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 TRIBUTE TO 늦봄 문익환 '뜨거운 마음'
01. 프롤로그 (오늘 내가 디딘 자국은) (작사:서산대사 작곡:류형선 편곡:류형선) 김원중
이 음반은
··· 문익환 목사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가 아름다워지는 일입니다.
Credits 프로듀서 : 이금로
STAFF
후원
통일맞이늦봄문익화목사기념사업 | 한국예술기획연구소
▲ A TRIBUTE TO 늦봄 문익환 '뜨거운 마음'의 두가지 다른 음반 사진
우리시대의 영원한 음유시인 정태춘부터 CCM의 송정미, [바위섬][직녀에게]의 김원중, [그대 고운 내사랑]의 젊은 포크가수 이정열, 뛰어난 가창력으로 널리 알려진 노래꾼 홍순관과 전경옥, 언더그아운드 가수 윤정희, 노래패 새하늘 새땅 등 실력을 인정받아온 쟁쟁한 노래꾼들이 참여해 위대한 시인이며 통일의 선구자이신 늦봄 문익환 목사님에게 바치는 음반을 발표한다.
90년대를 지나 21세기에 이른 지금 우리의 문화가 80년대와 같은 모습일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되지만 적어도 80년대와 같은 모습일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되지만 적어도 80년대가 발견한 숭고한 시대 정신을 내팽개쳐서는 안되는 것이다. 늦봄의 정신을 기리는 이 음반이 소중한 것은 그 때문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청년문화의 회복이라고 생각한다. 21세기를 새롭게 시작하는 지금 변환된 상황에 걸맞는 청년문화의 내용과 정신을 어떻게 구상하는가에 우리의 삶과 문화가 달려있다.
고 문익환 목사의 추모앨범에 담긴 11한곡의 노래는 정결하다. 이 음반에 실려있는 그의 시는 가장 순수하고 가장 정렬적인 청년의 정신이 어떤 것인지 그대로 보여준다. 늦봄 문익환이라는 이름조차 낯설어 하는 지금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새삼 그의 시와 정신을 들려주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원중이 부른 짧은 서곡 <오늘내가 디딘 자국은>과 곧이어 전경옥이 가세하는 <두하늘 한하늘>은 바로 늦봄 문익환이 걸어갔고 그리고 그 뒤를 이은 이들이 걸어갈 운명에 대한 하나의 프롤로그이다.
A TRIBUTE TO 늦봄 문익환 '뜨거운 마음' 전곡듣기
프롤로그 (오늘 내가 디딘 자국은)
詩 : 서산대사 작곡 : 류형선 편곡 : 류형선 노래 : 김원중
눈오는 벌판을 가로질러 걸어갈 때 함부로 난삽하게 걷지 말지어다. 오늘 내가 디딘 자국은 드디어 뒷사람의 길이 되리라
01. 프롤로그 (오늘 내가 디딘 자국은) - 김원중
두 하늘 한 하늘
詩 : 문익환 작곡 : 류형선 편곡 : 류형선 노래 : 전경옥, 김원중
몸이 없어 서러운 마음뿐인 아버지 철철 피를 흘리며 갈기갈기 찢어진 마음 조박들 나의 아버지 비 그친 하늘 아침햇살 푸르른데 남녘하늘 북녘하늘 바람만은 여전히 싸늘하네요. 두하늘이 정녕 서로 다른 하늘처럼 보여요 어이 하나요 내 왼쪽 눈에서 왈칵 쏟아지는 북녘하늘 내 오른쪽 눈에서 왈칵 쏟아지는 남녘하늘 가시 쇠줄로 찢어진 하늘 아프고 쓰리기로 말하면 두 하늘이 한 하늘이다
02. 두 하늘 한 하늘 - 전경옥, 김원중
고마운 사랑아
詩 : 문익환 작곡 : 류형선 편곡 : 류형선 노래 : 정태춘
고마운 사랑아 샘솟아 올라라 이 가슴 터지며 넘쳐나 흘러라 새들이 노래불러라 나는 흘러흘러 적시리 메마른 이 내 강산을
뜨거운 사랑아 치솟아 올라라 누더기 인생을 불질러 버려라 바람아 불어오너라 나는 너울너울 춤추리 이 언 땅 녹여 내면서
사랑은 고마와 사랑은 뜨거워 쓰리고 아파라 피멍든 사랑아 살갗이 찢어지면서 뼈마다 부숴 지면서 이 땅 물들인 사랑아 이 땅 물들인 사랑아
03. 고마운 사랑아 - 정태춘
평행선
04. 평행선 - 이정열
이 작은 가슴(원제 : 울려내 주소서)
05. 이 작은 가슴 (원제 : 울려 내 주소서) - 송정미
비무장지대
비무장지대로 오라 비무장지대로 오라 팔씨름 샅바씨름 남정네들 힘겨루기 너희는 백두산까지 우리는 한라산까지
06. 비무장지대 - 김용우
빛은 무덤에서 나온다(원제 : 부활절 아침에)
07. 빛은 무덤에서 나온다 (원제 : 부활절 아침에) - 새하늘새땅
뜨거운 마음
詩 : 문익환
뜨거운 마음 바람에 실어 숨막힌 이 땅에 보내노라
뜨거운 마음 눈물에 실어 메마른 이 땅에 보내노라
뜨거운 마음 노래에 실어 삭막한 이 땅에 보내노라
08. 뜨거운 마음 - 홍순관
서시
09. 서시 - 윤정희
우리는 호수랍니다
10. 우리는 호수랍니다 - 홍순관, 새하늘새땅
그대 오르는 언덕
11. 그대 오르는 언덕 - 김원중
저는 그분 살아 생전에, 그리고 돌아가신 후에도 그분이 도대체 어떤 분인지에 대해서 감히 생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제 부족한 머리와 좁은 가슴으로는 도저히 알아낼 수 없는 차원에 계셨기 때문입니다. - 문성근 | 영화배우
문익환 목사님은 꿈을 믿는 사람이었다. 거짓 투성이의 현실에서 진실은 언제나 꿈일 수 밖에 없었다. - 이해동 | 목사
그분이 가심으로써 이 민족은 바야흐로 윤동주 장준하를 거쳐 마지막 봄을 작별하고 푸른 열매 품에 기르는 여름(열음)을 맞이하였다. - 이현주 | 목사
목사님 함께 계시다면 지나간 분단의 시절도, 교도소의 그 먹방 검정이들도 잦은 연행, 투옥, 연금도 대통령선거 패배의 그날도...... 좋을것만 같습니다. - 김영환 | 시인, 의사
목사님의 해맑은 웃음과 큰 뜻은 역사속에, 칠천만의 가슴속에 영원히 남아 있을 것입니다. 목사님, 우리 모두의 문익환 목사님... - 임수경
당신은 문을 열었다. 꽁꽁닫힌 문을 활짝 열었다...... 당신은 길을 만들었다. 대모와 탱크의 장벽을 넘어 우리의 형제를 찾아가는 길을 내었다... 문을 활짝 열었지만 혼자서 길을 내었지만 당신은 혼자가지 않았다. 뒤쳐진 우리들 되돌아와 이끌고, 쓰러진 우리를 일으키며...... - 신경림 | 시인
목사님은 아픔이 있는 곳을 그냥 못 지나치셨다. 큰 것 작은 것 가리지 않고 아픔이 있는 곳에 언제든지 목사님이 계셨다. 민가협 어머니들의 가슴 저미는 모임에도, 교인들의 애경사에도, 조국의 아픔을 온 몸에 지고 먼저 간 열사들의 빈소에도 목사님은 어김없이 계셨다. - 유원규 | 목사
늦봄 그는 위대한 꿈쟁이다. 꿈을 꾸지 않는 민족은 죽은 민족이다. 민족을 위해 꿈을 꾸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잠꼬대 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 김상근 | 목사
군사독재가 만들어 놓은 경제, 사회적인 구조적 모순은 수많은 민중들의 눈물을 짜내고 억울한 피를 흘리게 했습니다. 문목사님은 이들의 절규를 외면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 김정현 | 목사
한국 교회가 교회 안에만 갇혀 사회의 빛과 소금이 되지 못하였을 때 그를 일깨워 민족과 사회의 예언자인 파수꾼이 되게 하셨다. - 배야섭 | 목사
남조선 사회의 자주화와 민주화, 나라의 평화통일을 위하여 몸바쳐 투쟁하여 온 명망있는 통일 애국인사 문익환 목사를 잃은 것은 우리 민족에게 있어서 큰 손실로 됩니다. - 김일성 | 전 북한 주석
"목회는 하지 않고 정치운동만 한다."는 비난들이 흔히 있었다. 그러나 정말 저들이 몰라서하는 말이다. 그는 조국의 통일, 이 나라의 민주화 등 큰 문제들로 당시의 쉴틈도 없을 때에도 결코 목사직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 유원규 | 목사
늦봄은 꿈의 사나이, 통일에의 영원도 현실이 꽉 막으니까 꿈을타는 길을 선택했다. 그의 꿈은 그대로 한없이 날아가 정착하여 김일성을 껴안고 그 땅에 입을 맞추게 했다. - 안병무 | 박사
예레미야의 풍운아적이고도 고뇌에 찬길, 겨례의 살길을 향한 예레미야의 중단없는 순교자적인 항변의 소리가 지향해간 그 길을 문익환 목사는 끝까지 따라간 것이다. - 김이곤 | 교수
그의 죽음으로 재야에게도 한 시대가 가고 있음을 나타낸다. - 김근태 | 재야인사
문목사님 만큼 칠 천만 겨례 한사람 한사람에게까지 영향력을 미친 지도자는 거의 없었다고 본다. 그점에서 문목사님은 한 세기에 한 사람 나올까 말까하는 세기적인 인물이었다. - 홍근수 | 목사
그는 목사이다. 십자가의 길을 걸어간 그의 삶이 증거이다. - 김기석 | 목사
문목사가 김일성을 안아줬다고, 목사가 죄인을 안아줬다고 뭐라하는 소리가 내 귀에 들립니다. 그래서 내 마음이 안타깝습니다. 여보시오 목사는 천직이에요, 하나님이 주신 직분이란 말아오, 김일성이를 안아줬다고 뭐라하는데 목사가 아니면 김일성이를 안아줄 사람이 없어요! - 문익환 목사 어머니 (고) 김신묵 님의 법정호소
어떤이들은 그가 3년만 또는 1년만 더 살았어도 좋았겠다고 안타까워하나, 내게 있어서는 3개월만 더 살아도 그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일반의 시각에 상당한 변화가 생겼을 텐데.. - 강원용 | 목사
그는 누구보다 순수하고 강열한 민족의 양심을 지녔기에, 두동강이로 갈라진 아픔을 느꼈던 것이다. - 김대중 | 현 대통령
선생님! 문익환 선생님! 하늘나라에서라도 '겨례의 어른' 자리를 끝내 채워 주소서. - 김중배 | 언론인
아직은 오래 계셔야 할 선생님을 돌아가시게 한 것은 이 땅 우리 모두입니다. - 지선 | 스님
▲ 1930년대 은진학교 시절 교복을 입은 윤동주(뒤줄 오른쪽)와 문익환(뒤줄 가운데)
늦봄 문익환 목사의 살아 온 길
1918.6.1 만주 북간도 명동에서 아버지 문재린, 어머니 김신묵의 맏아들로 태어남
통일의 결사대원 문익환 목사
이활웅/재미 칼럼니스트, 코리언 스트릿 저널, 1989-03-30
문익환 목사가 민족의 통일을 논하기 위해서 평양을 방문했다는 일은 참으로 통쾌한 일이다. 이것은 이남의 역대 독재정권, 특히 박정희 이래의 반민족적 군사독재 정권에 의하여 부당하게 억압되어 오던 민중의 통일의지와 통일 염원이 드디어 분출구를 찾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또한 외세의 이익을 대변하는 반통일 세력들의 무자비한 탄압으로서도 통일을 갈망하는 우리들 민중의 의지를 끝끝내 꺾을 수는 없다는 것을 말한다.
문 목사의 평양도착이 알려지자 서울의 당국자들은 일제히 문 목사와 그를 따르는 통일지향세력을 매도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문 목사의 방북을 "월북"으로 규정할 뿐 아니라 문 목사를 "민주화를 가장한 좌경의 표본", "민주화를 위장한 매국노", 혹은 "통일 지상주의 감상론을 부추기는 과대망상증 환자"등 극단적인 욕설을 퍼붓고 있다. 그러나 이런 못된 욕설을 내뱉고 있는 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이들은 하나 같이 광주에서 양민을 대량 학살한자들, 아니면 김근태씨에 대한 고문을 지시한 자들, 아니면 권인숙양에 대한 성 고문을 은폐한 자들, 아니면 박종철군에 대한 고문치사를 숨겨 온 자들, 아니면 삼청교육대에서 생사람들을 처 죽인 자들과 그들의 한패들이다. 그리고 지금도 고문경관 "이근안"을 어디다 숨겨놓고 빼돌리고 있는 고약한 자들이다. 그렇지만 문 목사는 이런 억울한 사람들 편에서 싸우다가 그런 고약한 자들에 의하여 여러 번 감옥살이를 한 분이다. 어느 누군가가 서울의 정치를 감옥에 들어가야 할 자가 남을 감옥에 처넣고 지키고 있는 것에 비유했지만, 문 목사에 대한 욕설은 욕먹어야 할 자들이 욕해야 할 사람을 욕하고 있는 격이다. 하늘의 정의가 어느 쪽에 있는가는 너무나 뻔한 이치이다. 그래 통일을 간곡히 바라면 좌경이 되는가? 그렇다면 나도 서슴없이 좌경이 되겠다. 평양에 가서 통일 얘기를 하면 매국노가 되는가? 분단이 45년이나 된 이 마당에 무엇보다도 통일이 돼야겠다고 생각하면 과대망상증 환자가 되는가? 도무지 당치도 않는 소리들이다.
또 문 목사가 돌아오면 실정법 위반으로 구속할 방침이라 한다. 문 목사가 설마하니 자기의 방북이 이남의 실정법위반이 되는 줄을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돌아오면 구속될 것을 뻔히 알고도 갔을 것이 분명하다. 그는 통일이 실정법보다 우위에 있다고 믿었을 것이다. 실정법에 매어 있어서는 통일이 될 수 없음을 깨달았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그것을 아예 무시해 버렸을 것이다. 도대체 이남의 실정법이란 것, 이 경우에 있어서의 국가 보안법이란 것이 무엇을 위한 법인가 말이다. 그것은 통일을 누구보다도 두려워하고 싫어하는 반민족적 정치군인들이 독재체제를 통해서 백성의 통일염원을 억누르기 위해서 들고 나오는 여러 악법중의 하나이다. 이런 악법들을 들이대고 그들이 얼마나 많은 애매한 사람들과 얼마나 숱한 무고한 사람들을 잡아 가두고 두들겨 패고 병신을 만들고 또 귀신도 모르게 죽어가게 했는가 말이다. 그러니 "통일 없이 민주화 없고 민주화 없이 통일 없다"는 신념에 불타고 있는 문 목사가 그 따위 실정법 때문에 그의 숭고한 통일이념을 굽힐 수 있었겠는가? 그는 돌아온 다음에 실정법의 수갑을 찰 것이다. 그러나 그의 구속은 그의 방북과 더불어 백성들의 통일의지에 더욱더 거센 불을 지르는 역할을 하고 말 것이다.
서울의 당국자들은 또 문 목사의 방북이 정부당국과 사전협의 없이 이루어 졌다고 비난하고 있는데 이는 또 무슨 잠꼬대 같은 소리인가? 그래 사전협의를 해왔다면 "좋소 가보시오"할 생각이었단 말인가? 전대협이나 민예총의 대북 접촉을 사전협의를 받고도 끝내 허락 치 않고 있는 것이 서울당국인데, 평양에 꼭 가야겠다고 결심한 사람이 바보가 아닌 바에야 왜 서울 당국과 사전협의를 하겠는가? 서울당국이 작년 7.7선언에서 밝혔듯이 남북 간의 교류를 도와 줄 정신에서 그 동안 통일을 위한 순수한 대북 접촉을 허락해주는 선례를 보였더라면 왜 문 목사가 사전협의를 안 했겠는가? 더구나 서울 당국은 금년 1월 몬 목사를 비롯한 7인에 대한 평양 측의 초청을 공식으로 거절한바 있는데 그 초청을 수락하고 평양으로 가겠다는 문 목사가 어떻게 정부당국과 협의한단 말인가? 도무지 이치에 닿지 않는 억지이다.
그런가하면 이번 일에 대한 야당 측의 반응도 매우 어정쩡하다. 그까짓 유신잔당 패들의 태도는 의례 그럴 수밖에 없을 터이니 새삼 논할 필요조차 없지만, 그래도 그동안 독재와 싸웠으며 통일을 기약한다는 평민당이나 민주당의 반응도 도무지 신통치 못하다. 섣불리 잘못 말했다가 행여나 또 군인들에게 혼쭐이나는 일이 있을까 겁내는 눈치가 너무도 역력하다. 차기정권을 노리는 당리당략을 통일문제보다 앞세우려는 속셈도 또한 뻔히 드려다 보인다.
그렇고 보면 참으로 나라와 민족을 위하고 백성을 생각하는 것은 결국 재야세력과 이들에 의하여 대표되는 민중뿐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전민련은 "분단 45년 만에 이루어진 문익환 고문의 방북이 통일논의 개방의 역사적 전기가 되어야 한다"고 밝혔으며 진보정치 연합에서는 "그간 통일논의 및 남북 교류의 창구를 정부가 독점해 있던 상황을 타개하고 자주적 교류를 통해 전 민족적 통일 의지를 모아 민족통일을 앞당기는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며 이를 환영한다"고 논평하였다. 통일은 역시 민중의 힘으로 이루어 질 수밖에 없으며 우리 민족의 앞날은 결국 그들에 의하여 밝혀질 것이 틀림없다.
문 목사의 방북이 구체적으로 어떤 성과를 거둘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신학자요 시인인 동시에 일개 야인에 불과한 문 목사가 공산주의자들과 만나서 합의할 수 있는 문제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아직은 쉽게 짐작할 수 없다. 그러나 그런 것은 이 시점에서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통일을 염원하고 지향하는 민중의 힘에 의하여, 반통일 세력과 반민족 세력이 외세의 지원 하에 지난 40여 년 동안 쌓아 올린 분단의 장벽에 뚜렷한 구멍이 뚫렸다는 사실이다. 문 목사는 이 구멍을 뚫은 민족의 첨병이요 민중의 결사대원이다. 우리들에게 이러한 결사대원이 있었다는 것은 참으로 우리들의 자랑이 아닐 수 없다.
물론 관권과 금권을 장악한 반통일.반민족 세력이 이를 가만히 보고만 있을 까닭이 없다. 통일논의를 좌경시해 오던 그들은 벌써부터 전두환 시대의 악랄한 수법으로 되돌아갈 준비를 서두르고 있던 차에 문 목사의 방북을 기화로 그 악명 높은 정보정치를 부활시킬 핑계와 구실을 찾기에 여념이 없다. 어쩌면 그런 구실을 삼기 위해서 문 목사의 방북을 알고도 모른 척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도 있다한다. 원래부터 그런 비열한 술책에 능한 그들이었으니 능히 그럴 수도 있었으리라 짐작된다.
그러나 그게 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서울의 반통일 세력들이 "우리는 4천만 국민이요 북의 2천만은 적"이라고 악선전을 일삼고 있을 때, 문 목사는 평양에서 "6천만 민족"의 마음 속에 뜨거운 통일염원을 퍼붓고 있지 않는가? 이미 평양에 간 문 목사는 그곳에서 할 소리 다하고 들을 소리 다 듣고 볼 것 다 보고 돌아올 것이다. 돌아오되 그는 분단의 상징인 판문점을 통해서 돌아오리라 한다. 물론 돌아오는 순간 그는 미군이 지키고 있는 판문점의 이남 지역에서 "실정법"의 수갑을 차게 될 것이다. 그러나 평범한 한 백성의 몸으로 분단의 두터운 벽을 뚫고 내나라 내 땅의 남북을 내 맘대로 넘나든 최초의 통일인으로서의 문 목사의 존재는 그 어떠한 관권의 힘으로도 말살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제 2의 문익환, 제 3의 문익환이 나오고 급기야는 천명, 만 명, 십만 명, 백만 명의 문익환이 나올 때 어느 누구의 힘으로도 우리를 더 이상 갈라놓지는 못하게 될 것이다.
문익환 목사, 그는 정녕 통일의 앞날을 비춰주는 우리 시대 우리민족의 영웅이다.
출처 : 맑은영혼을 위하여 (글쓴이 김승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