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여름의 화로와 겨울의 부채[夏爐冬扇]’의 유래
하로동선(夏爐冬扇)은 여름의 화로와 겨울의 부채라는 뜻으로, 곧 격이나 철에 맞지 않거나 쓸데없는 사물을 비유하는 말입니다.
후한 시대의 학자로 독창성에 넘치는 자유주의적 사상을 지녔으며 선비적 사상이나 속된 신앙, 유교적인 권위를 비판한 왕충(王充)이 쓴 논형(論衡)에 이런 대목이 보입니다.
“쓸모없는 재능을 내세우고 아무런 보탬이 되지 않는 의견을 내놓는 것은[作無益之能 納無補之說], 여름에 화로를 권하고 겨울에 부채를 내미는 것과 같다[獨如以夏進爐 以冬奏扇 亦徒耳].”
겨울의 화로와 여름의 부채는 유용하고 환영 받는 물건이지만 겨울의 부채와 여름의 화로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무용지물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여름의 화로라 하더라도 그것으로 젖은 것을 말릴 수도 있으며 겨울의 부채라 하더라도 그것을 부침으로써 꺼져가는 불을 살려서 활활 타게 할 수도 있습니다.
좀 더 비약하면 아무 쓸모없이 보이는 것이 때로는 어느 것보다 더 유용하게 쓰이는 이른바 장자의 ‘쓸모없는 것의 쓸모 있음[無用之用]’의 철학에도 생각이 미칩니다. 장자는 ‘사람들은 모두 유용(有用)의 쓰임을 알지만 무용(無用)의 쓰임은 알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버린 돌이 주춧돌이 된다는 말이 있듯이 못쓰겠다고 단념하고 내버린 것이 나중에 중용(重用)되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범속한 인간들의 눈에 무용으로 보이는 것이 도리어 대용(大用)으로 쓰일 수도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