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촉사고로 청구된 수리비 견적을 보험처리할지 여부를 결정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정확한 손익분기점을 계산하기는 어렵겠지만 할인할증 기준을 알면 보험처리 여부를 결정하기가 한결 수월해진다. 아울러 9월 1일부터는 과실비율에 따른 할증폭이 달라진다. 지금까지는 과실이 많든 적든 동일하게 할증되었지만 앞으로는 50% 미만의 ‘저과실 사고’는 할증이 적게 된다.
접촉사고가 났는데 수리비 견적이 30만원 나왔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보험처리를 할 것인가? 아니면 개인적으로 비용을 부담하겠는가? 결정이 쉽지 않을 것이다. 보험처리를 하자니 보험료 인상이 걱정되고 안 하자니 당장 들어갈 목돈이 부담된다. 어디에 물어봐도 속 시원한 답을 얻기 어렵다. 손익분기점을 쉽게 계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없다. 무엇보다 보험료 산출방법이 너무 복잡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전문가가 아니면 계산기만으로는 산출할 수가 없다.
그나마 할인할증 기준을 알면 보험처리 여부를 결정하기가 한결 수월해진다. 할인할증 기준을 이해하려면 보험료 산출식부터 먼저 알아야 한다. 차량가액이나 가입담보 등 기본 조건이 동일하다고 가정했을 때 보험료는 사고심도와 사고건수에 의해 결정된다. 사고심도와 사고건수는 요율(%) 형태로 운영되며 수식으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사고심도는 할인할증등급에 반영된다. 피해점수 1점당 1등급이 올라가는 방식이다. 점수 산정방식은 피해내용에 따라 다른데, 물적피해는 보험금을 기준으로 할증기준금액 이하면 0.5점, 초과하면 1점을 부여한다. 할증기준금액은 50만원, 100만원, 150만원, 200만원 중에서 선택할 수 있으며 금액이 적을수록 보험료가 저렴하다.
반면 인적피해는 보험금 지급규모가 아니라 피해자의 부상정도에 따라 1점부터 4점까지 부여한다. 사망과 상해등급 1급은 4점, 2~7급은 3점, 8~12급은 2점, 13~14급은 1점을 부여한다. 다만 인적피해라도 자기신체담보와 자동차상해담보는 상해등급과 관계없이 1점을 부여한다.
인적피해와 물적피해가 동시에 있으면 각각의 점수를 합산하되, 피해자가 여러 명인 경우에는 가장 높은 상해등급을 기준으로 점수를 계산한다. 따라서 한 사고당 최대 6점, 할인할증 등급으로는 6등급까지 올라갈 수 있다.
할인할증 등급은 29개 등급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1등급 요율이 200%로 가장 높고 29등급이 30%로 가장 낮다. 산술적으로는 등급 간 6%p 정도 차이가 나지만 29등급에 가까워질수록 1~2%p로 줄어들고, 등급이 올라가면 10~15%p까지 벌어진다. 참고로 보험에 처음 가입하면 11등급부터 시작하고 적용요율은 80% 정도 된다. 사고가 없으면 등급은 매년 1등급씩 내려가지만 일단 보험처리를 하면 3년 동안 사고가 없어야 다시 내려간다.
하지만 보험처리를 해도 등급이 올라가지 않는 예외적인 경우도 있다. 정상적으로 주차를 했는데 다른 차량이 사고를 내고 도주한 경우 수리비가 30만원 이하면 보험처리를 해도 할인‧할증 없이 1년간 현재 등급이 그대로 유지된다. 이런 유형의 사고를 ‘1년 할인유예사고’라고 하며, 태풍과 같은 자연재해로 차량이 파손되거나 무보험 차량에 사고를 당해 부상을 입은 경우에도 1년 할인유예가 적용된다. 3년간 할인유예가 되는 사고도 있다. 수리비가 물적할증기준금액 이하인 사고는 3년 동안 할인할증 없이 현재 등급이 그대로 유지된다.
사고건수 요율은 사고심도에 비해 적용기준이 간단하다. 최근 1년간 사고건수(0건, 1건, 2건 이상)와 3년간 사고건수(0건 1건, 2건, 3건 이상)를 조합해서 6개의 그룹으로 나누고 그룹별 차등요율을 적용한다. 보험사에 따라서는 할인할증등급까지 포함시켜 15~18개 그룹으로 세분화한 경우도 있지만 보통 85%~160% 사이에서 요율을 운영한다. 사고건수가 많으면 요율이 올라가고, 같은 사고건수라도 최근 1년간 발생건수가 많으면 상대적으로 더 높은 요율이 적용된다.
사고건수를 계산할 때는 사고일시를 기준으로 한다. 다만 앞 차량을 추돌 후 차를 빼다가 뒤 차량을 재충격한 경우처럼 시간적, 장소적으로 연속성이 있으면 한 사고로 본다. 편의상 시간 간격이 5분 이내이면 하나의 사고로 계산한다. 사고건수에 합산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앞에서 설명했던 ‘1년 할인유예사고’는 사고심도와 마찬가지로 사고건수에도 반영되지 않는다.
2017년 9월부터 바뀌는 자동차보험 할인할증 제도
한편 2017년 9월 1일부터는 과실비율에 따라 할증폭이 달라진다. 지금까지는 과실이 많든 적든 동일하게 할증되었지만 앞으로는 50% 미만의 ‘저과실 사고’는 할증이 적게 된다. 예를 들어 과실이 40%인데 상대방 운전자가 다치고(상해12급, 2점 사고), 수리비가 물적할증기준금액을 초과한(1점 사고) 경우 지금은 할인할증등급이 3등급 올라갔지만 앞으로는 현행 등급이 그대로 유지된다. 사고건수를 계산할 때도 최근 3년간 건수에만 포함시키고 최근 1년간 건수에서는 빼준다. 이번 제도변경으로 보험료 할증 형평성이 개선되어 연간 15만 명이 평균 12.2%의 보험료 인하 혜택을 볼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연 1회에 한하여 혜택이 주어지며 2회 이상이면 사고심도가 가장 큰 한 건만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할증에 반영된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한편 저과실 사고를 무사고와 동일한 것으로 착각할 수 있는데, 저과실 사고는 보험료 할증폭이 줄어드는 것이지 보험료가 할인되는 것은 아니다. 어찌 되었건 보험료를 아끼는 최선의 방법은 안전운전임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