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주 서율이가 고른 영화는,
천공의 섬 라퓨타입니다.
영화가 서율이랑 잘 어울려요.
규랑이는 영화를 보기 위해 학원 끝나고
스스로 서율이네 집으로 찾아왔고,
어제 늦게까지 극장을 열었던 선빈이도
영화 보러 왔습니다.
우리 마을 다큐멘터리 감독 재희는
독일 여행 끝나고 세종에서 추동으로
동생과 함께 놀러왔습니다.
도서관에서 출발하는 아이들은
용운동까지 어떻게 갈까? 고민했는데
이선아 선생님께서 어떻게 나눠타고 갈지 궁리해주시고
아이들과 저희 저녁도 미리 주문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정경희 선생님과 함께 태워다주셨습니다.
이선아 선생님과 정경희 선생님께 고맙습니다.
*
집을 극장으로 꾸민 서율이는,
집 문 앞에 직접 그린 포스터를 붙여두었습니다.
집 안에 들어서니,
서율이가 먼저 손을 씻으라고 안내해주었습니다.
이선아 선생님께서 미리 준비해주신 김밥을 먹으며 기다리니
서율이 친구들이 손에 간식 하나씩 들고 초인종을 눌렀습니다.
“와 우리집에 사람 많다”
정말 서율이 말처럼
서율이네 거실에 정말 사람이 가득 찼습니다.
*
영화가 시작하려 할 때 쯤,
김민서 선생님이 서율이에게 인사를 부탁했으나
극장주 서율이는 싫어요 라며 인사를 패스했습니다.
으레 영화관에서도 극장주가 직접 인사하지는 않으니..
저는 서율이의 쿨한 방식이 오히려 좋았습니다.
대신 서율이는 극장주로서 제게 간식을 챙겨주기도 하고,
영화의 방향에 대해 종종 코멘트를 했으며
그 코멘트가 상당히 웃기고 재밌어서 마치
영화 평론가와 같은 역할을 했습니다.
누군가는 영화에 집중하기 위해 조용히 하라 할지 모르겠지만
글쎄요. 저는 조금의 소음이 섞인 극장이 왠지 더 애틋해요.
서율이가 던지는 말들에 제민이가 반응하고
수현이가 반응하고 태완이가 반응하는 모습이 참 좋았어요.
자연스럽고 정다웠어요.
이런 모습이 마을영화제의 묘미니까요.
*
2시간 가량 진행된 긴 영화였는데도,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모두 재밌게 봤습니다.
소파 틈새에 옹기종기 모여
함께 간식 나눠먹으며 영화보고
그런 아이들을 기다리며
방 한켠에서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시는 어른들의 모습.
그리고 환상적인 천공의 섬 라퓨타.
영화가 끝나자,
서율이네 가족 분들이 현관에서 배웅해주셨습니다.
“재밌었어요”
“감사해요”
“또 만나요”
정말이지 행복했고, 재밌었고
아름다웠습니다.
첫댓글 정말이지 도심 한 가운데, 20층 아파트에서 일어난 정겨운 일이었어요.
태완이네
다온이네
수현이네
제윤이네
규랑이와 선빈이와 은우
재희와 주희
딩동.
초인종이 울리고
하나 둘 서율이네 극장에 등장한 순간
서율이는 활짝 웃고
서율이 엄마 아빠의 손발을 바빠졌습니다.
여름 어느 저녁
아이를 둘러싼 감사와 환대의 풍경.
가끔이라도 이렇게 살 수 있다면
저는 도심 속 고층 아파트도 살만하겠습니다.
낯선 e편안세상용운동에코포레103동이 이날은 우리 마을 같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