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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라켄 지도
인터라켄(Interlaken)은 알프스산맥의 봉우리인 아이거, 융프라우, 묀히로 둘러싸여 있는 인터라켄은 베르너 오버란트 지역의 중심 도시다. 인터라켄이라는 지명은 ‘호수와 호수 사이’라는 뜻으로, 西驛이 있는 툰 호수와 東驛이 있는 브리엔츠 호수 사이에 자리잡고 있어 붙여진 지명이다. 이번 여행에서 단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와이프에게 알프스에 올라 그곳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인데, 인터라켄은 유럽에서 가장 높은 전망대가 있는 융프라우 요흐를 비롯하여 실트호른, 라우터부룬넨, 그린델발트, 뮈렌 등을 올라가기 위해 꼭 거쳐야 하는 도시이다. 크지 않은 소박한 도시이지만 자연 경관이 아름답기로 유명해 지역 주민보다 관광객이 훨씬 많은 도시로 트래킹을 하려는 사람들과 인근 알프스를 오르려는 사람들로 늘 북적거리는 것 같다.
인터라켄 동역 건물
인터라켄 동역 플랫홈
인터라켄 동역에서 오후 2시 열차를 예약했는데 플랫 홈에서 한참을 기다려도 열차가 오지 않는다. 15분 쯤 지나자 역 구내방송으로 열차가 라우터브룬넨 역에서 고장이나 다음 열차를 이용하라고 한다. 30분 간격으로 운행하는 열차를 타고 융푸라우 요흐에 오른다고 해도 내려오는 열차를 예약했기 때문에 융프라우 요흐에서의 시간이 30분이나 줄어드는 것이다. 철도회사의 문제로 우리가 융프라우를 충분히 즐길 시간을 손해 봤는데도 역무원은 자기는 모르는 일이라고 한다. 유럽에서 여행을 하다보면 역무원들은 자기가 맡은 일이 아니면 전혀 모를 뿐만 아니라 책임 회피로 일관하기에 답답하다.
동역에서 라우터브르넨 가는 풍경
만년설이 녹아 흐르는 계곡물
배나ㅇ을 질어진 트래커 들
오후 2시 30분에 출발하는 열차를 타는데 2시 예약자와 2시 30분 예약자가 한꺼번에 타는 바람에 열차가 복잡하다. 열차가 출발하자 숲이 우거진 푸른 초원 위로 장작을 쌓아 놓은 곳과 주택 그리고 유유히 풀을 뜯고 있는 소 떼들이 지나가고 숲 사이로 난 도로에는 자전거로 하이킹하는 사람들과 배낭을 짊어진 채 트래킹하는 사람들이 건강미를 뽐내고 있다. 숲이 우거진 계곡에는 빙하가 녹아 흐르는 뿌연색 개천이 급류를 이루며 흘어가고 있다.
라우터브룬넨 역
열차가 출발한 지 20분 정도 지나자 알프스 절벽에서 떨어지는 폭포와 함께 조용한 시골의 전원마을에서 열차가 멈춘다. 이곳은 해발 806m에 위치한 라우터브루넨(Lauterbrunnen)으로 ‘울려 퍼지는 샘’이란 뜻을 가진 마을로, 흔히 ‘폭포의 마을’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거대한 융프라우의 절경과 작은 집들이 조화를 이뤄 아름다운 풍경을 자아내는 작은 마을이라 도보로 둘러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라우터브룬넨 역에서는 쉴트호른에 가는 등산열차가 출발한다.
슈타우프바흐 폭포(Staubbach Fälle)
마을이 자리하고 있는 U자형의 계곡 주변에는 72 개의 폭포가 있다고 하는데, 특히 '슈타우프바흐 폭포(Staubbach Fälle)'와 '트뤼멜바흐 폭포(Trümmelbach Fälle)'가 유명하다. 역에서 보이는 슈타우프바흐 폭포는 마을의 뒤편 절벽에서 수직으로 떨어지는 305m나 돼 그 위용이 대단하다. 우기나 알프스의 눈이 녹는 계절이면 더욱 많은 물이 떨어져 그 아름다움에 감동한 예술가들이 자주 찾는 곳인데 문호 괴테나 시인 워즈워드, 바이런을 비롯해 음악가 멘델스존 등이 이 폭포를 사랑했다고 한다. 마을 어디에서나 잘 보이는데 철도역의 플랫폼에서도 볼 수 있다.
트뤼멜바흐 폭포(Trümmelbach Fälle)<펌>
반면 외부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트뤼멜바흐 폭포는 역에서 약 3km 떨어져 있는데 폭포로 일단 들어서면 아이거, 묀히, 융프라우에서 얼음이 녹아 내려온 물이 매초 2만 톤의 무게로 떨어지는 압도적인 광경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암벽을 따라 떨어지는 폭포가 자연적인 암굴을 만들어 냈으며 이 암굴로 떨어지는 폭포의 독특한 절경이 이곳의 자랑거리인 폭포는 높이에 따라 10층으로 나뉘며 리프트를 이용해 올라가서 내려오는 방법으로 둘러볼 수 있는데 폭포가 만들어 낸 암굴 속의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엄청난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폭포의 박력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일정상 트뤼멜 폭포는 건너뛴다.
융프라우를 오르는 산악철도
라우터브룬넨을 출발한 열차에서는 이제 멀리 융프라우 등 알프스의 영봉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열차는 급경사를 오른다. 이곳의 철로는 철로 가운데 톱니처럼 생긴 레일이 하나 더 있고 열차에 장착된 톱니바퀴와 맞물려 급경사의 산악을 오를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라우터브룬넨에서 클라이네 샤이덱 가는 풍경
열차 차창으로는 위쪽으론 눈덮힌 알프스 영봉들이 보이고 아래쪽으론 푸른 초원 위에 마을들이 보여 정말 그림같은 풍경을 자아낸다.
클라이네 샤이덱 역
클라이네 샤이덱 역 주변에 핀 야생화
클라이네 샤이덱 주변 풍경
50분 가량 지나자 클라이네 샤이덱(Kleine Scheidegg) 역에 도착한다. 역에 내리니 아이거 북벽이랑 융프라우까지 산군들이 병풍처럼 둘러싸여 있고 주변 초원에는 야생화가 한창인데 야생화를 감상하며 트래킹을 하는 관광객들도 많이 보인다.
클라이네 샤이덱에서 융프라우 요흐로 가는 철로
해발 2,016m 지점에 위치한 클라이네 샤이덱은, 라우터브루넨을 출발한 산악열차에서 내려 융프라우로 오르는 톱니바퀴 기차로 다시 갈아타는 역이인데 이 톱니바퀴 철로는 14년에 걸쳐 아이거 북벽과 뮌히를 관통하는 암벽을 뚫는 난공사 끝에 완공되었고 또한 클라이네 샤이덱은 라우터브루넨과 반대방향으로 내려가는 또 하나의 하산길인 그린델발트 마을로 내려가는 갈림길이기도 하다. 건설 당시 1912년부터 융프라우 철도는 이미 하행선 기차의 내려가는 힘을 이용해서 전기를 발전해 왔다고 하며 수력 발전소를 자체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구름에 모습을 감춘 아이거 북벽
이 역 바로 앞에는 아이거 북벽이 높이 솟아 있는데 아이거 북벽은 알프스의 3대 북벽 가운데 하나로 1938년 최초로 정복이 될 때까지 60여명의 목숨을 빼앗아간 곳이다.
왼쪽 지붕 뒤가 아이거 북벽이고, 오른쪽이 묀히(Monch)
클라이네 샤이덱을 출발한 열차는 아이거 북벽과 묀히의 암벽 뚫어 만든 터널 속으로 들어가 터널을 포함한 48도의 급경사 코스를 기어오른다. 이 열차를 타니 마치 열차를 체인으로 묶어 위로 끌어올리는 것 같다. 1893년 스위스 철도의 왕으로 불린 아돌프 구에르 첼러는 알프스를 산책하던 중 아이거와 묀히의 암벽을 통과하는 터널을 뚫어 융프라우 정상까지 톱니바퀴 철도를 건설하겠다는 대담한 구상을 해 그 해 12월 클라이네 샤이덱~아이거-묀히-융프라우 구간을 착공, 16년 만인 1912년 8월 유럽 최고 고도의 철도역인 융프라우요흐(Jungfraujoch) 역을 해발 3454m에 개통한다.
아이스메르(Eismeer)역
알레취 빙하
터널 속을 오르던 열차는 아이스메르(Eismeer)역에서 5분간 정차한다. 짧은 시간이지만 열차에서 내려 굴을 뚫어 창을 낸 전망대로 가 창문을 통해 알레취 빙하를 감상한다. 알레취 빙하는 유럽에서 가장 긴 빙하로 22km이며, 1km의 두께에 달한다고 한다.
융프라우 요흐 역
아이스메르 역을 출발한 열차는 잠시 후 융프라우 요흐 역에 도착한다. 유럽의 꼭대기라는 융프라우 요흐다. 요흐(Joch)는 어깨라는 뜻으로 융프라우라는 이름은 융프라우 산 아래 인터라켄 마을에 예전에 있던 수녀원에서 유래했다고 하며 융프라우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융프라우 전망대는 융프라우와 묀히 두 봉우리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아돌프 구에르 첼러 흉상
얼음궁전
열차가 도착하는 곳은 춥고 어두운 터널 안이다. 기온이 산 아래 마을보다 19도가량 낮기 때문에 보온에 특히 신경써야 한다. 얼음벽에 씌어진 투어TOUR라는 글자의 화살표를 순서대로 따라가면 길을 잃을 염려가 없고 피로감도 적다. 속이 더부룩하고 머리가 어지러운 고산병 증세를 피하기 위해선 평소보다 보폭을 반으로 줄이고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이 필수다. 열차에서 내려 전망대로 가는 길엔 이 산악철도를 건설한 아돌프 구에르 첼러의 흉상이 융프라우 요흐 역을 지키고 있고 조금 더 가면 얼음궁전이 나온다. 얼음궁전의 면적은 약 1,000㎡로 알레취 빙하 20m 아래에 자연 그대로의 알레치 빙하를 깎아 만든 얼음 궁전은 수천 년 동안 겹겹이 쌓인 빙하의 속살을 들여다볼 수 있는 흥미로운 장소로 아치형의 지붕 아래 곳곳에 동물 모양 얼음 조각이 놓여 있는데 특이하게 스위스에서 여생을 보낸 희극 왕 찰리 채플린의 동상이 놓여 있다.
스핑크스 전망대
스핑크스 전망대에서
스핑크스 전망대에서 바라 본 알레취 빙하와 주변 산 군
얼음 궁전을 보고 바로 스핑크스 전망대로 간다. 스핑크스전망대는 초고속 승강기를 타면 27초 만에 올라가는 이곳은 해발 3,571m에 자리한다. 융프라우와 함께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총길이 22km인 빙하는 멀리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의 산으로까지 이어지는 눈부신 풍경을 만난다. 오늘 따라 바람도 그리 강하게 불지 않아 스위스 국기가 펄럭이는 전망대 위에는 기념촬영을 하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플라토 고원지대의 만년설
플라토 고원지대에 휘날리는 스위스 국기
전망대에서 내려와 매점을 지나 플라토 고원지대로 나오면 이제는 많이 녹아 질퍽거리는 눈 밭에서 알프스의 만년설과 알레치 빙하를 직접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야외 공간. 하얀 설원 위로 스위스 국기가 펄럭인다.
융프라우 매점에서 컵라면을 먹는 사람들
매점 있는 곳에 이르니 사람들이 컵라면을 먹고 있다. 김이 모락모락나는 컵라면을 보니 추위도 녹일 겸 먹고 싶다. 와이프에게 좋은 추억을 남겨 주고자 배낭에 일부러 컵라면을 이곳까지 가지고 왔는데 인터라켄 동역에서 열차가 고장으로 늦는 바람에 컵라면은 열어보지도 못하고 서둘러 융프라우 요흐 역으로 향한다. 융프라우 철도 회사는 우리가 컵라면을 먹을 시간을 빼앗은 것을 배상해라!
클라이네 샤이덱에서 그린델발트로 내려오면서 본 풍경
융프라우 요흐 역에서 열차를 타고 클라이네 샤이덱 역까지 내려 온 다음 열차를 갈아타고 그린델발트 (Grindelwald)로 향한다. 클라이네 샤이덱을 출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열차 차창으로 저 아래 멀리 그린델발트 마을이 보이기 시작하고 철로 주변으로는 푸른 초원 위에 예쁜 집들과 소 떼들이 보인다.
그린델발트 역
그린델발트 전경
40분 가량 걸려 그린델발트에 도착한다. 그린델발트는 아이거 산중턱에 자리하고 있는 해발 1,034m의 아름다운 전원 마을로 그린델발트는 마을 가까이까지 빙하가 내려왔다고 해서 빙하 마을이라고도 불린다고 하지만 현재는 빙하가 남아 있지 않고 빙하가 만들어 놓은 계곡만 흔적으로 남아 있다. 융프라우 요흐로 가는 등산 열차의 환승역이자 피르스트 하이킹의 거점이기도 한 그린델발트는 베르너 오버란트 지역에서 인터라켄을 제외한 전원마을 중 가장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으로 다른 알프스 마을들에 비해 고원 초목지대가 많고, 산등성이에 전통 가옥들이 점점이 흩어져 있는데 샬레라고 불리는 이 가옥들은 대부분 통나무로 만들어졌으며 뾰족한 지붕에 창문이 많은 것이 특징으로, 창문마다에 심어진 예쁜 꽃들이 마을 풍경을 더 화사하게 만든다. 샬레들 중 일부는 여행객들을 위한 숙소로도 이용되는데, 일 년 전에 예약해야 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고 한다. 아침 일찍 꼬불꼬불한 동네 언덕길을 따라 올라가면 넓은 초원 위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젖소 떼들을 만날 수 있는데 목에 큰 종을 달고 다니느라 걸을 때마다 아름다운 소리를 울리는 소 떼들은 그린델발트 홍보책자에 빠지지 않고 모습을 드러낸다. 이 소들은 또 해발 1800m인 산 중턱까지 마음껏 돌아다니도록 방목된다고 하니, 소 팔자치곤 행복한 편이 아닐까?
산악지대를 개발해 지상천국으로 바꾼 스위스 마을
원래 스위스는 농경시대에 농토를 차지하지 못하고 산악지대로 밀려난 사람들이 세운 나라인데 오늘날에 와서는 농토를 많이 가진 주변의 인구 많은 대국들보다 훨씬 더 잘 산다.오래전 농토를 차지하지 못하고 험한 산 속으로 쫓겨 난 스위스 사람들은 운명이나 하늘을 탓하지 않고 산속에 화전을 일구고 소와 양을 기르며 험한 산을 지상천국으로 바꾼 국민이다. 따라서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진리와 그늘이 양지되고 양지가 음지된다는 걸 입증한 스위스 국민들이 삶의 터전을 뒤늦게 탐내는 자들을 결연한 의지로 싸워 물리치고 행복을 누리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인터라켄 동역에서 루체른으로 가는 열차
12년 전 융프라우에 올랐을 땐 이곳에서 기다리던 버스를 타고 인터라켄으로 내려갔지만 이번엔 열차를 타고 인터라켄 동역으로 향한다. 동역에서 내려 오늘 묵을 호텔이 있는 곳으로 가기 위해선 루체른으로 가는 기차를 타야한다. 루체른으로 기차는 우리가 내린 플랫홈 건너편에 대기하고 있는데 SBB라고 쓴 예쁜 기차는 한 시간에 한 대가 출발하는 그 유명한 스위스 골든패스라인 기차란다. 출발 한지 10여 분 만인 세 번째 정거장인 Niederied 역에 내려야해 창 밖 브리엔츠 호수 풍경을 사진으로 담을 수는 없었지만 서산으로 넘어가는 해에 비친 호수와 마을의 풍경은 너무 아름답다.
브리엔츠 호숫가에서 만난 스위스 아이들
호텔에서 저녁식사를 마치고 호숫가로 나오니 이곳 아이들은 아직도 호수에서 물장구를 치고 있다. 아이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니 우르르 내게 몰려와 Japanese? China?라고 묻기에 Korean이라 대답했더니 어제 모스크바월드컵에서 한국대표팀이 독일을 꺾은 것을 이야기하며 Korean No1이라 엄지손을 치켜든다. 그리곤 내게 다가와 같이 사진을 찍자고 한다. 내가 축구선수도 아닌데 갑자기 영웅이 된 듯한 기분이 든다. 귀여운 꼬마 숙녀와 신사들의 때묻지 않은 순수한 얼굴이 글을 쓰는 순간 다시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