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횟집
나로도에 왔으니 삼치를 먹어야겠으나, 지금은 산란기로 금어기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꿩 대신 닭이라고 제철 생선인 병어로 대신하여 병어조림을 주문했다. 요새 제철이라 물이 좋다는 병어에 감자를 넣고 바짝 졸여낸 병어조림, 너무 감사하게도 입에 쩍쩍 붙는다. 감자도 포근거려 병어맛을 돕는다. 절해고도에서 이만한 음식을 만나다니 감동이다. 거기다 고흥에서 주로 맛볼 수 있는 고흥식 열무김치를 만나는 행운도 같이 얻었다.
1. 식당얼개
상호 : 순천횟집
주소 : 전남 고흥군 봉래면 나로도항길 103-18
전화 : 061) 833-6441
주요음식 : 생선회
2. 먹은날 : 2021.5.14.저녁
먹은음식 : 병어조림 40,000(2인)
3. 맛보기
편안한 집밥같은 차림새와 맛이다. 모든 반찬이 특별히 거슬리는 것이 없이 고루 손이 간다. 그중에서도 몇 가지는 이곳 고흥의 특색이 보인다.
1)병어조림, 일단 병어가 이곳 산 아닌가. 2) 열무물김치, 담그는 법이 특별하다. 3) 방풍나물무침, 일단 방풍나물이 인근 도화면 산이다.
병어, 전라도에서는 병치라고 불리는 이 생선은 지금이 제철이다. 6월 산란기를 앞둔 지금 살이 통통하게 올라 제 맛을 느낄 수 있다.
아니나 다를까. 생선이 크기도 작은 편인데, 두께가 도톰하고 오롯하게 통통한 맛이 입안 가득 흡족한 식감을 자아냈다. 거기다 적당히 간이 배었으나 짜지 않고, 적당히 매운 조리법이 맛을 더 살려냈다.
그러나 생선요리의 1등 공신은 어디산이든지 신선함. 내장도 살아있는 듯이 선연한 것이 아주 싱싱한 생선 맛이 그대로 느껴졌다. 신선한 제철 생선을 제대로 된 조리법과 손맛으로 먹었으니, 감사하달밖에.
생선도 좋지만, 큼직하게 들어간 감자가 포곤거리는 맛도 일품이었다. 양도 적지 않아, 병치만으로도 포만감이 느껴질 정도다.
열무김치. 국물에 고춧가루를 넣고 안 넣고는 조금씩 다르지만, 풋고추를 갈아 넣는 것은 동일하다. 양파를 함께 갈기도 한다.
우리 음식을 고추를 참 절묘하게 활용한다. 고춧가루와 고추장이 한 상에 오르는 사례도 많고, 둘을 한 음식에 넣는 경우도 많다. 이 경우에는 마른 고춧가루와 생고추갈이를 함께 사용하였다.
생고추 특유의 쏘는 맛이 나서 열무의 독특한 맛의 상승작용을 일으킨다. 열무를 제대로 맛보는 느낌. 한수 배우고 간다.
방풍나물을 된장과 무쳤다. 들깻국물과 무치는 것도 좋지만, 이것도 좋다. 방풍나물은 여수 아래 금오도에서 많이 난다. 해풍이 풍미의 필수요소다. 이곳 도화면에서도 많이 심는다니 해풍이 몰고 오는 짠기운이 이곳에도 혜택을 베푸는 것 같다.
방풍 특유의 향긋함이 된장간에 담겨 그대로 남아 있다. 풍을 막는다는 방풍나물, 면역력도 길러준다는 코로나 시절 좋은 음식을 풍미와 맛을 다 놓치지 않고 먹는다.
금방 고슬고슬 차지게 한 밥이 나왔다. 해풍 맞은 쌀이어서 이렇게 싱그럽게 느껴지는가. 쫄깃한 식감과 단내로 나는 쌀내가 좋다.
4. 먹은 후
1) 병치
산란을 앞둔 6월에 잡히는 병어는 많은 영양분을 함유하고 있어 육질의 맛이 가장 좋다. 이때 어획되는 병어는 살이 통통하게 올라 회로 먹으면 씹을수록 쫄깃하며, 달짝지근한 감칠맛이 우러난다. 여름철 어물전 단골손님으로 꼽히는 병어는 지방이 적고 비타민과 단백질이 많이 함유돼 담백하면서 고소한 맛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남녀노소 누구나 선호하는 서민의 대표 생선으로 대접받고 있다. (어식백세 전재)
해양수산부는 5월의 수산물로 병어와 다시마를 선정했다. '병어'는 병어들이 몰려다니는 모습이 마치 병졸 같다고 해서 지어졌다는 속설이 있다.
흰 살 생선인 병어는 비린내가 적고 살이 연해 뼈째 썰어 회로 먹으면 고소하고 시원한 맛을 느낄 수 있어 여름철 대표 횟감으로 많은 사랑을 받는다. 다만 병어는 '건들면 죽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어획 후 바로 죽기 때문에 활어보다는 선어, 냉동 상태로 유통된다. 회 외에도 조림, 구이, 찜 등 다양한 요리로 즐길 수 있다.
특히 매콤한 병어조림은 촉촉한 식감에 매콤한 양념이 잘 어우러져 남녀노소 모두가 좋아하는 국민 밥반찬으로 꼽히기도 한다. 병어는 살이 부드러워 소화가 잘 되고 칼슘, 단백질과 라이신이 풍부하여 어린이들의 성장, 어르신들의 체력 유지와 골다공증 예방에 좋다.(수산신문 2021.5.6.)
2) 나로도 어항구경
시의 생경한 어휘들이 가슴에 와 닿지는 않지만, 지역을 소재로 한 시를 짓고, 또 이처럼 기리는 것이 반갑다. 문화적 기반을 이렇게 벽돌을 놓듯이 쌓아가는 것이리라.
3) 삼치거리
나로도는 삼치고장이다. 고흥9미에도 나로도 삼치회와 구이가 선정되어 있다. 고흥에는 음식 테마거리가 세 군데가 지정되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이곳 삼치거리다. 삼치거리는 바로 이 순천횟집 앞 거리이다. 지금은 금어기이고 가을이 제철이라니 이번 고흥행에는 인연이 닿지 않는 거다.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없다.
이외 녹동 장어거리와 과역면 고흥커피거리가 있으니 함께 즐기면 여행의 제맛이 풍부하게 살아날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최근 고흥의 코로나 상황이 악화되어 식당마다 손님이 매우 줄었다는 것이다. 이곳 나로도는 우주 관련 일이 있으면 아마 외지인이 매우 북적댈 것이다. 마을 주민만이 손님이라고 하기에는 이곳 삼치거리를 포함하여 식당이 너무 많다. 일부 식당은 대형화되어 있다. 이들이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호텔 모텔이 아주 많다. 전형적인 외지인, 관광객의 고장이다. 그런데 우주 일도 없고, 코로나 상황은 좋지 않고, 이중고를 겪고 있어, 식당 걱정 이전에 외지인이 밥을 사먹을 수 있을까, 걱정될 정도다.
그런 상황에서 이런 식당, 이런 음식을 만나다니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잘 견뎌내고, 한식 발달에도 제대로 한몫 해내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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