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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어디 : 전남 해남군 현산면 송촌마을 달마산 02. 언제 : 2012년 7월 8일(일요일) 03. 누구와 : 구름과 04. 코스 : 송촌마을 저수지 위--->임도길--->1차 너덜지대--->2차 너덜지대--->관음봉--->바람재--->불썬봉(달마봉)--->나무계단--->밧줄--->문바위--->금생이정표--->대밭삼거리--->부도전--->미황사(5시간 30분) 05. 찾아가기 : 남해고속도로 동순천IC--->여수-영암 고속도로--->강진IC--->국도2호--->국도13호--->해남군 현산면 월송리--->송촌부락(이정표 잘 볼 것) 06. 소감 <10년 원(願)을 품은 산> 어떤 산은 하루밤에 결단하여 가는 산도 있고 또 어떤 산은 마음으로 그리다가 많은 세월이 흐른 후 오르는 산도 있다. 전자의 것으로는 괴산 사랑산이고 후자로는 해남의 미황사를 품고 있는 달마산이 해당된다. 십수년 전 식구들과 미황사에 도착해 대웅전 뒤의 능선을 보았는데 그만 단숨에 매료되었다. 식구들을 팽개치고 홀로 오를 수 없어 그 때부터 마움 속에 품어온 산이다. 이로부터 십수년의 세월이 흘러 달마산을 향하는 마음이 오죽하랴! 잠을 설치고 아침은 먹는 둥 마는 둥 6시 10분경 집을 나서 여수에서 우왕좌왕한 것을 빼고는 무난하게 달마산 부근에 도착했다.
<작은 공룡을 닮은 산> 월송리에 들어서니 달마산의 전경이 나오는데, 어떤 사람은 지네가 일직선으로 기어가는 모습이라 하지만 내가 보기로는 작은 공룡이 꼬리를 바닷물에 적시고 있는 형국이라고 여겨졌다. 나는 습관대로 머리부분에서 오를 것인지 꼬리부분에서 오를 것인지를 잠시 고민했다. 월송리 송촌부락의 머리부분에서 돌솔암의 꼬리부분으로 종주하려고 웅대한 꿈을 꾸었다.
<안부는 없는 산> 송촌저수지 위 등산안내도가 있는 공터에 차를 세우고 흥분된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겼다(10시 20분). 조금 걸어 양옥 한채에서 울려퍼지는 견공의 환영을 받으면서 대밭도 지나고 곧 임도와 마주쳐 사진도 찍고 측백나무향 가득한 숲속길을 올랐다. 바람 한점 없고 땀은 범벅이다. 첫 너덜지대에서 땀도 닦고 두번째 너덜지대에선 관음봉도 보여 다 온 기분이다. 그 때 수건이 보이지 않아 찾아내려간 곳이 대밭까지 가버렸다. 젠장! 처음부터 수건을 포기하지 앟은 것이 후회되었다. 여름철이라 땀이 눈에 들어가 고통을 유발할 것이 우려되 포기하지 못한 것이다. 수건을 두 장 가지고 다녀야겠다고 다짐하면서 두번째 너덜에 복귀하니 체력이 고갈되는 느낌이다. 이 기나긴 너덜지대의 급경사를 오를 때 오늘 종주는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망대가 필요없는 산> 능선에 올라섰다. 수건 찾으려 간 시간을 제하면 관음봉까지 한 시간 걸렸다. 능선에 서니 진도방향을 제외하고는 시야가 훤하다. 저 멀리 두륜산, 완도의 상황봉, 강진의 주작산 등이 물결을 이룬다. 특히 왼쪽의 완도의 상황봉은 오늘 내내 나와 친구가 될 것이다. 어떤 산은 아예 조망이 없기도 하고 또 어떤 산은 특정한 곳에서만 조망을 허락하지만 달마산은 능선에 서기만 하면 전망대이다.
<식사장소가 마땅하지 않은 산> 마루금은 주로 바위로 이루어져 관목들만 자라 큰 그늘은 없다. 관음봉에서 바람재를 지나 434봉에서 식사하였다(12시 30분). 불썬봉(달마봉)의 돌탑이 삥긋이 보이는 곳이다. 너무 지친 탓인지 그 맛있던 막걸리도 쓰기만하고 라면도 국물만 넘어갈뿐. 결정적인 것은 물이 거의 고갈되어 간다는 점이다. 그래서 정상에서 하산하기로 작정하고 불썬봉에 겨우 도착하였다. 달마봉이라고 정상석이 있고 진짜 정상에는 작은 돌들로 쌓아올린 돌탑가운데 달마봉이라 새겨놓았다. 아마 옛날 봉수대인 모양이다. 전라도 말로 '불썬'봉이라고 한 것은 여기서 불을 켯기에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정상엔 나를 반기는 고추잠자리 외엔 아무도 없다. 다시 주위를 살펴 오른쪽 아래 미황사, 산과 섬을 잊지않으려고 짚어두었다.
<산림청 지정 100대 산> 정상에도 아무도 없기에 100대 산에 속하는지 의아해 하였다. 더구나 오늘은 일요일이 아닌가? 하기야 여름철 시원한 계곡이 있는 산으로 가지 나처럼 그늘도 없고 계곡도 없는 단지 10년의 원에 사로잡혀서 이 산에 누가 오겠는가? 이런 생각을 하면서 도솔봉쪽으로 향해 가다가 나무계단에 올라서자 일군의 등산객의 외침에 반가움을 느꼈다. 계단을 내려가기를 주저하다가 호기심으로 뒤쪽의 가는 밧줄을 잡고 바위 위를 올라가 보았다.
<은자(은혜로운 사람)를 만난 산> 거기에 오르니 헬기장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길인데, 마치 보성 오봉산 칼바위와 비슷한 분위기를 느끼게했다. 기기묘묘한 바위의 모습을 보니 작은 금강산이라 할만하다. 그래서 어떤 이는 옛날 석공이 달마산에서 바위를 자유자재로 다루어본 솜씨를 금강산에서 발휘하였다는 말이 실감이 갔다. 여기서 어떤 해남인 한 분을 만났다. 내가 말하기를, "종주하러 왔는데 얼마나 남았느냐?"하니 해남인 왈,"4분의 1정도 왔을라나"한다. "체력고갈로 종주는 틀렸다"하니 "그러면 대밭삼거리에서 하산하면 미황사로 가면 되니 같이 갑시다" 이리하여 해남인이 앞서고 나는 그의 뒤를 따랐다. 이 은자는 정말로 잘 올랐다. 나는 씩씩거리면서 따르기에 바빴다. 사고로 오른 팔을 잃고도 저렇게 바위와 밧줄을 잘 타고 오를까? 지리산 통천문과 비슷한 문바위를 지나 '금샘'이정표가 있는 곳에서 우린 길게 휴식했다. 오이, 밀감과 포도즙을 교환하여 먹었다. 은자는 자신의 사고에 관해 꺼리낌없이 이야기 하였고 나는 나의 친구가 상기되어 그의 마음을 조금 알 것같았다.
<종주를 포기한 산> 3시경 대밭삼거리에 도착했다. 도솔봉까지는 3.6km가 남았다고 이정표가 말해주었다. 그 분이 가져온 얼음물로 목을 축였다. 벤치에 앉아 '산'에 관한 이야기도 많이 나누었다. 이 분은 날카로운 바위산을 좋아하였다. 40분을 쉬었다가 오늘같은 컨디션으론 종주를 그만두고 하산하는 것이 나았다. 그렇게 생각하고 포기하니 속이 후련했다. 하산은 내가 앞서고 은자가 뒤따랐다. 미황사 부도밭까지는 잠깐이었다. 4시 30분. 임도를 몇 백미터를 걸어 미황사 본전에 도착했다. 이 분을 좀 기다리게 하고 십수년전을 회상하면서 경내를 관람하였다. 옛날에 비해 순례객이 많다는 점과 경내는 여백의 미 없이 많은 부속믈로 채워져 있다는 점이 달랐다.
<은자와 19홀을 돈 산> 이 은자의 차로 원대복귀하여 차를 회수해 월성리 매화식당 옆 수퍼에서 캔맥주로 갈증을 달래었다. 이것은 골프로 치면 19홀인 셈이다. 어떨 땐 19홀이 더 재미있는 경우도 있다. 진도의 점찰산, 동석산에 대한 정보도 얻고 나는 부산두류산악회를 알려주면서 뒷날을 기약했다. 갑자기 이 분과 빨리 등산하고픈 생각이 밀려오네. 나는 속으로 '여수에서 지체하지 않았다면 또 수건을 잃어버려 그것을 찾아 나서지 않았다면 이 은자를 만날 일도 없을텐데'라고 생각하니 무슨 큰 인연이 있는 듯 하였다.
<도솔암이 멋진 산> 나는 헤어져 미황사 입구에서 13km 떨어진 도솔암으로 향했다. 통신부대 입구에서 800미터 떨어진 도솔암을 찾아가는 여정은 삼륜(풍륜,수륜,금륜)을 지나 수미산 도리천에 이르는듯 하였다. 한동안 머리속을 떠나지 않을 잊지못할 여정이다. 수미산 도리천 위에 삼계(욕계,색계,무색계) 중 욕계에 도리천이 있고 그 중앙 우뚝선 바위 위에 도솔암이 있어 여기가 이상세계가 아닐까? 도솔암에 서니 심신이 정화되는 기분이다!!! <도솔봉 아래 도솔암> <출발한 20분 후에 닿는다> <두번 째 너덜지대에서 본 관음봉> <관음봉 이정표에서 본 바위>
<관음봉에서 본 완도 상황봉-오른쪽 높은 봉우리>
<무슨 모양일까?> <미황사가 보이고...> <이자리에서 식사-불썬봉 돌탑이 뽀족하다>
<두륜산 방향>
<저멀리 통신부대의 안테나밑이 도솔암> <기묘한 바위들>
<이 지점에서 해남의 은혜로운 사람을 만나다> <문바위2> <기둥바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