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로 망원에서 양꼬치를 먹지 마시오
천지양꼬치
책 제목을 뭘로 할까 고민하다 이 제목이 좀 자극적이고 흥미를 끌 것 같고 재미있을 것 같아서 이걸로 정했다. 문득 이 이름이 내 소소하고 힐링적(?)이며 교훈적인(?) 책 내용을 포괄하기엔 너무 작은 제목이라고 생각해서 고민했지만, 더 좋은 안은 없었다. 하지만 내가 천지양꼬치에서 양꼬치를 매우 맛있게 먹었기 때문에 아무 데서나 양꼬치를 먹지 말라고 말하고 싶은 건 사실이다.
양꼬치를 좋아하고 꿔바로우도 좋아하고 온면도 좋아한다. 웬만한 양꼬치 가게에 가면 맛있다고 잘 먹지만 사실 특별하게 엄청나게 맛있다고 느낀 적은 별로 없다. 그런데 이곳은 달랐다. 딱 한입 먹었는데 입에서 사르르 녹는 느낌이 났다. 연태 고량:칭다오 = 1:1-그전에 학교 선생님이 알려주셨던 황금 주류 레시피-의 파인애플 맛 음료를 한 입 했더니 맛이 배가됐다. 양고기의 맛을 즐기기 위해 쯔란을 뿌려 먹지 않는 사람도 있겠지만 난 듬뿍 찍은 쯔란 맛으로 먹었다. 가지 튀김을 양꼬치집에서 시킨 건 이곳이 처음이었는데 무슨 소스라고 형용은 못하겠지만 독특한 맛에 감탄했다. 가지의 겉 부분은 바삭한 듯하지만 내부는 물기가 많기 때문에 식감도 독특하다. 탕수육과는 전혀 다르다. 이곳에 가서 양꼬치나 양 갈비랑 이 가지 튀김을 시키지 않는 사람과는 겸상하지 않을 것이다… 는 농담이고, 아마 많이 시무룩해할 것이다.
네 번 정도 갔는데 갈 때마다 사람이 많았다. 이른 시간은 좀 나았다. 사장님은 차가운 듯 무심한 듯. 맛 칭찬엔 매우 기뻐하셨다. 세 명의 직장동료가 함께했던 날에는 뭔가 자리를 옮기긴 애매하고 헤어지긴 뭔가 이야기를 더 하고 싶어서 이곳에서 메추리구이를 시켜서 처음 메추리를 먹어보기도 했다(사장님께서는 진작 주문했어야 한다고 표현은 하셨지만 맛있게 먹는 방법은 또 친절히 알려주셨다). 솔직히 치킨도 잘만 먹고 달걀도 메추리알도 잘 먹는데 메추리를 잘게 자르자니 기분이 요상했다.
물만두에서는 고수 같은 향이 좀 났는데 사실 그쯤 되니 파인애플 주 때문에 기억이 정확히 나지는 않는다. 맛있다고 하는 양꼬치집들에 가 봤고 맛있게 먹었지만 뭔가 ‘더’ 맛있다고 특별히 느낀 적은 별로 없었는데 이곳에서는 그것을 느꼈다. 아마 누군가는 이곳에서도 ‘더’ 맛있음을 느끼지 못하시겠지. 하지만 난 이곳에서의 양꼬치가 너무 좋았다. 양갈비가 더 맛있었는지 양꼬치가 맛있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그러니까 가셔서 양 갈비랑 양꼬치랑 가지 튀김이랑 연태고량주랑 칭다오를 시켜서 맛있게 드셔주세요. 나의 친구들은 나를 데리고 가 주세요. 근데 이놈의 전염병이 언제나 떠나려나. 여기 가게가 그렇게 크진 않은데 사람은 많거든요. 그러니까 가능하면 조금 일찍 만나요. 그리고 여러분, 양꼬치는 아무 데서나 함부로 먹지 마세요.
이건걍그랬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