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 상태로 회복되길 바란다는 ‘육당서(六堂序)’, 주역 6괘(六卦)의 이치> 고영화(高永和)
이번 지면에 소개하는 ‘본래 상태로 회복되길 바란다’는 육당(六堂)의 서문(序文) <육당서(六堂序)>는 운양(雲養) 김윤식(金允植 1835~1922)의 짧은 산문이다. 저자가 최남선(崔南善 1890~1957)의 집 이름 ‘육당(六堂)’의 육(六)이 의미하는 뜻을, 여러 가지 예를 들어 설명해 놓았다. 그런데 1910년에 설치된 한국 고전 간행 단체 ‘광문회(光文會)’에서 신문화운동을 하던 최남선이 사는 당실(堂室) 이름이 ‘육당(六堂)’이자 자신의 호(號)였다.
양이 모두 사라지고 천지에 음으로 가득한 중지곤괘(重地坤卦)의 「문언전(文言傳)」 6가지(六) 음양(陰陽)의 변화 글(지침)에 따라, 암울한 이 세상에, 김윤식은 길고 아득한 겨울밤에서 깨어나 양을 회복하여 유교를 구원할, ‘본래 상태로 회복된다’는 복괘(復卦)의 사명을 최남선에게 일깨웠다. 복(復)괘는 ‘불원복’(不遠復), 멀리 가지 않아 회복한다는 뜻이다. 그는 이를 통해 나라 잃은 참담한 시국에서 새 희망으로 회복되어 새로운 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 그래서 이 글에는 육(六)과 관련된 ≪주역(周易)≫의 글귀가 여럿 인용되었다. 게다가 혹자가 말한, 구공(歐公)의 소중한 6가지 중에 하나라는 ‘육일(六一)’과, 장자(張子)의 6가지 가르침 ‘육유(六有)’ 설(說) 그리고 《주역(周易)》의 〈복괘(復卦)〉와 〈비괘(否卦), 그리고 〈곤괘(坤卦)〉와 〈중천건괘, 중지곤괘(重天乾卦, 重地坤卦)〉 등에서 발췌한 여러 구절을 인용하여 육(六)에 대한 해설을 기술하여 놓았다.
아시다시피 ≪주역≫은 유학(儒學)의 오경(五經)의 하나로,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경전인 동시에 가장 난해한 글로 일컬어진다. 만상(萬象)을 음양(陰陽) 이원(二元)으로써 설명하여 그 으뜸을 태극(太極)이라 하였고 거기서 64괘를 만들었는데, 이에 맞추어 철학ㆍ윤리ㆍ정치상의 해석을 덧붙여 놓았다.
여기에 기초해서 최남선이 자신의 거처를 육당(六堂)이라 명명한 것이다. 천지가 변화하면 초목이 무성하고 복(復)이 돌아오듯 본래 상태로 회복될 것을 담은 이름이다. 『주역』 64괘 중에서 음양(陰陽)의 변화를 보여주는 12괘에는 양이 줄어드는 6괘가 있고 양이 늘어나는 6괘가 있으니 다시 우리나라의 기운이 6괘(六卦) 만에 회복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말이다. 또한 ‘끊임없이 움직이고 변화’하는 《주역(周易)》 중지곤괘(重地坤卦) 효사(爻辭) 6가지(上六) 괘(卦)를 말하기도 한다. 역괘(易卦)의 6개 획과 초육(初六), 육이(六二), 육삼(六三), 육사(六四), 육오(六五), 상육(上六) 6가지 음양(陰陽)의 변화(움직임)를 일컫기도 한다.
○ 참고로, 저자 김윤식은 암울한 시기에 시세에 민감하게 대처하고 권력에 곧잘 영합한, 교활한 처신을 했던 지식인이었고 김윤식의 손자뻘이었던 최남선은 당시 신문학의 기수이며 계몽 운동가로 알려진 전도유망한 청년이었다. 그래서 저자는 최남선을 최군(崔君)이라 불렀으며, 당시 최군(崔君)은 춘원 이광수 및 「임꺽정」의 작가 벽초 홍명희와 함께 조선 3대 천재로 일컬어지고 있었다. 이러한 최남선이 자신의 집의 당호를 ‘육당(六堂)’이라 칭하니 당대 명망가였던 운양(雲養) 김윤식(金允植)이 ‘六堂’에서 ‘六’의 뜻을 해석해 보고자 이 글을 지은 것이다.
사실 나는 최남선을 생각하건대, 학교에서 배운 <해에게서 소년에게>라는 신체시가 떠오른다. 물론 아시다시피 최남선은 친일 반민족 행위자로 기소되었고 김윤식은 말년에 일제와 영합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 [육유(六有) 설(說)] 횡거선생(橫渠先生) 장자(張子, 張載 1020~1077)의 6가지 가르침(6가지의 덕목) ‘육유(六有)’ 설(說)에는 ‘움직임에 법도가 있고, 말에 교양이 있고, 낮에 하는 것이 있고, 밤에 얻는 것이 있고, 숨쉴 때에 기르는 것이 있고, 눈 깜짝할 때에도 지키는 것이 있다.(張載曰, 動有法 言有敎 晝有爲 宵有得 息有養 瞬有存)’고 하였다. 이는 덕성을 기르는 일이다. 이러한 육유설(六有說)은 위학(爲學)의 방법을 설명한 것이다. 잠시라도 법칙이 아닌 것이 없으니, 한순간도 수양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에선, 학문을 한다고 하면 그저 한 분야의 과학을 연구하여 의식주를 해결하는 직업을 갖는 것과, 문화 생활에 도움을 주는 상식을 배우는 것으로만 생각한다. 하지만 인격을 함양하여 덕성(德性)을 기르고 덕과 선과 의를 실천하도록 하는 공부는 매우 소홀히 한다. 이런 까닭에 인심은 각박해지고 탐욕주의가 크게 위세를 떨치게 되니, 사회가 타락하고 혼탁하게 되었다. 고로 이를 교훈 삼아 이제라도 덕성을 기르는데 각성(覺醒)해야 할 것이다.
● 다음 ‘본래 상태로 회복되길 바란다’는 육당(六堂)의 서문(序文) <육당서(六堂序)>는 조선말기 문신 운양(雲養) 김윤식(金允植 1835~1922)의 작품이다. 그는 최남선(崔南善)의 집 이름을 ‘육당(六堂)’이라고 지은 까닭을, 여러 가지 예를 들어 설명해 놓았다. 먼저 구공(歐公)의 소중한 6가지 중에 하나라는 ‘육일(六一)’ 뜻, 장자(張子)의 6가지 가르침 ‘육유(六有)’ 설(說) 그리고 《주역(周易)》의 〈복괘(復卦)〉와 〈비괘(否卦)〉, 그리고 〈곤괘(坤卦)〉와 〈중천건괘, 중지곤괘(重天乾卦, 重地坤卦)〉 등에서 발췌한 여러 구절을 인용하여 해석해 놓았다. 결국 저자는 『주역』 64괘 중에서 음양(陰陽)의 변화를 보여주는 12괘에는 양이 줄어드는 6괘가 있고 양이 늘어나는 6괘가 있으니 다시 우리나라의 기운이 6괘(六卦) 만에 다시 회복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뜻이라고 정의했다. 《주역》의 복(復)괘는 ‘불원복’(不遠復), 멀리 가지 않아 회복한다는 뜻이다. 게다가 ‘끊임없이 움직이고 변화’하는 《주역(周易)》 곤괘(坤卦) 효사(爻辭) 6가지(上六) 괘(卦)를 말하면서 6가지 음양(陰陽)의 변화(움직임)를 덧붙여 놓았다. 여튼 이런저런 사유로, 나라 잃은 참담한 시국에서 희망을 가지고 새로운 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육당 서(六堂序), 육(六)의 의미>* 김윤식(金允植 1835~1922)
최남선(崔南善)군이 거처하는 집 이름을 ‘육당(六堂)’이라 지었다. 혹자는 “최군은 서적 쌓아두는 것을 좋아하니, 구공(歐公)의 ‘육일(六一)’ 뜻을 취해 자호로 삼았다.”라고 하고 혹자는 “최군은 부지런히 스스로를 수양하여, 장자(張子)의 ‘육유(六有)’ 설(說)에서 취해 스스로 경계(自警)한 것이다.”라고 한다. 나는 최군이 명예를 좋아하는 사람도 아니고 홀로 선하고자 하는 사람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문(斯文, 유학의 도)이 실추되려는 때에 부지(扶持)해 일으켜 이전 성과를 계도(啓導, 계발하여 지도함)하고 앞으로의 길을 개척하고자 하니, 일이 매우 어렵지만 뜻을 없앨 수는 없다.
《주역(周易)》 〈복괘(復卦)〉에 “그 길을 반복하여 7일 만에 와서 회복한다(反復其道 七日來復).”라고 하였다. 1효(一爻)가 1일에 해당하기 때문에 건효(乾爻)가 곤효(坤爻)로 다 변하면 그 수가 6이 되는데 이것은 순음(純陰)이라 양(陽)이 없나 의심스럽다. 그러나 천지간에 양이 멸절될 리가 없으니 순음 가운데 1양(一陽)이 이미 생겨난다. 그러므로 “복(復)에서 천지의 마음을 볼 수 있다(復其見天地之心).”라고 하였으니 움츠러드는 것을 슬퍼하고 펴지는 것을 기뻐한 것이다. 성인(聖人)이 양(陽)을 부지하는 뜻을 여기에서 볼 수 있다. 유교(儒敎)는 양이자 군자의 도이다.
《주역(周易)》 〈비괘(否卦) 단사(彖辭)〉에 “소인의 도가 자라나고 군자의 도가 없어진다(小人道長 君子道消).”라고 하였으니 음이 자라고 양이 소멸함(陰長而陽消)을 이른다.
지금 유교는 번성했다가 쇠퇴해가고(陵夷) 있고 윤리는 거의 무너져 내려 점점 긴 밤중으로 들어가고 있으니, 바로 《주역(周易)》 〈곤괘(坤卦)〉에 “천지가 폐색(閉塞, 닫히어 막힘)하면 현인이 은거하는 때”이다. 이런 때에 유교를 하는 사람들은 아름다운 문장을 간직하고 더러움을 포용하여, 시대와 함께 변화해서 땅속에 있는 한 줄기 양(陽)을 부지해야만 한다. 봄에 우레가 한 번 치면 수천 수만의 문이 차례로 열려 천하의 문명(文明)이 밝아지고 만물이 소생함을 볼 것이니, 간 것은 돌아오고 사라졌던 것은 다시 자라는 이치는 분명하여 속임이 없다. 대저 하늘이 사문(斯文)을 잃은 것이 아니라 잠시 움츠러든 것인데도 스스로 실망해 발흥하는 마음까지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나는 최군이 육을 호(號)로 삼은 까닭을 안다. 대략 순음(純陰)의 때(時)에 처하여 와서 회복할 기약을 기다리는 것이다.
[崔君南善 名其所居之室曰六堂 或曰崔君好蓄書籍 取歐公六一之義以自號也 或曰崔君勤於自修 取張子六有之說以自警也 余謂崔君非好名者也 又非欲獨善者也 蓋欲扶起斯文於將墜之際 啓往而開來 其事甚難 而其志不可沒也 在易之復曰往(反)復其道 七日乃復 蓋以一爻當一日 乾爻盡變爲坤 其數爲六 是爲純陰而疑於無陽 然天地之間 陽無滅絶之理 純陰之中 一陽已生 故曰復其見天地之心 蓋悲其屈而喜其伸也 聖人扶陽之意 於此可見矣 夫儒敎陽也 君子之道也 否之彖辭曰小人道長 君子道衰(消) 謂陰長而陽消也
今儒敎陵夷 彜倫幾斁 駸駸然入於長夜之中 正是天地閉賢人隱之時也 當此之時 爲儒敎者 當含章包荒 與時推移 以扶地底一脈之陽 春雷一震則將見千門萬戶 次第自開 天下文明 萬品昭蘇 往復消長之理 昭然不誣 夫天之未喪斯文也 不可以暫屈而自沮 廢然忘其勃興之心也 吾知崔君之以六爲號者 蓋處純陰之時 俟來復之有期也]
[주1] 최남선(崔南善 1890~1957) : 신문학의 기수이며 계몽 운동가. 본관은 동주(東州), 호는 육당(六堂), 자는 공륙(公六), 아명은 창흥(昌興), 세례명은 베드로이다. 한국 근대문학의 선구자로, 독립선언문의 초안을 작성한 민족대표 48인 중 하나이다. 광복 후에는 이후 행적이 문제가 되어 친일 반민족 행위자로 기소되었다. <해에게서 소년에게> 신체시로도 유명하다.
[주2] 구공(歐公)의 육일(六一) 뜻을 : 구공은 구양수(歐陽脩, 1007~1072)이다. 호를 육일거사(六一居士)라고 하였는데, 〈육일거사전(六一居士傳)〉에 “우리 집에 책 1만 권이 있고, 삼대 이래의 금석유문 1천 권을 모았고, 거문고 하나, 바둑판 하나가 있고 항상 술 한 병이 놓여있다.… 그리고 나 한 늙은이가 이 다섯 가지 물건 사이에 늙어가니 어찌 여섯 가운데 하나가 되지 않겠는가?(吾家藏書一萬卷 集錄三代以來金石遺文一千卷 有琴一張 有棋一局 而常置酒一壺…以吾一翁 老於此五物之間 是豈不爲六一乎)”라고 하였다. 육일(六一)은 여섯 가지 중에 하나.
[주3] 장자(張子)의 육유(六有)설 : 장자는 송나라 성리학자 장재(張載, 1020~1077)이다. 그의 《정몽(正蒙)》 〈유덕(有德)〉에 육유(六有)가 있다. “말에는 가르침이 있고 행동에는 법도가 있게 하며, 낮에는 행함이 있고 밤에는 깨달음이 있으며, 숨 한 번 쉬는데도 함양하고 눈 깜짝하는 순간에도 마음을 간직하라.(言有敎 動有法 晝有爲 宵有得 息有養 瞬有存)”라고 한 구절을 가리킨다.
[주4] 복괘(復卦) : 『주역』 육십사괘(六十四卦)의 하나. 곤괘(坤卦)와 진괘(震卦)가 거듭된 것으로, 우레가 땅속에서 움직이기 시작함을 상징한다. ‘복(復)’은 ‘돌아온다’는 뜻인데, 본래 상태로 회복됨을 의미한다.
[주5] 건효(乾爻)가 곤효(坤爻)로 변하면 : 하늘의 양기(陽氣)가 땅의 음기(陰氣)로 변한다는 뜻.
[주6] 괘(卦)와 효(爻) : 괘(卦)는 주역의 상징 부호이자, 『주역』에서 인간과 자연의 존재 양상과 변화의 원리를 상징하는 유교용어이다. 괘를 구성하는 기본 요소가 효(爻)다. 효(爻)는 〈주역 周易〉을 구성하는 가장 기초적인 단위이자, 교·효(效)라고도 풀이하는데, 만물의 형상을 본뜬 것을 의미한다. 『주역』은 괘(卦)라는 상징적 기호를 제정해 인간계와 자연계의 변화를 설명하고 길흉화복을 점치는 도구로 사용하게 되었다.
[주7] 순음(純陰) : 다른 것이 섞이지 않은 순수한 음기. 남자와 성적(性的) 관계가 한 번도 없는 여자의 음기(陰氣)
[주8] 비괘(否卦) : 육십사괘의 열두 번째 괘. 비(否)는 불(不)과 같은 자로 비괘에서는 ‘막힌다’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주9] 능이(陵夷) : ‘구릉(丘陵)이 세월이 지나면서 평평해진다.’는 뜻으로, 처음에는 성(盛)하다가 나중에는 쇠퇴(衰退)함을 이르는 말.
[주10] 그 길을 반복하여 7일 만에 와서 회복한다. : 《주역》 〈복괘(復卦)〉에 “길을 반복하여 7일 만에 와서 회복한다.(反復其道 七日來復)”라고 한 구절을 인용한 말.
[주11] 복(復)에서 천지의 마음을 볼 수 있다 : 《주역》 〈복괘(復卦) 단(彖)〉에 “복괘는 천지의 마음을 보인 것인가 보다!(復 其見天地之心乎)”라고 한 구절에서 인용한 말.
[주12] 소인의 도가 자라나고 군자의 도가 없어진다 : 《주역》 〈비괘(否卦) 단(彖)〉에 “소인을 안에 있게 하고 군자를 밖에 있게 하니, 소인의 도가 자라나고 군자의 도가 없어진다.(內小人而外君子 小人道長 君子道消也)”라고 한 구절에서 인용한 말.
[주13] 곤괘(坤卦) : 팔괘의 여덟 번째 괘. 육십사괘(六十四卦)의 하나. 두 개의 ‘☷’을 포갠 것으로 땅이 거듭됨을 상징(象徵)한다.
[주14] 천지가 폐색(閉塞)하면 현인이 은거하는 때 : 《주역》 〈곤괘(坤卦)〉에 “천지가 변화하면 초목이 무성하고 천지가 폐색(닫히어 막힘)하면 현인이 은둔한다.(天地變化草木蕃 天地閉賢人隱)”라고 한 구절에서 인용한 말이다.
[주15] 육자(六子) : 《주역(周易)》 팔괘(八卦)에서 건(乾)은 부(父), 곤(坤)은 모(母)인데, 이 두괘가 낳은 육괘(六卦)를 이름. 즉 진(震)은 장남, 손(巽)은 장녀, 감(坎)은 중남, 이(離)는 중녀, 간(艮)은 소남, 태(兌)는 소녀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