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옥금 프로필
61.2월 충남 대천산
충청 효 교육원 당진시 분원장
웃음치료사. 효지도사
외 30여 가지 자격 취득
좌우명 / 그냥 살아 보는거다
시
1. 여정 旅情
송 옥 금
묻지 마라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인가
보이는 것은 추연한 얼굴
좌표는 없다
변하는 것을 찾아서
빛과 그늘 속
생로병사를 질주한다
밤과 낮이 바뀌고
숫한 연민의 시간이
사지를 묶어도
숨소리 거칠게 내는 사랑의 순간들
지워지지 않는 서정(抒情)이다.
차창에 어리는 입김 위에
손가락으로 시간을 그린다
해는 동에서 뜨고
별은 밤이 되어야 빛을 발한다
어딘가에 있을
기다리는 또 하나의 나를 찾아서
길을 떠난다.
길은 하나다,
2. 입으로 사는 사람들
송옥금
3시간 이상을 잠시도 쉬지 않고 떠들어 대든 두 여자
할 말이 많이 남아 있는 듯 집에 가서 또 전화할게
휴대폰을 귀에 대고 3시간 이상을 이야기하던 친구
야! 만나서 이야기하자
할 말이 많아 참 좋겠다,
하루 종일 입도 벙긋하지 않는
나는
무엇으로 사는 남자일까
3. 삼식이 의 하루
송옥금
하루 세끼 꼬박 또박 밥을 먹는다.
밥상 앞에서 용감하고
반찬 앞에서는 겁이 없다
아침식사를 거르면
하루가 시작되지 못하고
점심 식사를 거르면
눈에 뵈는 게 없어지고
저녁식사를 거르면
하루가 문을 닫지 못한다
더하여 헛것이 보이기 시작하면
이성이 마비된다
누군들 기다림의 의미를 모르리오
누군들 그리움의 의미를 모르리오
배부른 자들의 탄식 일 뿐
허기진 일상
사는 이유가 된다
삶이란 으레 그런 거란다.
4. 등 대
송옥금
어둠이 드리워진 들녘에
술 주전자를 든 소녀는
껌벅거리는 불빛을 향해 간다.
개울 물가에 앉아 기다리는 아버지의 담뱃불은
어둠 속의 등대다
등대는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술주전자를 기다리고 있을까
저녁 밥상 상보로 덮고
아버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어머니는 아버지의 등대
기다림에 지친 등대의 주름살은 늘어만 가고
나의 등대는 술독에서 깨어나지 못한 채
기억 속의 담뱃불로 남아
여전히 껌벅거린다.
소녀는 성년이 되어
책가방 메고 가쁜 숨을 들이마시며
엄마를 소리 높여 부르는 세끼들의 등대지기가 되었다
나도 내 새끼들처럼
가고 없는 나의 등대를 소리 높여 불러 본다.
켜켜이 쌓인 그리움이 비수가 되어 명치끝을 찌른다
송옥금 시등단 <등단 소감문>
나에게 좌우명을 묻는다면 나는 할 말을 잊는다. 하고 싶은 일도 하고 싶은 말도 별로 없다. 되고 싶은 것도 뚜렷하게 없다. 왜 사느냐고 묻는다면 아마 더 막막할 것이다. 달리 말하면 삶의 철학이 부재한 것이다. 사는 이유가 불분명한데 어떻게 살고 싶으냐고 묻는다면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자칫 선 문답이 될 확률이 크다.
평범한 여자. 왜 사는지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인지가 모호한 여자가 여자의 길에 들어섰다. 결혼하고 애 낳고 종속된 아내로서 아이들의 엄마로서의 길에 들어선 것이다. 더하여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사회인으로서 역할이 분담되고 책임과 의무가 수반되었다. 화두처럼 거창한 삶의 명제가 아니라 소속된 단체의 조직원으로서 누군가를 위하여, 혹은 자신을 위하여 무엇인가를 해야 했다. 삶이 소중하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다른 사람 아닌 바로 내가 해야 할 때 느끼는 것이라는 생각이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이다. 기왕에 해야 할 일이라면 남보다 더 잘해야 한다. 그래야 빛이 날 테니까 남편에게도 자식에게도 내 이웃에게도 더 잘하기 위해서 나는 닥치는 대로 자격증 과정 공부에 도전하였고 국가 자격증 민간 자격증을 헤여 보니 30개가 넘는다.
그중 하나가 효지도사 자격증이었고 공부를 하다 보니 인문학의 백미였다, 2급을 하고 1급에 도전하였다. 인문학으로서의 효용도를 높이기 위하여는 다양한 언어의 구사와 언어의 탁마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하게 되었다. 나는 스스로 고민의 늪을 유영하기 시작하였다. 시. 소설. 수필 나에게 맞는 장르의 선택은? 천안 소재 문학교실에서 나 스스로를 체크해 보았다. 지성 테스트 감성 테스트? 나의 장르는 시문학으로 낙착되었다. 한 편의 시는 장편이거나 대하소설의 압축이고 한 줄의 시에 절명할 수도 있다고 했다. 더 어려웠지만 도전을 했고 조금씩 써보기 시작했다. 신인상에 응모하였고, 선발되었다는 소식에 어안이 벙벙하였다. 운전면허증 먼저 받아서는 안 되지만 그렇게 하여 빨리 운전을 익힐 수 있기도 하다는 우스갯소리에 섬찟하였다. 내 실력으로 등단해야지. 그래야 당당하다. 짧은 시간 읽고 쓰고를 반복하는 동안에 교수님의 문학 강의가 내 글 문을 열어 주었다. 나는 당당한 시인이다!
교수님, 심사위원님, 덕향 문학의 문우 여러분 저 이쁘지 않아요? 곱게 고개 숙여 감사인사 올립니다, 천지분간 모르고 세상을 향해 내 닫는 나를 지켜 주시고 시인으로서의 발돋움을 성원해주고 지켜 준 애들 아빠 김종환 고맙습니다. 목숨과도 바꿀 수 없는 아들 대호, 딸 다은에게도 기쁨을 전하겠습니다. 유치한 시절의 삼총사 서울의 김인옥, 수원의 박영미, 아끼고 사랑해 주신 당진시 골드 인생길 멤버 여러분에게도 이 소식을 전하고 싶습니다.
송옥금 시인 <등단 심사평>
문학의 여정(旅情)에 오른 시인 송옥금 !!
있잖아, 불행하다고 한숨짓지 마 / 햇살과 산들바람은 한쪽 편만 들지 않아 / 꿈은 평등하게 꿀 수 있는 거야/ 나도 괴로운 일 많았지만 살아있어 좋았어 / 너도 약해지지 마
100세 시인 시바타 토요 시인의 詩를 읊조리면서 문학의 여정에 오른 송옥금 시인을 천한다
시인은 왜 사는지,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인지 묻지 않고 뜨겁게 살아왔다. 거창한 말로 따져가며 이유를 찾기보다 삶이 소중함을 직접 부딪히며 느끼면서 지금까지 왔다고 했다. 남보다 더 잘해야 빛이 날 것이라는 다짐이 시인을 오롯하게 지켜온 북극성이 아니었겠나 미루어 짐작해 본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했던가. 여자 나이 이순(耳順)이면 치국(治國)과 평천하(平天下)는 아니더라도 수신(修身)과 제가(齊家)를 완성하고 견고한 성(城)을 쌓고 지켜내지 않았을까. 특히 詩人은 그렇게 자신과 가정을 어떠한 유혹과 바람에도 요동하지 않을 철학으로 지탱하고 있으리라 넘겨짚어 본다.
사람이 먼저다. 한 시절 피었다가 지는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이 우선이어야 한다. 하여 詩人의 이름을 문학의 거대한 반열에 올려놓는 데 조금도 주저하지 않았다. 치열하게 살아온 발자국이 모든 사람들의 본이 되었고, 문학특강 강의실에 먼 거리에서 한걸음에 달려온 열정이 감동이었다.
데스크에 올라온 5편 의 작품 중 "벚꽃 길" 은 작품의 착상은 좋으나 완성도가 미흡하여 제외시켰다. 또 하나의 작품 입으로 사는 사람들 역시 심사위원들의 심사를 통과하는데 이견이 있었으나 대상 작품으로 선정. 선례를 깨고 4편을 천하기로 했다
또한 詩題 네 편은 고룬 수준을 보여주었다. 詩人의 詩를 대하면서 대견하고 자랑스러운 미소가 저절로 피어난다.
여정 (旅情)
묻지 마라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인가
// 중략 //
해는 동에서 뜨고
별은 밤이 되어야 빛을 발한다.
어딘가에 있을
기다리는 또 하나의 나를 찾아서
길을 떠난다.
길은 하나다.
詩人은 왜 사는지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인지가 모호한 여자가 여자의 길에 들어섰다고 고백한 바 있다.
하여 시인은 詩 속의 화자가 되어 ‘묻지 마라.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인가.’ 세상을 향해 한껏 조롱하고 있는 듯하다. 해가 동에서 뜨는 건 삼척동자도 아는 평범한 말이다. 그러나 ‘별은 밤이 되어야 빛을 발한다’는 말은 詩人의 마음으로 찾아낸 빛나는 감동이다. 한 가문의 안주인으로, 하늘 같은 남편의 아내로, 자녀들의 엄마로 당당하게 걸어온 하나의 길, 아름다운 여정(旅情)이다.
2. 입으로 사는 사람들
3시간 이상을 잠시도 쉬지 않고 떠들어 대든 두 여자
할 말이 많아 남아 있는 듯 집에 가서 또 전화할게
휴대폰을 귀에 대고 3시간 이상을 이야기하던 친구
야! 만나서 이야기하자
흔히 여자의 변신은 무죄(無罪)라고 말한다. 시인은 여자의 수다는 삶의 활력소라고 세상을 향해 거침없이 선포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회자되는 언어가 詩에 안착하니 무릎을 치는 감탄이 되었다. 21세기 컴퓨터가 신의 영역을 넘나드는 문을 활짝 열어젖힌 4차 산업 혁명의 시대를 살고 있지만 시인의 젊은 시절은 가문의 힘에 눌리고 사회의 윤리 질서에 제한받으면서 어깨를 활짝 펴지 못했을 것이다. 오늘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숨은 공로자가 아줌마의 힘이라고 하지 않는가! 3시간의 통화가 아니라 3박 4일의 수다라도 감히 누가 탓하겠는가. 위대한 여인이다!
3. 삼식이의 하루
하루 세끼 꼬박꼬박 밥을 먹는다
// 중략 //
누군들 기다림의 의미를 모르리오
누군들 그리움의 의미를 모르리오
배부른 자들의 탄식일 뿐
허기진 일상
사는 이유가 된다
삶이란 으례 그런 거란다
삼식이라는 말이 대한민국 남자들의 애환을 대변해 주는 처연한 언어가 된 지 오래다. 가족들을 어깨에 둘러메고 삶의 현장에서 구슬땀 흘리면서 불같은 청춘을 바친 남자들이 퇴직 후 떠받들어 대우를 받기는커녕 삼식이라고 조롱받은 슬픈 자화상의 주인공이 되었다.
시인의 詩 속에서 삼식이는 하루 세끼를 꼬박꼬박 챙겨 먹어도 고프기만 하다. 기다림이 고프고 그리움이 고프다. 허기진 일상이 사는 이유가 되고 삶이란 으레 그런 거라고 푸념하는 듯하다. 어찌 들으면 체념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심사위원은 ‘누군들 기다림의 의미를, 그리움의 의미를 모르리오’에서 꿈틀거리는 뜨거운 욕망을 찾아내고 감탄한다.
4. 등대
어둠이 드리워진 들녘에
술 주전자를 든 소녀는
껌벅거리는 불빛을 향해 간다
// 중략 //
나도 내 새끼들처럼
가고 없는 나의 등대를 소리 높여 불러 본다
켜켜이 쌓인 그리움이 비수가 되어 명치끝을 찌른다
<등대>는 시인의 자서 록이라고 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어둠이 드리워진 들녘에 아버지의 담뱃불은 어린 화자(話者)에게 등대가 되었다. 저녁 밥상을 상보로 덮어 두고 아버지를 기다리는 어머니는 아버지의 등대라고 했다.
소녀가 성년이 되고 엄마가 되고 보니 자녀들의 등대지기가 된 자신을 발견한다. 자신을 태울 때 빛을 발하는 등대가 될 수 있었고 스스로 태워 자녀들의 길을 밝혀주면서 켜켜이 쌓인 그리움을 소환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고통 그 그리움이 비수가 되어 명치끝을 찌른다!
사방 어느 곳을 둘러봐도 꽃천지다. 산에도 들에도 하다못해 아스팔트 틈에서도 생명이 비집고 싹을 틔우고 한 떨기 꽃으로 피어났다. 꽃나무에서 꽃이 모두 지고 난 후 늦게 피는 꽃이 있게 마련이다. 그 꽃 보고 늦게 피었다고 힐난할 수 있을까. 심사위원은 오히려 다른 꽃들보다 늦게 피었으나 더 아름답고 강한 향기를 내뿜고 있다고 역설하고 싶다.
송옥금 시인을 위풍당당 文人의 반열에 올리는 이유다.
시인의 등단을 축하하며 문운(文運)을 기원한다.
(심사위원 김구부, 신상성, 최기복, 최태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