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텍스트 근거: 토마스 아 켐피스, 『그리스도를 본받아(De Imitatione Christi)』 제3권 제15장~제17장, 제37장~제38장
대상: 목회적 기획과 개인적 야망을 '하나님의 비전'으로 포장한 채, 자기 뜻을 한 치도 내려놓지 못해 영적 분열과 불안을 겪는 주의 종들
서론: 사역자를 갉아먹는 진짜 독소 — '자기 의지(Propria Voluntas)'
사역자들은 흔히 "왜 내 영혼에는 참된 쉼이 없는가? 왜 늘 쫓기듯 불안하고 초조한가?"라고 묻습니다.
토마스 아 켐피스는 제3권 15장에서 그 원인을 단칼에 진단합니다. 환경이 척박해서도, 사역의 짐이 무거워서도 아닙니다.
"네 안에 '자기 뜻(Propria Voluntas)'이 아직 살아서 날뛰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이 단 1밀리미터라도 자기 뜻을 고집하는 한, 그는 결코 참된 내적 자유와 평안의 문턱을 넘을 수 없다." (제3권 37장 1절)
타락한 인간 본성의 핵심 엔진은 '자율성(Autonomy)'을 향한 집착입니다. 사역자 역시 이 덫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내 뜻대로 목회가 풀려야 하고,"
"내 계획대로 성도들이 움직여야 하며,"
"내 시간표대로 재정이 채워져야 한다"
이 질긴 자기 의지의 끈을 놓지 않기 때문에 사역자는 매일 실망하고, 분노하며, 탈진합니다.
토마스는 제3권 15장에서 모든 사역자가 암송하고 심장에 새겨야 할 '자기 뜻 파쇄의 절대 기도문'을 제시합니다.
1. 토마스 아 켐피스의 완전한 위탁 기도: "주께서 원하시는 대로"
제3권 15장은 주님께 자신의 주권을 송두리째 양도하는 영적 백지위임장(Carte Blanche)입니다.
"오 지극히 사랑하는 예수여, 제게 주님의 은혜를 허락하사
그 은혜가 제 안에 머물고, 제 안에서 일하며, 마지막 순간까지 저와 함께 견디게 하소서.
주님께서 원하시는 것을 저도 원하게 하시고, 주님께서 기뻐하시는 것을 늘 바라게 하소서.
주님의 뜻이 곧 저의 뜻이 되게 하시고, 제 의지가 주님의 의지를 완벽히 따르게 하소서.
주께서 원하시는 것을 원하고, 주께서 거절하시는 것을 거절하게 하사,
주께서 원하시거나 원치 않으시는 것 외에는 그 어떤 것도 원하거나 거부하지 않게 하소서." (제3권 15장 1절)
[내 뜻(Voluntas Propria) vs 신적 위탁(Resignatio)]
- 내 뜻 중심의 사역자:
"주님, 제가 이런 목회 비전을 세웠으니 복을 주시고 밀어주옵소서." ──> 영적 조급증과 좌절
- 자기 뜻을 파쇄한 사역자:
"주여, 주님이 세우시면 서고, 주님이 허무시면 무너지겠나이다. 주 뜻대로 하소서." ──> 흔들리지 않는 안식
토마스는 주님께 조건을 달지 말라고 명령합니다.
"이 사역이 성공하면 순종하겠습니다", "건강을 주시면 헌신하겠습니다"라는 기도는 사기(詐欺)입니다.
주님이 영광을 주시든 멸시를 주시든, 성공을 주시든 철저한 실패를 주시든, '오직 주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것' 자체만으로 춤을 출 수 있는 자만이 참된 평안을 얻습니다.
2. 전적 위탁(Resignatio): 손을 펴는 영적 해방
제3권 17장에서 그리스도께서는 갈증에 허덕이는 제자에게 직접 권면하십니다.
"아들아, 네 모든 사정을 온전히 내 손에 맡기라(Relinque te mihi).
나는 때가 되면 모든 것을 가장 합당하게 처리할 것이다.
너는 조급하게 앞서 달리지 말고 나의 섭리를 기다리라.
그리하면 네 영혼은 큰 유익을 얻게 될 것이다." (제3권 17장 1절)
이에 제자는 응답합니다.
"주여, 저는 기꺼이 제 모든 짐을 주님의 손에 내던집니다.
제 자신의 미래를 염려하며 머리를 쥐어짜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짓입니다.
오직 주님의 거룩하신 처분에 지체 없이 저 자신을 내어맡기나이다." (제3권 17장 2절)
[사역자가 손을 펴지 못할 때 일어나는 3대 영적 마비]
1. 과도한 통제욕 (Control Obsession): 모든 상황을 내 손아귀에 넣으려다 신경쇠약에 걸림
2. 미래에 대한 만성 불안 (Chronic Anxiety): 하나님의 주권을 신뢰하지 못해 내일의 양식을 염려함
3. 원망과 쓴 뿌리 (Bitterness): 내 뜻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을 때 하나님과 사람을 향해 독을 품음
사역자가 손안에 모래를 움켜쥐려 할수록 모래는 손가락 사이로 다 빠져나갑니다.
그러나 손을 활짝 펴서 하나님의 보좌 앞에 내어놓을 때, 전능하신 하나님의 손이 그 사역과 인생을 붙들어 매십니다.
3. 영적 죽음(Mortificatio)의 깊이: 거룩한 무관심(Indifferentia)
제3권 37장에서 토마스는 영적 자유의 정점에 도달하는 비결을 밝힙니다. 그것은 바로 '철저한 자기 포기(Tota Abnegatio Sui)'입니다.
"네가 너 자신을 온전히 버리지 않는 한, 너는 결코 참된 마음의 자유를 소유할 수 없다.
자기애에 묶인 자들, 자기 유익만을 계산하는 자들, 호기심과 방황에 사로잡힌 자들은 모두 사슬에 묶인 노예들이다.
그들은 언제나 안락함을 찾고 그리스도에 속하지 않은 것을 꾸며대나니,
하나님에게서 나오지 않은 모든 것은 결국 파멸하여 무너질 것이다." (제3권 37장 1절)
토마스가 가르치는 자기 뜻의 죽음은 동양의 허무주의나 염세주의가 아닙니다.
이것은 훗날 이냐시오 데 로욜라가 강조했던 '거룩한 무관심(Sancta Indifferentia)'의 원형입니다.
가난한 자리에 처하든 부한 자리에 처하든,
사람들에게 칭찬을 받든 침 뱉음을 당하든,
작은 시골 교회를 섬기든 대형 집회에 서든,
"오직 하나님께 더 큰 영광이 되는가?" 외에는 자신의 사사로운 선호와 취향을 완전히 지워버린 상태입니다.
4. 사역자의 치명적 착각: '하나님의 비전'이라는 이름의 가면
오늘날 강단과 목회 기획서에 넘쳐나는 가장 위험한 기만은 '자기 야망의 성화(Sacralization of Ambition)'입니다.
내 뜻의 거룩한 위장:
"성전을 건축하겠다", "교인을 만 명으로 부흥시키겠다", "선교사를 수백 명 파송하겠다"는 구호들.
그 거룩한 슬로건 밑바닥을 정직하게 해부해 보십시오. 그것이 진정 하나님의 명령입니까, 아니면 '내 교단을 호령하고 내 이름을 역사에 남기고 싶은 자아의 팽창'입니까?
하나님을 '내 계획의 집행관'으로 부리는 죄:
내가 다 기획해 놓고, 하나님께는 단지 재정과 인력을 공급하라고 결재를 요구하는 것은 기도가 아니라 신성모독입니다.
토마스의 시험:
만약 하나님께서 오늘 밤 당신이 수십 년 동안 피땀 흘려 세운 사역의 문을 닫으라고 명하신다면,
당신은 단 1초의 저항도 없이 "아멘, 주 예수여 그리하옵소서" 하고 열쇠를 반납할 수 있습니까?
그러지 못한다면, 당신은 하나님의 종이 아니라 자기 왕국의 군주입니다.
5. 이 시대 주의 종들을 향한 결단: 백지위임장에 서명하라
토마스 아 켐피스의 제9강은 자기 계획에 짓눌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른 현대 목회자들의 손에서 칼자루를 빼앗습니다.
통제하려는 손을 내려놓으십시오.
교회의 재정, 성도들의 반응, 자녀들의 미래, 당신의 건강과 노후에 대한 모든 염려의 통제권을 하나님께 돌려드리십시오. 당신이 통제하려 들수록 사역은 꼬이고 영혼은 지옥이 됩니다.
매일 아침 '내 뜻의 장례식'을 치르십시오.
사역의 자리에 앉기 전 십자가 앞에 엎드려 선포하십시오. "오늘 내 뜻, 내 고집, 내 계획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습니다. 오늘 내 안에서 오직 그리스도의 뜻만이 호흡하옵소서."
주님의 시간표를 잠잠히 기다리십시오.
내 뜻대로 당장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조급해하지 마십시오. 하나님은 서두르지 않으십니다. 자신의 뜻을 완전히 죽이고 잠잠히 엎드려 있는 자를 통해서만, 하나님은 자신의 순결하고 흠 없는 영광을 이 땅에 드러내실 것입니다.
[제9강 묵상과 결단의 기도]
"하늘과 땅의 모든 주권을 홀로 쥐고 계신 거룩하신 주 하나님,
저는 주님의 뜻을 행한다고 거룩한 말을 늘어놓으면서도,
실상은 제 고집과 야망을 하나님의 비전으로 포장하여
제 뜻대로 사역을 쥐락펴락하려 했던 패역한 종이었습니다.
일이 내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마다 속으로 분노하고 낙심하며,
사람들을 원망하고 하나님을 불신했던 저의 완악한 자기 의지를 회개합니다.
오 주여, 오늘 이 시간 토마스 아 켐피스가 바쳤던
그 온전한 자기 뜻의 파쇄(Mortificatio)와 전적 위탁의 기도를 제 심장으로 올립니다.
'주께서 원하시는 것을 원하게 하시고, 주께서 버리시는 것을 버리게 하소서.
주님의 뜻이 제 뜻이 되게 하시고, 제 의지가 주님의 의지와 완벽히 일치하게 하소서.'
제 손에 쥐고 있던 사역과 인생의 칼자루를 주님 발치에 내려놓사오니,
주여, 저를 부수시든지 세우시든지, 낮추시든지 높이시든지
오직 주님의 거룩하신 뜻대로만 처분하여 주옵소서.
내 뜻이 죽은 그 텅 빈 무덤 위에,
세상이 줄 수 없는 지고한 하늘의 샬롬을 부어 주옵소서.
겟세마네 동산에서 핏방울을 흘리시며 자기 뜻을 복종시키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