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nic Disorder
-참 안됐네. 보기엔 이상 없어 보이던데. 공황장애로 고통을 겪고 있었다니.
-판사였고, 변호사까지 한 그가 아닌가. 이번에 21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됐고.
앤디와 테디가 가운데 부대찌개 냄비에서 앞 접시에 한 국자씩 건더기를 떠 담았다.코로나 시국이 일상생활 레벨로 하향 조정되면서 모처럼 얼굴 맞대고 식사를 함께하게 되었다. 코로나 시국을 맞아 3개월간 식사도 못 한 터라 할 얘기도 많았다.
-인간이란 불굴의 강한 의지도 있지만, 깨지기 쉬운 감정도 있지.
-극도의 위험한 환경 속에서는 감내하기 힘든 공포감과 두려움에 매몰되고 말아.
-불안증세로 하루 고작 두세 시간 정도의 수면도 힘들었다니 큰 문제네. 사람이 우선 살고 봐야지.
-일부 유튜버와 언론이 심한 비판도 하던데. 우선 치료를 제대로 하면서 국회의원직에 복귀해야지. 그런 불이익을 일반 사람들이 당해선 안 되겠기에 국민 앞에 나선 것인데.
앤디와 테디는 이 일이 남의 일 같지 않았다. 판사로 재직 시 대법원장의 불법 사법 농단에 반기를 든 이유였단다. 자신의 퇴직도 안 받아주고 2년간이나 심한 불이익을 주어서 공황장애를 앓게 됐다니. 치료를 받고 변호사 개업하고 사법농단을 전 국민에게 알리고, 이번 국회의원 당선까지 됐는데. 국회의원 선거 과정에서 일부 언론과 상대편에서 허위 비방 공격을 받고 공황 장애가 다시 도졌다니. 둘의 이야기는 호흡이 잘 맞았다.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존재감이 상실 위기에 있는데 힘을 보태주고 싶었다.
-외국에 나와 살아도 고국의 정치 뉴스는 관심을 뗄 수가 없어 문제네. 마음 편히 살아야 하는데. 고국이 흥하느냐 퇴보하느냐, 갈림길에 선 시국에 불의를 없애야 하는데.
-사람은 정치적 동물이라고 하지 않는가. 고국이 여러모로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는데. 정치와 언론이 가장 낙후돼서 문제지. 일부 언론과 검찰, 사법부, 재벌의 기득권이 개혁을 가로막고 있지.
-그려. 거기에 수구 밥그릇만 챙기는 정당까지 가세하니 개혁의 걸림돌이 너무 크지. 일반 서민들의 인권은 안중에도 없어. 약한 사람들은 불의에 저항하면 바로 검찰에 송치되고. 강한 자들은 큰 죄를 저질러도 수사도 안 하고. 경기하는 운동장이 한쪽으로 확 기울었어.
-우리, 스트레스받는 정치 이야기 이 정도만 하세. 오랜만에 만났으니 음식이나 맛있게 먹자고. 우리 뉴질랜드 이야기, 건강 이야기로 화제를 바꾸자고.
앤디가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을 냅킨으로 닦아냈다. 테디도 시원한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라면 사리를 하나 추가해 부대찌개 불을 돋웠다. 다시 지글지글 끓었다. 옛날 군대 시절 밤에 보초 서고 찬합 통에 라면 끓여 먹던 일이 떠올랐다. 그 맛이 소환됐다.
-뉴질랜드에도 신문에 간간이 사건 사고 기사가 나오던데. Panic Disorder. 우리말로 공황장애지. 이 장애로 자살까지도 종종 한다는 뉴스가 심심찮게 나오더구먼.
-우리 교민들도 비슷한 장애로 고통받는 것 같아. 우울증, 갱년기 장애, 결정 장애, 폐소 공포증, 왕따, 자가면역 질환, 협심증 등등… .
-다들 정신 안정에 문제가 있는 거지. Order. 질서와 제대로 자리 잡기가 기본인데. 벗어나면 Out of Order가 되잖아. 기계나 사람도 고장 나면 그게 문제지. 물질문명 속에 정신이 평안해야 행복한 건데. 특히나 사람 간의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가?
-공황 장애는 이제 흔한 정신 질환으로 딴 나라 이야기처럼 생각하는 단계는 넘어섰어. 개그맨 이경규와 정형돈도 고생했다더구먼. 옆에서 신경 많이 써줘야 하는데.
-그럼. 공공연한 현대 생활 문제가 됐어. 영화배우 이병헌과 차태현도 힘들어했지. 건강해 보이는 박 항서 축구 감독도 한때 경기 스트레스로 공황장애를 앓았다지.
-어디 그뿐인가. 방송인 정찬우, 김구라도 그랬지. 가수 김장훈과 소율도 고통의 시간을 보냈고. 유명인이야 방송에 나오니까 아는데, 알려지지 않은 일반인들은 얼마나 많겠어.
어느 순간,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호흡이 곤란하면 어떡하겠는가? 알 수 없는 극도의 불안이 엄습해오고 일시적인 정신 마비가 나타난다면 눈앞이 깜깜해질 것이다. 더해서 불면증과 불안으로 안절부절못한다면 세상사는 게 공포나 다름없다. 앤디와 테디가 노인들의 고독사 문제로까지 이야기를 확대해갔다.
-우리 회사 직원 중에 토니라는 50대 남자 직원이 있는데, 토요일이면 독거노인들 찾아 이야기 들어주고 말 동무해주는 일을 하더구먼. 그 아버지가 고독사로 생을 힘들게 마쳤대. 그게 한이 되어서 시작한 일이래. 보람을 갖더구먼. 보기 좋데.
-그거 듣던 중 흐뭇한 이야기네. 사람의 관계가 단절되면 혈액 흐름이 막혀 쓰러지는 거와 똑같겠지. 튼튼한 몸과 마음의 평정이 요구되는 현대생활에 걷기운동을 필수로 치더구먼. 나도 집에 워킹머쉰 준비해놓고 비가 오나 바람 부나 이틀에 한 번씩은 반 시간 정도 운동해서 땀을 빼려고 하는데 생각보다 잘 안 되네.
저녁을 마치고 식당 밖을 나와 앤디와 테디는 내친김에 주변을 돌기로 했다. 빵빵한 배도 꺼 출 겸 운동도 필요해서 걸었다. 링크 드라이브를 벗어나 서니눅 로드로 올라갔다. 이스트코스트 푸푸케 골프장 입구까지 오르막길을 쉬엄쉬엄 걸었다.
-이번 코로나바이러스도 어쩌면 지구를 공황장애로 함몰시킨 대재앙이었지. 사람들이 얼마나 놀랐는가. 전 세계에 걸쳐 42만여 명의 사망자를 냈으니. 강대국 미국만도 11만여 명의 희생자는 할 말을 잃게 만들지.
-어쨌든 이번 코로나에 노약한 기저 환자들이 목숨을 많이 잃게 되어 가슴 아프지. 산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메시지지. 환경 오염 줄이고, 지구를 살려야 사람도 살지.
-아무렴. 각 사람도 평소 신선한 음식에 건강관리가 최우선이 됐어. 언제 저기 푸푸케에서 골프 한 번 쳐야지. 골프 친지도 오래돼서 새로운 맛이겠어.
-그렇지. 평소 몰랐던 소중한 자연 속에 사는 것만도 복이지.
서니눅 로드를 내려오는데 아래서 키위 할머니 둘이서 천천히 걸어 올라왔다. 저녁 들고 가볍게 산책을 나온 듯했다. 이제는 집 근처에서 시간 되는대로 걷는 것만도 보기 좋은 풍경이 되었다. 두 발 디디고 사는 동안 다리가 튼튼한 게 큰 복이라 여겨졌다. 가로등 불빛이 나뭇잎 아래로 쏟아졌다. *
첫댓글
큰 변화가 따랐습니다.
컴퓨터가 잘 안됐거든요.
큰 맘먹고 업그레이드했네요.
모니터도 하나 더 설치해
듀얼시스템으로 갖췄구요.
코로나도 안 끝나는 세상
컴퓨터앞에 더 앉겠지요.*
환경을 지키자니 사람이 힘들고
사람이 편하려니 지구가 힘들고
양쪽 다 스트레스로 인한 공황장애 없이
일상적인 시간이 빨리 오길 바랍니다.
스트레스의 양면성. 맞습니다.
어김없는 것은 자연순환이네요.
겨울 뉴질랜드는 자목련이 활짝
자연의 순리대로 살아야겠어요.
고맙습니다. 건강하시구요.
요즘은 전세계인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더군요.
마스크 없이 만날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정의가 살아나는 세상
평화가 펼쳐지는 나라
감사가 오고가는 관계
문학이 위안주는 시간
이 도래하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