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코스 : 현수 1리 버스 정류장 - > 장호원 터미널
경기 둘레길 홈페이지에서 37코스를 소개하기를 “ 물가에서 걸음을 시작하면 끝까지 청미천 물길을 따라간다. 단조로울 것 같지만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굽이지며 흐르는 물길이 풍광을 바꿔주고, 소실점 맺히는 구간에도 달리 피는 꽃들이 있다.
나그네 발소리에 놀란 백로가 깃을 치며 날아오른다. 유유히 하늘을 가로질러 저만치로 내려앉는다. 들판 건너 산자락 아래 포근한 마을에서는 밥 짓는 연기가 오를 것 같은 풍경이다.”라고 하였다.
바람도 차가운 영하 4도의 쌀쌀한 날씨에 경기 둘레길 37코스를 걷는다. 불과 50m 앞을 볼 수 없는 짙은 안개가 걷히지 않으면 단조로울 것 같은 우려를 안고 현수1리 버스 정류장에서 장호원 터미널을 종착지로 향했다.
도상거리 12km, 예상 소요시간 3시간 30분, 난이도 매우 쉬움이다. 그리하여 38코스의 종착지인 광천마을까지 걸으려고 계획하였으나 자동차가 펑크 관계로 비록 짧은 거리일지라도 가벼운 마음으로 37코스 만을 걷기로 하였다.
37코스의 청미천 둑길에서 청미천의 지천으로 잠시 우회였던 길에서 청미천 둑길에 다시 진입하였다. 강가에는 갈대꽃에 서리가 맺혀 마치 상고대 같은 풍광을 연출하며 신비감에 쌓이게 한다.
짙은 안개도 어느 정도 걷히었다. 일자로 뻗어간 둑길에서 한없이 멀게만 느껴지는 길이지만 도시의 인공하천에서 느낄 수 없는 제멋에 흘러가는 듯한 무질서 같은 조화로움의 자연 천에서 단조로움은 느낄 수 없었다.
당진 양수장을 지나니 아스팔트길였던 둑길은 부드러운 흙길로 변하여 걸음걸음 가벼운데 벌판으로 펼쳐지어 대지의 맑은 기운을 마음껏 마신다. 이런 곳에서는 마스크를 쓰고 있는 것은 자연에 대한 예의를 잃는 것이 된다. 이곳은 점동면 현수리이고 청미천을 걷너편은 점동면 사곡리이다. 점동면 뇌곡리를 향하여 걸어간다.
오갑산이 펼쳐 놓은 대규모의 평야 지대에서 예로부터 경기미로 그 이름을 떨쳤던 그 산지가 바로 이곳도 그 하나일 것이란 생각 속에 걸어갈 때 박찬일 사장님이 뜻밖의 질문을 하나 던진다.
청미천이 넓이. 길이, 수량 등에서 강과 비교하여 보아도 조금도 다르지 않은데 강으로 부르지 않고 천이라고 하는데 강과 하천의 차이는 무엇인가 ? 라고 묻는다.
자연을 찾아 걸어가는 사람으로 당연히 알아야 할 사항이지만 만족하게 대답하지 못하고 그저 상식선에서 그 하천의 규모에 따라 강과 천으로 나뉘고 그 물이 강으로 흘러 들어가면 천, 바다로 흘러 들어가면 강이 아닐까요 ? 라고 확신에 찬 대답을 하지 못하자
바로 여주의 세물 머리에서 섬강은 강임에도 강으로 흘러 들어가지 않은가 ? 라고 의문을 제기하였으나 또다시 대체로 그런 것이 아닐까요 라고 말끝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청미천은 강과 비교하여도 손색이 없다. 여기저기 청미천의 가운데 혹은 가장자리 여기저기에서 나무들은 제멋대로 자라있고 물가에는 오리 떼가 둥실둥실 떠 있고 우거진 잡초가 무성하지만 도시 하천에서 느낄 수 없는 천의 아름다움으로 다가오고 있다.
무질서가 오히려 아름다움이 되는 자연의 마술사인 청미천은 “길이 37.56km, 유역면적 399.42㎢이다. 경기 용인시 원삼면(遠三面)에서 발원하여 동류하여, 안성시 일죽면(一竹面), 이천시 장호원읍을 지나 경기·강원·충북 3도가 접하는 지점인 여주시 점동면(占東面) 장안리에서 남한강으로 흘러든다. 상류에서부터 방초천(芳草川)·죽산천(竹山川)·석원천(石院川)·응천(鷹川)·금곡천(金谷川)등의 작은 지류와 만난다. 경기 남부 지역의 관개수원으로서 큰 몫을 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경기 남동부의 수원지였으며 물 많은 복숭아가 열렸다는 청미천에서 그 복숭아 맛을 보지 못하고 청미천교를 지나 원부교 쉼터에서 점심을 먹었다. 시간은 다소 빨라지만 길을 걷는 사람에게 이보다 더 좋은 장소가 없을 것이다.
천을 바라보며 점심을 먹는다. 오이. 사과, 감말린 것, 깨강정. 한과, 김치. 라면, 누룽지, 쌀국수, 커피.등 무엇을 먹어도 꿀맛일 텐데 진수성찬의 밥상에서 무엇 하나 입에 녹지 않을까?
점심을 먹고 둑길을 걸어갈 때 단평제라는 돌비석이 세워져 있다. 아마도 청미천 제방 공사를 하고 기념비를 세운 것 같았다. 어느덧 여주의 청미천에서 음성군 감곡면을 통과할 때 눈길을 끄는 바위가 있었다.
벼락 바위라고 하였는데 숨은 사연이 있었다. “벼락 바위는 단양군의 읏단양골 방구 뿌리바위와 아랫 단양골 바부배기 바위와 서로 뿌리가 연결되어 있어 형제바위라고 한다.
벼락바위는 바위가 여래 개로 이루어져 있으며 바위 위에 흙이 쌓여 작은 동산을 이루고 있는데 이 동산이 묘지라고 전해지고 있고 예전 이 자리에 묘지를 쓰면 부자가 된다고 하여 묘지를 썼는데 후손들이 성묘나 벌초를 하러 오면 바위가 잡아먹는다고 하여 오지 못하고 멀리서 바라보고만 갔다는 전설이 있다. (벼락 바위 표지석에서 퍼옴)
길가에서 이야기를 듣는 것은 어렸을 때 외할머니께서 들려주시는 설화같이 정겹다. 땅에서 배우는 것이 어디 한 두가지이랴! 그것이 역사적 사실이면 그 속에서 우리의 정신을 배우고 그것이 전설 따라 삼천리이면 우리의 소박한 삶의 다정다감함을 느낄 수가 있기에 길을 조성할 때면 반듯이 땅에 맺힌 향기를 길가에 흩날릴 수 있기를 바랬다. 이제 장호원읍이 눈에 들어오고 종착지가 눈앞에 이르렀다.
노들 만남의 장소에 이르렀다. 수령 5백 년이 된 버드나무가 있었는데 죽은 듯한 살아 있는 버드나무에서 신비감마저 느껴지는데 주변이 너무 더러웠다.
사람들이 앉을 수 있는 공간과 돌의자가 있었지만 관리하지 않아 폐허의 장소로 변한 이곳에서 누가 만남을 기약할 수가 있겠는가? 하루빨리 주변을 정리하여 “노들강변에 봄버들 휘늘어진 가지에다가 무정세월 한허리를 칭칭 동여서 매 어나 볼까”란 노래가 들려 올 수 있기를 바랐다.
청미천변을 걸으면서 징검다리를 오고 가기를 은근히 바랐는데 오늘로써 비로소 징검다리를 건널 수 있었다. 징검다리를 건너니 장호원읍이다. 여주의 청미천을 따라 걸어온 길을 마감하고 장호원읍의 청미천을 따라 진행하다가 읍내로 진입하여 버스터미널에 이르러 오늘의 걷기를 마치었다.
장호원 버스터미널에서 택시를 타고 자동차를 주차하여 놓은 현수1리에 갔다. 보험사의 긴급서비스에 연락하여 타이어 펑크를 고칠 때 돌연 승용차에서 하차한 젊은 부부(?)가 경기 둘레길 걷기 인증 스탬프를 찍는다.
인증 스탬프는 경기 둘레길을 두발로 직접 걸은 사람들이 걸은 사실을 기념하기 위함인데 실제 걷지 않고 걸었다는 인증 도장을 허위로 찍는 것은 완주한 사람에게 주는 기념품이 탐이 나서 자신을 속이는 행위를 부끄러움 없이 하는 짓이다.
길을 걸으면서 언젠가 허위로 인증 도장을 찍는 사람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반신반의하였지만 실제 두 눈으로 보니 참으로 기가 막히었다. 속일 것이 없어 걷는 것조차 속인단 말인가?
걷는 것은 누가 대신하여 걸어주는 것이 아니요. 내 발로 걸어가는 것인데 도장만을 찍었다고 실제 걸어가는 것이 되겠는가? 아하. 우리 땅 걷기에도 거짓이 참됨을 몰아내고 있으니 세상이 어디로 돌아가고 있는 것인가?
이제 우리처럼 실제 경기 둘레길을 걸으면서 인증 도장을 찍지 않는 사람들은 종주하고도 완주하지 않은 사람이 될 것이다.
● 일 시 : 2023년 2월12일. 일요릴 짙은 안개
● 동 행 ; 박찬일 사장님. 빙고님. 김헌영 총무님.
● 동 선
- 09시50분 : 현수1리 버스 정류장
- 11시10분 ; 황새 들교
- 11시30분 : 원부교 쉼터. 점심
- 12시43분 : 벼락바위
- 13시50분 : 장호원 터미널
● 총거리 및 소요시간
◆ 도상 거리 : 12km
◆ 소요 시간 : 3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