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 왜 이렇게 힘들게 해요? 그냥 기계로 확 해버리지~" 논에 코를 박고 열심히 모내기 하던 4학년 하윤이도 두 시간이 넘어가자 힘이 들었는지 사서 고생하는 이유를 찾고 있었습니다. “응~ 사람이 직접 하지 않은 건 영혼이 없어." “......” 한창 메리스로 떠들썩하던 유월 어느 날 마을 아이들과 학부모 몇몇이 모여 손모내기를 했습니다. 서천의 여름시작은 모내기입니다. 그래서 1년을 다녀야 하는 농업대학도 6월이 방학입니다. 이때 논을 가진 사람들은 꼬박 50여일을 볍씨를 미리 뿌려 모판을 만들고, 모내기 준비를 합니다. 그리고 이집 저집 품앗이가 시작됩니다. 새참을 만들고, 맛있는 점심을 준비합니다. 모를 날라다 기계에 넣는 일을 돕습니다. 새벽에 나가 오후 늦게까지 마을 사람들이 함께 일합니다. 지난해 서울의 소비적인 도시 삶을 정리하고 아이들과 생산적이고 다소 ‘가난하고 불편한 삶’을 위해 서천의 작은 산골로 이사를 왔습니다. 그리고 올해 태어나서 처음으로 논 한마지기를 손모내기 하기로 맘먹었습니다. 동네 어르신들이 말씀을 넣습니다. “그냥 기계로 하고 말어~. 손모내기 한다고 요즘 젊은이들이 쌀의 소중함을 알어?” “네 저부터도 잘 몰라서 해보려구요~” 자라면서 쌀 한 톨도 남기지 말아야 한다는 엄마의 잔소리가 지겨웠던 적 있습니다. 싼 게 쌀인데 그거 한 톨 가지고... 농사 1년차인 저가 아이들에게 엄마와 똑같이 잔소리 하고 있습니다. 땅이 그저 주는 것 같지만 쌀 안에는 수많은 과정 과정의 보살핌이 들어가고 기원이 담깁니다. 비가 내리면 자다가도 벌떡 논물을 열어야 하고(그렇지 않으면 우렁이가 물에 다 떠내려 가버려 친환경농사가 어렵답니다), 비가 몇 일 오지 않아도 못물을 끌어올려야 합니다. 때맞춰 피를 뽑아야 하고, 벼멸구가 나타나면 일일이 손으로 잡고 거미들의 도움을 받습니다. 벼가 익어 가면 참새 떼를 쫒아야 하고, 태풍이 올라오면 전전긍긍 애가 탑니다. 그래서 한자에 쌀 미(米)자는 여덟 팔(八)이 아래 위 두 개 들어가는 데 이것은 모내기에서부터 거둬들일 때까지 손이 여든여덟 번이나 갈 만큼 할 일이 많다는 뜻입니다. 이렇게 정성들여 키워내는 쌀이 어떻게 귀하지 않겠습니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