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내에서
삼월의 창에 서면
열여섯 가출소녀의 옷 깁는 사연
할매는 신이 났지
얼굴 없는 평화는
(生死)생사의 계곡을 헤매는
나비 한마리
봉화제의 화신이려니
멀리서 손짓하는 자태는
어둠을 뚫고 선 금세기 혼
이제는 돌아와 좋을까마는
긴 세월 나목으로 밀려온
작은 제례
관순은 영원한
아우내 꽃
오곡리
오늘 우리가 이 벌판에서
서로의 이마를 대고
또 다른 새벽을 기다리는 것은
커다란 시야로 떠난 이들의
귀환을 기다리는 일
끈적한 쟁기질 뒤로 볼때기 훔치던
당신의 유년을
등판으로 퍼 올리기 위함이니
저렇게 별 무리 떨어지는
오곡교
그대 품으로 우리는 다시 오네
연일 침묵하던 들새의
몸짓이 부서지던 저녁
우리는 왜 밀 밭 언저리에
늘 이슬로 남아 있느냐고
가끔씩 따져드는 아내의 젖은 목소리
그러나 이 들판에 서성이는 것은
아무도 어둔 밤중을 끌어안은 이
없어도
날마다 함께 누워 편안한
오곡리가 있네
그대 품으로 우리는 다시 오네
태조산 민들레 꽃
우리들 꿈이
잉태되는 사월이면
천안천 갯벌 따라
퍼져 나는 흙 내음
홀로 선 몸짓으로
구름 뻘에 내민 미소
윤회하는 계절 속에
늘 상 한 꺼풀씩 벗겨 내며
모두에게 잊혀진
고향 마을 성황당
삶에 무슨
수식어 필요할까
비둘기 떼 수군대는
꽃 샘가 다가서면
우리 언니 손 부비며 살아 온
겨울나기 이야기들
버릴 수 없는 것들 한 데 모여
유량천 감아 돌고
그 하늘 가슴까지 기지개 켠
태조산 민들레
송헌(松軒) 장 성 균 (張 成 均)
-1951년 충남 천안시 동남구 북면 오곡리 출생
-1975년 『천안문학』 신인으로 문인활동 시작
-연암대학교 안수환 교수님 문하에서 수학
-1992년 계간 『창조문학』(명지대대학원장 홍문표)으로 등단
-현재, 부근 최기복 교수의 「목요문학방」에 묵객동인으로 수학 중
(시집)하늘보기. (저서)천안향토사논문집. 동학혁명의 발자취 등 10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