村居 (촌거 : 시골에 살며)
이숭인(李崇仁, 1347~1392) 고려 후기의 학자, 정치가. 본관: 성주(星州). 자: 자안(子安). 호: 도은(陶隱). 목은 이색의 문인이며 三隱 중 한 사람으로 문장이 뛰어났고, 여러 요직을 거쳤다. 모함을 받아, 여러 차례 탄핵 되었다. 정몽주가 살해되자 그 일당으로 몰려 유배되었다가 조선 건국 후 정도전이 보낸 심복 황거정에 의해 유배지에서 장살 되었다.
도은 선생이 후학 양성을 위해 세운 청휘당(晴暉堂)이 2018년 성주 수륜의 가야산 아래 복원되었다. 저서로 《도은집》 등이 있다.
赤葉明村逕 적엽병촌경
淸泉漱石根 청천수석근
地僻車馬少 지피거마소
山氣自黃昏 산기자황혼
붉은 단풍잎은 촌길을 밝히고
맑은 샘물은 돌부리를 씻네.
외진 곳이라 오가는 거마 드물어
산 기운 절로 황혼이네
단순히 가을 풍경 묘사를 넘어, 쇠락하는 고려 말의 상황과 도은의 처지를 담담하게 표현하고 있다. 단풍 든 마을, 맑은 샘물, 외진 곳, 황혼 녘의 안개 등의 이미지를 통해 선생은 세상의 변화와 덧없음을 느끼고, 고요하고 평화로운 자연 속에서 위안을 얻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담담함 속에서 깊은 슬픔과 고독이 깃들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