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참으로 더운 여름입니다.
길고도 길었던 열대야에 잠 못 이루고
에어컨 전기요금 걱정만 쌓이고...
그런데 말입니다
오늘 새벽에 잠을깼는데
얇은 이불을 내가 덮고 있는 겁니다.
그동안 이불이 뭐야,
더워 죽겠는데
다 벗고 배를 까고 잤는데
내 몸에 이불이 덮혀 있다니?
그러고 보니 오늘 아침 공기가
덥지가 않아요.
아주 선선합니다.
그러니 자다가 한기를 느껴서
나도 모르게 이불을
끌어당겨 덮었나 봅니다
계절의 운행은 어김이 없고
절기처럼 잘 들어맞는게 없다더니
참 신기해요.
처서가 지나고 나니
아침공기가 이렇게 바뀌고...
그러고 보니
귀가 아프게 째륵거리던 매미소리도
한결 잦아 들었습니다.
여름이 지나간다는 뜻입니다.
이제 매미가 지나가고 나면
그 자리는
가을을 제일 먼저 알리는 전령
귀뚜라미가 차지할 겁니다.
2.
귀뚜라미 소리를 들으며
오는 가을을 기다리고
한해 갈무리를 대비하는 것은
옛사람들도 다를 바가 없었나 봅니다.
이쯤해서
중국 시가(詩歌) 문학을 대표하는
‘시경(詩經)’에 수록된 시 하나
올려봅니다
제목은
귀뚜라미의 한자어인 ‘실솔(蟋蟀)’인데
총 3장 중에서 1장을 옮겨 봅니다.
蟋蟀在堂 (실솔재당)
귀뚜라미가 마루에 있으니
歲聿其莫 (세율기모)
한해가 저물어 가는구나
今我不樂 (금아불락)
이제 우리 즐겁게 보내지 않으면
日月其除 (일월기제)
해와 달은 (세월은) 훌쩍 가버린다네
無已大康 (무이태강)
너무 편안하지 아니한가
職思其居 (직사기거)
하지만 자신의 직분을 늘 생각하여
好樂無荒 (호락무황)
너무 즐거움이 지나치지 않음이
良士瞿瞿 (양사구구)
어진 사람들이 조심할 바라네
3.
‘귀뚜라미가 울면 게으른 아낙이 놀란다’
라는 속담도 있습니다.
여름에 부지런히 길쌈으로
천을 짜 두어야 할 아낙네가
실컷 게으름을 피우다
가을을 알리는 귀뚜라미 소리에 놀라
뒤늦게 부지런을 떤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귀뚜라미를 ‘촉직(促織)’,
베 짜는 것(織)을 재촉하는(促)
벌레라는 뜻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4.
아메리칸 인디언들은
귀뚜라미 소리로
온도를 짐작했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귀뚜라미는 가난한 자의 온도계라는
미국 속담도
여기에서 나온 말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단순한 구전이 아니고
과학적인 근거가 있습니다.
1897년 미국 물리학자
아모스 돌베어(Amos Dolbear)가
발표한 논문에 의하면
귀뚜라미가 14초 동안 우는 횟수에
40을 더하면
화씨 온도가 나온다고 합니다.
이것을 돌베어의 법칙이라고 하는데,
예를 들어
귀뚜라미가 14초 동안 35회 울었다면
화씨 온도는 35+40 = 75도,
이것을 섭씨로 환산하면 24도 입니다.
귀뚜라미는 변온동물이기 때문에
온도에 민감할 수밖에 없고
그래서 가을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지금이 딱 좋은 24도라는 것을
소리로 알려주는 것이죠.
5.
사실 귀뚜라미 소리는
우는 소리가 아니고
날개를 비벼서 내는 마찰음입니다.
사실 우는 소리건 비비는 소리건
우리에겐 중요한 게 아니죠
어쨌거나 귀뚜라미는
인간이 생활하기 가장 적합한 온도,
여름을 마무리하고 가을로 들어서는 시기인
섭씨 24도일 때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낸다고 합니다.
아직은 조금 이르지만
아름답고
운치가 있고
뭔가 처연한듯하면서도
추억이나 상념에 빠지게 만드는
귀뚜라미 소리를 들을 날이
머지 않았습니다.
안치환의 명곡 '귀뚜라미'와 함께
다가올 가을,
아름답고 행복하게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https://youtu.be/8hnKTKmeI-I?si=OgciX0Ldy7KWZfdb
첫댓글 조석으로 선선하니
살만하네요ㅡ
이사준비는 잘되어가나요?~~~
이사가 어느덧 한달 앞으로
다가왔네요
이사업체 예약도 했고
슬슬 준비중입니다 ^^
이사 잘 하시고
그곳에서 대박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