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옛날 친구들은 어떤 노래 불렀는지 궁금하지 않니?
<가자 가자 감나무> 편해문 글 / 박향미 그림 2023. 10. 19 12기 하정화
책 <가자 가자 감나무> 옆에 '편해문 글'이 눈에 띄여서 감상문 쓸 책으로 이 책을 골랐다. 책을 펼치고 작가 소개부터 읽었는데, 민속학과를 졸업하고 노래와 옛 이야기를 공부하고 있다는 소개 글을 보고는 '어? 내가 아는 그 놀이 운동가 편해문 선생님이 아닌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러다 머리말에서 "너희는 요즘 어떻게 노는지 궁금하구나...아저씨는 논다는 것이 손가락만 까딱까딱거리는 것도 아니고, 좁은 방이나 제자리에서서 무언가를 하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해. 넓은 데로 나가 온몸으로 뛰고 붙잡고~~" 이 부분을 읽고는 아하! 그 <놀이가 밥이다> 쓰신 편해문 선생님 맞네! 하고 미소를 지었다.
단순히 그림책인줄만 알았는데 책이 꽤 두껍다. 재미있을까? 우려했던 것과 달리 읽을 수록 노랫말에, 편해문 선생님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10살 아이를 앉히고는 "이 노래 봐봐. 엄청 잼있다~" 하고는 몇 개 표시해 둔걸 보여주니 처음에는 이게 뭐야...하는 표정이다가 갑자기 빵빵 터졌다. 역시! 잼있을 줄 알았어~~
책에 소개된 노래를 찾아보다가 없는 노래가 더 많길래 노래를 듣고 싶어졌고 결국 중고장터에서 CD가 포함된 <동무 동무 씨동무>와 <가자가자 감나무>를 구입했다. CD를 틀어주니 더 실감나게 읽는 아이들이다. 첫째는 특히 ‘오시오, 자시오, 가시오’ 이 부분을 자꾸 부르며 키득키득 웃었다. 처음에 읽었을 때는 이해를 잘 못하더니 설명도 해주고 다시 천천히 읽더니 말놀이의 묘미에 푹 빠진 것 같다. 물에 들어갔다가 옷을 짜면서 참기름 들기름 짜는 노래를 부르는 대목에서는 웃음이 터지고. 가난한 사람들은 못 먹는 시대에 밥투정하는 서울 양반 놀리는 노래에서는 왠지 통쾌했다.
옛 아이들 노래는 이 땅에 사는 아이들 차지입니다.. 제가 하고 싶은 것은 아이들의 노래를 그 주인인 아이들에게 돌려주는 일입니다. 아직 음악에 편견이 없는 아이들에게 우리 음악의 뿌리를 들려줘 다른 음악의 보는 나름의 눈을 길러 주고 싶습니다. p12
옛날 아이들은 장난감도 없고 컴퓨터도 없어 꽤나 심심했구나 생각하는 친구들이 있을지 모르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았어. 가지고 놀 것이 괄과 산과 들과 강가에 널려 있었으니까. ..모두가 살아 있는 것들이었지. p46
요즘은 아이들이 이런 옛노래를 접할 기회가 더 많지 않다. 얼마 전 아이들과 동네 축제 구경을 갔었는데 <홍박사님을 아세요~?> 노래가 나오니 아이들이 갑자기 다같이 따라부르며 춤을 추는 걸 보고 무슨 노래길래 싶어 다시 찾아봤다. 가슴이 작아 고민인 한 처녀가 홍박사님을 찾아가 가슴이 커지는 운동을 배웠다는 가사에 조금은 충격.
물론 아이들은 전체 가사를 듣지 않고 반복되는 그 구절만 그저 흥겨워 따라하고 춤을 따라췄을지도 모른다. 아이들이 어릴 때 재미나고 재치 넘치는 노랫말보다 대중가요를 더 자주 접하는 현실이 많이 아쉬웠다. 하긴 나도 차에서 음악 어플로 가요를 주로 틀어주니까.
그래도 이렇게 조금씩이라도 아이들에게 옛 노래를 들려줄 기회를 만들어야겠다. 전국 곳곳 다니며 옛 노래를 수집하고 엮어주신 작가님의 마음에도 감동 받았다. 아이들을 위한다는 건 무엇인가 다시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들려주시는 날 것 그대로의 노래, 중간 중간 웃음이 새어 나오기도 하는 생생한 노래 현장. 너무 잘 짜여지고 잘 만들어진 완성품 보다는 이렇게 빈틈 있고 즉흥적인 것들이 때로는 웃음도 짓게 하고, 마음도 따뜻하게 해 준다는 걸 느낀 책이고 노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