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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연과 학연 등 지연을 벗어나지 못하는 한국 정치
한국의 고질병 중의 하나는 지역감정이다. 우린 지역감정이란 말로 모든 것을 말하지만 사실은 그 아래서 강하게 작용하는 것은 혈연과 학연이다 같은 지역에 살면서 같은 성씨를 가지고 같은 조상을 섬기는 혈연연대 의식이 강하다. 또한 같은 지역에서 초 중 고등학교를 함게 나온 사람들의 의식은 당연히 끈끈하게 뭉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지역감정의 중심에는 혈연과 학연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아는 한 사람은 시골로 들어가 10여 년 간 정말로 열심히 살면서 마을 일들을 도맡아 해 주었다. 당초에는 정치에 뜻이 없었는데 주위 사람들이 시 의원에 출마하라 하여 마음이 바뀌었다. 그래서 동네 사람들의 권고를 믿고 시의원에 출마하여 열심히 인사를 하고 다녔다. 그리고 낙관적이었다. 그런데 뚜껑을 열고나니 나방이었다. 자신을 격려하던 사람들 중에 많은 사람들도 최종적으로는 일가친척, 나아가 같은 성씨, 동창 등을 쫓아 표를 행사 했다. 물론 자신을 격려한 사람들이 표를 주었지만... 배신감을 느낀 그는 ‘아 세상이 이렇구나!, 혈연과 학연은 벗어날 수 없나 보다.’ 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그는 결국 그 마을에서 배신감과 좌절감 등을 느끼고 10여년 이상 살던 집을 팔아 버리고 다시 도시로 떠났다. 또 내가 아는 한 사람은 타향에서 면단위에 와서 20여년 이상을 성실하게 살면서 농사도 짓고 온갖 일을 해 주어 그 마을의 유지로 알려졌다 농협조합원이 되어 농협 발전에도 기여하여 사람들로부터 칭송도 많았다. 농협 이사와 감사 등의 직을 두루 수행하기도 했다. 사람들은 그 지역 출신의 조합장에게 불만이 많았다. 그래서 늘 바꿔 치워야 한다고 입을 모으면서 그 사람에게 조합장에 출마해 보라고 했다. 사람들은 그 사람을 부추기면서 적극 도와주겠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조합장 선거에 출마하여 동분서주했다. 그런데 초기에는 잠자코 있던 그 지역의 씨족 중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씨족에서 출마자가 나왔다. 그의 조상들은 대대로 그 지역에서 살아왔다. 사람들은 ‘그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그는 순진하게 그것을 믿었다. 그리고 결과는 역시 낙방이었다. 낙방의 이유를 분석해 보니 자신을 지지하던 많은 사람들이 열심히 뛰었는데도 유권자들의 상당수는 결국 겉으로는 그를 지지한다고 하면서 최종적으로는 종친을 찍은 것이다. 그는 강한 혈연과 학연 지연 의식에 혼란을 겪었다. 그리고 그런 현상을 겸허하게 받아들였다. 위의 두 사례는 결국 혈연과 학연으로 맺어진 지역 의식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농산어촌으로 갈수록 그것은 심하다. 조선일보 기사(2018.3.18.)에 의하면 경북 안동과 성주는 종친들의 선거판이라고 한다. 공천도 우선 종친 공천이 있어야 하고 선거판도 종친 서거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했다. 당 공천이나 능력보다 우선한 것이 종친 공천이며 지연과 학연이다. 하기가 그 지역들이 워낙 전통적으로 그런 의식이 강한 동네이나 뭐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21세기 첨단의 시대를 살아가는 민주주의 시대에 넘어야 할 과제이다. 이러한 사례는 안동과 성주만이 아닐 것이다. 전근대성이 많아 남아있는 농산어촌은 역시 강할 것이다. 동서를 막론하고 혈연 정치는 본인의 정권안보에는 기여할지 몰라도 결국은 선정을 베풀지 못하고 나라를 질곡으로 몰아가기 쉽다. 조선이 수많은 질곡을 겪으면서 발전을 지속하지 못한 이유도 어떤 면에서는 지나친 혈통과 장자 위주의 왕위 계승 때문일 것이다. 로마가 천녀동안 찬란란 문화를 꽃피우고 오늘날 모든 문화의 저변에 로마의 향기가 숨어있는 이유는 혈연위주의 왕위 계승을 하지 않은데도 있다. 그들은 적통을 혈연에서 찾지 않고 능력과 덕망에서 찾은 경우가 무수히 많다. 지금 대도시를 중심으로 하여 도시화가 가속화된 지역은 지역의식 즉 혈연과 학연이 덜 작용한다. 그 이유는 교류와 협력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사람들의 의식 저변이 개방되고 변화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곳은 변수가 많고 많이 알려진 사람도 당선을 보장 받진 못한다. 그래서 민주정치가 발전하는 것이다. 사실 조선시대에 퇴계 이황 선생이 시작하여 출발한 그 멋진 ‘향약’도 혈연에 얽힌 사연과 토호들의 횡포 등으로 실패하여 많은 문제를 유발했다. 그것도 결국은 지역의 단합을 빙자한 지역감정으로 발전한 적이 많았다. 진정한 민주정치의 발전을 위해서는 지연을 극복해야 하는데 아직 한국의 대도시를 제외하고는 그 길이 먼 것 같다,
다음은 참고로 조선일보(2018.3.18.)에 실린 기사의 내용이다.
조선시대도 아닌데… 공약 대신 가문 보고 한표?/저번엔 저쪽 문중, 이번엔 이쪽 문중… 경북 성주와 안동 선거판
"성주는 특정 문중 간의 갈등 때문에 수십 년 반목의 세월을 보냈다."
지난 1월 김항곤(67) 경북 성주군수가 기자회견을 열고 이렇게 말했다. "내가 지방선거에서 3선에 도전하면 그 갈등이 다시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 군수가 말한 문중이란 본인이 속한 김해 김씨와 성산 이씨를 가리킨다. 이 두 곳이 성주 지역에서 가장 세가 큰 문중이다. 1995년 지방자치단체장이 민선으로 바뀐 뒤 이 두 문중이 번갈아가며 성주군수를 배출했다. 제1·2대 지방선거에선 김해 김씨인 김건영 군수가 당선됐다. 그다음 제3·4대 지방선거에선 성산 이씨인 이창우 군수가 당선됐다. 현직 김항곤 군수는 2010년 당선된 뒤 재선에 성공했지만, 3선 도전을 일찌감치 포기했다. 경북 지역 재선 기초지자체장 중에 3선 도전을 포기한 건 지금까지 김 군수가 유일하다. 이 때문에 지역사회에서는 "이번엔 성산 이씨 차례라서 김해 김씨 문중에서 김 군수를 주저앉힌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가문의 영광인가, 가문의 수난인가. 김 군수는 "지난 두 번의 선거에서도 성산 이씨 문중에서 나온 후보와 선거전을 치르며 문중 간 갈등이 격렬했고, 후유증이 선거 후에도 남아 있었다"며 "문중 간 거래가 아니라, 문중 선거 한다는 비난의 굴레를 끊기 위해서 불출마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당 공천보다 중요한 문중 공천
성주만큼이나 문중이 선거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곳이 인근에 있는 안동이다. 이곳은 안동 김씨와 안동 권씨 간의 '신사협정'이 체결된 곳이란 말까지 나올 정도다. 한 문중이 안동 지역구 국회의원을 하면, 다른 문중이 안동시장을 맡는다는 식의 암묵적 관행이 있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현재 지역구 국회의원은 안동 김씨인 자유한국당 김광림 의원이고, 시장은 같은 당 소속의 안동 권씨 권영세 시장이다. 반대로 안동 김씨인 김휘동 전 시장이 재직할 때는 안동 권씨인 권오을 전 의원이 지역구 국회의원이었다. 성주 역시 지역구 의원은 성산 이씨인 자유한국당 이완영 의원이다.
성주나 안동에선 '문중 공천이 당 공천보다 중요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런 '문중 공천'의 위력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게 2008년 18대 총선. 당시 한나라당 박근혜 대선 후보의 공보특보를 지냈던 허용범씨가 당 공천을 받아 후보로 나왔지만, 무소속으로 나온 안동 김씨 김광림 후보에게 패배했다. 선거 당시 안동 김씨뿐 아니라 안동 권씨 문중까지 나서서 김 후보를 지원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권정달 안동 권씨 대종회장은 "당시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허용범 후보 지지 동영상까지 따로 찍어 보내는 등 당의 지원을 받았지만 지역에선 '안동에서 권씨나 김씨 말고 다른 성씨가 의원을 하는 건 지역 민심과 거리가 있다'는 여론이 있었다"고 말했다.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도 지역사회에선 현직 권영세 시장과 그에 맞서 출마를 선언한 권기창 안동대 교수 중에 문중이 누구에게 힘을 실어 줄 것인지를 두고 온갖 예측이 분분하다.
◇'조선시대 선거하냐'는 비판 많아
유독 안동과 성주의 선거판이 이렇게 문중 선거처럼 돼버린 것은 그만큼 이 지역 종친회의 세력이 강하기 때문이다. 안동은 안동 권씨(9.97%)와 안동 김씨(7.12%)가 전체 성씨 중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다. 양가 종친회도 대종회와 청년회 등 10여개의 조직이 촘촘하게 짜여 있다. 권씨와 김씨가 주도해서 매년 5월 열리는 향우회 총회에는 사람만 1000명 넘게 몰리고 후원금이 수억원씩 걷힌다. 성주 역시 비슷한 실정이다. 성주군청 관계자는 "성산 이씨와 김해 김씨가 대개 지역 유지이면서 향우회를 주도하기 때문에 다른 성씨들도 이들을 중심으로 모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 지역 특유의 문화도 한몫한다. 다른 지역과 달리 경북 지역은 어릴 때부터 문중 문화에 익숙하다. 지역 곳곳에 조선시대에 세워진 서원들이 있고 해마다 최소 6~7회씩 문중 사람들이 모여서 제사를 지내면서 친목을 다진다.
예천, 칠곡 등 다른 경북 지역 지자체도 문중의 영향력이 강하긴 하지만, 안동이나 성주처럼 특정 문중이 돌아가면서 공직을 맡는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이런 문중 선거에 대한 비판 역시 만만치 않다. 선거가 정책이나 인물 대결이 아니라 성씨 대결이나 다름없게 돼버리는 데다가, 선거철마다 '경북은 아직도 조선시대냐'는 등 다른 지역에서의 비아냥거림도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관선(官選) 시절보다 민선 시절이 되면서 선거판에서 문중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도 문제다. 문중은 본인뿐 아니라 친인척과 가족들까지 동원 가능하기 때문에 조직력에서 우세한 탓이다. 불출마를 선언한 김항곤 군수는 "성주에 성씨만 28개가 있는데 특정 두 성만 돌아가면서 군수를 하는 게 말이 안 된다"며 "김해 김씨 쪽에서 먼저 출마를 포기하면 다른 쪽에서도 화답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성주군수 선거에는 이미 성산 이씨 문중뿐 아니라 김해 김씨 쪽에서도 후보가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하고 선거전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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