ㅎㅎ 들어도 모르겠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