립은 바비큐로 만드는 여러가지 요리중에서도
단연 독보적 위치를 점하고 있는 아이템입니다.
자타가 공인하는 립 바비큐 전문가들이 이미 많지만
미국 각처에서 연중 끊임없이 열리는 바비큐 경연 대회에서는
매번 새로운 립요리로 이들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미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라더군요.
전에는 저도 시간을 핑게로
립을 푹 삶은 다음 바비큐 그릴에서 소스만 입혀 만들곤 했지만
바비큐 쿡북을 펼 때마다
눈앞에 펼쳐지는 다채로운 립요리 사진을 보면서
아무래도 제대로 공부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이번에 그 첫번째 시도로 스페어립 바비큐를 해보았습니다.
America's Test Kitchen의 'Grilling & Barbecue' 에 나와 있는 스페어립 바비큐를 바탕으로 하되
필요에 따라 조금씩 변형을 가하기도 했습니다.
(재료)
수입 냉동 스페어립 5 개 (벨기에산, 1 개당 800g 안팎)
드라이 바비큐 럽
퀵 바비큐 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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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냉동육은 선택의 폭이 좁습니다.
전화상으로 물었을 때 립이라길래 스페어립이 아닐까 했는데
막상 매장에 도착해서 보니 스페어립에서 위 아래를 잘라낸 세인트 루이스 컷이더군요.
핏자욱째 냉동된 앙상한 모습은 볼품이 없어 정이 안가더니
한시간 동안 찬물에 해동했더니 제법 모양도 살고 고기도 도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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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동육은 가공공장에서 아무리 급속 냉동을 하더라도 단백질에 손상을 입습니다.
그래서 해동시키면 생고기에 비해 고기 내부의 수분 함유율이 떨어져
요리를 하면 퍼석하고 메마르게 되기 쉽습니다.
이에 대한 가장 최선의 대책은 소금물에 담그는 것이라고 믿어집니다.
소금물은 단백질을 변성시켜 단백질 내 수분함유율을 많이 높여줍니다.
해동된 립의 뼈쪽에 붙은 근막을 벗겨내고
4 리터의 정수기 물에
간수 뺀 천일염 1/2 컵(120ml), 설탕 1/4 컵을 녹여 한 시간 동안 립을 담갔습니다.

레시피대로 드라이 바비큐 럽을 만들었습니다.
돼지고기 잡냄새를 잡는 큐민이 비교적 많이 들어가는 것이 특징입니다.
큐민은 나중에 완성된 두가지 버젼 요리에서 각기 다른 강도로 느껴졌습니다.
케이엔 고추가루 대신 밭에서 기른 청양고추가루를 썼습니다.
* 드라이 바비큐 럽 (Dry Rub for Barbecue)
(1컵 분량)
스위트 파프리카 4 큰술
칠리 파우더 2 큰술
큐민 가루 2 큰술
흑설탕 2 큰술
소금 2 큰술
말린 오레가노 1 큰술
설탕 1 큰술
간 흑후추 1 큰술
간 백후추 1큰술
케이엔 고추가루 1 ~ 2 작은술
모든 럽재료를 작은 보울에 담고 고루 섞어 밀폐용기에 담아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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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쪽에는 가볍게 럽을 입히고 뒤집어서 고기 쪽에는 좀 넉넉하게 럽을 바릅니다.
그러나 소금물에 염지를 했기 때문에 많이 입히지는 않았습니다.
립 한 개당 1.2 ~ 1.5 큰술 정도의 럽을 사용했는데 다행히 완성된 요리에서 간이 딱 맞았습니다.
이렇게 럽을 입힌 스페어립을 공기중에 한 시간 동안 두어서
소금과 럽의 향신료가 고기속으로 침투할 시간을 주었습니다.
럽을 입히고 20분 뒤에 찍은 사진인데
소금이 고기 속으로 침투하면서 수분을 밖으로 끌어내어 입혀둔 럽이 촉촉하게 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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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첩을 베이스로해서 만든 퀵 바비큐 소스.
레시피의 당밀 5 큰술 대신 요리용 잡화꿀 4큰술을 썼고
훈연액은 넣지 않았습니다.
대신 요리를 마무리하기 30분 전에 연기를 내어 훈연 풍미를 더했습니다.
** 퀵 바비큐 소스
중간크기 양파 1 개 (껍질을 벗기고 4 쪽으로 자른다)
물 1/4 컵 (60ml)
케첩 1 컵 (240ml)
당밀(또는 요리당) 5 큰술
사과식초 2 큰술
우스터소스 2 큰술
디종 머스타드 2 큰술
훈연액 1.5 작은술(선택적)
타바스코 같은 매운 핫소스 1 작은술
간 흑후추 1/4 작은술
식물성 오일 2 큰술
압착기로 으깬 중간 크기 마늘 1 개(1 작은술 분량)
칠리파우더 1 작은술
케이엔 고추가루 1/4 작은술
자른 양파와 물을 믹서기에 같이 넣고 곱게 갈아 양파 퓌레를 만든 다음 가는 체에 걸러 1/2 컵(120ml)을 만든다.
마늘, 칠리 파우더, 케이엔 고추가루를 제외한 모든 재료를 중간 크기 보울에 담아 섞어둔다.
소스팬에 기름을 두르고 기름이 달아 오르면 마늘, 칠리 파우더, 케이엔 고추가루를 넣고 매운 냄새가 나도록
30초 가량 볶은 다음 준비해 둔 재료를 모두 넣고 25분 동안 보글보글 끓여 졸인다.
눋지 않도록 간간이 저어 주는데 찍어 먹는 디핑 소스가 아니고
요리 중에 발라줄 베이스팅 소스로 쓰려면 너무 뻑뻑해지기 전에 불에서 내려 식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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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인 히트 비드 차콜 15개를 한 쪽으로 모아
석쇠를 두 부분으로 나누어 쓰는 투존(2 -zone)방식으로 배치하고
차콜이 없는 빈 공간에는 알루미늄 호일을 접어 만든 드립팬을 깐 다음 1cm 깊이로 물을 채웠습니다.
댄쿡 1300 그릴과 메코 그릴용 립랙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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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테이크에서는 대부분의 바비큐 쿡북에서 권장하는대로
120 ~ 150℃의 온도를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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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쪽이 차콜 방향으로 가도록 립랙에 배치.
풀사이즈 립 3 개을 올리기에는 그릴이 좀 작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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립을 넣었더니 온도가 110℃ 까지 떨어집니다.
의도했던 것보다 온도가 꽤 낮지만
고기가 익기에는 충분한 온도인 만큼 그대로 가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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콥그릴도 준비를 합니다.
지난번에 쓰고 남았던 짜투리 차콜을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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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뿔싸...아무리 찾아도 로스트랙이 보이질 않습니다.
지난 번 쓰고 씻은 뒤 세탁실에서 챙기지 않았었나...?
대략 난감...
알루미늄 호일로 감싸서 굽기로 임기응변을 발휘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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립을 넣은 뒤의 온도.
중간에 립의 위 아래를 한 번 바꿔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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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쿡에서도 중간 중간 립의 위 아래를 바꾸고
앞에 있던 녀석과 뒤의 녀석의 자리를 바꿔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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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를 시작한지 1시간 40분.
잔뜩 흐린 날씨 탓인지 하늘은 벌써 어두컴컴해지는데
온도는 110℃에서 제자리 걸음...마음이 바빠집니다.
드립팬을 걷어내고 차콜을 양쪽으로 (3-zone) 배치했더니 그릴 내부 온도가 125℃까지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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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시간째.
콥그릴에 올렸던 립을 내려 알루미늄 호일을 벗겼더니
찜처럼 완전히 익어서 집게로 집어 들면 중간이 뚝뚝 부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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립랙을 비집고 콥그릴에서 꺼낸 립을 함께 올렸습니다.
『Grilling and Barbecue』을 쓴 사람들이
바비큐 소스가 달리 필요하지 않았다는 말이 이해가 되는 순간입니다.
3 시간 넘게 쉬엄쉬엄 구웠더니 댄쿡에서 구운 립은 이렇게 발색이 잘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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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마무리 30분 전,
공들여 만들어둔 퀵 바비큐 소스를 립에 입힙니다.
처음부터 베이스팅용으로 쓸 계획이었기 때문에
너무 걸쭉해지지 않도록 적당하게 졸였더랬습니다.
달콤, 매콤, 새콤한 바비큐 소스가 맛이 일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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콥그릴에서 익힌 립이 아무래도 발색이 부족.
지난번 쓰고 남았던 짜투리 차콜에 불을 붙여 추가했더니 그릴 내부 온도가 130℃ 까지 올라갑니다.
큰 도마에 꺼내서 베이스팅해야 그릴 온도가 안떨어지는데...
종종 밭에 와서야 빠뜨린 게 많다는 걸 알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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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익은 고기에 소스까지 입혔더니 그림이 아주 좋았는데
어둑해진 상태에서 NR(Noize Reduction) 기능이 없는 똑딱이 디카로 찍었더니...
사진이 기대에 영~~ 못미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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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바비큐 소스가 들러붙지 않도록 이 상태에서 20분 가량 더 구웠습니다.
110℃ 내외의 온도에서 3시간 40 ~ 50 분 정도 구웠더니
전에 삶아서 만들던 립과는 완전히 다른 요리가 만들어 졌습니다.
알루미늌 호일로 감싸서 콥그릴로 구운 립은
수분 손실이 적어 좀 더 촉촉했지만 드라이 럽의 큐민 냄새가 약간 겉돌았습니다.
그렇지만 댄쿡에서 처음부터 구운 립은 촉촉한 정도는 덜했지만
퍽퍽하거나 질겨지지 않았고 드라이럽과 소스도 조화를 잘 이루어
정말 환상적인 맛이 났습니다.
다들...제가 이제껏 구운 고기 요리 중에 최고라더군요.
지난 번에 탄두리 치킨 먹을 때도 그러더니...
아이들 주려고 립 2 개를 남겨 호일로 싸서 가져왔는데
가져오는 동안 레스팅이 되어 집에 도착했을 때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풍미 가득한 립이 되어 있더군요
간만에 아이들에게 만점을 받았답니다.
럽과 소스 레시피도 함께 올렸으니 한 번 도전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