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글]
사소한 친절에 행복했던 오늘:)
희진의 게시물은 그 날에 멈춰 있다. 희진의 바쁜 일상에 타인의 작은 친절이 유달리 가득했던 하루.
“아가씨 이거 나 줘. 나 무릎 아직 멀쩡해” 희진이 회사에서 중요한 경쟁 PT를 앞두고 여러 자료를 챙기느라 양 손이 가득했던 출근 길. 전날 급작스러운 내용 수정 탓에, 미리 인쇄해 놓은 자료를 쓸 수 없어 새로 인쇄한 자료를 들고 곧장 현장으로 가는 길이었다. 희진은 프로젝트 관계부서 별로 따로 철한 파일 가방 무리를 손가락 마디 마디마다 끼고 있느라, 손가락 사이가 벌겋게 부어 오르고 있었고... 그때! 한 아주머니가 겨우 버스 기둥을 붙잡고 있던 희진을 손가락 쥐에서 구해준 것이었다. PT 현장으로 들어가는 길, 그날따라 더 무겁고 크게 느껴졌던 단단한 유리문은 처음 보는 수많은 사람들 덕분에 스르륵- 활짝- 열렸다. “대리님! 이거 필요하실 것 같아서요…” 정신없이 PT를 끝낸 희진에게 김 주임이 반창고를 건넸다. 아침부터 자료 세팅부터 PT가 진행되는 동안 사고가 나지 않도록 빨빨 거리느라 뒤꿈치가 까진 줄도 몰랐던 희진은, 그제서야 뒷발이 쓰라렸다. 구두가 헐떡인 찰나에 희진의 상처를 봤던 김 주임의 친절이 퇴근길 내내 절뚝일 뻔 한 희진의 발걸음을 가볍게 했다.
“엄마, 오늘이 올해 제일 바빴던 날인데도, 기분 좋은 순간들이 참 많았어… 그러니까 신기하게 힘들지가 않다? 뿌듯함이 더 크네~”
“너가 원래 스트레스를 잘 안 받기도 하잖니~ 뒷목도 맨날 말랑말랑해서는ㅎㅎ”
희진이 워낙 긍정적이고 남들과 똑같이 힘든 상황에서도 빙그레 웃어 보이는 사람이었지만, 그래도 희진은 그날의 사소하고 따뜻한 배려를 곱씹으며 SNS에 반창고 사진을 올렸다.
첫댓글 사소한 친절에 감사할 줄 아는 희진 > 최선을 다했던 회사 프로젝트에 실패하며 흔치 않은 절망감을 느낌 > 남들과 비교하며 자신의 부족함에 집착 > 그러다 오랜만에 자기 게시물을 보게 됨 > 과거의 나로 돌아가기로 함 > 사소한 친절이 다시 보이기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