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복음 강해 제7강(최종 피날레)]
테텔레스타이(Τετέλεσται): 해골의 언덕에서 다 이루신 대속과 영원한 생명의 위임
(본문: 요한복음 18-21장)
요한복음 18장에서 21장에 이르는 수난과 부활의 서사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세상의 권력에 짓밟힌 참혹한 패배가 아니라 만물을 통치하시는 창조주의 주권적인 우주적 대관식임을 천명합니다. D. A. 카슨(D. A. Carson)과 레온 모리스(Leon Morris)는 이 수난 기사 전체가 철저하게 '예수 그리스도의 통제(Control)' 아래 진행되며, 하나님의 맹렬한 구속 계획이 단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성취되는 가장 장엄한 승리의 선언이라고 묵직하게 증언합니다.
1. 바실레이아(Βασιλεία): 빌라도의 법정을 쳐부수는 창조주의 주권적 통치
요한복음 18장, 가룟 유다를 앞세운 로마 군병들과 성전 경비대원들이 겟세마네 동산으로 들이닥칩니다. 주님은 도망치지 않으시고 그들 앞에 나아가 "내가 그니라(에고 에이미, Ἐγώ εἰμι)"라고 하나님의 이름을 벼락같이 선포하십니다. 그 절대적인 신성의 권위 앞에 무장한 군병들이 일제히 땅에 엎드러집니다. 예수님은 잡히신 것이 아니라, 양들을 위해 스스로를 대속의 제물로 내어주신 것입니다.
이어지는 빌라도와의 재판은 기독론의 정수를 보여줍니다. 총독 빌라도는 자신이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다고 착각하며 예수를 심문합니다. 주님은 그의 알량한 권력을 단숨에 산산조각 내십니다.
"예수께서 대답하시되 내 나라(바실레이아)는 이 세상에 속한 것이 아니니라... 빌라도가 이르되 내가 너를 놓을 권한도 있고 십자가에 못 박을 권한도 있는 줄 알지 못하느냐 예수께서 대답하시되 위에서 주지 아니하셨더라면 나를 해할 권한이 없었으리니..." (요 18:36, 19:10-11)
"내 나라(바실레이아, βασιλεία)는 이 세상에 속한 것이 아니니라!"
A. W. 핑크(A. W. Pink)의 엄위한 강해처럼, 세상의 나라는 무력과 혈통과 정치적 협잡으로 세워지지만, 그리스도의 나라는 오직 십자가의 진리와 대속의 피로 세워집니다. "위에서 주지 아니하셨더라면!" 빌라도가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은 것이 아닙니다. 성부 하나님께서 택하신 백성들의 죗값을 치르기 위해 성자 예수 그리스도를 도살장으로 내어주신 철저한 창조주의 주권적 구속 사역의 실행일 뿐입니다.
2. 테텔레스타이(Τετέλεσται): 해골의 언덕에서 터진 우주적 칭의의 핵폭발
가시 면류관을 쓰시고 채찍에 맞아 갈기갈기 찢기신 주님은 마침내 해골(골고다)의 언덕에 오르십니다. 온 우주의 창조주께서 피조물들의 손에 의해 십자가 형틀에 대못으로 박히셨습니다. 그리고 운명하시기 직전,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하고 무거운 단 한 마디를 십자가 위에서 포효하십니다.
"예수께서 신 포도주를 받으신 후에 이르시되 다 이루었다(테텔레스타이) 하시고 머리를 숙이니 영혼이 떠나가시니라" (요 19:30)
"다 이루었다(테텔레스타이, Τετέλεσται)!"
이 단어는 절망 속에서 내뱉은 패배자의 탄식이 결코 아닙니다! R. C. 스프로울(R. C. Sproul)과 존 맥아더(John MacArthur)가 신학적 목숨을 걸고 사수하는 이 '테텔레스타이'는 고대 헬라 사회의 상업적, 법률적 용어로 "모든 빚이 완벽하게 지불 완료되었다(Paid in Full)"는 뜻입니다. 문법적으로는 완료 수동태 직설법으로, 과거의 한 시점에 완성된 사건의 효력이 영원무궁토록 지속됨을 의미합니다.
성부 하나님께서 율법을 통해 요구하셨던 맹렬한 진노와 공의의 죗값을, 성자 예수 그리스도께서 자신의 살을 찢고 물과 피를 한 방울도 남김없이 쏟아내심으로써 100% 완벽하게 계산을 끝내셨다는 우주적 칭의의 대폭발입니다! 인간의 어떠한 선행이나 종교적 의식도 이 완벽한 십자가의 결제(테텔레스타이)에 단 1원도 보탤 수 없습니다. 우리의 구원은 오직 십자가에서 완전히 찢어지신 이 대속의 피 흘림에 전적으로 빚지고 있습니다.
3. 호 퀴리오스 무 카이 호 데오스 무: 부활과 도마의 궁극적 신앙 고백
십자가의 죽음을 이기시고 사흘 만에 무덤을 박살 내며 부활(아나스타시스)하신 예수님은, 유대인들을 두려워하여 문을 걸어 잠그고 숨어 있는 제자들에게 찾아가십니다. "너희에게 평강(에이레네)이 있을지어다" 선포하시며 숨을 내쉬고 성령을 받으라 명하십니다. 이 부활의 현장에 없었던 도마는 "내가 그의 손의 못 자국을 보며... 믿지 아니하겠노라"며 인간 이성의 완고한 불신앙을 드러냅니다.
여드레를 지내고 주님은 도마를 위해 다시 찾아오사, 당신의 피 묻은 상흔을 내어주십니다. 창조주의 압도적인 십자가 대속의 흔적 앞에 완전히 붕괴된 도마는, 요한복음 전체를 관통하는 기독론의 가장 묵직하고 궁극적인 고백을 터뜨립니다.
"도마가 대답하여 이르되 나의 주님이시요 나의 하나님이시니이다(호 퀴리오스 무 카이 호 데오스 무) 예수께서 이르시되 너는 나를 본 고로 믿느냐 보지 못하고 믿는 자들은 복되도다 하시니라 오직 이것을 기록함은 너희로 예수께서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이심을 믿게 하려 함이요 또 너희로 믿고 그 이름을 힘입어 생명(조에)을 얻게 하려 함이니라" (요 20:28-29, 31)
"나의 주님이시요 나의 하나님이시니이다(호 퀴리오스 무 카이 호 데오스 무, Ὁ κύριός μου καὶ ὁ θεός μου)!"
안드레아스 쾨스텐베르거(Andreas J. Köstenberger)의 명확한 주해처럼, 요한복음 1장 1절에서 선언되었던 "이 말씀(로고스)은 곧 하나님이시니라"는 객관적 진리가, 이제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만난 인간의 심장 속에서 "당신은 곧 나의 창조주 여호와 하나님이십니다!"라는 주관적이고도 폭발적인 영적 고백으로 완성된 것입니다. 요한복음의 기록 목적(31절)은 오직 이것입니다. 인간의 모든 인본주의적 껍데기를 도끼로 찍어버리고, 오직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만이 '나의 절대적 하나님'이심을 믿게 하여, 그 이름으로 말미암아 영원한 생명(조에)을 부어주기 위함입니다.
4. 아가파오(Ἀγαπάω)와 포이마이노(Ποιμαίνω): 실패를 덮는 맹렬한 은혜와 양을 치는 사명
요한복음의 마지막 장인 21장은, 십자가 앞에서 주님을 모른다고 세 번이나 부인하고 저주했던 베드로의 철저한 영적 파산을 회복시키시는 '맹렬한 은혜의 추적'을 보여줍니다. 갈릴리 호수로 도망가 다시 어부가 되어 밤새 그물질을 했지만 빈 배로 엎드려 있는 그들에게, 부활의 주님이 찾아오사 숯불을 피우고 생선과 떡을 구워 먹이십니다.
"그들이 조반 먹은 후에 예수께서 시몬 베드로에게 이르시되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네가 이 사람들보다 나를 더 사랑하느냐(아가파오) 하시니 이르되 주님 그러하나이다 내가 주님을 사랑하는(필레오) 줄 주님께서 아시나이다 이르시되 내 어린 양을 먹이라(보스코) 하시고... 두 번째 이르시되... 내 양을 치라(포이마이노) 하시고" (요 21:15-16)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네가 나를 더 사랑하느냐(아가파오, ἀγαπᾷς)!"
주님은 베드로의 실패와 배신을 책망하지 않으십니다. 주님은 하나님의 조건 없는 맹렬한 사랑(아가페)으로 그를 찌르십니다. 베드로는 더 이상 자신의 얄팍한 열정을 신뢰할 수 없었기에, 철저히 엎드러진 심령으로 인간적인 우정과 사랑(필레오, φιλῶ)으로밖에 대답하지 못합니다.
제임스 몽고메리 보이스(James Montgomery Boice)는 이 장면을 기독교 은혜의 백미라고 칭송합니다. 인간의 실패와 영적 밑바닥은 결코 십자가의 은혜를 가로막을 수 없습니다. 철저히 자신의 의가 산산조각 난 베드로에게 주님은 목양의 절대적 사명을 위임하십니다.
"내 양을 먹이라(보스코), 내 양을 치라(포이마이노, ποίμαινε)!"
교회를 치리하고 성도를 먹이는 것은 목회자의 개인적인 능력이나 도덕적 탁월함으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십자가 앞에서 완전히 박살 나 본 자, 오직 주님의 그 찢어지는 긍휼과 대속의 피(테텔레스타이)를 뼈저리게 통과한 자만이 주님의 피 값으로 사신 양들을 진리로 먹이고 다스릴 수 있습니다.
5. 십자가: [모든 공로를 박살 내고 영원한 생명으로 솟아나는 테텔레스타이의 대속]
우리는 모두 겟세마네에서 주님을 버리고 도망쳤던 제자들이요, 세 번이나 주님을 저주했던 베드로이며, 내 눈으로 보지 않고는 믿지 못하겠다며 부활을 조롱하던 도마와 같이 철저하게 썩어문드러진 영적 파산자들입니다. 인간이 스스로 쌓아 올린 율법의 의나 도덕적 이력서로는 지옥의 맹렬한 심연 앞에서 단 1밀리미터의 방패막이도 될 수 없습니다.
오직 영원하신 성자 하나님, 우주의 창조주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빌라도의 불법한 법정에 홀로 서시고, 수치의 십자가 나무 형틀에 당신의 거룩한 육체를 매달아 찢으셨습니다. 골고다 언덕에서 우리의 모든 죗값을 향해 "테텔레스타이(다 이루었다)!"라고 포효하시며 대속의 피를 쏟아내심으로, 하나님의 엄위한 진노를 완벽하게 잠재우셨습니다. 사망을 짓밟고 부활하신 영광의 왕께서 오늘 우리의 닫힌 심장 속으로 뚫고 들어오사, "나의 주, 나의 하나님!"이라는 칭의의 고백을 폭발시키며 삼위일체 하나님의 무한한 공급과 충만을 부어 주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