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핑크돌핀스의 해양동물 이야기 22] 수족관에서 태어난 돌고래 '고장수'의 미래는 과연?
울산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에서 태어난 새끼 큰돌고래 ‘고장수’가 지난 6월 13일 첫돌을 맞이했다. 엄마 큰돌고래 장꽃분의 출산은 이번이 세 번째다. 두 번의 수족관 돌고래 출산이 모두 아기 돌고래의 ‘폐사’로 끝이 났기에 삼진아웃을 염려한 울산 남구는 이번에는 무척 공을 들이고 있다. 일본 다이지마을에서 돌고래 출산 전문가와 수의사까지 초빙해 노하우를 전수받았고, 기존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여태껏 대중에게 엄마와 아기를 공개하지 않고 비공개 수조에서 지극정성으로 보살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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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두 번의 돌고래 출산에서 울산 수족관 측은 새끼 돌고래가 태어나자마자 언론에 공개하고 축하파티를 여는 등 호들갑을 떨었으며, 섣불리 대중에 공개함으로써 모자가 조용히 안정을 취하지 못하게 하였다. 수조 안 돌고래들은 그저 신기한 볼거리로 여겨졌다. 지극히 인간중심적인 시각이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진 셈이다. 고장수는 다행히도 생후 1년간 살아남았다. 전 세계적으로 수족관 출생 돌고래가 1년 이상 살아남을 확률은 50% 미만이고, 한국의 경우에는 수족관 출생 돌고래의 생존율 자체가 미미한 상황에서 고장수가 맞이한 첫 번째 생일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왜냐하면 바로 그날 열린 지방선거가 고장수의 운명을 바꿔놓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으로는 유일하게 돌고래 사육과 전시를 이어온 울산에서 수족관 돌고래의 자연방류를 약속한 후보가 시장으로 당선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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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고장수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야생에서 태어났다가 수족관에 잡혀온 돌고래의 자연방류는 물론 당연히 추진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수족관에서 태어난 돌고래도 야생으로 보내야 할까? 한 번도 넓은 바다를 보지 못한 채 수조라는 인공적인 환경이 자신이 아는 세상의 전부인 아기 돌고래에게 태풍이 불어오는 바다는 너무 가혹하지 않을까? 일정한 수온이 유지되고, 안정적인 먹이가 공급되며, 의료진의 도움을 받을 수 있고, 항상 살균상태가 유지되는 수조가 수족관 출생 돌고래에게 더 나은 환경이 아닐까? 더 익숙한 환경을 놔두고 바다로 내보내면 과연 이들이 잘 적응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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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의문은 과거에 이미 여러 나라에서 제기된 바 있다. 지금 현재 유럽에서 동물원 및 수족관과 관련되어 뜨거운 논쟁 가운데 하나는 ‘수족관 돌고래의 출산’을 두고 벌어지고 있다. 프랑스는 환경부장관이 2017년 5월 큰돌고래와 범고래 등 수족관 고래류 출산과 인공번식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발효시켰다. 수조의 규격과 사육 조건도 엄격하게 마련되었고, 이를 따르지 못하는 돌고래 수족관은 곧 폐쇄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퍼져나갔다. 이 소식은 한국에도 널리 알려졌다. 동물이 제대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수족관 번식을 허용하는 것 자체가 동물복지에 어긋난다는 것이 당시 프랑스 사회당 올랑드 정부의 판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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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최대규모를 자랑하는 프랑스의 고래쇼장 마린랜드. 사진출처 마린랜드 홈페이지
그런데 업체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유럽에서는 최대 규모의 고래류 쇼장으로 알려진 프랑스 남부의 마린랜드를 비롯해 파리 근교의 아스테릭스 수족관, 프랑스 서부에 위치한 와일드 플래닛 등이 힘을 모아 즉각 제소하였다. 그리고 프랑스 최고행정법원은 2018년 1월 이 행정명령에 대한 기각 판결을 내리고 말았다. 정부의 과도한 규제가 영업을 침해한다는 판단이었다. 돌고래 쇼장들은 환영했고, 프랑스에서 수족관 고래류 번식은 다시 재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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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대 해양파크 시월드에서 공연 중인 범고래 틸리쿰. 시월드 유튜브 캡처
미국에서는 2016년 대표적인 범고래 쇼장 시월드에서 어쩔 수 없이 인공번식과 출산 중단을 내렸다. 조련사가 몇 차례 사망하자 고래쇼 반대 여론이 거세졌고, 21마리의 새끼를 출산케 하였던 번식용 수컷 범고래 틸리쿰의 건강이 급격하게 악화되었기 때문이다. 돌고래보다 크고 거대한 몸집으로 미국식 볼거리를 제공하며 범고래 쇼의 스타로 군림하던 틸리쿰이 2017년 사망하자 이제 미국도 서서히 고래쇼의 단계적 종말을 예고하고 있다. 새로운 야생 범고래의 도입은 이미 법 개정으로 불가능해졌고, 수족관 번식도 중단되었으므로 향후 30년 정도 지나서 현재 수족관 사육 범고래들이 모두 사망하면 미국 수족관에서 범고래를 더이상 볼 수 없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전에 고래들이 바다에 마련된 보호시설로 옮겨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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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에서 태어난 새끼 큰돌고래 고장수. 사진제공 울산남구청
수족관에서 태어난 돌고래도 야생동물로 대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수족관에서 출생했다고 해도 야생성은 그대로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의 진화에 따라 야생에 적응한 돌고래 유전자가 다음 세대에서 갑자기 사육 환경에 순응하는 식으로 변하지는 않는다. 동물원에서 태어난 호랑이도 포식자로서의 본능이 살아있기에 우리는 야생동물처럼 대하며 주의를 기울인다. 지금은 수조에 살고 있는 장꽃분과 고장수가 바다로 돌아간다면 오랜 기간 억눌렸던 야생의 본능이 곧 되살아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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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조에서 물 위에 둥둥 뜬 채 대부분의 시간을 무료하게 보내던 사육 돌고래들이 자연 적응 훈련을 위해 바다에 마련된 수조에 옮겨지자마자 대부분의 시간을 물속에 몸을 숨긴 채 등지느러미만 간간이 드러내는 행동을 취하기 시작했다. 마치 야생 돌고래들처럼 행동하면서 사육 환경 따위는 곧 잊어버린 모습을 보며 야생동물의 본성이란 매우 질기고 강력해서 인간이 쉽게 지워버릴 수도, 부정하거나 무시할 수도 없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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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 돌고래 고장수가 냉동생선만 받아먹으며 일생을 좁은 수조에서 살게 하는 것보다 제철 바다가 생산한 다양한 물고기들을 마음껏 잡아먹으며 등을 쫙 펴고 헤엄치며 살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 어떨까. 우리는 그저 야생성을 깨워주기만 하면 될 것이다. 수족관 출산 돌고래의 야생 방류는 아직 시도되거나 성공한 적이 없지만, 야생에서 생활한 경험이 있는 돌고래들과 어울리도록 하면 그들로부터 야생에서의 생존에 필요한 먹이사냥 기술과 사회적 습성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결과를 미리 예측할 수는 없지만 충분한 논의를 통해 시도해볼만한 일임에는 틀림없다.
울산 장생포 수족관 돌고래들이 함께 자연으로 방류되는 상상만으로도 정말 기쁘다. 넓은 동해가 기다리고 있으니 말이다.
원문 읽기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16055127&memberNo=384192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