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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중등 대안학교 만드는 일을 같이 하고 있는데 미래의 모습을 그려볼려고 한번 소설을 써 본 것입니다..
소설을 쓰다보니 좀 길게 되었는데 그냥 재미로 함 읽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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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를 소개하자면 전문 인터뷰어다. 프리랜서이고 필자가 거래하고 있는 몇몇 전문 잡지회사로부터 의뢰를 받아 화제가 되고 있는 인물을 중심으로 인터뷰를 하고 그 내용을 정리하여 잡지사에 넘기는 직업이다.
필자는 어떤 인물이든 인터뷰 대상이 정해지면 대략 일주일 정도의 시간을 미리 준비한다.
인터뷰 대상의 약력 조사는 기본이고 그 인물이 지식인 계열이면 그 인물이 쓴 저작물도 꼼꼼히 읽어야한다.
예술인이면 공연도 직접 보고 다른 평론가의 비평도 읽어야한다.가끔 정치인을 인터뷰 할 때도 있는데 신문사 DB인 KINDS의 10년 기사를 리서치 하는 건 기본이다.정치인은 지난 행적이 오락가락 하는 경우가 많다.어떨 땐 인터뷰가 아니라 청문회 같은 느낌이 들 때도 많다.
인터뷰어 10년의 경험에서 느낀거지만 사람이 일관성을 지니고 평생 살아가는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안다.
얼마 전 필자 고교 동창들 간에 이른 송년회를 치뤘다.
술이 한 순배씩 돌고 2차가 끝나갈 즈음엔 언제나처럼 몇몇의 친한 친구들만 남았다.
그중에 한 친구가 털어놓은 얘기를 잠시 옮겨본다.
이 친구는 S대를 졸업하여 S전자의 부장자리에 있고 남아있던 친구들의 마찬가지로 30대 중반에 결혼하여 이제 첫애가 초등6학년에 올라갈 나이다.
안정적인 일자리에 강남에 거주하며 부인은 전업주부로 강남의 여느 사람과 다르지 않게 아이들 교육에 적극적이다.
“요즘엔 진짜로 이민을 가야겠다고 생각해 직장문제도 있지만 마누라가 설치는 꼴에 더 이상 티격태격 하기도 힘들고 애들 문제들 때문이라도 결단을 내려야겠어”
무슨 문제인가 싶었는데 이 친구의 부인이 첫애를 국제중에 기필코 보내야겠다고 아이를 하드트레이닝을 시키는 모양이다.
“일주일에 한번 애 얼굴 볼까말까야. 내가 집에 들어가는 시간이 보통 일 없으면 10시 전후인데 그때까지도 학원에 있다네..씻고 잘려고 누우면 11시인데 애는 11시 반이나 들어와. 아침엔 내가 일찍 나가야하니 아인 잠에 빠져있고 그러니 천상 애가 학교에 안가는 토요일이나 일요일 겨우 말 한번 걸어볼 수 있지 아빠 노릇 한답시고 애 데리고 어딜 나가 볼려고 해도 마누라 눈치 봐야돼 일요일 오후엔 뭐 특별과외가 있다나”
이 친구 내가 알기론 두 아이를 엄마가 대동하여 2년 전에 뉴질랜드에 어학연수 1년 동안 보낼 동안 기러기아빠 생활을 했었다.
“중학교 들어가려고 이 지랄인데 그 놈 대학 들어갈 때까지 똑같을 거 아냐 이건 가족이 아냐 내가 명색이 애비인데도 돈 갖다 바치는 로봇일 뿐이지“ 결국엔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썰을 풀어놓기 바쁘다. 이런 자리의 결론은 뻔하다. “뭐 어떻하겠어 회사에서 짤리지 않기만 바래야지”
오랜만에 만나 반가운 친구들과의 자리였건만 돌아오는 길은 마냥 씁쓸하다. 내 아인 어떻게해야 하나? 나도 큰 애가 저놈 아이랑 동갑인데 마누라도 슬슬 불안해하는 것 같고 ..
이명박 정부는 아예 대놓고 모든 사회체제의 무한경쟁을 유도하고 있다. 능력있는 놈만 살아남으란 소리다. 공교육은 이미 죽어 싸늘히 식어버린 시체다. SKY 대학들은 특목고 출신들 입도선매에 나섰다. 예전의 지방의 고등학교에는 서울대에 2~30명씩 합격시키는 학교들 많았다.지금 부산고,경남고,경북고 등 지방학교에선 한 해 1~2명 합격하기도 힘들다. 그야말로 개천에서 용나는 꼴이다.
신자유주의는 누구도 거스릴 수 없는 대세다. 미국의 경제위기에서 무한 시장경쟁의 모순점이 드러나 잠시 주춤할지라도 위기가 벗어나면 아마 새로운 버전으로 또 진화할 것이다.
권력은 이미 시장으로 넘겨진지 오래다. 정부는 시장만능주의자의 합법적 대행기구 일 뿐이다. 민주주의가 정착한 서구의 국가에서는 사회의 통제기구가 다양한 형태로 제어할 시스템이 구동되지만 한국사회는 이런 시스템이 전무하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10년의 소위 민주화 세력의 권력에서도 시장주의자와의 대치에서 성공하지 못했다. 경제는 20년 만에 따라잡을 수 있을지 몰라도 민주주의 역량은 역사 속에서 생략되지 않는다.겪어야 할 일 다 겪어야만 하는게 역사의 숙명이랄까? 한국은 그런 국민의 정신적 성숙과정이 생략되었기에 시대의 조류가 매우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난다.교육 분야도 마찬가지다.교육의 원래 목적은 사라지고 신자유주의에 적응가능한 인재의 양성으로 그 목적이 변해버렸다.
국제중 사태도 그 변화의 일환이다. 시장주의자들은 자기의 입맛에 맞는 인재가 교육시장에서 육성되기를 원한다.시장은 Input 대비 Output의 효율성만 따진다.나머진 곁가지다.
국제중은 시작일 뿐이다. 언제 거대한 쓰나미로 변하는가? 1년내 일지 2년내 일지의 차이일 뿐이다.
교육소비시장에서 대부분은 탈락한다. 시장은 오로지 자본의 논리로 충실한 곳이다.부모의 재력이 뒷받침되는 아이들만이 살아 남을 것이다. 나머지는 88만원 비정규직을 내몰릴 것이다. 그 끝은 어디인가? 아무도 모른다.
이런 사회구조에서 내 아이를 바라보는 심정은 복잡하다.
필자는 20년 전에 대학을 졸업했다. SKY는 아니었어도 지방의 국립대학. 그나마도 시대적 상황 때문에 학교의 수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던 시대, 시위가 일상으로 벌어지고 학점은 이수하기 보다는 채우기가 바빴고 겨우 학점을 채워 졸업 할 시기에도 대기업에 들어가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다. 어떻게 보면 한국이 처해있던 압축적 경제성장 시기의 수혜자였다. 대기업의 취업은 아니더라도 직장 자체를 구한다는 자체는 그다지 어렵지 시절이었던 셈이다.
이 경쟁의 끝에서 희망은 보이는가? 아무도 모른다. 아마 희망을 갖는다면 경쟁의 끝에 내몰린 아이들에 의해 촉발될지도 모르겠다. 프랑스의 교육테제를 변화시킨 68년 세대가 이 시기에 오지말란 법은 없다. 그렇게 변화가 시작된다면 또 희망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필자가 이번에 의뢰받은 인터뷰어 잡지사는 판매부수로 1~2위를 다투는 진보적인 성격의 주간지이다. 국제중과 아주 먼 대척점에 있는 대안학교가 준비 중이고 학교설립의 주체와의 인터뷰를 하라는 내용이다. 11월 말에 잡지사로부터 의뢰를 받았고 사전에 전화로 인터뷰 약속을 잡았다. 어느덧 2008년 달력이 하나밖에 남지 않는 12월 초입 일산에 있는 사무실로 찾아갔다. 필자는 늘 그렇듯 일주일의 시간을 갖고 인터뷰 준비를 했다. 대안학교에 관한 자료도 찾다보니 기존의 학교를 파악해야 했고 대안학교에 아이를 보내는 친구에게 거의 5시간 동안 특별교습도 받았다.
인터뷰는 일산 정발산역에서 5분거리의 장소로 사무실 공간은 3평남짓 될까말까 한 장소다.
인터뷰 상대는 이 00씨,대안중학교 설립자이다. 다른 한 사람은 학부모로서 강마에씨이다.
필자 사람 만나는게 직업이다보니 직관적으로 그 사람의 성격과 인간성을 파악하는게 빠를 수 밖에 없다. 첫 눈에 매우 선한 인상들이라 인터뷰가 그다지 어렵지 않으리라 여겨졌다.
이하는 인터뷰 전문이다.
[필자]“신문 기사를 서치하다보니 별명이 강아지똥이라 하시던데 무슨 이유라도? 이하 <필>
<강아지똥>대안학교를 시작하기 전에 1년여 동안 일산의 모 공동육아에서 있었는데 아이들이 붙여준 별명이에요. 아이들이 읽는 책 중에 강아지똥이란 권정생 선생이 지은 책이 있는데 책을 읽은 아이들이 붙여줬는데 듣고보니 괜찮아 보여서 그 이후로 계속 쓰게 된거죠. 이하<강똥>
[필자]필자의 아이가 읽은 책이라서 기억이 납니다. 아주 함축적인 의미가 있어 보이네요. 자신이 썩어 예쁜 꽃을 피우는 그런 내용이었던 것 같은데..
<강똥> 예 그런 좋은 뜻으로 받아 들여 쓰고 있습니다.
<필> 선생님의 이력을 보니 좀 독특합니다. 공교육의 선생님이셨다가 해직당하시고 공동육아 선생님에서 대안초/중등학교 선생님까지까지..
<강똥> 살다보니 그렇게 됐습니다..고등학교 교사였다가 유치원 아이를 맡을 줄은 꿈에도 꿔보지 못했지요. 하하
[필] 이번에 세우시려는 대안학교가 중학교과정입니까?
<강똥> 정확히는 중등과정이라는게 옳을 것 같아요. 보통 대안학교의 중등과정이라 함은 일반 학교의 학제와 비슷한 면도 있지만 조금 다르기도 하거든요.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지요 저희는 5년과정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필>학제와 관련해서는 나중에 여쭙기로 하구요. 학교 이름이 좀 독특하던데 불이학교?
<강똥> 예 한자로 표현한다면 불(不) 이(二, 異)가 됩니다.
[필] 학교의 철학이 이름에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면
<강똥> 말 그대로 둘이 아니고(不二), 다르지 않다(不異)는 뜻입니다.
[필] 학교이름은 선생님이 지으신 건가요?
<강똥> 예, 제가 초등대안학교에 있었는데 초등과정을 졸업하는 아이들 때문에 자연스럽게 중등과정을 생각해 봤는데.. 만약 학교를 만든다면 어떤 학교를 만들것인가 생각해봤지요.그렇게 해서 생각해 낸 개념입니다. 이름이야 제가 제안했지만 학교를 만드는 다른 부모님들과 충분히 협의를 했고 그리고 지금은 학교를 만드는 과정이기 때문에 이름은 바뀔 가능성도 있고요.. 학교를 만드는게 그냥 건물하고 교사만 있다고 세워진다고는 생각되지 않거든요. 일반 학교도 아니고 대안학교를 만든다는 것은 어느 한 사람 또는 법인 같은 성격체가 만드는 것은 아니에요..물론 정부 또는 지자체에서 학교 부적응 학생이나 결손가정 아이들을 위해 대안학교를 지원하는 경우도 있고 종교단체에서도 만들기도 하지만 전통 또는 정통적인 의미의 대안학교들은 교사와 학부모들이 힘을 합쳐 만드는게 대부분이죠. 그러다보니 학교가 지향하는바가 무언지 무슨 목적인지가 같이 공유가 되어야하죠..그걸 학교 철학이라 한다면 철학이고 그래서 생각해 낸 개념입니다.
[필] 둘이 아니고 다르지 않다는게 어떤 의미입니까?
<강똥> 철학적으로 그렇고 자연주의적 관점으로도 본다면 둘이 아니고 다르지 않다는 불이의 원리가 이 세상을 움직이고 우주를 생성케하고 작동하는 원리라고 봅니다. 천체물리학이 발달하면서 밝혀진 사실이지만 우주가 생성된 지 137억년 전이고 지구의 역사를 46억년 전후로 보는게 정설화 되었는데요.. 상상하기 힘든 세월속에서 생명체의 최초의 발아라는 형태인 원핵세포가 생긴게 35억년 전이고 22억년전쯤 진핵세포과정을 거쳐 6억년쯤 다세포생명체가 등장합니다.
좀 복잡한 과정을 생략한다면 인류의 조상이라는 호모사피엔스 존재가 출현한지 수백만전이고 마음,의식,생각,언어를 총체적으로 담보한 인류라는 인간의 모습을 한 생명체는 1만년 전에 나타났습니다.구석기,신석기라는 인류학적 분류과정에서 최초의 문명이라는 수메르 문명의 탄생은 불과 3천년전입니다. 이렇게 오랜 세월을 거쳐 몸이라는 육체와 마음,의식, 생각이라는 것이 생겨난 것입니다. 몸이 있되 의식이 없으면 생명체라 할 수 없지요. 이것이 우주와 생명을 관통하는 원리라는 것입니다.
[필] 갑자기 어려워집니다만..
<강똥> 어려운게 당연하지요. 근데 이렇게 생각해보세요 우리가 이분법적 사고 패턴이 아주 굳어져서 몸과 마음이 다르다고 여기고 인문학과 자연과학이 다르다고 여기지만 사실은 다르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생각한다면 세상에 구별되는게 거의 없어요. 가르치는 것과 배우는 것, 아는 것과 행하는 것, 개인의 자유와 공동체의 번영이 구별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 그리고 닥터지바고 같은 문학작품 같은데에서도 혁명을 위한 열정과 개인의 사랑을 둘로 나눴지만 애당초 같은 것, 따지고 보면 인간을 위한 것이라는거죠.
[필] 둘로 나누지 않고 하나라는 관점을 키운다는 말씀이네요?
<강똥> 그렇죠 우리가 살고있는 사회는 가진자들이 의도적으로 둘로 나누는 편가르기를 시도해 왔습니다.재력과 권력의 힘으로요.. 이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는 학력으로 지역으로 갈갈히 찢어놨습니다.도시와 농촌,원주민과 이주민, 강남과 강북 나누자면 끝도 없지요.그 결과 분렬이 생기고 폭력,갈등이 끊임없이 생성됩니다. 언제나 낙오될까봐 두려워하고 나라가 어떻게 되든 아파트 값이 떨어질까봐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용납이 안되는 인간도 대통령으로, 국회의원으로 뽑고 정규직이 비정규직을 배척하는 시대가 되어버렸습니다. 저희가 만들려는 학교는 이런 이분법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아이들을 키우고 싶지 않습니다. 세상을 통합하는 눈을 키우는 그런 학교이고자 합니다.
[필] 제가 알고 있기로도 문과와 이과 ,예체능을 분리하여 아이들을 가르치는데는 한국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거기에 특목고와 일반고로 나뉘고 물론 외국에서 특수층 자제들만 입학하는 사립학교는 존재합니다만..
<강똥> 앞으로는 시교육청의 재량에 따라 특목고의 설립 제한을 풀고 공공연히 100개의 특목고를 세운다고 하는데 이건 교육학적 관점에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예요. 그나마 문제가 많은 입시제도하에서 선발의 균형성은 유지해왔는데 이미 일부대학에서 특목고생의 싹쓸이가 시작되었잖아요. 아마 SKY대학은 이런저런 편법으로 아주 노골적으로 학생들을 잡을려 할겁니다. 일반고 학생들은 이미 경쟁에서 탈락하고 있어요.이들이 느끼는 좌절감은 어떻게 보상받을 수 있을까요?
[필] 취재를 위해 대안학교의 특별전형을 실시하고 있는 성공회대 교수님과 통화를 해봤는데요.대안학교 출신 아이들이 좀 독특한 면은 있는 것 같긴합니다. 보기에 똘똘해 보이는 아이가 간혹(?) 보이는데 알아보면 여지없이 대안학교 출신이라고..
이 교수님 얘기를 좀 덧붙이자면 얼마전에 중등과정의 학교인 제천의 간디학교와 꽃피는 학교,그리고 산돌학교 아이들이 인문학캠프를 열었다고 합니다. 아마 이런 시도는 처음이었다고 하는데 10여일 합숙을 하면서 학생들이 판을 펼치는 것을 보고 아주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고 하네요. 캠프 기획도 스스로 하고 커리큘럼도 알아서짜고, 학교에선 대충대충 지내는 아이들도 다른 아이들을 만나니 매사에 적극적으로 변하고.. 자기가 대학에서 가르치는 대학생들 보다 훨씬 수준이 높게 진행하는게.. 그 교수님도 얘기하셨지만 대안학교의 교육철학이 선생님이 지적하신 이분법적인 분리교육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자신감과 타인에 대한 존중감을 중요시하고, 도시형 학교와 지방 기숙형학교가 처해있는 지리적 여건 때문에 조금 차이가 있긴 하나 생태와 환경교육, 자기주도적 학습 프로젝트,토론 수업 등 일반학교와 다른 형태로 자리잡아 나간 결과라고 보시는데요..
이야기를 좀 돌아가죠 학교이름을 불이학교라 하셨는데 현재의 대안학교와 무엇이 다른겁니까?
<강똥> 그 교수님은 제가 나가는 대안교육연대 운영위에서 뵙는 분이라 그 얘기를 저도 들었습니다. 교수님이 얘기하신 것은 대안교육의 성과라고 봅니다. 어른들은 학교를 보내면서 매냥 걱정과 기대를 같이하고 있지만 걱정은 기우였다는거죠. 기대대로 잘 크고 있는 겁니다.그렇지만 대안학교도 여러 가지 나름의 문제도 있고 해결해야 할 일이야 풀어 놓으면 산더미 같겠죠. 아이를 가르키는 내용과 방식의 문제로만 좁혀서 본다면 성과도 물론 있었다.그러나 극복해야 할 문제도 있습니다.
우선 문제의 하나가 내부의 지적 결핍이라고 봐요. 그동안의 한국교육의 지적결핍의 문제들, 단절적이고 파편적인 지식의 취득, 삶과 유리된 교육, 창의성이 결여된 교육 등등 일반학교 아이들은 내가 30년전에 받아왔던 교육 그대로 모습 하나도 변하지 않았았어요.
무수히 많은 것들이 뇌에 주입되는데 그걸 연결하여 통합하고 분석해서 자기 세계관으로 형성하는 훈련이 안되있으니까 아무 쓸모없는 지식쪼가리가 되는 거죠.인문학적으로 보면 언어의 영역과 도덕과 철학이,미술과 음악같은 예능이 연결안되고 세계사와 한국역사가 연결이 안되죠. 자연과학은 천체물리학의 거시영역과 양자역학의 미시영역이 분리되고 거기에 화학 생물 지구과학이 또 분리가 되잖아요. 공교육에서 무수히 많이 거론되어 왔고 아직도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점들은 대안교육에서 훌륭한 대안을 제시하여 왔죠. 대안학교 아이들이 일반학교 아이들에 비해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단편적 지식은 아무래도 딸리죠. 하지만 아이들이 시간만 주어지면 그런 정도는 어렵지 않게 극복하는 자기 내부의 동력은 비교할 바가 아니거든요. 앞의 교수님의 예처럼 문제가 닥치면 해결하는 능력은 평균적으로 봐 훨씬 우월하죠.
하지만 대안학교 역시 지적 결핍의 문제는 벗어나기 힘든게 사실입니다.대안학교는 입시위주에서 다루는 이런 지식체계에 대해 심정적인 거부감이 많이 있고, 그나마 인문학의 영역에서는 통합적으로 시도하려는 노력이 있었지만 자연과학은 아예 손도 못대고 있는게 현실이거든요.대안학교 아이들이 장점도 있지만 한계도 있는 건 인정해야죠. 학교철학의 지향점의 문제일 수도 있고 현실적으로 자연과학의 영역을 채워줄 수 있는 교사수급의 문제도 있는거죠.
그리고 또 하나 중등이상의 대안학교는 초등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진학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초등과정에서 한두번씩은 해본 수업방식과 커리큘럼이 반복되고 중학교에서 해봤던 경험을 고등학교에서 또하고.. 아무리 좋은 방식이라도 반복은 아이들에게 지겨울 수도 있거든요. 그런게 싫어 뛰쳐 나가는 아이들도 있고..이건 대안교육 전체의 판에서 많이 고민해야할 문제입니다.
[필] 선생님이 계속 대안교육현장에 계셨는데 내부고백 같이 들립니다. 학교 소개서를 보니까 독서를 중요시 하는 것 같은데, 선생님이 지적하신 지적결핍의 문제를 극복하는 방법이 독서라는 얘기시네요?
<강똥> 물론 독서가 전부는 아닙니다. 독서는 하나의 방편이죠.
하지만 독서야말로 나와 세상을 이해하고 통합하는 가장 쉽고도 강력한 무기인 것은 틀림없습니다. 우리가 독서를 그냥 생각하면 취미나 시간 때우기의 방편으로 이해를 하는데 이건 잘못된 겁니다. 배움과 학습을 목표로 하는거죠.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학습독서인 셈입니다. 긴장감을 가지고 열심히 공부하는겁니다.보통 대안학교하면 연상되는게 “자유”인데 일반학교 아이들처럼 잠자는 시간외엔 코피터지게 공부하는 방식은 아니더라도 아주 열심히 공부하는 학교분위기를 만들려 노력할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교사와 부모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교사야 당연히 해야하고 부모들도 열심히 공부하는 학교가 될 것입니다. 말하자면 학생,교사, 부모의 학습공동체인 셈이죠.
[필] 그런 학습독서의 목표를 어디까지 두고 계십니까?
<강똥> 우선 표를 보고 우리 아이들이 하고자 하는 학습목표를 설명드리죠.
인문학분야 목표:프랑스의 대학입학 자격시험인 바칼로레아 시험을 풀 정도의 인문학적 교양의 완성도를 지향한다.
자연과학분야 목표:자연과학의 통합적 이해
예/체능분야 목표:몸과 마음의 욕망을 긍정하며 단련한다
언어영역 각 분야의 원서읽기
5년정도의 과정에서 인문학을 본다면 칸트를 비롯한 독일 관념론 철학과 사회과학의 자본론 정도는 쉽게 이해하고 자연과학분야는 상대성이론을 수식으로 증명하는 단계가 목표입니다.
[필] 인문학 또는 철학분야를 청소년 시절의 아이들이 소화할 수 있을까요?
<강똥> ‘삐딱한 예술가들의 유쾌한 철학교실’란 책이 있는데요. 실제 프랑스의 대학 입학자격시험인 바칼로레아의 문제를 작가, 만화가, 과학자, 변호사, 철학자들이 다양한 형식으로 답한 책입니다.재밌습니다. 실제 이 책에 최근 몇 년 사이에 출제된 바칼로레아 시험 중 철학문제 몇 개만 볼까요?
자연은 풍요로운가?
변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인가?
우리는 자기 자신이 되는 것을 배워야 하는가?
사유는 언어의 포로인가?
우리에게 미래에 대한 책임이 있는가?
기술적인 것에 지능이 있는가?
자연적인 아름다움이 있다면 예술은 쓸모가 없는가?
나는 나의 감각을 믿을 수 있는가?
실재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과학적 지식으로 한정되는가?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을 생각하는 데 있어서 자유로운가?
역사의 흐름을 예측할 수 있는가?
실재와 실재가 아닌 것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는가?
저는 유럽이 경이롭고 무섭게 느껴지는게 프랑스 아이들은 청소년 시기에 이런 사유의 바다에서 항해하는 기술을 배운다는 것이에요. 우리 아이들이라고 못할게 없어요. 안 할 뿐이죠.
[필] 그런 철학적 사고들이 꼭 책으로만 이뤄지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프랑스야 워낙 우리와는 비교가 안되게 교육환경도 좋고 대학이 평준화되는 68년도의 경험도 있고..대학도 무상교육이고 그걸 뒷받침 하는 사회 인프라가 구축된 사회인데요.아이들은 또 부모 또는 또래들과 같이 여행도 자주 다니다보니 다양한 경험을 할 수있죠.
<강똥>
안되는건 억지로 할 수가 없겠죠. 그런데 여건이 허락한다면 우리 아이들이 졸업할 시기쯤 해서 아이들과 같이 유럽여행을 한번 해보고 싶습니다. 자기가 책과 토론을 통해 배운 철학의 배경이 문화적으로 어떻게 표현되는지 확인할 수 있을 계기를 만들어보게요.
[필] 철학사 공부를 배낭여행처럼 즐기며 한다구요? 재밌는 발상입니다.
<강똥> 그렇죠 철학여행인 셈이죠. “철학,도시를 디자인하다”라는 책이있어요.유럽 여행 안내서인데. 이 책에서는 그런 시도가 가능하게끔 설계되어 있어요. 어느 여행이나 그렇듯이 이 철학 여행에도 코스와 목표가 있습니다. 이 책이 안내하는 코스는 한 시대의 전형으로 평가되는 12곳의 유럽 도시인데요. 이 도시들이 유럽의 역사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유럽의 역사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도시국가에서 첫 페이지를 열었고, 이후 중세 공간에서 하나 둘 세워진 도시들이 점과 점으로 연결되어 오늘의 유럽을 형성했기 때문이죠.
우리가 인문학 또는 철학을 통해 도달하려고 하는 지향점은 아이들 스스로가 그리는 생각의 지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과거나 현재의 뛰어난 생각을 정리하는 ‘생각의 도구로서의 철학’이 아니라 ‘생각하는 힘으로서의 철학’, ‘과정으로서의 철학’인 셈이죠. 따라서 책을 옆에 끼고 더불어 여행을 통해서 철학사 를 알고 우리가 부딪치는 현재 문제에 대해 철학적 해법을 찾아가는 힘을 기르는게 인문학, 철학을 공부하는 목적이다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필] 벌써 5년 후의 과정을 디자인 하고 계시는군요. 다른 질문을 드리죠 아까 선생님이 자연과학 분야에서 상대성이론을 증명하는 단계까지 학습 목표를 한다고 하셨는데 이게 가능한가요? 저도 고등학교 때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실존철학에 심취해 카뮈와 사르트르의 논쟁정도는 이해를 했지만..
<강똥> 저도 이공계 출신이 아니기 때문에 그 문제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지요. 아는 분들에게 자문도 구해보구요. “내머리로 이해하는 E=MC^2"의 책에서 설명하고 있어요. 이 책의 저자가 순천대의 고중숙교수인데 이 양반이 화학을 전공했지만 수학과 물리분야도 탁월한 이해를 하는 분이시거든요.외국에는 대중적인 글쓰기로 유명한 마치오카쿠나 도킨스같은 자연과학자들이 참 많이 있지만 한국은 그런 훈련이 되어있는 사람이 드문 것 같아요. 한데 고중숙교수는 물리+화학+수학을 통째로 아우르면서 대중을 상대로 쉽게 전달하는 능력이 대단한 분이시거든요. 이 양반의 위의 책에서 언급했는데 고등학교 2학년 정도의 학습능력이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해요. 상대성이론 이거 안들어 본 사람이 있나요? 그렇지만 그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아주 극소수죠. 이 책에서 상대성이론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을 4가지로 분류하는데요.. 단순히 식을 알고 있는 사람, 식을 의미를 알고 간단한 계산을 하는 것이 가능한 사람, 상대성이론 자체를 기본적으로 이해하고 식의 유도과정을 아는 사람, 다른 분야에 응용이 가능할 만큼 깊이 이해하는 사람으로 분류했어요. 우리 학생들이 도달하려는 수준은 세 번째에요. 약간의 물리적 지식과 백터와 미/적분, 합성함수 정도만 이해한다면 어렵지 않게 도달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고 책도 그렇게 쉽게 써있어요. 상대성이론이 어렵다는 선입견을 없애고 도전한다면요. 50이 넘은 제가 이걸 수식으로 증명하는 공부를 하려고 해요. 물론 애들만큼 쉽지는 않겠지만요..전 이것이 학문을 관통하는 시도라고 봐요. 누구나 학교다닐 때 미적분을 배우잖아요. 이게 왜 필요한지는 뒤로 한 채 ..그러니 지겹고 시험만 치고 돌아서면 잊어버리잖아요. 목적을 가지고 공부를 하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오죠. 그러면 왜 상대성이론을 배우느냐고 물을 수도 있는데 이건 천체물리학을 이해하는 기본이거든요.
[필] 독서에서 자연과학의 비중을 꽤 두시는 것 같습니다.
<강똥> 자연과학을 모르고서는 한쪽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요새 LHC라고 거대강입자 가속기를 스위스 제네바 인근에 착공했다는 뉴스가 나오잖아요? 지하에 27KM의 지하터널을 도너츠모양으로 연결하고 가속기를 돌리는 실험이 이미 시작되었어요. 인위적으로 블랙홀을 만들고 우주물질의 근본이라고 하는 힉스의 존재 유무를 증명하는 실험인데요.. 이것이 그동안 천체물리학의 대전제였단 말이예요. 힉스라는물질의 존재를 가정으로 모든 물리학의 논쟁이 벌어지고 이론이 세워졌는데 이걸 실제로 증명하는 거대한 실험 즉 우주탄생의 근원을 밝히는 매우 중차대한 일이 우리가 살고있는 시대에서 코페르니쿠스적 일대 전환이 일어나고 있는데요.. 우리는 그게 뭔데 하고 팔짱끼고 있는 실정이예요. 유럽은 난리가 났다니까요 자연과학 인식이 부족하니까 벌어지는 현상이죠. ‘신의입자’라고 잘 설명해 놓은 책이 있으니 한번 보세요.
그간 대안교육 안에서 중요하게 논의되고 공부꺼리라 칭했던 것은 인문학분야인데요 인문학 못지않게 자연과학의 눈으로도 세상을 봐야 제대로 이해가 됩니다. 우리 사회가 워낙 이 분야에 축적된게 없다보니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90프로의 세상을 모르고 있다해도 그닥 틀린말은 아니라고 봐요.
[필] 결국 선생님 말씀은 처음으로 돌아가서 질문을 되집자면 학문은 하나이고 통합 된 눈으로 봐야한다란 얘기시네요?
<강똥> 그렇죠 순수한 의미에서의 대학은 학문을 나누지 않았어요.
[필] 독서만 한다고 건전한 인격이 형성되는 건 아니지 않나요. 오히려 더 중요한 것은 대안교육내에서 꾸준히 시도해온 감수성이라는 것도 있고 선생님 말씀대로라면 마음과 몸이 하나라면 육체적활동과 대인관계에서의 훈련도 매우 중요할 것 같은데요..
<강똥> 그건 제가 말씀드릴 기회가 없어서지 그걸 무시한다는 얘기는 아닙니다.누구나 청소년 시기에 감수성이 제대로 형성되야 할 중요한 얘기하는데요..저는 역설적으로 말하면 감수성이 길러지는 것도 공부의 결과다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유홍준 교수가 얘기 했잖아요.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느껴진다고요. 자연의 풀 하나, 미술관의 그림 하나도 아는 만큼 보이고 베토벤과 모차르트도 아는 만큼 들리게 마련입니다. 우리가 전시회에 가서 고호의 그림을 배경지식 없이 그냥 보면 그림이지만 고호가 느꼈던 인간적 고뇌가 어떻게 그림으로 표현되었는지 알고 나서 보면 그림을 보고도 눈물이 저절로 나거든요..화가를 분석한 여러 좋은 책들 이 많잖아요? 클래식이 왜 어렵고 지루하게 들리냐면 모르기 때문이에요. 클래식 하나 이해하는 것도 꽤나 공부를 해야합니다. 시인이고 문학평론가인 김갑수씨, 대단한 클래식 마니아고 음반수집가인데 음대에 강의까지 나갈 정도로 ..이런 얘길해요 지속적으로 좋아하려면 지식이 필요하다고.. 어떤 영역이든 감정, 감수성만으로는 절대 오래 유지될 수 없어요. 감수성이라는게 ‘남녀의 사랑의 감정과 비슷한 것이고 깨어지는 것입니다. 어느 순간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시시하게 느껴지는 것이에요. “클래식이 얼마나 어마어마한 바다이고, 얼마나 깊은 역사성을 갖고 있고, 분석해 들어가면서 심연같은 학술적 내용이 있고 ...이런것에 대해 이해를 도모하면 할수록 많이 들리고 견고해 지거든요.특히 고급 문화쪽은 스터디가 필수라고봐요..지속적으로 오랜 시간동안 무언가에 취한 사람이 마니아인데, 이들이 유지되는 배경이 지식이에요.세상의 어떤 마니아이든 말을 시켜보라고, 좔좔 아는게 넘쳐 미치려고 하거든요.”
대안학교 아이들 중에 예술적 재능이 뛰어난 아이들이 많아요.요새는 대학 중에서도 특별전형을 통해 일반대학에 들어가는 아이들이 생겨나지만 그 전엔 입시에 걸려 무시험 전형으로 뽑는 한국종합예술학교에 들어가는 아이들이 많았거든요. 들어가서도 잘하지만 더 잘하고 오래 유지하려면 지식은 필수요. 지식과 감수성은 결코 유리될 수 없거든요.
그리고 학교가 도시에 있다보면 자연환경에 자연히 접하는 아이들하고 비교해 환경적으로 좀 열악한 면이야 당연히 있겠죠. 처음에 앎과 행함이 다르지 않다고 했는데 도시지역은 도시지역대로 할 수 있는게 있겠을겁니다. 봉사활동을 통한 노동을 통해서도 감동과 감수성이 나오거든요.
[필] 학부모 입장에서 학교에 바라는 것은 뭡니까?
{강마에, 이하 마에} 저는 우선 아이들이 건강하고 씩씩하고 잘 놀 줄아는 아이들이 되었으면 합니다.
나중에 아이들과 기회가 되면 방학기간 때 백두대간 종주를 한번 해 봤으면 ..저도 아직 해보질 못해서요. 물론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오년 동안 꾸준히 하다보면 언젠가는 이뤄지겠죠. 선생님 말씀처럼 둘이 아닌게 체력도 키우고 지리공부도 몸으로 하고 하하..
그리고 무엇보다 어느 환경 어느 조건에서나 잘 놀 줄아는 아이들이요.
제가 일 때문에 외국에 갈 일이 많은데 다른건 몰라도 하나 참 부러운게 외국 특히 유럽애들은 참 잘 놀아요. 비즈니스 할 때 유머도 풍부하고, 일이 끝나고 같이 어울릴 때만 되면 제가 참 멀쭘해 지거든요. 애들 잘 놀죠. 악기 가지고 연주하고 춤도 스스럼 없이 추고 놀다 지치면 토론하고 이런게 참 부럽더라구요. 저는 학교교육의 제일의 목적은 잘 노는 아이를 만드는 것이라 보는데 선생님하고 생각이 좀 다른가요?
<강똥> 잘 놀고 열심히 공부하면 되죠.
{마에} 제가 왜 그런 생각이 드나면 동창을 만나든, 친구를 만나든 하고 한날 술이에요. 물론 술이 필요할 때도 있죠. 근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술 먹는거 외에 할 줄아는데 없기 때문이죠. 언제 우리기 악기를 배워볼 기회가 있었나요? 춤을 뭐 지루박 같은거 말고.. 저는 지루박도 못추지만 하하 ..뭐 언제 배워봤어야 하죠. 토론을 해봤나요. 저는 5년전인가 대통령하고 검사를 대화를 보면서 열받아 죽는줄 알았어요. 소위 남들이 최고로 쳐주는 S대 그것도 법대 나와서 토론하는 수준의 천박성과 저열함 저런 인간들이 할 줄하는건 오직 시험 잘 칠줄 아는 재주하나뿐인거..머리에 든건 똥.떵.어.리 뿐 인간들.. 전 제 자식이 공부잘해서 저런 인간들 처럼 되는게 절대 바라지 않습니다.
[필] 학교소개서를 보니까 학부모도 독서를 많이 해야 된다는데 할 자신이 있으신 모양이네요.
{마에} 제가 아이를 대안학교 보낼 때 굉장히 고민되더라구요. 뭐 뜻과 목적은 좋은데 커서 밥은 먹고 살까? 경쟁에서 탈락되는 건 아닐까? 요새 유행하는 말처럼 88만원 세대로 사는건 아니지..지나와서는 그게 참 부질없는 걱정이었다 싶지만 그 땐 나름대로 심각했어요. 그러다 마누라 설득에 밀려 어쩌다보니 오게됐는데 애를 보면서 참 많이 느꼈어요. 학교 안가겠다는 소릴 한번도 한 적이 없이 재밌어하고, 방학되면 언제 학교가나 하고 기다리고.. 내가 학교 다닐 때도 저랬나? 아니었거든요. 그리고 비슷한 생각 가진 부모들 만나 재미도 있었고..근데 어느날 문득 생각해보니 애는 행복한데 나는 뭔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사소한 재미도 하루 이틀이지 그걸로 끝이에요. 누가 말하기를 ‘대안교육은 아이와 부모가 같이 성장하는 과정이다’라고 했는데 그 말은 맞을 수도 있지만 제 경우에 있어선 아니었거든요. 아이가 졸업할 6년동안 별로 저는 변한게 없어요.
그래서 선생님의 얘기에 속된말로 필이 꽉 꽂히더라구요. 부모도 공부해야 한다고
선생님이 권해주는 책중에 ‘뇌 생각의 출현’이란 책이 있어요.. 어려워서 읽기가 무척 힘들었어요.. 딴 건 머리가 굳어서 금방 잊어버렸는데 참 맘에 와닿는 구절이 있었어요. 뭐냐면 사람의 기억에는 3가지로 분류되는데 절차기억,신념기억,학습기억이 있답니다. 절차기억은 체내적으로 익히는 기억, 컵을 든다든지,자전거를 탄다든지 한번 배우면 죽을 때까지 유지되는 기억이고 신념기억은 개인 또는 집단의 경험과 훈련의 과정에서 습득되는 기억, 예를 들어 어디 지역 출신은 사귀어서는 안된다든지 OO당은 빨갱이이라든지.. 이런 기억들 한번 형성되면 결코 바뀌지 않은 기억 ..학습기억은 말그대로 공부로 끊임없이 에러를 수정하면서 체계화되는 기억입니다. 학습기억은 10세 전후에 급격히 증가하다가 25세쯤 되면 절정에 이르고 35세 이후부터는 줄어든답니다. 이 논리라면 사람들이 4~50세를 기점으로 보수화되는게 이해가 되더라구요. 나이가 들어 학습을 하지 않으면 뇌에서 학습기억이 차지하는 영역이 비어있는게 아니라 신념기억으로 대체가 된답니다. 신념으로만 무장된 사람들요.
정치인,종교적 광신도들이 그런 사람들이죠. 제가 경상도 출신이긴 한데 이 지역사람들 특성이 있어요. 사람 하나하나는 참 의리도 있고 정도 많은데 이들의 정치적행위는 아주 왜곡된 신념기억만으로 표현되죠. 가끔 고향에 내려갈 일이 있어 친구든 어른들하고 얘길 하다보면 말, 논리가 전혀 통하지 않아요.
그래서 학습 학문을 끊임없이 공부해야만 우리 뇌가 학습기억이 우세한 상태로 동작해서 유연하고 창의적인 인간이 된다고 하는데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저는 선생님이 그리시는 학교의 모습, 아이와 교사와 부모가 같이 공부하는 학습공동체의 개념이 참 좋아요.아마 애들 나이가 15,6세 쯤되면 같이 공부해도 될 거에요. 아이들의 학습능력은 대단하거든요.부모가 공부를 안한다면 애들하고 대화가 잘 안될겁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아는 친구나 선배 중에 전문가들이 있어서 주로 야간강좌에 좀 데리고와서 강의를 부탁하려 합니다. 부모들의 인적네트워크를 형성한다면 지역에서 아주 괜찮은 학습공동체가 만들어지는데 즐겁게 공부하는 불이대학원 다닌다고 상상하면 벌써 흥분됩니다. 하하..
[필] 그래도 부모들 중에는 입시과정을 위한 공부는 아니더라도 외국어 특히 영어공부 정도는 원하지 않을까요?
<강똥>영어공부 물론 할겁니다. 전체 학습량에서 비중이 어떨지는 좀 더 생각을 해봐야겠지만요.영어를 크게 둘로 나누잖아요? 회화형학습인지 아니면 문법을 포함한 독해위주인지.. 저는 학교의 지향점이 독서이다보니 영어도 독서를 통해 자연스럽게 체득되는게 맞다고 봅니다. 낮은 수준의 영어부터.. 어쩌면 그림책부터 시작할지도 모르지만요.일년에 서너권 완결적 스토리 또는 논리구조를 영어책을 통해 공부하는거죠.외국어는 소통의 도구잖아요? 언어라는게 한 인간의 사고자체가 말로 표현되는 과정인데 머리에 든게 없이 어떻게 표현이 가능할까요? 한국어를 잘해야 영어든 뭐든 자기가 할말이 생기는거죠.
{마에}10여전 전에 중국에 가서 3년 정도 체류했었는데요.처음엔 중국어 전혀 못했죠. 처음엔 가아드 데리고 여러지역을 출장을 갔었는데 사정상 가이드를 못데리고 가면 비지니스 상대 만나고,전시회 할 물건 보내고 준비하는것까지 혼자 다했어요.지금이야 중국 사람들도 영어 할 줄 아는 사람 많은데 그 땐 드물었거든요.필담으로 바디랭귀지로 다 가능하더라구요.있어면서 차차 중국어 공부해서 어느 정도 수준이 되었지만 ..접대할 일이 있어서 술 취하면 속깊은 이런 저런 얘기 많아지죠.비슷한 연배면 그냥 펑요우(朋友-친구)하자 그러고,중국 사람들이 제가 말하는 수준이 높데요 하하 . 유럽 애들은 말하는 수준이 달라요.단테의 신곡 하나 가지고도 몇시간씩 애길해요. 전 선생님 말씀처럼 언어도 배경적 지식이 필수라고 봐요. 인터넷을 서치하다 보면 외국 특히 유럽은 고급 정보들이 넘쳐나죠. 단어 알고 문법적으로 이해하는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번역해 놓고도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되거든요. 그리고 회화 같은건 제가 공부한 방식이지만 에니매이션 대본 통채로 외우는 겁니다. 아이들도 방과후나 특활시간에 에니메이션 영어대본 익히기 같은 것을 하면 흥미를 가지고 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에니메이션 서너개 통달하면 듣기나 말하기도 좀 늘지 않을까요?
[필] 어리석은 질문일지 모르겠지만 독서만으로 이 시대가 요구하는 인간형을 만들 수 있을까요? 좀 더 구체적으로 대학을 간다든지 아니면 취직을 할 때 요구하는 또다른 지적수준이 분명히 요구 될텐에요.
{마에} 그건 제가 답변을 해도 될까요?
부모님들도 그런 걱정을 하시는 분들이 많죠. 대학은 갈 수 있는거냐 그런데 저는 그런 질문이 좀 의아스럽게 느껴져요. 어떤 대학을 말하는거죠? 한국의 대학은 차고도 넘쳐요.4년제 대학말고 옛날로 치면 전문대학 같은데는 돈만 있으면 들어가는데 아무 지장없여요. 공부 조금만 하면 SKY는 아니더라도 대학 들어가는데도 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 조금 시기가 늦춰질 수는 있겠죠. 문제는 그런 대학들이 아니고 남들이 인정하는 대학 조금 욕심을 부린다면 SKY대학을 원하는 것인지? 근데 상황이 많이 바뀌는 경향이 있어 보입니다. 대학들 중에서도 대안학교 출신만을 위한 특별전형을 실시하는 늘어가고 있고 입시사정관 제도를 활용해서 뽑는 대학도 점차 늘고 있죠. 제가 아는 교수가 말하는데 아까 선생님도 말씀하셨지만 대안학교를 바라보는 시선이 많이 달라졌다고 해요. 우선 아이들이 좀 뭐라고 할까 튀는 아이들 보면 여지없이 대안학교 출신들이다.범생이들과 다르게 근데 이 튀는 행동이 아주 긍정적으로 작용을 한다네요. 분위기 메이커고 물론 우리아이들이 다 그럴 수는 없겠지만요..머지 않는 시기에 SKY대학 중에서도 우리 아이들을 입도선매 할 날이 오지않을까 예상을 봅니다만 ..하하 고대가 외고아이들 싹쓸이 하듯이..
<강똥> 한마디 덧붙자면 ‘내 인생을 바꾸는 대학’이란 책이 있는데 미국의 아이비리그 처럼 유명한 대학은 아니더라도 주목 받는 40개 대학을 소개한 책이거든요. 주로 전체 정원이 300명~1,000명정도 되는.. 개별 전공을 강조하는 유니버시티가 아닌 인문.사회.자연과학과 예술 및 글쓰기 등의 전반적인 교양과목을 깊이 있게 다루는 학부중심 대학인데요..공통점이 고등학교 과정에서 그다지 뛰어난 성적 (SAT)이 아닌 학생을 선발하여 최고의 인재로 만드는데 있습니다. 아마 포항의 한동대학도 그런 평가를 받는다죠? 출발은 뒤졌지만 졸업할 즈음이면 아이비리그 출신들보다 훨씬 뛰어난 실력을 갖춘 학생으로 탈바꿈 되는게 이들 학교의 공통점입니다. 기자님이 만약 아이를 미국에 보낸다면 어디를 고르시겠습니까?
[필]좀 난처한 질문이네요. 심정적으로야 작고 강한대학이 땡기지만 한국은 워낙 학벌이 강하게 존재하는 사회라서.. 간판보다는 실력이 우선이긴 하겠지만 .. 많이 망설여 질 것 같은데요..저도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직장생활을 할 땐 재수 삼수 아니 십수를 하더라도 서울대학 갈 껄 하는 후회가 많이 든게 사실입니다.우리 사회의 학벌 카르텔이 서울대학을 필두로 연대 고대가 막강한 축을 형성하고 있는게 엄연한 사실이죠. 그래도 졸업한 대학과 학과가 교육부 평가순위로 5등안에 드는 알만한 국립대학인데 서울대,연고대 아니면 따 똑같이 3류대 취급받더라구요. 저도 자식이 있는 입장이라 많이 고민이 되겠지만 막판에는 아이의 소신대로 보낼 것도 같습니다.. 왜 그런 생각이 들었냐면 제 주변 동창을 보면 SKY대학 졸업해서 잘 나가는 놈들 많았거든요..근데 이 나이쯤 되다보니 한 20% 정도 생존경쟁에서 버티고 있는 비율이 ,,아마 그 정도 일겁니다.나중엔 다 똑같아지더라구요 ㅎㅎ 그래서 애을 보면 열심히 공부할 것 없다. 인생을 즐기며 살아라 .. 뭐 그런 생각이 들지 않은 건 아닙니다.. 근데 전 결정권이 없어서 마누라가 ..
{마에} 저도 그책을 읽어봤는데요 가장 인상 깊었던 대학이 세인트존스 대학이었습니다.4년 동안 고전 100권읽기가 커리큘럼인 대학.
<강똥> 책 100권이야 맘만 먹으면 1년내라도 읽을 수 있겠죠. 그런데 100권이 단지 100권이 아니에요.거기에 관련된 비교논문이 따르고 관련 책을 분석 비평한 책이 또 따르고 그렇게 따지면 상상이 안가는 독서량이죠. 기자님 질문을 지금 답변을 지금 드리자면 그렇게 독서만으로 교양학부 4년을 채운 학생들이 엄청난 대접을 받는겁니다.리더쉽도 탁월하고 졸업한 학생들이 자기가 공부할 전문 분야를 택해 아이비리그 등으로 대학원을 가는데, 일반 대학 출신보다 탁월한 학업 성취도를 이뤄낸다는 거죠..우리 아이들은 몇 년 일찍 시작하는 셈이에요..개인적인 바램으로는 한국에도 하나 쯤은 이런 대학이 있었으면 합니다.
[필] 학교를 세우시려면 건물도 있어야되고 제가 알고 있기로는 비인가 대안학교의 경우엔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이 거의 없다고 하는데요.
<강똥> 저는 하드웨어를 구축하는데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물론 건물이 있으면 좋겠죠. 학생들 유치하는데 도움도 되구요. 하드웨어에 너무 힘을 쏟다보니 정작 힘이 다 소진하여 학교운영에 장애가 되는 경우도 많이 보고 실제 겪기도 했습니다. 하드웨어 보다는 소프트웨어가 훨씬 중요한 시기라고 봅니다. 대안학교를 선택하는데 호불호가 분명 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비슷한 면이 많거든요. 우리는 독서라는 소프트웨어를 택했습니다. 그런 선택에 동의하는 사람이 들어올거구요. 대안교육도 다양성이 필요하거든요.
{강마에} 제 개인적인 희망은 학교의 위치는 아이들이 스스로 대중교통 편으로 통학할 수 있는 거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주변에 도서관도 있고 공원도 있어서 몸활동을 자유롭게 이용가능한 위치가 좋겠습니다.그런 지역 중심으로 학교자리를 물색하고 있습니다. 지하가 딸린 3층 정도의 건물을 임대하여 쓰는 게 어떨까 하구요. 지역이 멀더라도 자연환경이 좋은 장점을 지닌 공간도 있겠지만 셔틀버스를 이용하는 비용도 일년에 수천만원씩 부담해야 하는 만큼 ..
[필] 대안학교의 미래를 어떻게 보십니까? 덧붙여 질문을 드리면 한국의 대안학교가 사회에서 차지하는 의미를 어떻게 두고 계시나요?
<강똥> 대안학교의 역사가 이제 10년정도 되었죠. 전체 교육계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0.1%도 안되지만 공교육에 미친 영향은 적지 않았다고 봅니다. 공교육에서도 대안학교의 교수법을 많이 배끼고 있죠 저작권 한푼 안내구요. 저는 계속 진화하는 단계라고 봅니다. 아까 말씀 드렸지만 사회에서 대안학교를 바라보는 시각도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구요.
긍정적인 건 학교의 주체들이 새로운 일을 모색하고 시도하는 현상들이 나타나는 겁니다.
우선 대안학교 교사 전체가 모여 대안학교 전체의 미래를 그리는 일들을 하고있고 중등이상의 학교 학생들이 자발적 조직체를 형성하고 있습니다.대안학교 부모들이 주축이 된 학부모연대라는 조직도 생겨났구요. 학교의 주체들이 다들 자발적으로 무언가를 시도하려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겁니다. 공교육현장에서는 교육주체들이 사회에 대한 목소리가 상당히 위축되었거든요. 유일한게 전교조인데 부여된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걱정스럽습니다. 학부모조직은 이름만 있을 뿐이고 실체가 없는게 대부분이다 보니..
대안교육내에서 새로게 모색되는 기운이 내부 문제 뿐만 아니라 한국의 전체 교육문제를 화두로 담론으로 형성한다면 대안교육의 위상이 또 달라질 겁니다.
걱정되는 면도 있습니다. 표피만 대안이고 내용은 사립인 그런 학교가 많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출발은 그렇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내용이 변질되는 학교도 생겨나고 있죠. 어느 학교라고 특정지어 말하기가 그렇지만 서울대를 배출한 학교 이런 식으로 대안학교가 인식되는 건 대단히 위험해요. 그동안 대안교육이 쌓아놓은 성과를 한번에 허물어버리는 용납할 수 없는 행위가 벌어지고 있거든요. 어는 잡지에 보니까 강남의 부모들이 고등학교 쯤 아이의 진로를 선택할 때 첫째는 유학이고 둘째는 특목고 셋쨰가 대안학교라고 하던데 아까 말한 모 학교가 별려 놓은 좋지 않은 영향이라고 봅니다. 물론 대안학교 아이들이라고 대학에 가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지금도 졸업생의 80% 정도는 대학에 가고 가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고요.그런데 그 결과는 아이들이 자기 진로를 고민하고 결정해서 내린 결과이지 학교가 입시교육을 한 것이 아니거든요.
대안교육은 말 그대로 공교육의 모순을 딛고 선 과정이에요.학교는 학교의 철학에 충실하면 되요. 자꾸 거기에 다른 요구가 더해지면 내부 갈등이 생기고 교사들이 힘들어지죠.
또 하나 걱정되는 건 예상치 못한 문제인데요. 바로 경제위기가 대안교육 전체의 몰락으로 치달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건데요 대안교육연대의 회의에서도 거론된 문제인데 일선의 학교들에서 이런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네요. 정부지원금 없이 모든 재정이 학부모의 주머니에서 나가는게 현실인데, 10%만 탈락되더라도 학교재정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됩니다. 학교 하나 세우기가 참 힘들잖아요. 오랜시간과 노력이 따라야되는데 무너지는 건 순식간이 수 있거든요. 어려울수록 공동체의 정신을 잘 발휘해야 될 때인 것 같습니다.
기자님이 현실에서 대안교육의 의미를 말씀하셨는데 적절한 답변이 될 지 모르지만. 우리의 역사를 봐도 그 시대를 지탱하는 시대정신이 있잖아요. 조선의 역사는 선비의 역사라고 물론 많은 기득권으로서의 폐해가 있었지만 한 왕조가 500년 가까이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그 시대가 지탱하고 지향해야 할 시대정신을 받치는 세력이 있었기 때문이죠.선비가 그 역활을 한것이고요. 일제시대 땐 독립운동을 한 많은 사람들이 그 정신을 이어왔구요. 명맥을 이어온게 학생운동이죠.지금은 그 맥이 끊겨있어요. 불의에 저항하는 사회의 양심세력이 점점 힘을 잃고 있구요.과거의 대학생들과 달리 요즘 대학생들은 현실에 힘들어해서 다른 곳을 쳐다볼 여유가 전혀 없죠. 전 대안교육이 시대정신을 구현 할 요람터가 되었으면 해요. 물론 과거처럼 돌과 화염병으로 할 수는 없어요. 공부 잘해서 남주냐? 이 말은 틀린 말이에요. 공부 잘해서 남 줘야되고 공부 잘하면 착한 사람 되어야해요. 한 1년에 만명쯤 제대로 된 인간들이 배출이 되더라도 우리 사회는 바꿜 겁니다. 그런 희망의 요람터! 꿈같은 얘긴가요?
{강마에} 학교가 변질되는거 말씀하셨는데 저는 그런 부분이 상당부분 학부모의 책임이라고 봐요. 학부모가 요구하니까 변질되는 거죠. 이기심이죠. 내 아이를 국제중,특목고 보내겠다고 설치는 것도 이기심이고 공교육의 폐해가 너무 끔찍해서 대안학교를 보내는 것도 엄격히 따지면 이기심이거든요. 막말로 우리가 순간의 선택을 잘못해 공교육에 아이를 보냈다면 뭐가 달랐겠어요? 인간은 환경의 지배를 받을 수 밖에 없으니까요. 설령 내 아이 소신대로 잘 키워보자 마음 먹었다가도 애가 수학점수 50점 맞아 오면 당연히 열받겠죠. 그 다음날 바로 속셈학원 알아보러 나설테고, 이웃집 아줌마한 소리에 흔들리는 갈대의 모습이 우리 아닌가요? 그나마 대안교육 현장에 있으니 버틸 수 있는거죠. 싸몰아 이기심이라면 좀 억울한 면이 있으니 앞의 것을 사악한 이기심 뒤의 것을 선한 이기심 정도로 구분할까요? ㅎㅎ 한국은 사악한 이기심이 개인에 머물러 있지 않고 집단적으로 나타나서 교육을 어렵게 하는 하죠. 전교조가 어려운게 바로 이 점이라고 보거든요. 교사 개개인이 자기 교육철학에 맞게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하는 순간 애들이고 학부모고 바로 태클 들어오잖아요?
대안학교 부모들의 선한 이기심은 출발은 이기심이지만 잘 하면 공적인 선을 만들 수 있을 수 있거든요.근데 머무르면 그냥 이기심일 뿐이에요. 내 아이, 내 학교만 보이는 거에요. 누가 우리에게 쓸데 없는 허영과 오만의 표출이라고 비난해도 할 말이 없어요. 같은 이기심인데
저는 좀 다른 애기지만 이런 표현이 좀 우습지만 한국은 왜 써머힐이나 키노쿠니처럼 명문학교가 없을까? 생각해 봤는데요. 한국은 이러저래 외국과는 아주 많이 디른 것 같아요. 키노쿠니나 써머힐 관련 책을 봤지만 한국의 대안학교외 비교해서 별로 다를게 없어요.한국의 대안학교 하나 외국에 갖다놓으면 그 순간 주목받는 학교가 되요. 그 나라는 공교육에서 우리의 대안교육의 내용을 시도하니 대안학교의 필요성이 없을 뿐이에요. 제가 몇 년전에 국제대안교육 심포지움인가 하는데를 가서 들었는데 독일의 대안학교 숫자가 한국과 비슷해요. 오히려 한국의 대안교육이 더 역동적인 면이 있는것 같아요. 서머힐은 아이를 학교에 맡길 뿐이지 학부모가 관여하는 일은 없거든요.
한국에서 새로운 개념의 명문 대안학교가 생겨졌으면 해요. 근데 그 명문이라는 뜻이 학교 건물이 번듯하고 유명대학에 아이가 많이 합격하는 그런 세속적인 개념이 아니라 개인의 선한 이기심이 공동의 선을 발현하는 새로운 상상력이죠. 아 저 학교는 참 다르네 저 학교에 아이를 보내면 부모들도 즐겁고, 사회에서 좋은 평가도 받네, 부모가 자기 학습계획서를 제출해 공부해야 하고 사회 봉사도 열심히 하고, 같이 어울리면 참 보람도 있겠네.. 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이죠. 남들이 본받고 싶어하고 학교에 들어오려고 싶어 안달인 학교 이런 거죠. 그래서 저는 우리가 세우려는 학교가 명문학교가 되었으면 합니다. 기자님도 많이 도와주세요. 이런 학교들이 많이 생겨야 한국의 교육이 바뀔 희망이 생깁니다. 한국은 모든게 다 그렇지만 교육은 특히 등대 없는 망망대해에서 표류하는 배 같다고 보여요. 저희는 그 등대이고 싶습니다.
인터뷰는 여기서 줄인다. 많은 얘기가 중간 중간 그리고 말미에 더 오고 같지만 중요한 내용은 추린 것 같다. 인터뷰가 끝나고 근처의 술집으로 자리를 옮겨 또 많은 말들이 있었다. 한국은 정치하고 교육은 다 전문가이지만 정작 필요한 말은 드문 것 같다.
돌아오는 마지막 지하철의 의자에 파뭍혀 필자는 많은 생각에 잠겼다. 필자가 많은 사람을 만났고 인터뷰어로서 존경과 감흥을 느낀 적도 여러번 있었다. 하지만 이번 인터뷰는 또다른 모습으로 오래 기억될 것 같다. 신자유주의의 파고가 거세지고 많은 사람이 그 물결에 휩쓸리고 있지만, 역으로 그 물결에서 휩쓸리기를 거부하는 사람도 아마 만만치는 않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면서 방황하는 것은 아닐까?
마케팅은 기업에서만 존재하는게 아니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교육의 참 모습을 제대로 알리는 것도 마케팅이다.거센 파고에 휩쓸리기를 거부하는 많은 사람들이 이런 학교에 관심을 가진다면 제2, 제3의 불이학교가 생길 지도 모르고 요소에서 불꽃이 되어 타오를지 모를 일이다. 내 개인의 희망으로는 불이학교가 그 심지가 되었으면 한다.
오랜만에 집 사람과 아이 문제로 진지하게 애길 해봐야겠다고 생각이 든다. 내 아일 어떻게 키울지 이런 학교라면 보낼 자신이 있을지 이도저도 아니면 이곳을 떠나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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