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은 쿠시나가르 강물에 마지막으로 몸을 씻었습니다. 그리고 두 그루의 사리수 나무 사이에 고요히 자리잡고 앉았습니다.
야윈 몸은 황금색으로 빛났지만, 그 모습을 보는 대중들은 열반을 예감하는 슬픈 기운에 휩싸였습니다. 사리수 나뭇잎도 학의 깃털처럼 새하얗게 변해버렸습니다.
그 때 수발타가 5백 명의 힘센 장정을 거느리고 부처님 앞에 달려와 머리를 조아렸습니다.
“부처님이시여, 우리는 출가 수도를 간곡히 원하옵니다. 허락해 주옵소서.”
“오, 잘 왔도다. 그대 비구들이여!”
기다렸다는 듯 펼치신 부처님의 법문이 봄바람처럼 향기롭게 퍼져갔습니다.
그러자 장정들의 몸에서 한순간에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수염과 머리카락이 사라지고 몸에는 깨끗한 가사가 입혀진 것이지요.
모두 놀라고 감격하여 눈물을 흘렸습니다.
“진여의 본래 자리로 돌아가실 세존이시여! 열반에 드시려는 이 순간까지 중생을 제도하신단 말입니까??”
부처님이 조용히 눈을 감고 말했습니다.
“전생에 나는 5백 마리 사슴을 거느린 사슴왕이었느니라. 어느 날, 사슴 사냥 나온 범마달다 왕에게 모두의 목숨이 위험에 처하게 되었지. 그 때 내 한 몸을 기꺼이 던져 5백 마리 사슴의 목숨을 구하고 도리천에 태어나 한 세상을 지났음이다.”
“그 또한 인연이로군요!”
“지중한 인연이고말고. 지금 내 눈앞에 있는 5백 명의 비구들은 머나먼 전생에 내가 목숨을 구해준 뭇사슴이었노라. 수발타를 비롯한 5백 명의 비구들이 지은 전생의 참회와 선업이 이번 생에서 나를 만나 깊은 도를 깨닫게 되었음이다.”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행동한다면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곁에 있는 것과 같음을 알겠사옵니다.”
또 하나의 깨달음을 얻은 5백 명의 비구와 대중들이 두 손 모아 찬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