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주도성 재개념화의 가능성 탐색」 요약 서론
OECD 교육 2030 프로젝트가 학생 주도성(Student Agency)을 미래교육의 핵심 가치로 제시한 이후, 이 개념은 우리나라 입시 경쟁 체제의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큰 주목을 받아왔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전 학교급에 적용된 지금, 학생 주도성은 이미 교육 현장의 실천적 과제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정작 이 개념이 우리 교육의 맥락에서 어떤 의미를 지녀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 논의는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한 채, OECD가 제시한 개념이나 서구의 학생중심교육 담론에 의존하는 경향이 이어져왔다. 이러한 문제의식 아래, 이 연구는 학생 주도성 개념의 계보를 되짚어보고 우리 교육 현실에 맞게 이를 재개념화할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한다.
본론
1. 에이전시 개념의 역사적 전개
연구는 먼저 학생 주도성의 뿌리인 '에이전시(agency)' 개념 자체를 세 단계로 추적한다. 데카르트와 칸트로 대표되는 근대 철학에서 에이전시는 이성에 기반한 '합리적 자율성'으로 이해되었다. 이후 사회학의 발전과 함께 구조와 에이전시 중 무엇이 인간 행위를 결정하는지를 둘러싼 '구조-에이전시 논쟁'이 전개되었다. 20세기 들어서는 포스트모더니즘·비판이론의 영향으로 근대적 자아 중심 에이전시가 해체되었고, 아렌트(Arendt)는 '활동적 삶' 개념을 통해 인간을 예측 불가능성과 고유함을 드러내는 '행위'의 주체로 재정의하였다.
2. 학생 주도성 담론의 두 갈래
교육학 영역에서는 이러한 근대적 에이전시 개념이 신자유주의 정책과 결합하며 '자기 규율과 책임'을 강조하는 학생 주도성으로 확장되었다. OECD 교육 2030의 개념도 이러한 흐름과 맥을 같이 하며, 학습의 자유와 책임을 학생 개인에게 전가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비판교육학은 학생을 지식 주입의 '대상'이 아닌 교육의 '주체'로 세워야 한다고 주장하며, 프레이리의 프락시스(praxis) 개념을 통해 학생의 비판적 참여와 권한 부여를 강조해왔다.
3. 국내 국가교육과정의 흐름
제7차 교육과정부터 2015 개정, 2022 개정 교육과정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국가교육과정은 일관되게 '과목 선택권'을 중심으로 학생 주도성을 제고하려 해왔다. 그러나 이는 학생을 교육의 소비자로 위치시키는 신자유주의적 관점에 머물러 있으며, 고교학점제·학교자율시간 등 최근의 제도적 확대에도 불구하고 입시 경쟁 체제 속에서 실질적 선택의 폭은 제한적이라는 한계가 지적된다.
4. 비에스타의 주체화 개념을 통한 재개념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연구는 비에스타(Biesta)의 '주체화(subjectification)' 개념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비에스타는 교육의 기능을 자격화, 사회화, 주체화로 구분하며, 주체화는 학생이 사회질서의 견본을 넘어 자신만의 '고유함'을 드러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본다. 이때의 고유함은 고립된 개인성이 아니라 '차이로서의 고유함'과 '대체불가능성으로서의 고유함'이라는 개념을 통해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조율되는 것이다. 이에 기초하여 연구자는 학생 주도성을 "학생들이 교육과정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고유함을 드러내고,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그 해석을 조율하며, 예측 불가능한 방향으로 교육과정의 새로운 의미를 창출해나가는 주체적 실천"으로 재정의한다.
결론
연구는 학생 주도성이 신자유주의적 선택과 책임의 논리에 갇히지 않고, 학생 개개인이 불확실성과 예측 불가능성을 지닌 존재로서 교육과정에 참여하며 고유한 해석을 만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고 결론짓는다. 이를 위해서는 선택권을 뒷받침하는 제도 정비를 넘어, 학생들의 예측 불가능한 고유함을 포용할 수 있는 학교의 구조와 문화를 함께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궁극적으로 학생 주도성 함양 교육은 학생을 신자유주의적 교육 주체로 환원하지 않고, 학생과 교사를 비롯한 여러 교육 주체가 함께 교육을 만들어가는 진정한 '주체화'를 지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함을 제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