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45]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앞부분의 줄거리) 남자는 청혼을 위해 집과 물건들을 빌려 부자처럼 꾸민다. 맞선 장소에서 남자는 여자를 좋아하게 되고, 맞선을 보러 온 여자도 남자를 맘에 들어 하며 할머니, 어머니, 자신의 사진을 꺼내 자기 집안이 대대로 미인이라고 말한다. 남자는 나이순대로 그 사진들을 여자의 얼굴에 대어 본다.
남자, 얼굴에 대었던 사진들을 탁상 위에 내려놓는다.
남자: 재미난 놀이를 해 봤지요?
여자: 네, 재미있었어요.
남자: 짐작하셨겠지만, 이 놀이의 재미는 시간이 지나간다는 데 있습니다.
여자: (사진들을 가리키며) 그래두요, 이렇게 곱잖아요? 늙어서도 어여뻐야 정말 미인이래요.
남자: 그렇지요. 잘 말씀했습니다. 정말 재미라는 거는요, 시간을 초월하는 데 있습니다. 시간, 흥, 지나가라지요. 우리는 그저 재미있음 그만입니다. 아, 덤! 당신은 어여쁘고, 거기에다 또 인생의 참된 재미가 뭔지 아십니다! 덤, 난 완전히 당신에게 매혹되었습니다. 아, 지금 나는 내 정신이 아닙니다!
여자: 저두 그래요!
남자: 난 너무 황홀합니다!
여자: 그렇다니까요, 저두!
남자: 바로 이겁니다. 행복이란 이런 거예요! 그런데 덤, 만약 이 순간에 (곁에서 시간을 재고 있는 하인을 가리키며) 이 고약한 하인이 내 옷을 벗겨 간다면 ….
여자: 왜 벗겨 가요?
남자: 만약입니다, 만약에 ….
여자: 그래도 옷을 벗겨 가선 안 돼요.
남자: 그러니까 만약입니다. 만약에, 내 옷을 벗겨 간다면 당신은 어찌하시겠습니까? 지금 가지고 있는 그 참된 재미를, 그 행복을, 그 황홀을 따악 깨셔야 하겠습니까?
여자: (어리둥절해지며) … 글쎄요.
남자: 참된 건 영원하다지요?
여자: … 글쎄요.
남자: 어디 그럼 시험해 봅시다.
남자는 이미 저고리를 하인에게 빼앗기고 있다. 당황한 여자는 ‘… 글쎄요’만 연발하고 있다.
하인, 벗겨 낸 저고리를 들고 나간다.
남자: 얼마나 다행입니까? 아직 바지가 남았습니다.
여자: 바지가 ….
남자: 네, 비록 맨발에다 윗저고리는 안 입었습니다만 당신을 사랑하기에 전혀 부끄럽지 않은 모습입니다. 정식으로 청혼하겠습니다. 결혼해 주시겠습니까?
여자: 왜 난폭한 하인을 그냥 두시죠? 당장 해고하세요.
남자: 하인은 아무 잘못도 없습니다.
여자: 그냥 두시니까 자꾸 빼앗기잖아요.
남자: 빼앗기는 건 아닙니다. 내가 되돌려주는 겁니다.
여자: 당신은 너무 착하셔요.
남자: 글쎄요, 내가 착한지 어쩐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내 태도 하나만은 분명히 좋다구 봅니다. 이렇게 하나둘씩 되돌려주면서도 당신에 대한 사랑은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아니, 줄기는커녕 오히려 불어나고 있습니다. 아, 나의 천사님, 아니 덤이여! 구두와 넥타이와 모자와 자질구레한 소지품과 그리고 옷에 대해서 내 사랑은 분산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지 아십니까? 오로지 당신 하나에로만 모아지고 있는 겁니다! 내 청혼을 받아 주지 않으시겠습니까?
-이강백, ‘결혼’
44. 윗글의 인물에 대한 이해로 적절한 것은?
① 남자는 여자에 대한 반감을 겉으로 나타내고 있다.
② 여자는 강한 의심의 눈초리로 남자를 바라보고 있다.
③ 여자는 청혼하는 남자에게 거부의 뜻을 드러내고 있다.
④ 남자는 하인의 행위에 짜증 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⑤ 여자는 남자를 대하는 하인의 행동에 당황해하고 있다.
45. (보기)를 참고하여 윗글을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3점)
(보기)
‘결혼’은 돈과 미모처럼 ‘눈에 보이는 것’과 사랑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의 대립 구조를 설정하고, 시계로 측정되는 물리적 시간을 기본 축으로 하여 내용을 전개한다. 물리적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눈에 보이는 것’들이 하나둘씩 사라져 가고 이로 인해 극 중 긴장이 유발된다. ‘눈에 보이는 것’들을 잃어 가던 남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의 진정한 가치를 언급하며,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가 물리적 시간의 폭력성에서 벗어나 물리적 시간의 너머를 지향하도록 이끌려 한다.
① 남자는 ‘이 놀이의 재미’와 달리 ‘참된 재미’가 물리적 시간을 초월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② ‘시간을 재고 있는 하인’은 극 중 긴장을 유발하는 물리적 시간의 폭력성을 상징하고 있다.
③ 남자는 ‘행복’, ‘황홀’을 언급하여 물리적 시간의 너머를 지향하는 것이 어려운 일임을 여자에게 이해시키려 하고 있다.
④ 남자는 ‘참된 건 영원하다’고 말하며 여자에게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중요함을 설득하려 하고 있다.
⑤ ‘눈에 보이는 것’의 가치를 부정하면서 남자는 ‘사랑’을 이루기 위해 적극적으로 여자에게 청혼하고 있다.
2014년 EBS수능완성국어영역 국어 A형
[수능완성 국어영역 국어 A형 실전편]
실전 모의고사 6회
극/수필 (44~45)
이강백, ‘결혼’
지문 이해하기
(해제) 1974년에 발표한 이강백의 단막극으로, 전통적인 희곡의 기법에서 벗어난, 실험성이 돋보이는 희곡이다. 특별한 무대 장치도 없고 필요한 소품을 관객으로부터 빌려 오는 등, 관객과 무대의 명확한 구분도 없다. 이러한 극적 전략은 연극 공연에서 관객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한다. 또한 이야기책 속의 사건을 낭독하는 방식으로 관객에게 등장인물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다양한 장치를 이용해 한정된 시간 안에 결혼을 해야 하는 남자의 성공담을 풀어 나가고 있다. 작가는 ‘결혼’이라는 소재를 통해 이 세상에서 처음부터 자신에게 소유된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모든 것은 누군가에게 빌린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주제 의식을 전달하려고 한다.
(주제) 소유의 본질과 진정한 사랑의 의미
전체 줄거리
가진 것이 거의 없는 남자가 갑자기 외로움을 느끼게 되고 결혼을 하고 싶어졌다. 그러나 가진 게 아무것도 없는 그와 결혼해 줄 여자는 없었다. 그래서 도박을 한번 해 보기로 결심하고 가진 것을 모두 털어 자신을 부유하고 화려하게 보이게 해 줄 물건들을 빌린다. 그런 준비를 해 놓고 결혼 상대자로 생각한 여자를 초대한다. 그런데 물건을 빌릴 때 붙었던 조건에 따라 일정 시간이 되면 물건들을 내놓아야 했고, 냉혹한 하인은 어김없이 물건들을 회수해 간다. 빌렸던 물건들은 하나둘씩 없어지고 급기야 집까지 내놓아야 할 지경에 이르게 된다. 그제야 상대 여자는 남자의 사기극을 알게 되지만 마지막 남은 남자의 진심을 믿게 되고 그와의 결혼을 약속한다.
44. 인물의 심리 파악(답) ⑤
정답이 정답인 이유
⑤ 확인: 하인의 행동에 대한 여자의 반응
하인이 남자에게서 저고리를 빼앗아 가는 장면에서 여자는 ‘ … 글쎄요’만 연발하며 남자를 대하는 하인의 행동에 당황해하고 있다.
오답이 오답인 이유
① 확인: 남자가 여자에게 반감을 가짐
남자는 여자와 결혼하기 위해 그녀를 설득하려고 애쓰고 있다. 남자가 여자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고 볼 수 없다.
② 확인: 여자가 남자를 의심함
여자는 남자가 맘에 들어 전혀 그를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지 않다.
③ 확인: 여자가 남자의 청혼을 거부함
여자는 남자가 하는 말, 남자에게 일어나는 일에 대해 어리둥절해하고 있을 뿐, 남자의 청혼을 거부하고 있지는 않다.
④ 확인: 남자가 하인에게 짜증을 냄
남자는 하인에게 저고리를 빼앗기지만, 그의 행동에 대해 짜증 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지는 않다.
45. 외적 준거에 따른 감상(답) ③
정답이 정답인 이유
③ 확인 1: ‘행복’, ‘황홀’을 언급
남자는 하인이 자신의 옷을 벗겨 갔을 때, ‘행복’, ‘황홀’을 깨야 되겠느냐며 여자에게 묻고 있다.
확인 2: 물리적 시간의 너머를 지향하는 것이 어려운 일
남자는 ‘행복’, ‘황홀’이 참된 재미임을 언급하며, 참된 것은 영원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을 뿐이지 물리적 시간의 너머, 즉 참된 것을 지향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는 않다.
오답이 오답인 이유
① 확인: ‘참된 재미’가 물리적 시간을 초월한다는 점을 강조
남자는 ‘이 놀이의 재미’가 시간이 지나간다는 데 있으며, ‘참된 재미’는 시간을 초월하는 데 있음을 언급하고 있다.
② 확인: ‘시간을 재고 있는 하인’, 극 중 긴장 유발
시간을 재고 있는 하인은 때가 되면 구두와 넥타이, 모자, 옷 등을 남자에게서 빼앗아 가고 있다. 이렇듯 상식적이지 않은 상황으로 인해 극 중 긴장감이 유발되고 있다.
확인 2: 물리적 시간의 폭력성 상징
시간을 재고 있는 하인은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남자의 물건을 차례차례 빼앗아 가고 있다. 이는 물리적 시간이 지닌 폭력성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④ 확인: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중요함을 설득
남자는 여자에게 ‘참된 건 영원하다지요?’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여자 앞에서 하인에게 자신의 물건들을 빼앗기면서도 자신의 사랑이 줄어들기는커녕 불어나고 있다고 역설하고 있다. 이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해당하는 자신의 참된 사랑이 ‘눈에 보이는 것’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여자에게 설득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⑤ 확인 1: ‘눈에 보이는 것’의 가치를 부정
남자는 구두와 넥타이와 모자와 자질구레한 소지품과 옷에 대해서 자신의 사랑이 분산되어 있었다고 말하고 있다. 이는 ‘눈에 보이는 것’들이 사랑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훼손시키고 있었다는 스스로의 깨달음을 드러냄과 동시에, ‘눈에 보이는 것’들의 가치를 부정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확인 2: ‘사랑’을 이루기 위해 적극적으로 여자에게 청혼
남자는 과거에는 ‘눈에 보이는 것’들에 대해서 자신의 사랑이 분산되었던 반면, 지금은 오로지 ‘당신’ 하나에로만 모아지고 있다고 말하며 적극적으로 여자에게 청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