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우리나라는 승자독식주의가 유달리 심하다. 배타적·폐쇄적 전통과 문화의 후휴증이다. 또한 집단적 몰입(쏠림)의 순기능만큼 역기능도 심하다. 그만큼 편향성이 강하다. 로또나 빚투 현상으로 대표되는 물질주의 또한 우리의 정신을 좀먹고 있다. 시류와 强者 논리(大勢)에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풍토는 거의 파시즘 수준이다. 문제제기 자체를 봉쇄하고는 公論을 불가능하게 한다. 우리사회의 지식인과 언론도 예외가 아니다. 부끄럼도 없다. 비겁하다. 영국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공개한 세계 38개 국가 언론신뢰도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들의 언론 신뢰도는 22%였다. 조사 대상 국가 중 꼴찌다. 그것도 4년 연속이다.(뉴스타파 2019.10.18.).
아래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두 글은 같은 사안을 두고 극명하게 대립되는 좋은 사례이다. 曲學阿世의 한 단면을 잘 드러내기에 참고삼아 全載한다. 아래 (1) (2) (3) (4)는 두 글의 논점을 이해하기 위한 기초 통계자료이다. 신연수 논설위원은 동아일보에서 보기 드물게 객관성과 합리성을 유지하는 언론인에 속한다.
(1) 한국CXO연구소의 보고서에 의하면, 자산 5조원 이상인 우리나라 64개 대기업 집단의 매출 규모가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84%에 달하지만 이들 대기업이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1% 수준인 것으로 밝혀졌다.(세계일보 2020.06.12.)
(2) 기업간 소득의 양극화도 극심해졌다. 2017년 법인세를 신고한 기업 중 상위 0.1%(소득금액 기준) 대기업 695곳의 소득금액 총액은 179조2000억원이다. 이는 상위 60% 중견·중소기업 41만7264곳의 소득금액을 다 합한 330조338억원의 54.30%에 해당한다. 또한 상위 10%의 기업 6만9544곳의 소득금액 총액은 304조4622억원으로, 전체의 92.25%에 달했다. 하위 90%의 기업은 애초 이익을 내지 못했거나 냈더라도 미미한 수준에 그쳤다. 10%의 기업이 90%의 이익을 가져가고, 90%의 기업이 10%의 이익을 나누는 모양새다.(중소기업뉴스 2018.09.10.)
(3) 대기업과 중소기업, 원청업체와 하청업체간의 임금격차 2배
출처 : 한국노동연구원 임금정보 브리핑(‘원하청 및 지역간 임금격차’ 2017.05,31)
(4)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진행한 <2019 신문산업 실태조사>에 의하면, 총 4,384개의 신문 산업 사업체의 매출액에서 광고가 차지하는 비중이 종이신문은 60.1%, 인터넷신문은 61.5%인 것으로 드러났다. 종이신문 판매 수익은 10.3%로 콘텐츠 판매 수익은 8.3%로 나타났다. 특히 조선·중앙·동아 신문은 광고수입에서 대기업 의존도가 높다. 2019년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언론수용자 조사에 따르면, 신문구독률이 1998년 64.5%에서 6.4%로 추락했다.(시사저널 2020.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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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경제 3법, 기업 위한 법이다
2011년 일본은 ‘오너 경영자’들의 회계부정으로 시끄러웠다. 세계적인 카메라 회사 올림푸스의 기쿠가와 쓰요시 회장은 10여 년간 1조 원 넘는 분식회계를 저지른 것이 발각됐다. 유명한 제지기업 다이오제지의 창업자 3세인 이카와 모토타카 회장은 자회사들의 돈까지 끌어들여 카지노에서 탕진한 것이 드러났다. 회장들은 구속되고 회사들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이 사건들을 계기로 일본 정부는 대대적인 기업 개혁에 나섰다. 기업의 이사회와 감사위원회가 경영진의 전횡을 견제할 수 있도록 지배구조를 개선한 것이다. 독립적인 이사를 강화한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을 만들고, 모(母)회사 주주가 자(子)회사 경영진에게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다중대표소송제도 도입했다. 기업 내부의 준법 감시와 경영 투명성을 강화한 결과 일본 기업과 금융시장에 대한 투자가 늘어났다.
한국은 어떤가. 기업 경영진의 비리나 불법 행위 가능성이 결코 일본보다 적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금융시장에서는 “총수 일가의 자의적 경영이 북한의 군사 도발보다 더 심각한 코리아 디스카운트(저평가) 요소”라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이사회의 사내외 이사들은 전부 총수 일가나 경영진이 선임하는 사람들로 구성된다. 경영진을 감시해야 할 감사위원마저 이들 중에서 뽑으니 견제 기능을 할 수가 없다.
최근 정부 여당이 추진하는 ‘공정경제 3법’은 경영진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회사에 손해를 끼치거나 불법 행위를 하는 것을 막기 위해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경영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다. 3법 가운데 상법 개정안에 들어 있는 감사위원 분리 선출과 대주주 의결권 3% 제한이 대표적이다. 감사위원이 제대로 역할을 하려면 경영진의 입김에서 벗어난 독립적인 사람을 뽑아야 한다.
다중대표소송제 역시 자회사 경영진이 불법 행위로 회사에 손해를 끼쳐 모회사까지 피해를 입는 경우에 관한 것이다. 기업에 손해를 입힌 이사들에게 소송하는 것으로, 기업을 보호하는 제도다. 3법에 대해 경총을 비롯한 재계는 연일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투기 자본에 경영권을 침해당하고 소송이 남발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감사위원 분리 선출은 1962년 상법 제정 때부터 시행되다가 2009년 개정으로 형해화된 것을 원상 복귀하는 것이다. 새삼스럽게 ‘투기 자본의 위협’이라니 엄살이 지나치다.
다중대표소송이나 공정거래법 개정안 역시 조건들이 너무 까다로워 시장에서는 오히려 실효성이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상법 개정안에서는 집중투표제가 빠지는 등 2013년 박근혜 정부 안보다 후퇴해 정부 여당이 개혁 시늉만 한다는 비판이 많다. 사실 주요 상장 대기업들의 경영권을 모두 몇몇 가문이 세습하는 것은 세계에서 한국밖에 없다. 이들 가문은 ‘한강의 기적’을 만드는 데 기여했지만 3, 4세로 가면서 창업자 세대의 기업가정신은 쇠퇴하고 경총처럼 기득권만 고집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주주와 이해관계자들이 많은 기업에서 경영을 잘하든 못하든 한 가족이 계속 경영권을 갖는 것은 시장경제에 반(反)하는 일이다.
그러나 공정경제 3법은 경영권을 흔드는 것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기업의 준법 경영을 강화하고 다른 주주들의 의견도 반영해 의사결정의 합리성을 높이라는 것이다. 그래야 기업이 지속적인 성장을 할 수 있다. 한국은 세계 10위권의 경제 선진국이다. 그런데 아직도 기업의 이익과 총수 가족의 이익을 혼동하고, 기업을 건강하게 하는 법을 옥죄는 법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안타깝다. 이 문제를 가장 잘 아는 김상조 대통령정책실장과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여야를 떠나 기업과 나라의 미래를 위해 직접 챙길 일이다. (신연수 동아일보 논설위원2020.10.15.)
| 대한민국의 主敵이 기업으로 바뀌었나
4·15 총선 후 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한 기업 규제 법안이 300건에 육박한다. 치명적 독소 조항을 품고 있는 법안들이 하도 많아 대한민국의 주적(主敵)이 북한에서 기업으로 옮겨간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민주당에서 쏟아지는 법안들의 속을 들여다보면 결국은 기업이란 소수를 때려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배 고프거나 배 아픈’ 다수의 환심을 사겠다는 셈법이 깔려 있다.
기업 대(對) 근로자, 대주주 대 소액주주, 대기업 대 중소협력업체, 대기업 대 소비자로 갈라치기를 해놓고 소수 세력을 벼랑으로 내모는 내용을 담고 있다. 소수 쪽은 무얼 잘못했는지도 모르고 얻어맞는다. 굳이 죄를 찾는다면 그들의 표가 소수라는 것뿐이다.
지난주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반(反)기업의 결정판이라는 ‘기업 규제 3법’ 문제로 경총을 방문했다. 원내대표나 대변인이 마이크 잡고 “3법 그대로 간다”고 발표하면 그만인데, 당 대표가 직접 기업인들을 찾아가 설명하는 격식을 차렸다. 그래서 혹시 개선안이 나오는 것 아니냐는 기대도 있었다. 그런데 이 대표는 “3법을 늦출 수 없다”고 단언했다. 기업인들 면전에서 대못 박기 이벤트를 한 것이다. 집권당 대표가 직접 소수를 때리는 장면을 다수에게 보여줬다.
대기업 이익을 협력업체들에 강제 배분하는 이익공유제, 1개월만 일한 근로자에게도 퇴직금을 주자는 제도, 대형매장과 전통·골목상권 이격거리를 1㎞에서 20㎞로 늘리는 법안이 모두 다수 표를 얻기 위한 소수 때리기다. 기업에는 괴물과도 같은 이런 법안들이 줄줄이 국회를 빠져나올 기세다.
“설마?” 하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다. 과거엔 상상도 못 했던 많은 것들이 지난 3년여 동안 현실이 된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소수를 겨냥한 일련의 반기업·반시장 정책으로 수많은 사람이 실직과 소득 감소로 고통을 받는데도 정부는 꿈쩍하지 않는다. 도리어 소수를 더 옥죄고 세금을 무차별 살포해 다수를 권력의 편으로 다시 끌어들이는 ‘반전(反轉)’을 보여줬다. 이것이 여당의 총선 압승으로 이어졌고 그 후 소수 때리기는 더 심해졌다. 온갖 법규를 고쳐 기업인을 감옥에 넣을 수 있는 조항이 2600개로 불어났다. 이 나라에서 기업 하는 사람은 ‘예비 범죄자’가 됐다.
며칠 전 세계신용평가사 피치는 한국 경제 보고서에서 ‘민주당(DPK)’을 언급했다. “4월 총선 압승으로 민주당과 위성 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의 의석이 60%를 차지해 다른 정당의 지원 없이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거대 집권당에 의한 무리한 재정적자 확대를 우려했다. 이미 한국의 국가채무비율은 피치가 경고한 46%에 근접해가고 있다.
이 선을 넘으면 국가신용등급 강등 위기를 맞는다. 민주당엔 대형 악재가 아닐 수 없다. 이 상황을 피하면서 다수의 환심을 사는 재정 퍼붓기를 계속할 수 있는 방법은 딱 하나다. 엄청난 세금을 내온 소수에게 세금을 더 많이 걷는 것이다. 지금 정부는 기업의 유보 소득 과세, 3억원 대주주 양도세까지 만지작거리고 있다. 또 다른 증세도 궁리하고 있을 것이다. 근혜 정부 때 오름세를 탔던 경제성장률이 문재인 정부 3년 내내 하락세다. 올해는 마이너스 성장이 확실하다. 우리경제의 경쟁력을 키우려면 무엇보다 노동 개혁과 규제 혁신이 필수인데 이 마저 외면하고 있다. 다수가 반대하기 때문이다.
지금 위기 역시 과거 위기 때처럼 기업이 돌파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문 정부는 기업을 그런 존재로 여기지 않는다. 그저 ‘적폐 몰이 대상’ ‘세금 자판기’로 이용할 뿐이다. 소수에게 관용은 결코 없을 것이다. (윤영신 조선일보 논설위원 2020.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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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조선일보가 정확하게 칲었는 것 같습니다.
언론의 역할을 느끼게 하는 비교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